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15. 공동을 털다-1
천무맹 비밀 은신처 안
굵은 검미와 오똑한 코 , 그리고 다부진 입술 가진 남자가, 가부좌를 트고, 운기조식에 하고 있었다.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 기운들이 눈에 보일정도로 선명하게 일렁이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머리위로 세 개의 꽃봉우리가 피어나며, 기의 파동은 더욱 거세졌다.
휘이이이익
번쩍
이내 정광어린 남자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크하하하하하 드디어 삼화취정에 이르렀다.!"
눈을 뜬 남자는 환한 표정으로 호탕한 웃음 터트렸다.
남자의 이름은 선우, 장삼이라는 떡협지 속에 있는 맥거핀에 빙의한 독자였다.
잘 살다가 갑작스레 소설 속에 떨어진 것도 서러운데 빙의하자마자 한참 어린 계집한테 처맞고 살인죄로 누명을 쓰고 쫓기는 몸이 되었다.
다행히 소설 속에 남아있는 일회용 설정이였던, 무림맹 지하 은신처로 피신하여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희대의 색마이자 절대고수였던 음양마의 무공과 영약을 흡수하여, 초절정 경지를 이를 수 있었다.
초절정에 이른 선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을 회복시키는 일이였다.
사실 넘치는 내력을 해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박했던 것이기에 혈도와 단전이 많이 상했던 탓이였다.
선우는 몸을 쓰는 일은 최대한 피하면서, 얌전히 운기조식만 이어가며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얌전히 정양을 하였다.
그리고 한달째가 되던 날 선우는 비로소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몸이 회복 되자마자, 선우는 초절정에 이른 경지에 익숙해지기 위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한달의 시간동안 정양하면서 머리속으로만 그려왔던 초식의 궤적과 몸의 움직임을 그대로 실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상 수련이 어느정도 도움이 됬는지, 선우는 차츰차츰 초절정 고수로서의 구색을 어느정도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회복된지 두달이 흐른 시점에, 운기조식을 할때 머리위에 세 개의 꽃봉우리가 피어오르는 삼화취정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삼화취정이라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초절정 고수로서 완연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는 이제 갓 초절정에 오른 선우에게는 말도안되는 성취였지만, 신공절학인 음양조화신공과 장삼의 뛰어난 오성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이제 밖으로 나가서도 엥간한 고수들은 명함도 못내미리라.
20대 중반의 젊은나이에 한 문파를 대표하는 장로들과 같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선우는 희희낙락하며 검을 잡았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대로 생각이 나는대로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음양조화신공은 초식을 초월한 무공이였기에, 별다른 초식이 없었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휘두르면 그것이 곧 초식이 되었다.
초식이 자유로워졌기에 마음 가는대로 휘두른 모든 것이 초식이였고 모든 것이 보법이였다.
그렇기에 입문자가 검을 쓰는 자인든 도를 쓰는 자이든 창을 쓰는 자이든 , 상관없이 입문 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었다.
축기도 느려터지고, 손이 부르틀정도로 초식 수련만 강요하며, 오로지 검수만이 입문할 수있는 선옹의 무공과는 극명히 대비 되는 무공이였다.
한바탕 검무를 추고 난 후 선우는 몸을 잔뜩 적시고 있는 땀을 내력으로 기화시켜버렸다.
온몸에 수증기가 일어나며 몸에 송골송골 맺혀져있던 땀들이 기체가 되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귀찮기 하였지만, 씻을 만한 곳이 없었기에, 생각해낸 방법이였다.
중원인들은 씻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비밀 은신처에 욕탕 하나 안 만들어놨었다.
명색히 몇달을 숨어지내야하는 은신처에 씻을 장소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씻지를 못하면, 역병이 돌거나, 썩은 내가 진동할터인데,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을 안한 듯하였다.
이는 세세한 설정까지 생각지 못한 작가의 역량 문제였다.
땀을 대충 날려버리고, 선우는 비급이 있는 서고쪽으로 이동하였다.
혈도와 단전이 상하여 운기조식만 하며 요양하는 동안 선우는 무료함을 달래기위해 세 번째 토굴에 있는 서고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었다.
서고 안에는 수 많은 무공 있었고 무공을 읽는 것은 심심함을 달래기에는 썩 괜찮은 행동이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쓸만한 무공 몇 가지를 발견해낼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무형잠영술
무형잠영술은 그림자 속에 몸을 잠기게 하여, 은신하는 잠행술의 일종으로 과거 50년 전 무당의 장문인을 흔적도 없이 없이, 암살하여 무흔살이라고 불렸던 남자가 쓰던 기술이였다.
당시 무당은 구파의 수장으로서 상당한 성세를 구가하고 있었는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황실 측에서는 암살자를 하나 파견하였다.
관과 무림이 불가침이라지만, 무림의 세력이 너무 커져버리길 원치 않았던 황제의 결정이였다.
그 암살자는 무당산에 홀로 침입하여 화경에 이르렀던 무당의 장문인을 암살하는데 성공하였고, 흔적도 없이 암살에 성공한 그의 명성은 온 무림에 퍼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무흔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무림의 정신적 지주에 가까웠던 장문인의 암살에 무림 세력들은 너도나도 들고 일어났고 황제에게 반발하게 되었다.
이에 지레 겁을 먹은 황제는 장문인을 암살한 무흔살을 무림맹에 넘기고 사과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만약 황제가 무흔살을 넘기지 않았더라면, 영구미제사건으로 기록되었을 정도로, 무형잠영술의 위력은 어마어마 하였다.
화경에 다다른 고수도 알아채지 못할정도의 은밀한 잠행술인 것이다.
선우는 매일 무형잠행술을 훑어보며, 열심히 익혔고, 무흔살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성취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 다음 선우가 찾은 무공은 풍진보라는 신법으로 과거 비천호리라고 불리었던 도둑이 사용하던 신법이였다.
도둑질이나, 무공 실력은 그저 그랬지만, 기가막힌 신법으로 언제나 위기를 탈출하던 대도였다.
일례로 취팔선보를 극한으로 익힌 개방의 장로를 천리를 달린 끝에, 따돌린 일화는 아직도 구파에서 유명한 일화이다.
개방의 장로를 따돌린 뒤 더욱 유명해진 비천호리는 자만심이 차버렸고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지르게 되었다.
당시 무림맹주에게는 미색이 고운 딸이 있었는데 그녀를 보쌈하기위해 무림맹으로 몰래 잠입한 것이였다.
하지만 비천호리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무림맹주의 딸 주소양이 미래의 여중제일인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무공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도망치는 실력은 천하제일이였지만 무공은 빈약했던 그는 주소양에게 단번에 제압 당하게 되었고, 갖은 고문으로 자신의 독문신법이였던 풍진을 내놓게 되었다.
비천호리는 간신히 목숨을 구함받았지만, 천검후에 의해 거세당하여, 쓸쓸한 말년을 보내며 죽어갔다.
그렇게 천하가 좁다면 날뛰고 다니던 비천호리는 자만심에 의해 쓸쓸한 최후를 맞게된 것이다.
그런 비천호리의 무공을 서고에서 찾아낸게 된 것이였다.
"이야, 여기는 무슨 없는게 없네."
선우는 무척이나 감탄하였다.
분명 소설에서 하나 하나 묘사하기 귀찮았는지 대부분의 무공들이 가득 차있다고 대충 뭉뚱그려 묘사했던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서적들을 자랑하였다.
작가가 귀찮아서 대충 쓴 설정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무형잠영술과 풍진보 모두, 쫓기는 상황에 처한 선우에게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무공들이였다.
거기다 더욱 호재인 것은 음양조화신공의 특성상 어떠한 무공이든 겸업으로 익힐 수 있을정도의 유용성을 갖추고 있기에,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보통의 경우, 특정 무공의 기술만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였다.
왜냐하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기본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형잠영술 같은 경우 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무흔살이 익혔던 흑월공이라는 심법을 익혀야 했다.
흑월공의 경우 암살자들이 주로 익히는 내공심법으로, 특성상 빠르고 ,은밀하며, 순간적인 힘을 내는데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심법이였다.
흑월공은, 만약 익히지 않는 상태에서 은형잠영술을 익혔다간, 자칫 주화입마에 걸릴정도로 중요한 기반이였다.
하지만 때에 따라, 기의 성질을 변환할 수 있는 음양조화신공은 이런 제한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시전자가 원할 때, 음양조화기를 흑월공과 같은 성질로 변환하여, 은형잠영술을 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주인공인 이재원이 익힌 선옹의 무공을 뛰어넘을 정도의 개사기급 능력이였다.
선옹의 무공은 자연기와 거의 흡사한 성질때문에, 정파의 어떠한 무공도 익힐 수 있을 정도의 유용성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이재원은, 소림의 역근세수경, 무당의 십단금, 곤륜의 운룡대팔식 등 구파의 대표 무공들을 꺼리낌없이 익힐 수 있었고, 사용할 수 있던 것이였다.
하지만 이 음양조화신공은 그 사기성이 더욱 컸다.
이재원이 비슷하게 흉내만 내는 것이라면, 선우는 아예 무공자체를 구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정파 무공으로 한정으로 흉내낼 수있는 이재원과 달리 선우에게는 무공 종류의 제한이 없었다. 원하는 무공이라면 정공이든 사공이든 마공이든 무엇이든지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기성 덕분에, 선우는 서고 내에서 쓸만한 기술들을 별 어려움없이 습득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익힌 무공은 저 멀리 천축에서 건너왔다던 축융공이였다.
축융공은 근육, 피부, 뼈 심지어 혈류량까지 모든 신체 부위의 유연성을 극한으로 늘려,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무공이였다.
극한으로 익히게 된다면 손을 거대하게 만든다던가 키를 늘린다던가 손을 늘린다던가 등 말도 안 될 정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비한 무공이였다.
선우는 축융공에 수록 된 기술 중 얼굴의 골격과 모양을 원하는대로 주물러 일정시간동안 얼굴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기술에 주목하였다.
과거에 천면색마라고 불리우던 유명한 색마가 있었다.
무림인, 민간인 할 것도 없이 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고, 무림맹은 추격대를 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천면색마는 그런 무림맹의 행보를 비웃듯이 오히려 추격대를 전멸시키고 유유히 빠져나가기 일쑤였다.
보잘 것없는 무공을 지닌 그였지만, 축융공을 이용하여 추격대에 숨어들어 추격자들을 하나 둘 씩 암살했기에 자신 보다 강한 이들로 구성된 추격자들을 전멸 시킬 수 가 있었던 것이다.
무림맹조차 잡지 못한 천면색마는 더욱 더 많은 아녀자들을 강간하며 악명을 떨쳤고,
수 많은 딸자식 가진 부모들과 무림의 여협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비천호리가 거세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천면색마는, 그를 한 껏 비웃었다.
그와 동시에 호기심이 들었다.
얼마나 미색이 아름답길래, 신중하기로 소문난 비천호리가 참지 못하고 무림맹의 담을 넘었을까?
결국 천면색마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주소양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한 그는 비천호리와 마찬가지로 무림맹의 담을 넘어버린 것이다.
담을 넘은 천면색마는 축용공으로, 시비로 변장하여, 그녀에게 접근을 하였다.
가까이 접근한 뒤 방심한 틈에 타, 마혈을 짚어버릴 생각이였다.
천면색마는 주소양이 방심 한 틈에 기습적으로 마혈을 짚어버렸고, 그녀를 따먹기위해, 옷을 술술 벗겼다.
하지만 천면색마가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재원의 등장이였다.
천면색마는 그녀에게 삽입하기 바로 직전에 , 난입한 이재원에게 목이 달아나고 만 것이다.
당시 이재원은 신진고수로서 무림맹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주소양에게 반하여, 따먹기 위해 담을 넘어선 것이였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 발 먼저 앞선 천면색마를 발견하고, 옳다구나하며, 목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후 주소양은 자신의 순결을 지켜준 이재원에게 호감을 품게 되었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둘은 혼인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무림맹조차 농락하며, 수 많은 처녀들을 희롱하던 천면색마는 그렇게 이재원에게 좋은 일을 해주고,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긴 했지만, 그의 축융공은 천무맹이 있기 전, 최고의 성세를 구가하던 무림맹을 농락할 정도로 , 획기적인 무공이였기에, 선우는 축융공을 익힐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요양기간동안 이론적인 공부를 마친 후 두 달간 몸으로 직접 시전한 결과
선우는 그들만큼 숙련된 상태는 아니지만 흉내정도는 낼 정도의 성취를 이루게 되었다.
서고에 들어간 선우는 무형잠영술과 풍진보, 그리고 축융공이라고 적힌 비급들을 꺼내들었다.
화르륵
그리고 삼매진화를 일으켜 , 세 비급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괜시리 긁어부스럼으로 냅뒀다가 나중에 파훼당하는 것은 사양이였다.
거기가 만약 누군가 익힌다면 무척이나 귀찮을 것 같았기에, 미연에 방지하고자 없애버렸다.
어차피 비급서의 내용은,전부 머릿속에 있었기에, 꺼리낌없이 불태울 수 있었다.
할일은 마친 선우는 그대로 토굴 밖으로 나와 공동으로 들어섰다.
털썩
그리고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버렸다.
그리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겼다.
슬 슬 은신처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은신처에서 조용히 수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미 초절정에 이른 무공이 이제 완연한 경지까지 올랐으며, 혼자서 수련하는 것도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도합 반년이나 지났것만 스승인 이재원은 그가 숨어있는 은신처로 올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이러다간 평생을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천무맹에서 대놓고 사라졌는데, 은신처를 유추 못한다는 것은 까먹었거나, 찾을 생각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이리라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재원이 자신을 찾지 못한다면, 여기 죽치고 앉아 있을 이유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따뜻하고 안락한 집으로 말이다.
자신은 현실이 고난하고 각박했던 이재원과는 다르다.
나름 직장도 있고, 돈을 엄청나게 버는 것은 아니지만 한달에 2번 정도는 소고기로 배를 채울 정도의 사치를 부릴 수도 있었으며, 과묵하지만 듬직한 아버지와 잔소리는 심하지만 아껴주시는 어머니가 있었다.
안락하고 따뜻한 침대위에 누워 스마트폰도 엄청하고 싶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도 엄청 하고 싶었다.
이 소설 속에 살던 장삼이야 무공 성취로 덧 없는 행복감을 느끼겠지만, 현대인인 선우 입장에서는 한 없이 부족하였다.
무공을 강해지면, 어떻다는 말인가
행복하지가 않는데
훌쩍
너무 오랫동안 갇혀있었더니 향수병이 생긴 것 같았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어쨌든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대로 천년만년 은신처에 숨어지낼 수는 없었다.
선우는 살짝 맺힌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흥, 쪽팔리게"
콧물까지 질질 흘렸던 모양이였다.
코까지 완벽하게 먹은 선우는 무기고로 향하였다.
지금은 마냥 하염없이 기다릴때가 아닌 행동을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