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21. 혈검향血劍香 옥령-2
혈검향(血劍香) 옥령
그녀는 본디 낙향한 한림학사의 딸로 무림인과는 거리가 먼 가정에서 자란 여인에 불과하였다.
비록 가난하였지만, 아녀자답지 않은 고등고육을 받고 자란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기품을 갖추고 있었으며, 또래 답지 않은 현명함을 갖춘 보기 드문 여인이였다.
아비는 엄하였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아껴주고 사랑했으며, 어미 또한 항상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그녀를 안아주며,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었다.
이렇듯 풍족하다고는 할 수는 없었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의 행복이 산산조각나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당시 사파의 거두로서 악명을 날리던 악정왕(惡情王) 주태가, 그녀의 어미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것이다.
주태는 고민 할새 없이 곧바로 그녀를 겁탈해버렸고, 옥령의 어미는,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옥령의 아비는 절망하였고 관아에 주태를 고발 하였지만, 관아조차 악정왕 주태에게 이렇다 할 처벌을 내리진 못하였다.
주태의 힘은 일개 현령이 감당할 정도로 수준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옥령의 아비는 포기하지 않고 지부대인에게 직접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며칠 뒤 변사체로 발견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모두 쉬쉬하였지만 정황상 악정왕 주태가 그를 죽여버린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였다.
하루아침에 사고무친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옥령은 슬픔에 잠겨, 하루도 울지 않는 날이 없었다.
엄하지만, 든든한 아버지와 한 없이 자애로웠던 아름다운 어머니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험상 궂게 생긴 사람들이 , 그녀의 집으로 쳐들어와, 빚을 갚으라며, 차용증을 들이밀기 시작하였다.
차용증에는, 죽어버린 부친이 진 노름 빚에 관한 내용과 액수가 쓰여져 있었고, 제일 하단에는 아버지의 수결이 찍혀 있었다.
평생을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아버지가 노름 빚을 졌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였기에 한눈에 가짜 차용증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힘없는 여인에 불과한 그녀가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을 감당 할 수는 방법은 없었다.
그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후 질질 끌려 강제로 기루에 팔리게 될 위기에 처했을 때 마침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던 무림인에 의해 구함을 받게 되었다.
그 무림인의 정체는 선대 검후였던 이옥선으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며, 옥령을 끌고가던 왈패들을, 전부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옥령의 사연을 들은 이옥선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거두게 되었고 , 그녀는, 일인전승 문파인 백검문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부모님의 최후를 떠올리며, 그녀는 절치부심으로 무공을 연마하였다.
그후 이십년 후
그녀는 서른이 되던 해, 무림으로 첫 출도를 하게 되었다,
첫 출도 치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나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는 세인들을 경악으로 물들게 만들었다.
그녀의 첫 행보는 절강성에 작은 마을 객잔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마을 객잔에는 , 절정 고수로 이름 났던 사파의 고수 추팔검 도균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객잔으로 , 들어온 옥령을 보고 음심을 품고 말았다.
그녀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농염하게 무르익은 몸매는 , 농염함과 동시에 현숙함이 존재하는, 독특한 분위기 자아내었고, 그 분위기에 반한 추팔검 도균은 그녀를 욕보이려 하였다.
하지만 되려 일 수에 목이 달아나게 되었다.
당시 추팔검 도균은, 악정왕 주태가 방주로 있는, 거악방이라는 거대 사파세력에 소속되어 있는 자였는데, 도균의 죽음에 분개한 주태는, 그녀를 향해, 추살령을 내렸다.
그렇게 옥령과 거악방과의 전쟁이 시작 된 것이였다.
시산혈해가 가득 찰 만큼 지독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한 번 휘둘러지기 시작한 그녀의 검은 멈출 줄 몰랐다.
수 십 , 수 백의 가까운 거악방도들을 베어낸 그녀는 , 어느새 부모의 원수인 악정왕 주태에게 다다르게 되었고, 초절정의 극의에 달한 고수였던 주태는, 그녀의 일검에 목이 달아나게 되었다.
복수를 끝마친 그녀는, 후에도 사마외도 무리들을 보이는 족족 척살하였고, 사람들은 그녀가,검을 꺼내들면 , 반드시 사마외도의 피 냄새를 풍긴다하여, 경외와 두려움을 담아 혈검향(血劍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복수행과 수 많은 협행을 남긴 그녀는 어느날 홀연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이른 그녀였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백화봉에 틀어박혀, 더욱 수련을 시작한 것이였다.
그렇게 수련에 빠져 있던 어느날
백화봉을 거닐던 옥령은 낯선 남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 많은 사마외도들에게는 ,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의 여인이였지만, 본디 심성이 곱고 다정했던 그녀는 남자를 거처로 데려가, 손수 치료하였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남자가 천무지체라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무지체는 무공이라면, 그 종류의 상관없이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알려져있는 전설적인 체질이였다.
천무지체를 타고 난 자는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이 전부 열린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무공을 익히든 극성에 다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상단전이 열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무공이든 한 번 보는 순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은 이해력을 가질 수 있었다.
중단전이 열려있는 상태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내력의 한계 또한 범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상태로 무공을 익힐 수 있었다.
거기다 원체 혈도가 튼튼하고 넓기 때문에,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축기량은 어마어마 하였기 때문에, 무공의 효율이 남들의 서너배는 더욱 유리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무공만을 위한 체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무림인들에게는 환상처럼 여겨지는 체질이였다.
수 백년 무림역사에서 천무지체가 등장한 경우는 단 두 번 뿐이였고, 그 두 명의 천무지체 소유자들은 고금제일인에 거론 될정도로 무공을 극성으로 익혀 ,이름을 날렸다.
옥령은 전설처럼 내려오는 천무지체의 실존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심 욕심이 났다.
천무지체를 타고났지만, 내공은 전혀 없었을 뿐더러, 신체또한 단련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만약 눈앞에 남자가, 백검문의 무공으로 천하제일은 물론, 고금제일로 거듭난다면, 백검문은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위업을 달성하게 되리라
그녀는 쓰러져 있는 남자를 ,내심 제자로 점찍어 둔 후 깨어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남자는 깨어났고, 자신을 이재원이라고 소개하였다.
사고무친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다, 백화봉에서 길을 잃게 되었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여 쓰러지고 말았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이재원의 사정을 들은 옥령은 안타까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은 이재원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 여겨 안타까움이 들었고, 따로 사문을 두지 않아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녀는 이재원에게 무공을 배울 것을 권유하였고, 이재원은 혼쾌히 허락한 후, 그녀에게 구배지례를 올리게 되었다.
그렇게 사제관계를 맺게 된 그들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재원은 과연 천무지체 답게 , 옥령의 가르침을 물 먹은 솜처럼 흡수하기 시작하였고, 사제 관계를 맺게 된지, 반 년만에,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옥령은 이재원의 빠른 성취에 감탄하였고, 더욱 이재원을 아끼며, 보살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옥령에게 음심을 품고 있던 이재원이 일을 벌이게 된 것이였다.
평소 옥령의 우아한 외모와 농염한 몸매를 ,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던 이재원은, 그녀를 산공독으로 중독시키기에 이르렀다.
물론 화경에 이른 옥령이라면 , 산공독 따윈 눈치 챈 순간, 곧바로 내력으로 태워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요악스럽고 치밀했던 이재원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위해, 한 번에 중독시키기 보단, 천천히 산공독의 재료들을 며칠에 나눠서 복용시켰고, 그 결과 그녀는 일시적으로 내공을 잃게 되었다.
아무리 화경의 고수라지만, 내공을 잃어버린 옥령은 , 초절정에 이른 고수인 이재원 앞에 연약한 여자에 불과하였다.
30년 동안 지켜 온 그녀의 청백지신은, 이재원의 음험한 계획에 의해 침범당하게 되었고, 처녀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재원은 그 후에도 주기적으로 그녀에게 산공독을 중독시켜, 혹시모를 사태를 방지하였고, 그녀를 끝도 없이 강간하기 시작했다.
이재원의 성행위에는 옥령이라는 여인에 대한 애정과 배려 따윈 전혀 없었다.
그저 넣고, 빼고, 싸고를 반복할 뿐
그저 짐승처럼 그녀를 범하였고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듯이 그녀를 대하였다.
그렇게 혈검향 옥령은 이재원이 화경에 오를 때까지, 그의 성욕 배출구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옥령은 믿었던 제자의 배신과 고이 지켜 온 청백지신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그녀는 분노보단 절망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하여, 동질감을 느껴, 더욱 잘해주고, 애정을 담아 대해 것만, 이재원은 그런 은혜를 짐승만도 못한 행위로 갚아버린 것이였다.
이재원이 처음 그녀를 범하였을 때, 내심 그녀는 이재원과 혼인까지 생각하였다.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였으면,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착각이였다.
그는 옥령에게 사랑을 속삭이지도 않았고, 다정하게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저 짐승처럼 성욕을 배출 할뿐이였다.
이재원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뿐더러, 그저 성욕을 배출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보지 않았던 것이였다.
그렇게 이재원의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는 ,그거 화경에 이를 때까지 계속 되었고, 그녀는 몸과 정신이 모두 피폐해질 때까지 시달리게 되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이재원은 , 그녀를 버려두고 백화봉을 떠났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훗날 그가 선옹의 무공을 익혀 ,천마대제의 음모를 막고, 무림을 구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러 찾아올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재원은 그 후에도 그는 찾아오지 않았고, 그녀의 마음에 상처는,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가 수 많은 여인들과 혼인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강제적인 관계긴 하였지만, 자신의 청백지신을 가져간 남자가 아니던가
혹여 자신을 불러주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잠깐 하였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이재원은 그녀 따위는 잊어버린 듯이, 평생을 찾아오지 않게 되었고, 혈검향(血劍香) 옥령의 마음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었다.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 옥령은, 백화봉에서 두문분출하며, 평생을 무림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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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령은 백화봉 근처를 산보하고 있었다.
그녀는 백화봉 근처를 산보를 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였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녹빛으로 빛나는 나무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그녀를 감싸는 시간동안만은 , 그동안의 아픔을 잠시나마 희석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박 자박
천천히 산길을 걷던 그녀의 눈앞에, 저 멀리서 무언가 검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여기는 인적이 드문 곳인데, 뭐지?'
그녀가 살고있는 백화봉은 산적도, 화전민도 없는 곳이였기에,궁금증이 일어났다.
탁 탁
그녀는 신법을 발휘하여, 단숨에 그곳으로 달려갔고, 이내 물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달려간 곳에는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소년이 쓰러져 있었다.
나이는 대략 16,17세 정도 되었을까
여기저기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에 애처로움이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였다.
그녀는 누워있는 소년에게 다가간 후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내 당황하게 되었다.
소년의 몸은 불덩이만큼 뜨거웠고, 맥박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해'
이는 양강 지기를 품고 있는 영초를, 잘못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였다.
만약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소년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녀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소년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음한지기를 품고 있는 약초가 필요하였다.
하지만 그 약초는 그녀의 거처에 있었기에, 소년을 치료하려면 ,필연적으로 그를 데리고 가야만 했다.
그렇기에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이재원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후 사람이 두려워진 그녀였다.
선뜻 소년을 거처에 데려가기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그렇다고 이대로 목숨이 위급한 소년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마음 또한 들었기에, 상반된 두 마음이 내적 갈등을 하기 시작하였다.
"헉..헉..헉.."
그때 소년의 거침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소리를 들은 옥령의 내적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대로 가다간 소년이 죽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럴 순 없어..."
이내 결심을 마친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협, 조금만 참으세요."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 소년을 달래고, 그대로 들어올린 뒤, 등 뒤로 보내어 업었다.
그리고 신법을 발휘하여, 백화봉을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탁 탁 탁
옥령의 등에 업힌 소년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