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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0화 (31/1,419)

〈 30화 〉 31.검황劍皇 양태산-3

선우와 양태산의 검날이 부딪히며서, 불꽃이 튀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몇 번의 합이 오갔을까

"후우, 이 몸으로는 안되겠다."

검을 들고 양태산과 대치하고 있던 선우는 검을 땅바닥에 꽂았다.

"벌써 포기하는 게냐?, 말 뿐인 놈이로구나."

"함부로 단정 짓지 마쇼, 제대로 해볼 요량이니까."

말을 마친 선우는 축융공을 해제하기 시작하였다.

골격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우두두둑 우드득 우득 우득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압축시켜놓았던 골격이 본래의 크기를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길어지고, 상체가 부풀어오르면서 키는 더욱 커졌고, 손 과 발마저 커져, 이제는 완연한 성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제야 초상화 속에 있는 장삼답구만그래."

그 모습에, 양태산은 흥미롭다는 듯 말하였다.

그의 말을 흘려들은 선우는 양태산을 겨누며, 검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선우의 검에서 푸른 빛의 강기가 형성되기 사작하였다.

절대지경에 이른 양태산과 같은 실력자에게 탐색전 따위는 무의미 하였다.

어설픈 마음가짐으로는 털 끝하나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기에, 한 수 한 수에 전심전력을 다 쏟아부을 수 밖에 없었다..

"오호, 초절정 중경을 넘어, 완경에 가까워 진듯 하구나."

선우의 농밀한 검강을 보며, 양태산은 살짝 감탄하였다.

과연 현 후기지수들 중에 저 정도 경지에 이른 이가 있던가

초절정이라 불리우는 경지는 문파의 핵심전력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경지이다.

깊은 수양과 고 된 신체 단련 그리고 무공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도가 합치 되었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지고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눈앞의 청년은 그 지고한 경지를 20대의 나이로 완성에 시켜버린 것이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기재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사내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나빴다.

눈앞에 있는 남자

검황 양태경 또한 선우 못지 않은 재능을 타고난 자로, 거기에 더해 20년이란 세월의 격차마저 가지고 있었다.

같은 재능을 가진 자들이라면, 그 차이를 벌어지게 만드는 것은 흐르는 세월이리라

양태산은 검을 고쳐쥐고, 강기를 발현시켰다.

흥이 돋아, 조금 즐길 참이었다.

"오거라."

양태산의 말이 끊나기 무섭게, 선우의 검이 그대로 그에게 쇄도하였다.

양태산은 여유롭게 검을 휘두르며, 선우의 검을 막아내기 시작하였다.

"크윽"

선우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한 합, 한 합이 오갈 때마다 , 그와 격차가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옥령과의 혈전을 치룬 까닭에 , 남은 내력도, 몸 상태도 모두 선우가 앞서고 있었지만, 오 십 평생 검을 수련한 그의 기(技)는 모든 것을 뒤엎어버릴 정도의 파급력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내력을 쏟아붓고 휘둘러도, 가벼이 흘려보낸 그에게는 , 옷 깃 하나 닿을 수 없었다.

풍진보를 발휘하며, 사방팔방으로 공격을 이어갔지만, 그를 단 한발자국 조차 움직이게 하지 못했다.

격(隔)이라는 것이었다.

초절정 고수에 불과한 선우와 절대지경의 극에 이른 양태산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선우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자신이 이대로 포기하게 된다면, 옥령은 여지없이 죽게 될 것이다.

싫었다.

자신이 사랑한 여자가 자신 때문에, 죽는 것은 미치도록 싫었다.

그렇기에 날을 세우고 검을 겨 눌 수 밖에 없었다.

우우웅

다행히 3갑자에 이른 내력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이 내력이 전부 소모되기 전에 , 저 남자를 꺾어야 한다.

"아쉽구나, 이 정도 재능이라면, 후에 천무맹을 이끌어 갈 인재가 되었을텐데."

"천무맹 따위는 관심없어, 그저 내가 지키고 싶은 것만 지킬 뿐이다."

"허허, 욕심이 없는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지 말만 맞다고 우기는 꼰대보단 똑똑한 것 같은데?"

"쯧, 여전히 입이 험하구나."

"네가 험하게 만들잖아 , 이 십새야.!"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고는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전히 막혀버린 검.

더욱 더 빠르게, 더욱 더 강하게 검을 휘두르고, 찌르고를 반복하였지만, 무엇 하나 닿지 않았다.

선우는 알고 있었다.

지금 양태산이 거의 놀아주듯이 자신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진심을 낸다면, 인식조차 하기 전에 목이 달아났을 것이 뻔했다.

초절정과 화경의 경지는 단 한 단계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격차는 삼류무사와 초절정 고수간의 간격보다 더욱 컸다.

그럼에도 선우가 공세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양태산의 방심 때문이리라

그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였다.

그가 진심을 내기전에 한 방 먹이지 않는다면, 필패하고 말 것이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도박 수를 던질 생각이었다.

옥령과의 혈투때문에, 내력은 반절이상 날라가버렸고, 체력 또한 상당 수 소모하였고, 목에는 꽤나 큰 상처까지 난 상태였지만, 양태산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 여유의 기반에는 절대로 눈앞의 애송이는 자신을 꺾을 수 없다는 단단한 신뢰가 기저에 깔려있음이 분명하였다.

양태산은 지금 즐기고 있었다.

눈앞의 청년은 신기할 정도로, 성장세가 빨랐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싸우려고 하였지만, 그 수준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결과 짧은 싸움동안 초절정 중경 끝자락에 있던 , 그의 경지가 완경에 이르게 되었다.

말도 안될 정도의 학습능력과 재능이었다.

그의 모습을 보니, 자신과 같다고 여겼던 생각을 고쳐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장삼은 천무맹주 이재원과 닮아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재능과 실전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무공까지

죽여야했다.

그에게 시간을 준다면, 머지 않아 무림의 큰 위협이 되리라

양태산의 검에 살기가 담겼다.

이대로 죽여버릴 속셈이었다.

그때였다.

선우의 몸에 유형화된 푸른 기운들이 넘실거리며 피어오르기 시작하였고, 이내 그의 몸을에워쌌다.

'기도가 변했어.'

아까의 애송이같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 있었다.

'어디까지 성장할 셈이냐?'

죽여야 겠다는 생각과 상반되게 장삼에 대한 호승심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더욱 검을 나누고, 부딪히고 싶어졌다.

양태산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극성으로 운용한 음양조화신공으로 혈액의 흐름을 가속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혈류량이 증가하고, 흐름이 가속화되자 ,내부의 산소 공급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일시적인 각성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선우는 꺼리낌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 남자에게 닿을 수 없었다.

쿵쾅 쿵쾅

갑작스러운 혈압의 상승으로 심장이 받는 부하는 더욱 커졌고, 미칠 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오래는 못 버티리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선우의 검이 양태산을 향해 휘둘러졌다.

양태산은 검을 들어 막긴하였지만, 살짝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각성에 이른 신체능력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우는 검을 더욱 빠르게 휘두르며, 양태산에게 쇄도하였다.

옥령과의 혈투로 이미 체력과 내력이 떨어진 양태산은 선우의 빠른 검세에 차츰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애초에 기(技)만으로 전황을 뒤집던 그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자신이상으로 빨라진 검격과 신체능력은 , 지친 그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렸구나.'

더 이상의 장난은 끝이었다.

진심으로 가지 않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섰다.

양태산의 눈빛이 달라졌다.

더 이상 선우를 얕보던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대적자를 향한 살기만 존재할 뿐

두 개의 검이 한데 어우려져 , 검격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각성으로 인해 더욱 상승한 신체능력과 3갑자의 내력으로 양태산을 압박하였고, 양태산은 극의에 오른 기(技)와 오 십 평생 혈투를 벌이며, 갈고 닦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맞서기 시작하였다.

검격이 이어질 수록 선우는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신체능력을 대폭 증가시켰지만, 여전히 양태산에게 닿기에는 부족하였다.

내력, 신체 능력, 심지어 몸상태까지 모든 것이 유리하것만, 양태산은 극의에 오른 기(技)만으로 모든 것들을 감당하고 있었다.

말도안되는 괴물이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었다간, 몸이 버티지 못한다.

각성 기술은 신체능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대신 엄청난 부하를 가져왔기에, 몸이 버티지 못하여 쓰러지기 전에 끝내야만 했다.

선우는 다시 한번 검에 내력을 집중하였고, 이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의 커다란 강기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위력의 강기이리라

"큭"

그 모습에 양태산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선우의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검강을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부웅

무시무시한 기세의 강기가 양태산을 향해 쇄도해왔다.

피하기엔 선우의 검격은 너무나 빨랐고, 막기에는 검강의 기세가 너무나도 거대하였다.

남은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그의 검이, 선우의 검강에 맞닿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맞 닿은 그의 검이 , 선우의 검을 부드럽게 흘리기 시작하였다.

스스슥

.

극한의 경지에 이른 그의 기(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선우의 검강은 그대로 땅으로 떨구어졌고, 양태산은 그대로 검을 들어, 선우의 어깨를 꿰뚫어버렸다.

"크윽.!"

선우는 급히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몸을 뚫고 있는 검을 튕겨내었고, 동시에 뒤쪽으로 날라가버렸다.

콰쾅

콰쾅

반탄력에 의해 뒤로 날라간 처소 벽을 부수고 선우는 그대로 꼴아박게 되었다.

처소에 처박힌 선우에게는 손가락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일어나야 되는데....'

엄청난 피로감이 온 몸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각성에 의한 부작용이 분명하였다.

내력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몸이 버텨주지 못하였다.

정신적인 피로조차 몰려와, 자꾸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다했다.

각성이라는 도박을 통해 신체능력을 월등히 상승시켰고, 내력을 꼬라박아 상상도 못할 크기의 검강을 휘두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선우 양태산에게 닿지 못하였다.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혹시 집으로 돌아가는게 아닐까?,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은게 아닐까?'

수 많은 상념들이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들었고, 체념에 가까운 상태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문뜩 머리속에 누군가 떠오르게 되었다.

무림에서 떨어진 자신에게, 끝 없는 친절과 배려 그리고 사랑까지 주었던 여인.

생사를 오가는 상테에서도 자신에게 도망가라며 꾸짖기 바뻤던 여인.

바보같이 착하디 착한,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

옥령이었다.

'잠깐만!, 그렇다면 옥령은?, 그녀는 어떻게 되는거지?''

옥령에 대한 생각까지 미치자, 체념으로 인해 , 반쯤 감겨지던 눈이 이내 활짝 떠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세계 인물이 아니니까, 실낱같은 가능성으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였다.

그녀가 죽고 만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감싸자, 온 몸에 다시 힘을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일어나!!!!!!, 일어나라고!!, 이 좆같은 새끼야.!!!"

선우는 있는 힘껏 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옥령을 죽일셈이냐!!!!!!"

눈물이 절로 나왔다.

의지와는 반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바아아알!!!"

허리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팔에 힘을 주어 땅을 짚었다.

발목에 힘을 준 뒤 땅을 밟았다.

그리고 허벅지에 힘을 주어 온전히 일어날 수 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 근육과 뼈가 비명을 질러대었다.

하지만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

그녀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겨우 일어선 선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귀신 형상을 하고 있는 무림 6대기보, 패왕귀면갑이었다.

"시발, 처음부터 저거 입고 싸울껄."

옥령의 상태를 보고 눈이 돌아가 패왕귀면갑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변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착용했더라면 , 지금보다 훨씬 나았으리라

탁 탁 탁

선우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발걸음을 겨우 겨우 떼며, 패왕귀면갑이 걸려있는 곳으로 갔다.

분명 없는 것보단 나으리라.

선우가 패왕귀면갑을 잡는 순간이었다.

어깨에 타고내려온 선우의 피가 어깨를 타고 패왕귀면갑을 잡은 그의 손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이윽고 선우의 피가 패왕귀면갑 위에 몇 방울 떨어지게 되었다.

화아아아악

피에 닿은 패왕귀면갑은 붉은 기의 파동을 발하기 시작하였고, 좌우로 개복되더니, 이내 선우를 감싸기 시작했다.

한편 처소에 날라간 선우를 바라보며, 양태산은 생각에 그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어깨가 뚫리긴 했지만, 심각한 부상은 아니였기에 , 금방 털고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도망간 것인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 양태산은 실망감이 들었다.

결국 말뿐인 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선우가 날아가 처소에 붉은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뚜벅 뚜벅

그리고 붉은 빛 속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발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라운드 투다 ,십새야."

모습을 드러낸 자는 패왕귀면갑을 입고 있는 선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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