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11. 기연을 얻다-3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선우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마냥 음양마의 비급 끝없이 탐독하였다.
장삼은 천무맹주 이재원의 제자로서 엄청난 열등감을 느끼며 자라왔다.
천하제일인의 제자면서, 고작 절정의 경지밖에 이르지 못한 그를 , 사람들은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태한 녀석이라며, 운이 좋아 제가된 열등한 녀석이라고 비난하였고, 이재원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방치 할 뿐이였다.
소리 쳐 말하고 싶었다.
선옹의 무공은 깨달음의 미학이기 때문에, 쉽게 성취를 이룩하기 힘든 무공이라고, 평생을 고련해도 깨달음 얻을까 말까한 이 무공으로, 절정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그런 장삼의 노력을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손에 뼈가 보일정도로 검을 휘둘렀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길정도로 좌선을 하며, 깨달음 탐구하였다.
그리고 20대 중반에, 드디어 절정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그를 원색적으로 비난할뿐, 어느 누구도 하나 칭찬하는 이는 없었다.
선옹의 무공은 1인 전승이였기에, 대제자인 장삼만 익혔는데, 이것이 장삼에 대한 질투와 비난을 불러왔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익히고도, 성취를 이루지 못한 아둔한 녀석.
호부견자가 따로 없는 멍청한 녀석.
이 모든게 장삼을 칭하는 말들이였다.
이재원의 자식들이나 다른 사형제들은 타 무공을 익히며, 승승장구해나갔지만, 선옹의 무공을 익힌 장삼은 언제나 모멸을 시선을 받을 뿐이였다.
장삼은 선우와 동화되기 전 만해도 , 모든 것이 자신의 재능 부족과 노력 부족이라 여기며, 더욱 노력하였다.
그런데 선우와 동화가 되어, 이세계의 진실들을 모두 알게 되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절대무신 이재원은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는 어떠한 노력도 해본적 없고, 그저 쉽고, 편리하게 강해졌을 뿐인 것이다.
평생을 스승에대한 열등감때문에, 죽도록 노력하던 장삼에게 , 어떠한 노력도 없이, 쉽고 편리하게 강해진 이재원은 더이상 그가 존경하던 스승이 아니였다.
열등감을 품게 만드는 존재는 더더욱 아니였다.
이제 장삼에게, 그는 남의 노력을 발판 삼아 성취를 이뤄낸 반쪽짜리 무인에 불과하였다.
머릿속에 품고있던 의문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재원은 장삼이 또래보다 느린 성취에 고민하던 그때도, 수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 받은 그때도 , 그저 침묵하며, 방관할 뿐이였다.
그냥 몰라서 그런거였다.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선옹의 무공이 성취가 느린 무공인지
지가 노력해서 익힌게 아니니까
무엇 하나 알지 못하여, 그저 방관하던 것 뿐이였다.
그런 그에게 ,비록 비급에 달린 주석에 불과했지만, 음양마라는 친절한 스승이 생기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였다.
성취에 대한 끝없는 갈망을 가졌던 장삼에게, 음양마의 무공은, 마치 원래 익혔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무공을 익혔을 경우, 다른 종류의 무공을 동시에 익히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였다.
대부분의 무공들은 독자적으로 품고 있은 기운이 제각각 다르며, 타 기운을 배척하는 성질을 품고있기 때문에, 타 기운이 유입되면 즉각적으로 반발력이 일어나, 주화입마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정순한 정파의 무공이라 하더라도, 타 무공을 쉽게 익힐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음양마가 개정하여 만든, 음양조화신공의 경우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킬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에 무공을 익히고 상태에서 음양조화신공을 익힐 경우, 반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 기존의 무공과 비슷한 성질로 개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섞여들어가다, 음양조화신공의 힘이, 기존 무공이 지닌 힘을 넘어섰을 때 , 단번에 잡아먹은 후 음양조화신공의 기운으로 바꿔버린다.
음양조화신공은 선옹의 무공과 비슷한 성질로 변하여, 선우의 몸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특히 선옹의 무공은 느린 성취대신 정순함에 있어서는 천하에서 손꼽히는 무공이였기에, 음양조화신공이 더욱 잘 녹아 들 수 있었다.
몸을 관조해보니, 예상처럼 어떠한 반발력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충만함이 가득 찬 느낌을 받았다.
선우는 무척이나 만족하였다.
음양마의 무공을 익힌지 석 달 여 밖에 되지 않았것만, 음양조화신공의 도움으로 선우는 절정의 끝자락에 내딛을 수 있었다.
물론 각 문파의 비전 비급을 탐독하여, 깨달음을 참고하긴 하였지만, 단기간에 성취를 이룬 것은 음양조화신공의 도움이 컸던 것이 분명하였다.
기존에 옅게 빛나던 검기는, 한 눈에 알아볼정도로 푸르스름하고 선명하게 빛났고, 자연스러운 내력의 수발 또한 가능하였다.
공동 안은 워낙 넓어 검을 휘두르며, 초식을 연마하는데, 무리가 없었으며, 날로 무공이 발전하고 있었다 또한 맛대가리는 없었지만 3년을 버틸 수 있는 식량도 확보한 상황이였기에, 걱정할만 한 건덕지가 전혀 없었다.
.
장삼과 동화되서 그런지 간간히 평생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선우는 또한 장삼만큼은 아니지만, 토굴생활에서 나름의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무공이 강해질만큼 이 소설 속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선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째도 안전, 둘 째도 안전, 셋 째도 안전이였기에, 안전이 확보된 이 상황이 무척이나 흡족하였다.
초식 수련을 마친,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기해보았다.
석 달여 동안 더욱 안정된 것인지, 선옹의 무공과 구분이 안될정도의 정순함을 자랑하였다.
"좋았어!"
드디어 영약을 섭취할 기회가 온 것이다.
음양조화신공을 확인한 선우는 그길로 곧바로 세 번째 토굴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백년하수호와 공청석유가 들어있는 두 개의 목갑을 꺼내어, 공동으로 가지고 나왔다.
영약이 든 목갑을 ,바닥에 내려놓은 선우는 제일 먼저 백년하수오가 담긴 목갑을 열었다.
과연 백년 묵은 녀석 답게, 청량함과 짙은 흙향이 ,그의 코를 간질였다.
콰득
우적 우적
백년하수오를 집어 든 선우는 , 그대로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하수오 특유의 쓴맛과 흙내가 그대로 올라와, 역했지만 무시하고 더욱 과감히 씹어먹었다.
콰득
우적 우적
뿌리까지 전부 씹어먹은 선우는 , 그대로 자리에 앉아 , 운기조식을 행하였다.
그리고 몸속으로 들어간 백년하수오의 기운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제련되지 않은 영초의 경우 , 고삐 풀린 망아지와도 같아 기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 멋모르고 그냥 섭취할 경우, 상당량의 기운을 생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고,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문파나 세가에서 영초를 입수하면, 흡수하기 편한 단약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였다.
대표적으로 소림의 대환단이나 소환단이 그러하였고, 화산의 자소단, 무당의 태청단 등 또한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 단약들이였다.
하지만 연단술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선우는 그저 깡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그가 익힌 , 선옹의 무공과 음양조화신공의 경우 , 정순함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 무공이였기에, 적어도 주화입마에 걸릴걱정은 거의 없다는 점이였다.
또한 변환이 자유로운 음양조화신공이라면, 약재가 담긴 기운을 손실없이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리라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의 운기를 이어갔다.
백년하수오에서 나온 기운이 , 온몸을 돌며 요동치고 있었다.
선우는 그 기운이 있는 곳으로 음양조화신공을 보내어, 꽉 잡아버렸다.
뱀을 앞에둔 쥐에 심정이 이러할까
선옹의 무공과 하나가 된 음양조화신공은 거대한 몸을 부풀리며, 그대로 백년하수오의 기운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백년하수오의 기운과 음양조화신공이 엎지락뒤치락하는 동안 선우의 혈도는 엄청난 부하를 받게 되었다.
'끄으으으윽 아아아아악'
보통 영약 섭취시 ,일정량의 기운을 흡수한 후 나머지 기운들을 자연으로 방출하여 , 내보내 버리기 때문에, 이정도로 고통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백년하수오 정도로 급이 낮은 영약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이 욕심 많은 음양조화신공은, 한톨도 내보지않겠다는 일념으로, 백년하수오의 기운들을 꽉 붙들고 있어, 선우는 계속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아아악 좀 놔라!!!'
하지만 여전히 음양조화신공과 백년하수오의 기운은 여전히 엎지락 뒤치락을 반복하며, 힘싸움을 이어나갔고, 선우에게는 더한 고통으로 찾아왔다.
'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이였다.
몸을 돌고 돌며, 힘싸움을 하던 두 기운이 서로 하나가 되었다.
하나 되어 엄청난 기운을 갖게 된 음양조화신공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더욱 몸부림치며, 혈도를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백년하수오의 힘을 온전히 흡수하여, 1갑자 반의 이르는 힘을 얻게 된 것이 주요한 원인이였다.
기존에 있던 공력까지 합쳐서 3갑자의 내력을 갖게된 선우의 몸은, 갑작스러운 힘의 성장을 감당을 하지 못하였다.
혈도가 찢어지고, 하단전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시발, 좆됐다!'
위기감을 느낀 선우는 그대로, 그 기운들을 최대한 순환시켜 버텨보려고 했지만, 순환만으로 해소하기엔 너무나 많은 양의 내력이였다.
단전과 혈도라는 것을 넓히기 위해서는 적응기간을 갖고, 천천히 넓혀가야 것만 , 음양조화신공의 아귀같은 욕심때문에,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고 만 것이였다.
'시이이이이발!!!!!'
혈도가 찢어지는 아픔과 단전에 부숴지는 고통에, 욕짓거리가 올라왔지만, 마땅히 해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러다간 혈도가 터져 , 죽거나, 불구가 되어 영영 무공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 뻔하였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선우는 몸에 흐르는 거대한 기운들을 임맥과 독맥이 있는 곳으로 보내었다.
솔직히 이것은 도박수에 가까웠다.
선우가 절정의 끝자락에 다달하긴 하였지만, 아직 임독양맥을 뚫기에는 깨달음이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임독양맥 타통은 내력에 대한 섬세한 수발을 통해 ,조심스럽게 뚫어야할 정도로 위험하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임독양맥을 뚫어 , 중단전을 열지 못하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3갑자의 거대한 내공이 제일 먼저 임맥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들어 , 맥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닿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선우는 포기하지않았다.
'시이이이이발!!!!!!!!!'
욕밖에 안나오는 짓거리였지만, 악으로 버티고 또 버티었다.
그리고
펑
임맥이 뚫려버렸다.
임맥을 뚫어버리자, 내공이 좀더 원할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였다.
임맥을 뚫는 것만으로 3갑자에 가까운 내력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선우는 다시 한번 기운을 모아, 이번에는 독맥으로 향하였다.
독맥을 두드리자 , 임맥을 두드렸을 때보다 더한 고통이 몰려왔다.
'크아아아아악, 시이발아아아아'
눈이 돌아갈정도의 고통에 선우는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게 되었다.
찢어지는 혈도와 금이가는 단전에 의한 고통과 임맥을 뚫은 후 발생한 후 폭풍 , 거기다 독맥 뚫는 고통이 합쳐져,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냥,죽을까?'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그때, 갑자기 자신을 여기로 보낸 작가에 대한 분노가 올라왔다.
'작가 이시발 새끼, 너만 아니였어도 잘먹고 잘살았는데!!!!!!'
분노의 반응하 듯 , 선우의 내공이 그 힘을 더해가며 독맥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이대론 못 죽어!, 억울해서 못 죽는다고, 난 살거야 , 살아서 작가새끼 배에다 칼빵을 꽂고 집으로 돌아갈거야!'
독맥을 두드리던 힘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쾅!!!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독맥이 뚫리게 되었다.
임독양맥이 타통되자, 중단전이 열리면서, 선우를 괴롭히던 내력은 하단전과 중단전에 조용히 안착하게 되었고, 찢어지던 혈도와 금이 가던 단전은 그 움직임을 멈추게 되었다.
"시발.....해냈다."
그리고 선우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선우는 천천히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눈을 뜬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전신을 휘감고 있는 충만한 내력이였다.
힘이 넘치다 못해 흘러넘침이 느껴졌으며,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르고 싶은 마음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선우는 가부좌를 취한 후 몸속의 내력들을 관조해보았다.
몸속에는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중단전이 열렸고, 금이 갔던 하단전은 천천히 회복되고 있는 듯하였다.
혈도 또한 더욱 넓어져 , 전에 흐르던 내력이 시냇물이였다면, 지금은 마치 강물처럼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는가
선우는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버린 것이였다.
흥에 취한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취를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선우는 검을 쥐고 , 휘두르면서 , 신명나게 검무를 추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가는대로, 초식따윈 얽매이지 않고, 그저 느끼고, 생각나는대로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검무였지만, 검의 날부분에 푸른 빛이 맺히더니, 그 빛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검 날 부분에 맺혔던 푸른 빛이 선명하다 못해, 불타정도로 거센 기운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거센 기의 파동을 느낀 탓일까 ,어느새 검무를 멈춘 선우는시선을 올려 검에 맺힌 기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천천히 입을 떼었다.
"........검강劍罡"
그렇다
선우는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