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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22화 (23/1,419)

〈 22화 〉 23. 혈검향血劍香 옥령-4

침소에서 나온 옥령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아궁이 위에 물이 담겨 있는 솥을 올려놓고, 그 안에 쌀가루를 넣고 , 충분히 불린 뒤, 끓이기 시작하였다.

누워있는 소년을 위해 , 죽을 만들어줄 셈이였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보며, 옥령은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과거 이재원을 처음 구해주던 그날도, 이렇게 정성스레 죽을 만들어주었다.

깨어난 이후 그 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뻤던가

옥령은 이재원을 떠올리니, 갑작스레 마음이 찢어질듯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이재원이란 존재는, 커다란 애증의 대상이였다.

평생을 백화봉에 처박혀 수련만 하던 그녀에게, 처음 생긴 제자이자, 정을 주었던 대상이였다.

만약 이재원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면, 그녀는 못 이긴척 받아주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녀는 사람의 정에 목말라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이재원은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재원은 처참히 그녀를 농락하고, 미련없이 떠나가게 되었다.

그의 대한 원망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주르륵

눈에서 메마른줄 알았던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아"

눈물이 흐르는 것을 인지한 옥령을 눈을 비벼, 천천히 눈을 닦기 시작하였다.

이제 울지 않기로 다짐했것만 ,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절로 나왔다.

"후우.."

눈물을 닦아낸 뒤 , 진정한 그녀는 솥 안에 있는 죽이 눌러붙지 않게하기 위해 , 천천히 젓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소년이 회복되는대로 , 최대한 빠르게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재원과 너무 비슷한 상황이였기에, 슬픈 기억이 자꾸만 떠오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솥을 휘저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모락모락 김이 나는 죽이 완성되었다.

옥령은 아궁이의 불을 끄고, 솥뚜껑으로 그 위를 덮어버렸다.

죽이 완성되었으니, 소년이 깨어날때쯤에, 불을 지펴, 데워주기만 하면 되리라

그녀는 소년의 상태를 보기위해 침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드르륵

문을 여니, 소년은 어느새 깨어 있었다.

"일어나셨군요. 소협."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놀란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말을 이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저"

소년의 반응은 본 옥령은, 무척이나 예의바른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 호감이 생겼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을 텐데, 정중히 예의를 차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특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인이나 아주머니라는 호칭 대신 소저라는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닙니다. 소협, 어찌 사람을 구하는 일에, 감사인사를 받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도, 어찌 은혜를 입고 , 금수처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소저"

"괜찮습니다. 소협, 은혜 갚을 생각보다는 나을 생각부터 하세요. 그게 저에게 은혜를 갚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젊어보이기는 하나, 생각보다 연배가 나갑니다. 소저라는 칭호보다는 이모나, 아주머니라는 호칭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농이 지나치십니다. 소저, 아무리봐도 저의 사촌 누이뻘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소년에게는 자신은 , 끽해봐야 누이 뻘로 밖에 안보였던 모양이였다.

젊어보인다는 말을 싫어할 여자가 어디있을까

소년의 반응에 옥령은 저도 모르게 살포시 미소가 그려졌다.

"정말입니다, 이래 봬도 중년의 나이입니다. 이 나이를 먹고 소저 소리를 들으니, 괜시리 부끄러워지네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고마워요. 소협"

"이모님도 절 친 조카 대하 듯이 말을 편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생명의 은인에다 저보다 연배도 높으신 분께, 존대를 들으려니 저 또한 괜시리 부끄럽습니다."

소년의 말을 들은 옥령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어쩜 이리 말도 이쁘게 한단 말인가, 소년에 대한 호감이 무럭 무럭 자라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알았단다, 내 그럼 말을 편히 하도록 하마."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님."

.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단다. , "

"하문하세요, 이모님."

"어쩌다 백화봉에서 쓰러지게 된 것이냐?"

"............."

그녀의 물음에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소년의 반응에 옥령은 괜한걸 물어봤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년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였다.

"흐극,,흑 흑"

어른스러웠던 소년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옥령은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미안하구나, 내가 잘못 했구나, 울지말거라 , 더 이상 묻지 않으마, 말하기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된단다, 사정이 무에 중요하겠느냐, 그저 편히 쉬다가거라."

옥령은 울고있는 소년을 달래기 시작하였다.

"아닙니다. 훌쩍, 이모님 때문에 훌쩍, 우는 게 아닙니다."

소년은 눈물이 흐르고 있는 눈가를 거칠게 비비고 , 훌쩍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럼 무엇때문에, 그리 구슬피 우는게냐?"

"그동안 아무도 저에게 무슨일이 있었냐며, 친절히 물어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모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고마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년은 말하면서도, 감정 정리가 안되었는지, 여전히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옥령은 눈시울을 붉혔다.

눈앞에 소년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 모르겠지만, 지금 보인 모습만으로도, 숱한 세상의 세파를 홀로 겪었음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가슴 아팠던 옥령은 , 그대로 울고 있는 소년을 꼬옥 안아주었다.

"이모님?,"

그녀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 울던 소년은 당황한 듯 되물었다.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괜찮다. 이곳은 안전하단다, 그 어떤 누구도 널 해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거라."

슬피 우는 소년의 모습에 모성애가 생겨난 , 옥령은 소년을 안아주며, 위로해주었다.

"크흑, 흐흑"

"참지말고 마음껏 울거라, 무릇 장부는 눈물을 함부로 보여선 안된다지만, 아직 어린 너는 괜찮단다."

그녀의 말이 기점이 되어 , 소년은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의 댐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그래 , 그래, 괜찮단다, 얼마나 힘들었을고."

"흐엉, 흐극 흐어어엉"

"마음껏 울거라."

소년의 그녀의 품 안겨,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하였고, 옥령은 그런 소년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울음을 멈춘 소년은 머쓱한지 , 그녀의 품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추태를 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모님 , 품 안이 너무 편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버린 것 같습니다."

그의 반응이 귀여운지, 옥령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조카처럼 대해 달라고 하지 않았더냐, 품 정도는 얼마든지 내줄 수 있으니, 괘념치 말거라."

"감사합니다. 이모님."

소년은 꾸벅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모님 ,제 이름은 장선우라고 합니다. 저는 본디 섬서에 작은 마을에 있는 장씨세가라는 무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엄하였으나, 든든하였고, 어머니는 자애롭고 현명하셨습니다. 비록 유력 세가는 아니였지만, 나름 마을의 유지로서 부족치 않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뒷 산으로 산보를 갔던 아버지께 태양초(太陽草)라고 불리우는 귀한 영초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열양초라는 말에 , 옥령은 무척이나 놀랐다. 태양초라함은 양강계열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는, 천고의 영약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엄청난 효능을 자랑하는 영초였다.

하지만 자라나는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 백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할 정도로 귀한 영초였다.

때문에 무림에 등장할때마다, 피바람을 몰고오는 물건이였다.

"아버지는 태양초를 저의 생일선물로 주시겠다며, 팔지 않고 고이 간직하셨고, 그 선택이, 저희 가문의 비극을 초래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옥령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 말에 경청하였다.

"아버지와 같이 산보를 떠났던 세가 무사가 , 술김에 태양초에 관한 것을 발설하고 만 것입니다. 그 후 수 많은 상인들과 무인들이 가문의 문을 두드렸고, 어떤 이들은 팔아달라하였고, 어떤 이들은 다짜고짜 내놓으라며, 윽박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줄 선물이라며, 찾아온 모든 이들을 돌려보내며, 고집을 굽히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날........장씨세가는 멸문하게 되었습니다."

선우는 갑작스레 목이 메었는지, 숨을 다시 고르고 말을 이었다.

"갑작스러운 습격이였습니다. 모두가 자고 있던 야심한 밤, 복면을 쓴 이들은 세가에 불을 질렀고, 식솔들을 죽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세가의 무인들도 검을 들고, 대항을 해보았지만, 한 손이 열손을 감당 못하듯 , 물 밀듯이 밀려오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말을 하던 선우가 눈시울이 다시금 붉어졌다.

"아버지는 장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보물인 갑옷을 입히고, 저에게 태양초를 꼭 쥐어주시면서 , 이것은 주인은 온전히 너이니. 누구에게도 뺏기지말라며, 말씀을 한 후 저와 어머니를 , 황급히 대피시켰습니다."

붉어졌던 선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복면인을 피해 도망다니던, 저와 어머니는 낮과 밤 가리지 않고, 쉴새 없이 도망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격을 피하기위해 대로가 아닌 산길로 이동하였고, 잠을 1시진씩만 자면서 , 수면을 최소화였습니다., 결국 백화봉 있는 섬서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젊고 무공을 익힌 저와는 달리 무공조차 익히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이런 무리한 일정은 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되었느냐"

옥령은 마른 침을 삼키고 , 선우에게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극심한 피로로 인해 열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지요.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아 푹 고아 먹이기도 했고, 체온 유지를 위해 , 모닥불을 피워올린 후, 제 옷을 벗어, 덮어드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열병은 더욱 더 심해졌고, 저는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하였지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런 당신이, 아들인 저에게 짐이 된다고 느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잠든 사이 어머니는 높은 벼랑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주르륵

선우의 비극적인 사연을 들은 옥령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이 얼마나 불쌍한 아이란 말인가

무엇보다 선우의 사연이 ,자신의 불우한 과거와 비슷하였기에, 더욱 이입이 되어 , 눈물을 쏟아내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어찌 어찌 백화봉에 도달한 저는, 모든 비극의 원흉인 태양초를 먹어 버리고, 부모님 곁으로 가자는 생각으로 태양초를 삼켰습니다. , 그후 이모님께서 절 구해주셨고 ,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

선우는 얘기를 끝마쳤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고개를 들어 옥령을 바라보았다.

옥령은 조용히 숨을 죽이며, 펑펑 울고 있었다.

선우의 슬픈 사연이 , 그녀의 마음을 저민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흐윽, 고생이 정말 많았구나."

그녀의 머릿속에서는,선우가 낫자마자 빠르게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이 큰 상처를 품고 있는 아이를 , 어찌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랴

"이리오거라."

그녀는 선우의 머리를 잡은뒤 , 가슴으로 꼬옥 끌어 안았다.

"이토록 어린 나이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풍진 세상의 풍파를 다 맞고 서있었느냐.,"

선우를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그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선우는 다시 한 번 울음을 터트리게 되었고, 그녀 또한 선우를 따라 같이 울게 되었다.

그녀의 처소는 어느새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녀 커다란 가슴에 파묻혀, 울고 있던 선우는 순간적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옥령의 몰랑몰랑한 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였다.

'나이를 먹었어도, 탱탱하구만. 흐헤헤헤'

그렇게 감촉을 즐기던 그때, 갑자기 아랫도리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하였다.

'!?!?'

선우는 당황하여, 서둘러 진정시켜 보려 하였지만, 계속해서 느껴지는 그녀의 감촉이 아랫도리를 더욱 성나게 만들었다.

'시발, 여기서 발기하면, 다 나가린데?'

지금 그녀의 가슴에 파묻힌 자세로 발기가 된다면, 그녀의 허벅지를 닿을 것이 분명하였다.

선우는 최대한 슬픈 상상을 하며, 양물을 진정시켰보았다.

하지만 이미 불이 붙은 양물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이재원을 피하기 위해서는 , 어떻게든 백화봉에 최대한 붙어있어야 할 선우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 또 조심해야 했다.

여기서 발기한다면, 수습이 안되었다.

'좆같은 새끼야, 제발 나대지마라. 부탁할게.!'

하지만 선우의 양물은, 그의 마음속 외침을 무시한 채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고, 그를 껴안고 있던, 옥령의 다리에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시발 안돼에!!!',멈춰, 멈춰!!!'

선우의 마음속에는 그의 처절한 외침만이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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