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9.검황劍皇 양태산-1
쾅
"이 개새끼야!"
쾅
"소새끼야."
쾅
"말새끼야!"
쾅
복면인을 땅에 처박아버린 선우는, 한 번으로는 부족했는지, 들어올리고 박아넣기를 반복하면서, 복면인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파 뒤질 뻔했잖아!."
선우는 눈앞의 습격자를 잡기 위해 상당한 희생을 치렀다.
화살에 왼쪽 어깨는 관통당해, 상당한 출혈이 생겼고, 호신강기를 발현시키느라 내력 또한 남아나지 않았다.
눈앞의 복면인이 쏘아대던 화살의 위력은 어마어마하였다.
마지막에 호신강기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죽고말았으리라
아무리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패왕귀면갑도 없는 상태이긴 하였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초절정 중경에 해당되는 경지에 이른 고수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죽을뻔했다는 사실에 선우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분명 초절정 고수가 거대 문파나 유력 세가에서 핵심전력이라고 불리우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상대할 수 있는이가 흔치 않을만큼 압도적인 전력이라고 할 수 없었다.
선우는 그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정신차리자, 제발!'
짝 짝
선우는 양손으로 뺨을 살짝 치며, 반성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이재원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백화봉을 찾아온거지, 신혼생활이나 만끽하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죽도록 무공을 단련해도 모자를 판국에, 옥령과의 달콤한 일상에 젖어들어, 위기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래서는 안되었다.
이렇게 헤이해진 정신머리로는 이재원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없었다.
막말로 화경의 고수정도 되는 이가 죽자고 달려들면 경우, 선우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물론 옥령이 보호해줄것이 뻔하긴 하였지만, 그 강한 옥령도 이재원이 직접 올 경우 어쩔도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우는 아직도 약하였다.
그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후우~"
선우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멱살이 잡혀있는 복면인을 바라보았다.
활을 쓰는 무림인은 흔치 않았다.
움직임이 단조로워 이동 경로 예측이 가능하기도 쉽고 활과 화살통을 전부 챙기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림인들은 멀리서 화살을 날리는 행위자체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대다수의 무림인들은 활과 화살보다는 검 과 도, 창 과같은 병장기를 선택한다.
눈앞의 복면인 정도로 , 경지에 이른 활의 고수는 흔치 않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선우는 미련없이 복면을 벗겨버렸다.
복면을 벗기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중년의 남자였다.
머리카락 한 올도 없는 대머리에, 얼굴 여기저기에 흉터가 나있었다.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선우는 이내 장삼의 기억 속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복면인은 천무맹에서 요인 암살 및 저격을 전문으로하는 집단인, 흑견당의 당주로 있는 사내였다.
궁귀(弓鬼) 조한원
조한원은 본디 궁병 출신으로, 귀신 같은 활 솜씨로, 수 많은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명성을 올렸던 인물이었다.
활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극대화한 조한원은 , 암살과 저격에 특화 되어 있었는데, 천무맹주 이재원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흑견당의 당주라는 직책을 내리게 되었다.
흑견당의 당주가 된 조한원은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을 암살하고 저격하여 그 악명을 떨치게 되었다.
그가 죽인 대상은 유명한 상인도 있었고, 고위 관리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초절정에 달한 거대 문파의 장로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만큼 엄청난 활 솜씨를 자랑하였다.
그런 위험한 사내가, 홀로 백화봉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드러난 그의 정체에 마음이 다급해진 선우는, 조한원의 뺨을 있는 힘껏 때리며, 그를 깨우기 시작하였다.
"일어나 , 새끼야."
짝 짝 짝
하지만 선우의 급한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조한원은 여전히 기절해 있는 상태였다.
그 모습에 본 선우는, 손바닥에 내력을 듬뿍 담으며, 그를 때리기 시작하였다..
쫙 쫙 쫙
"일어나라고, 개새끼야!"
마치 생 살을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고, 조한원의 얼굴에 피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
"끄아아악.....알...알았으니까, 그만 때려라.! "
선우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조한원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뜨게 되었다.
"백화봉에는 어떻게 오게 된거지?"
선우는 거두절미하고 용건부터 말하였다.
놈이 단독으로 자신을 찾아낸거라면 그나마 다행이였지만, 만약 윗선에서 명을 받고 움직인 것이라면, 골치아픈 상황이었다.
만약 조한원이 단독으로 자신을 찾아낸 것이라면, 눈앞의 이자만 죽인다면, 아직 발각 된 것이 아니기에, 도망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윗선에서 명을 받고 움직인 것이라면, 천무맹 측에서는 선우의 위치가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이미 백화봉 주위로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을지도 몰랐다.
최악의 경우 이재원이 백화봉으로 직접 오고 있을지도 몰랐다.
선우는 마음이 더욱 다급해졌다.
".........."
선우의 물음에 조한원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않았다.
여기서 낭비할 시간은 없었다.
선우는 그대로 조한원의 왼손 손가락을 하나 잡고, 뒤로 꺾어버렸다.
뿌드드득
"으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소리가 백화봉을 울렸다.
"제대로 말하는게 좋을거야, 조한원."
"............"
하지만 여전히 다물어져있는 그의 입을 열기 위해 , 선우는 나머지 손가락들도 전부 부러뜨리기 시작하였다.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악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아
뿌득
으아아아악
그렇게 선우가 일 곱개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나서야, 다물어져있던 조한원의 입이 열렸다.
"크흐.....윗선에서 명이 내려왔다. 백화봉과 가까운 곳에 있던 내게, 이곳을 이 잡듯이 뒤져 , 네 녀석의 존재를 확인하고 , 시시각각 위치를 확인하라고 말이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그들은 이미 선우의 위치를 파악한 것이다.
"이미 보고는 들어갔나?"
"크크큭 , 네녀석에 관한 보고는 옛 적에 마쳤다."
조한원은 당혹스러워하는 선우를 보며 비릿한 웃음을 흘려보냈다.
"누가 처웃으래?"
뿌드득
"끄아아아아악"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니꼬왔던 선우는 여 덟 번째 손가락 마저 꺾어버렸다.
"잠깐, 그럼 나를 왜 공격한거지?, 네 녀석의 역할은 천라지망을 펼치는 것까지가 아니었던가"
다시 생각해보면 조한원에게 하달된 명령은 선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과 감시 정도였다.
굳이 화살을 쏘아대며, 선우를 암살하려고 할 필요는 없던 것이다.
"네 녀석 정도는 지원군 없이, 내 활로 충분히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호신강기를 발현시킬 줄이야."
아무래도 조한원은 선우를 잡아 공을 세울 욕심에 일을 그르치게 된 듯 하였다.
"미친새끼, 그래도 고맙다. 욕심많은 새끼라서"
퍽
선우는 그의 멍청한 욕심에 감사히 여기고, 그대로 천령개를 후려쳐,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터져버린 그의 후두부에서 회백색의 뇌수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선우는 손을 털고, 곧바로 풍진보를 발휘하여,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에게는 여유를 부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
한 편 옥령은 고깃국을 한 국자 떠서 ,맛을 보고 있었다.
"간이 너무 짠가?"
물을 살짝 넣고, 끓이고 나서야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선우가 올 시간이 되었기에, 상을 차릴 생각이었다.
"흐응~ 흐응~"
선우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뚜벅 뚜벅
처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선우인가 싶어 , 달려가려고 하였으나, 이내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소리가 달랐다.
사람마다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 , 사람이 가진 발걸음 또한 다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각 각 자신만의 발걸음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선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들려오는 발소리는 평소에 들었던 선우의 발소리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는 천천히 발을 떼며, 밖으로 나가보았다.
밖을 나가보니, 처음보는 중년의 사내가 모습이 보였다.
"누구시죠?"
"반갑습니다. 소저."
"객을 허락한 기억은 없는데요."
옥령은 무례한 침입자에게 싸늘한 태도로 응수하였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시지요."
중년의 사내는 정중히 허리를 숙여,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하지만 그의 정중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싸늘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무례라는 것을 알면, 이대로 돌아가시는게 어떠신지요?. "
"죄송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서 말이죠. "
말을 마친 사내는 품에서 한 장의 초상화를 꺼내들었다.
"혹여 이렇게 생긴자를 아시는지요?"
초상화 속에서는 선우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그려져 있었다. 물론 선우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 남자를 왜 찾는건가요?"
"이자의 이름은 장삼으로, 천무맹의 수 많은 여협들을 간살한 흉악범입니다. 뿐만아니라 집법당의 부당주인 거패도 주광과 거룡일창을 비롯한 네 명의 조장들을 죽이고 도주까지 하였지요."
사내의 말에 옥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자를 아십니까?"
옥령은 대답없이 오른 손을 폈다.
부웅
턱
그러자 그녀의 오른손으로 한 자루 검이 날라왔고, 옥령은 검 자루부분을 그대로 낚아챘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검은 영롱한 빛과 날카로운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명검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그녀는 검을 들어 양태산에게 겨누었다.
"이건 무슨 뜻인지요?"
사내는 그녀의 흉흉한 기세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모습으로 물었다.
"보이는 그대로예요."
"소저, 소저께서 무언가 착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자는 소저가 지켜주어야할 정도로, 좋은 인간이 아닙니다. 흉악한 범죄자란말입니다."
"당신들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하는 얄팍한 말보다는 제가 직접 보고 느꼈던 감정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어리석군요. 소저는 그자에게 이용 당한 것입니다."
"상관없어요. 이용당했다하더라도 그 아이가 다치는 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옥령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 아이의 적이라면, 저에게도 적입니다. 검을 뽑으세요."
말을 마친 옥령은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과연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의 고수다운 어마어마한 기세였다.
"어쩔 수 없군요."
사내 또한 엄청난 기세를 내뿜기 시작하였다.
사내가 뿜어내는 기세는 가히 무시무시하였다.
폭발적이면서도 농밀한 기의 파동이 사내의 전신을 감싸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 소개를 하지요. 저는 천무맹의 청룡당주인 양태산이라고 합니다. "
누군가 천하에서 가장 강한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주저없이 절대무신 이재원의 이름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만큼 절대무신 이재원이 이룬 업적과 무공이 절대적이고, 규격외라는 증거이리라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강한 이는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 거릴 것이다.
그리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고 그 다음에는 언성이 오가며 갑론을박을 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무림에는 이재원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져 있던 수 많은 봉우리들이 존재한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천검후를 지목할 것이고, 어떤 이들 황궁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금천검을 지목할 것이고, 20년 전 사라졌던 혈검향을 지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뺴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을 것이다.
그 인물이 바로 검황(劍皇) 양태산이었다.
20년전 절대무신 이재원과 함께 천마대제의 야욕을 무너뜨린 절대고수들이 있었는데, 양태산은 그 중 가장 강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자였다.
본디 그는 마교의 침입을 대비하여 구파일방의 결전병기로 키워진 사내였다.
본디 뛰어난 오성과 타고난 신체로 인해 구파일방의 공동제자가 되었던 그는, 20세라는 젊은 나이에 구파의 모든 무공들을 섭렵하였고, 나이가 28세가 되던 해,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르게 된다.
게다가 구파일방의 모든 영약을 섭취한 그는 어마어마한 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내력이 얼마나 많은지, 절대무신 이재원과 처음 비무를 했을 당시, 사흘 밤낮으로 쉬지 않고 비무를 이어갈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최후의 결전 당시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땅과 바다가 갈라졌고, 수 많은 마인들의 그의 검에 의해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
수 많은 역사를 지닌 대문파들의 연구를 집약 시켜 만든 최고의 걸작이자 완성된 무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사내가 바로 검황 양태산이었다.
지금 그런 사내가 , 옥령을 향해 검을 꺼내든 것이다.
양태산의 기세를 느낀 옥령은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보통이 아니란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긴 하였지만, 해방시킨 그의 기세는 상상이상이었다.
'이자, 내 밑이 아니다.'
양태산은 최소한 동급의 경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자랑하였다.
옥령은 검을 고쳐쥐고, 그대로 양태산에게 달려들었고, 양태산 또한 검을 들어 ,그녀의 검에 맞서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백화봉 꼭대기에서는 엄청난 굉음이 울리면서 절대지경에 이른 고수들 간의 싸움을 알리고 있었다.
************
백화봉 입구
터벅 터벅 터벅
한 사내가 입구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그때 백화봉 꼭대기 쪽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이쿠 , 벌써 한바탕 하나보네."
사내는 씨익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순찰만 한바퀴 돌고오라고 했것만 , 그녀를 보고 호승심이 동했나보다.
"이래서 미개한 무림인들은 안된다니까 쯔쯧"
사내의 정체는 이재원으로 , 천하제일인이자, 천무맹의 맹주였다.
백화봉으로 오기전에, 근처에 있던 흑견당주와 청룡당주에게 감시를 명했것만 , 둘다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인 것 같았다.
이재원은 마음이 편해졌다.
흑견당주는 모르겠지만, 청룡당주인 양태산이 나섰으니, 모든 일이 수월하게 해결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양태산은 이재원이 유일하게 쓸모있다고 생각하는 부하였다.
그가 자신이외에 누군가에게 지는 일따위는 상상조차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새끼가 흥에 올라서 ,옥령을 바로 죽여버리면 안되는데, 죽이기 전에 한번 따먹고 죽여야되는데........."
이재원은 걱정이 앞섰다.
죽일 땐 죽이더라도, 한 번 먹고 죽일 생각이었다.
큰 가슴과 거대한 둔부는 별로긴 했지만, 가끔 별식이 땡기지 않은가,
20년 동안 꼭 닫혀져 있을 그녀의 음부를 생각하니 괜시리 양물이 부풀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재원은 발걸음도 가볍게 백화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