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10. 기연을 얻다-2
음양마 이호선
본디 태어날 때부터 음양인으로 태어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저주받은 아이라며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만 받고 자라도 모자랄 판국에, 경멸과 비난만을 듣고 자란 이호선이 감정표현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미건조한 아이로 자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다.
하늘의 저주를 받았다며, 마을 사람들의 멸시를 받는 이호선이였지만, 그의 부모는, 그를 여느 아이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껴주고 사랑으로 보듬아주었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이호선은 감정을 좀처럼 표현하는 일은 드물었지만, 적어도 부모의 애정을 듬뿍 받은 덕에, 외롭지 않은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기전까지는 말이다.
어느날, 마을에 역병이 돌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가족과 친지들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분노하였고, 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하였다.
음양인으로 태어난 이호선은 그들의 표적이 되었다.
마을에 돈 역병의 원인이 이호선의 저주받은 신체때문이라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집으로 쳐들어가, 그의 부모를 무참히 죽여버렸다.
그의 아비는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매타작하여, 맞아 죽었고 미색이 뛰어났던 그의 어미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간살당하였다.
다행히 다락방에 숨어있었던 이호선은 화를 면하였지만, 아비가 야만스럽게 맞아죽는 모습과 어미가 수 많은 남정네들에게 둘러싸여, 강간 당한 뒤, 목이 졸려 죽는 모습을, 다락방 틈새 사이로 생생히 보게 되었다.
사랑해마지 않는 부모가 무참히 살해당하는 장면을 직접 본 이호선은 피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증오하였고, 인간을 증오하게 되었다.
복수를 다짐한 그는, 마교가 있는 십만대산으로 향하였고, 당시 마교의 장로였던 음양쌍마의 공동전인이 될 수 있었다.
음양쌍마 중 음마는 채양보음술의 달인으로 음한기공인 음풍신월공의 계승자였는데, 그녀에게 정혈을 빨린 무인 숫자만, 네 자리수는 훌쩍 넘어가는 요녀 중에 요녀였고, 양마는 채음보양술의 달인으로 열양기공인 열풍신양공의 계승자였는데, 그 또한 수 많은 여협들을 능욕하고 정혈을 빨아들여 어마어마한 내공을 소유한 색마였다.
이처럼 상이하게 다른 두 무공을 갖춘 마인들이였지만, 음양문이라는 같은 뿌리를 두었기에, 세인들은 그들을 한데 묶어 음양쌍마라고 불렀다.
둘다 극마의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였지만, 무공의 한계로, 탈마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에, 항상 안타까워하였는데 ,그러던 찰나 등장한 것이 음양인 이호선이였다.
음양쌍마는 이호선이라면, 그들이 염원하던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탈마의 경지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를 공동전인으로 삼게 되었다.
이호선은 음양인이라는 신체적 특성 덕분에, 음풍신월공과 열풍신양공을 동시에 익힐 수 있었고, 복수심에 불타는 독기는 그의 성취를 날로 발전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가(魔家) 출신도 아니면서, 극마에 이른 최초의 마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절대지경에 이른 이호선이 가장 먼저 한일은, 자신의 스승이었던 음양쌍마를 죽이는 일이였다.
음양문 최초의 공동전인이라면, 이호선을 자식처럼 옥이야 금이야 키운 음양쌍마였지만, 인간성이 상실한 이호선의 입장에서는, 음양쌍마는 그저 몸에 좋은 영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다.
음마는 이호선에 의해 채음보양 당하여, 갖고 있던 모든 음한지기를 빨려, 목내이가 되어 죽어버렸고, 양마 또한 그에게 채양보음 당하여, 갖고 있던 모든 열양지기를 빨려, 마찬가지로 목내이가 되어 죽어버렸다.
이는 이호선이 남자의 성기와 여자의 성기를 동시에 갖춘 음양인이였기에, 가능한 패륜이였다.
수 많은 협객들과 여협들을 농락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요녀와 색마의 최후치고는, 무척이나 허무하였지만, 그들은 그렇게 아끼던 제자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호선은 음양쌍마를 잡아먹은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수 많은 마인들을 잡아먹기 시작하였다.
절대지경에 오른 경지와 스승이였던, 음양쌍마를 잡아먹고 얻은 어마어마한 내력에 대항할 만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결국 그는 당시 마교의 교주였던 광천마에게 덜미를 잡히기 전까지, 수 백의 마인들을 잡아먹었고, 광천마의 분노를 사게 되었다.
아무리 극마라고 불리우는, 절대지경의 무공 실력과 무한에 가까운 내공을 가졌던 이호선이였지만, 극마를 넘어서 탈마에 경지에 이른 광천마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고, 그는 주저없이 십만대산을 빠져나왔다.
분노한 광천마가 추격대를 조직하여 그를 쫓았지만 이미 그는 자취를 감춘 뒤 였다.
중원으로 나온 이호선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부모를 죽인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였다.
그는 마을에 도착한 후 어미를 범하고 죽였던 이들을 찾아갔다. 그는 그들의 팔다리를 모두 자른 후 그들의 아들과 딸들을 마음껏 범한 이후 몽둥이를 들어 패 죽여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지만 그에게 자비란 없었다.
그후 마을에 있는 모든 자들에게 채양과 채음을 시전하여, 목내이로 만들어 몰살시켜버렸고, 불을 질러 마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불태워버렸다.
마치 마을 자체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부모의 복수를 마친 이후, 이호선은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남 여 가릴 것없이, 채음과 채양을 반복하며, 수 많은 무인들을 목내이로 만들어 버렸고, 세인들은 두려움을 담아 그를 음양마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음양마는 무림의 공포로서 오랫동안 군림하였고, 무림 공적으로 선포 되었지만, 그의 고강한 무공 앞에 수 많은 무인들이 추풍 낙엽처럼 나가 떨어질 뿐이였다.
하지만 선옹이라는 희대의 기인에 의하여, 큰 상처를 입어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런 설정을 지닌 음양마는 이재원이 천마대제를 상대하기 이전에 만난 각성용 제물이였다.
스토리는 종착에 다가가는데, 화경에서 현경에 이를 마땅한 계기가 없었기에 만들어낸 일회용 보스.
보통 주인공의 경우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 때 더욱 강해지지 않는가?
'고3, 무림에가다'의 주인공인 이재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재원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있는 선옹에 의해 큰 상처를 입었던 음양마는 절치부심으로 조화신공을 연마하여, 선옹을 죽이기 위해 찾아왔고, 이미 나이를 먹을대로 먹어 천수에 가까웠던 선옹은, 음양마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각성하여 현경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고, 음양마와 일전을 벌이게 된다.
분노에 가득 찬 이재원은 결국 음양마를 패퇴시켜버렸고, 극심한 내상을 입혀, 스승의 원수를 갚게 된다.
사실 음양마도 맥거핀 중 하나였다.
격렬한 사투 끝에, 이기긴 하였지만 확실히 목숨을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를 것과 같은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놓고, 엔딩 때 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일회용 보스.
그게 바로 음양마였다.
그런 인물이 비급의 저자로 나오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름 각성용 제물이라지만, 작가가 성의있게 짜놓은 설정 덕분인지, 존재감이 남달랐기에 별호를 보자마자 바로 기억해낼 수 있었다.
선우는 호기심에 비급을 더욱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비급에는 음양마의 신세한탄과 음양조화신공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선옹에게 패배한 본좌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위대한 마교의 지배자인 광천마조차 본좌를 이렇듯 쉽게 패퇴시키지는 못하였다.
본좌는 패배의 원인을 찾고자 무공을 점검해보았고, 마침내 음양조화신공의 치명적인 결함을 찾을 수 있었다.!]
펄럭
무척이나 흥미로운 내용에, 책을 넘기는 선우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애초에 스승이였던 음양쌍마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었다.!
채음보양과 채양보음은 관계를 통하여, 상대의 모든 정혈을 일방적으로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 관계를 통해 서로 간의 정순한 내력을 더욱 정순하게 제련하고, 소량 내력만으로도 거대한 힘을 발휘 하는 것에 있었다.
난잡하고, 일방적인 관계로 얻어진 불순한 내력은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무공의 위력도 절감되게 만들기 때문에, 결코 선옹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50년 동안 모은 모든 내력을 흩어버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방적이고 억지로 끼워맞춘, 조화가 아닌 관계를 통한 자연스러운 음과 양 조화를 추구하였으며, 정순한 내공을 더욱 정순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 결과 나는 음양조화신공을 완성하였고 전과는 비교 불허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연자여, 나는 이 완성된 음양조화신공으로, 선옹을 상대하러 갈 것이다.
물론 나는 승리할 것이지만, 만일에 대비하여, 이렇게 무공을 남긴다.
내가 완성한 음양조화신공이 잊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연자여 음양조화신공을 익혀라
그리고 천하제일인이 되거라.!]
선우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는 걸 느끼며,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다음장은 음양조화신공의 구결과 각종 기술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책에 써져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장삼이 명목상 이재원의 대제자이긴 하였으나, 이재원은 무공을 제대로 가르침 받았던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사실 이재원은 제자를 가르치는 능력이 부족하였다.
애초에 작가의 편의주의 덕분에, 남들은 평생을 달려도 이룩하지 못할 경지를 , 아주 손쉽게 이룩한 이재원이였기에, 참오와 수련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는 무림인과는 궤를 달리하였다.
그리고 선옹의 무공 자체가, 애초에 빠른 성취를 이루어내는 무공이 아니였다.
선옹의 무공은 오랜 시간에 걸쳐 참오하고, 도를 닦으며 정기신을 깨끗하게 만든 이후, 말년에 이르러서 크게 깨달음을 얻게 되는 전형적인 정파무공의 특성을 띄고 있었다.
이재원의 경우 선옹의 깨달음을 머리 속에 직접 심어주었기에,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였지만, 야매로 배운 이재원은 그런 편리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하였기에, 장삼에게 깨달음을 전해줄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장삼이 천하제일인의 제자이면서, 절정의 경지 밖에, 이루지 못한 까닭이였다.
아니 느리디 느린 선옹의 무공으로 20 중반의 나이로 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만으로도, 천하의 기재라 칭해도, 모자라지 않으리라
그런 그에게 음양조화신공이라는 절대신공이 찾아온것이다.
'고3, 무림에가다.'라는 소설에서 언급 된 현경에 이른 고수는 총 5명이다.
제일 먼저 정파 측 최고수인 선옹과 그의 제자인 절대무신 이재원, 그다음은 전대 마교주인 광천마와 그의 아들이자 소설 속 최종보스인 천마대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양마가 있었다.
그런 음양마의 진산절기가 눈앞에 있으니. 성취가 느린 선옹의 무공을 버리고, 음양조화신공으로 갈아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장삼이라면, 무림공적이였던 마두의 무공을 익히고자 , 사문을 저버리는 짓 따윈 절대 못하겠지만, 선우는 달랐다.
이 야만적인 중원인들에게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용해야했다.
그것이 한 때 무림공적이였던 음양마의 무공이라해도 마찬가지였다.
만에 하나인 경우지만, 만약 이재원이 자신과 적이 된다면, 선옹의 무공으로는 어림도 없는 노릇이였다.
주인공 전용 치트키로, 깨달음을 꽁으로 받아 강해진 이재원과 스승의 도움없이, 깨달음의 미학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선옹의 무공을, 독학한 장삼은 메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격차가 나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그리고 빠르게 쉽게 강해질 수 있는 무공이 필요하였다.
그 조건에 충족되는 무공이 바로 음양조화신공이였다.
대충 요약하면 여자랑 떡만 오질라게 쳐도 강해지는 무공이며, 내력이 워낙 정순하여, 소량의 내력만으로 거력을 뽑아낼 수 있는 극대화된 효율을 자랑한다고 하였다.
거기다 자신에게는 정순하기로 소문난 공청석유가 있지 않은가
만약 음양조화신공으로 공청석유를 몸에 녹여낸다면, 손실이 거의 없이 내력으로 변환 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을정도로, 매력적인 무공이였다.
그리고 선우는 이 무공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리 천수가 다 찼다지만, 현경에 이른 선옹조차 승천시켜버린 음양마의 무공이다.
만약의 경우 이재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될지 모를 일이였다.
고민은 생각보다 짧았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펴고, 서책 속 구절들을 모조리 외우기 시작하였다.
'살아남는다. 살아남는다. 죽어도 살아남는다.!'
선우는 또다시 다짐을 이어가며, 이를 악물고, 비급을 정독하기 시작하였다.
비급을 읽으면서 선우는 안도를 느꼈다.
절세신공이였기에, 설마하니 이해가 안되면 어떡하나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음양조화신공의 비급에는 음양마가 주석을 일일히 달아놨기에,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이재원과는 달리 음양마는 좋은 스승의 자질이 보이는 듯 하였다.
선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음양조화신공에 빠져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