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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화 (9/1,419)

〈 8화 〉 9. 기연을 얻다-1

공동 안에 토굴은 크게 4개 정도로 나눠져 있었다.

선우는 가장 먼저 첫 번째 토굴은 살펴보았다.

첫 번째 토굴은 식량을 보관하는 장소인지, 벽곡단이 가득 담긴 항아리가 다섯 개 정도 들어있었다.

선우는 벽곡단을 한알 꺼내어 맛을 봐보았다.

아무리 벽곡단이 폐관수련시 완벽한 영양섭취를 도와주는 완전식품이라지만, 20년이나 지난 지금, 상할 가능성을 염두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콰득

벽곡단이 씹히는 맛은 상당히 일품이였다 .

쩝쩝

두어번 씹고나니, 잘게 분해되는 부드러움까지 갖추고 있었다.

물론 맛은 더럽게 없었지만, 상한 음식 특유의 시큼함은 없는 듯하였다.

벽곡단이 이상없음을 확인한 선우는 , 남아있는 벽곡단의 숫자를 세어보기 시작하였다.

'고3, 무림에가다' 에 나오는 벽곡단은 설정상 한알만 먹어도, 하루 정도는 너끈히 버틸정도의 열량과 근육과 체중이 유지되는 영양을 지닌 완전식품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루에 한 알 정도 버틸 수 있다고 치고,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기 시작하였다.

'항아리 하나 당 200알 정도, 다섯 개가 있으니까, 대략 3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겠군.'

다행히 벽곡단은 넉넉하다못해 넘처 흐를정도로 많았다.

물론 벽곡단이 전부 상하지 않았다는 가정이 붙었지만 말이다.

이재원이 은신처에 있던 시간은 대략 두 달 정도였다.

개연성따윈 내다버렸으며, 먼치킨을 지향하는 소설답게, 두 달만에 초절정에서 화경의 경지를 밟게 된 것이였다.

덕분에 벽곡단의 손실이 줄어든 듯 하였다.

선우는 작가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졌다.

몇 년이고 죽치고 있게 만들었으면, 자신은 굶어죽었으리라

식량에 대한 걱정을 덜은 선우는 안도하였다.

어차피 두 어 달만 버티면, 외유를 끝낸 이재원이 자신을 찾아올터이니, 그때까지만 벽곡단으로 버티면 될 것이다.

벽곡단만 먹으며, 몇 달을 버티는 것은 현대인의 입맛을 가진 선우에게는 고역이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곡단을 전부 확인한 선우는, 첫 번째 토굴을 나와 두 번째 토굴로 향하였다.

두 번째 토굴은 특이하게 입구쪽이 철문으로 막혀져 있었다.

뻥 뚫려 있던 첫 번째 토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였다.

끼이이익

삐걱

문을 그대로 밀어버리자, 녹슨 경첩에서 소리를 나며, 열리기 시작하였다.

눈앞에는 검, 도, 창, 활, 극, 편, 륜, 권갑,심지어 갑옷까지 수 많은 무기들이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종류별로 정리된 무기들이, 또 크기별로 나열되어 있었다.

아마 철문으로 막아뒀던 것은 , 철로된 병장기들의 보관을 위한 병기창고였기 때문인것 같았다.

수 많은 무기들이 종류별로 나열되 있는 ,일대장관 같은 모습에 선우는 입을 벌리며, 놀라워하였다.

마치 누군가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전부 준비했다라는 느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돈 지랄 봐라.......'

이정도 양이면, 얼마나 돈을 퍼다썼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내 입을 다문 선우는, 검수답게 가장 먼저 검병기들이 쌓여 있는 곳으로 가서 검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스릉

세월에 흔적이 묻어나오는 검집과는 달리 , 그 안 들어있는 검은 , 엄청난 예기를 자랑하였다.

이정도 예기라면, 바깥에서 충분히 명검소리를 들을정도 수준을 자랑하였다.

"이건 대박이다.!"

선우는 나중에 몇 개 가지고 나가, 내다 팔 생각을 하고, 검을 내려놓았다.

두 번째 토굴을 대충 확인한 후 이번엔 세 번째 토굴로 향하였다.

세 번째 토굴 또한 병기창고였던 토굴처럼 문으로 막혀 있었는데, 특이하게 문의 재질이 철이 아닌 나무였다.

선우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문을 열어보았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서늘한 온도와 향긋한 내음이였다.

'설마 영약!? '

혹시나하는 마음에, 선우는 재빨리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나무 문 내부에는 보관함처럼 생긴 여러 상자들이 ,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선우는 그 중 하나를 집은 후 재빨리 열어보았다.

달칵

상자 속에는 흙 내음이 펄펄 풍기는 하수오가 하나 들어있었다.

하수오를 본 선우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혹시나 했는데 , 역시나였기 때문이였다.

세 번째 토굴은 영약을 보관하는 창고 인것 같았다.

선우는 하수오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수오의 경우 , 무협 소설에서 주로 사용되는 대표 영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크기에 따라 몇년을 묵은 녀석인지 구분을 하는데, 상자속 하수오의 크기를 보니 , 백년은 충분히 묵은 놈이 분명하였다.

하수오가 들어 있는 상자를 얼른 닫은 선우는 눈을 빛내며, 다른 상자들을 쳐다보았다.

상자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선우는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상자를 까보았다.

달칵

아쉽게도 상자속에 들어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주인공도 좀 처먹었을테니까, 다 들어있지는 않겠지.'

기대감이 약간 줄어들었지만, 수 많은 양의 상자를 보며, 희망을 가졌다.

기껏해야 두어 달정도 있었을텐데, 이 많은걸 다 처먹진 않았을 것 아닌가

달칵

달칵

달칵

하지만 상자를 까도 까도, 영약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시발 뭐야!, 다 처먹은거야!?"

달칵

달칵

달칵

모든 상자를 까버린 선우는 절망했다.

첫 번째 상자에서 나온 백년산 하수오를 제외하고는 , 이렇다할 영약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미친새끼가, 이많은걸 혼자 다처먹었다고!?, 그리고 상식적으로 처먹었으면 채워넣어야할거 아니야!"

선우는 주인공을 향해 , 이유있는 비방을 하며, 소리쳤다. 한마디 안하고는 못 배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우는 주인공의 비상식적인 무공 성취가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주인공이 약빨이였던 것이다.

"약쟁이 새끼, 발기부전에 탈모나 걸려라."

선우는 약쟁이를 폄하하고는, 백년하수오를 챙겨, 세 번째 토굴을 나서려고 하였다.

그런데 백년하수오가 있던 상자, 아랫쪽 구석퉁이에 아주 작은 상자가 보였다.

선우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상자를 꺼내, 열어보았다.

상자 속에는 작은 옥병이 들어있었다.

"뭐지 이거?"

선우는 옥병의 뚜껑을 열어보았다.

시원한 소리와함께 병마개가 따지며, 청량한 향기가 코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공....공청석유!?!?!??"

놀랍게도 옥병안에 들어있는 액체의 정체는 공청석유였다.

장삼은 맥거핀이였지만, 천무맹주의 대제자답게 어릴적 수 많은 영약을 섭취한 이력이 있었다.

한참이나 어릴때였지만, 공청석유 또한 한 방울을 받아먹은적 있었기 때문에, 옥병 속 액체의 정체를 유추 할 수 있었다.

"와 ,시발!!!!!!"

선우는 기쁜마음으로, 절로 욕이 나왔다.

한 방울만 먹어도 폭발적인 내력을 쌓을 수 있다고 전해지는 공청석유가, 한방울도 아니고, 병 째로 들어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이고 싶었던 작가에 대한 고마움이 개미 발톱때만큼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재원의 덜렁거린다는 설정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불러준 것 같았다.

"작가야, 고맙다. 만약 만나면 고통없이 죽여줄게."

보답으로 고통없는 죽음을 약속하는 선우였다.

선우는 공청석유가 담긴 옥병을 다시 밀봉하고, 상자에 고이 모셔두었다.

그리고 두 상자를 같은 위치에 나란히 두고, 토굴 밖으로 나와버렸다.

마음같아서는 바로 복용하여, 내력을 증진하고 싶었으나, 일단 토굴 탐사가 먼저였다.

시간이 많기도 했고 말이다.

선우는 곧바로 네 번째 토굴로 향하였다.

네 번째 토굴은 잔뜩 녹이 쓴 철문으로 되어 있었다.

끼이이기긱

다른 문들에 비해, 유난히 뒤틀림이 심하여, 잘 열리지가 않았다.

"끄응"

아무리 용을 써도 문이 열리지 않자, 선우는 내력을 운용하였다.

우웅

손발에 기력이 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끼이이이익

마침내 문이 열리고 네 번째 토굴의 정체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문을 열어제끼자, 고서점 특유의 오래된 종이 냄새가 가득 풍겨왔다.

문 안 쪽 살펴보니, 수 많은 서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네 번쨰 토굴의 정체는 , 비급 창고였던 모양이였다.

선우는 대충 몇 개 꺼내어, 제목을 훑어 보았다.

그리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화산의 매화검법, 소림의 백보신권, 점창의 사일검법, 개방의 타구봉법, 남궁세가의 진천십뢰검, 모용세가의 은하검법 등 수 많은 정파의 비전 무공들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선우는 입을 벌리고, 말았다.

괜찮은 무공들이 많을 것 같다고 어림짐작하긴 했지만, 이정도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비전이라는게 어떤 것인가?

비밀리에 후손에게만 전하는 무공이라 하여, 비전 무공이라 칭하지 않던가

그런데 정체성에 가까운 비전 무공들을 무림맹에 갖다바치다니?, 개연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무공이라는 것자체는 초식이나 특징이 유출될 경우 파훼하는 자들이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에,

무인은 죽으면 죽었지.

자신이 속한 문파 혹은 가문을 위해, 자신의 무공을 결코 반출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선우가 아는 무협이란 곳은 그런 곳이다.

하지만 '고3,무림에 가다'를 쓴 작가는 무협소설의 배경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새끼"

선우는 욕지거리를 한번 씹어버렸다.

하지만 장삼의 심정으로 눈앞의 비급을 다시보니, 작가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떠올랐다.

이미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인, 장삼의 입장에서는 각 파 비전 비급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취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였다.

비록 같은 계통의 무공은 아닐지라도, 그 비급에 적혀있는 깨달음이라는 것은 결국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문파나 세가에서, 깨달음에 대한 해석이나 주석은 제 각 각이다.

뜬구름을 잡는 것과 같은 추상적인 해석도 있으며, 실전에 입각한 현실적인 해석 또한 있었다.

그리고 후손들이 그에 걸맞는 주석을 달며, 무공을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더욱 더 이해하기 쉽게, 더욱 더 간편하게 말이다.

무공연구로 쌓인 역사만큼 , 무공은 더욱 더 발전하고, 문파와 세가는 발전한다.

그렇기에, 세가의 비전 무공을 얻게된 선우는 최고의 기연을 만났다하여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들의 수백년 동안 쌓아온 역사를 , 아무런 노력없이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3, 무림에가다'의 작가는 소설가로서는 끔찍하다 못해, 역겨울 정도의 필력과 개연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막상 소설 속에 들어가니, 오히려 그 쓰레기 같은 개연성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강해질 수 있는 영약과 비급까지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독자로서 역겨움을 느끼는 선우와 무인으로서 고마움을 느끼는 장삼의 감정이 혼재되어있기에, 더욱 더 괴리감에 커졌다.

"이러다 나중에 만나면 뽀뽀라도 하는거 아니야?"

선우는 혹시나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장삼과 하나가 된 탓에 얻은 장점이 무공과 20년 후의 배경지식이라면, 단점은 이런 감정의 괴리감이였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으니 당연히 느끼는 감정일테지만, 철천지 원수 같은 작가놈을 용서하고 싶지는 않았다.

"미움이 희석되기 전에 꼭 멱을 따고 말리라."

마음 속으로 다짐을 마친 선우는 , 다시 서고에 꽂혀있는 비급서를 뒤져보기 시작하였다.

서고에는 정파의 무공만 있는게 아니였다.

색공부터 시작하여,사공, 마공, 사술,선술에 세외 무공까지 없는게 없었다.

과연 개연성따윈 밥에 말아처먹은 작가다운 편의주의에 끝을 달리는 설정이였다.

이제 비웃음조차 안나왔다.

그냥 이 쓰레기같은 개연성을 즐기기로하였다.

속으로 태클 걸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이 소설에 빙의한 이상 자신은 독자가 아닌 무인이 아닌가

수 많은 무공서를 접할 기회는 무인으로서 일생일대의 기회라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였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 쓰레기 같은 설정조차 이용해주마"

선우는 쓸만한 무공을 뒤져보기 시작하였다.

정파의 무공 쪽은 대부분 읽어볼 생각이였지만, 마공이나 사공의 경우, 읽는 것만으로도 그 위험부담이 컸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갈 생각이였다.

마음같아서는 성취는 빠르면서, 위력은 강맹한 마공을 익히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빼도박도 못하고, 천무맹과 척을 지게 되기 될 것이 분명하였다.

둔겁마황신공, 요살기공, 무흔무살법, 천살기공 등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무공들이 즐비하였지만, 선우는 미련없이 뒤쪽에 던져버렸다.

그때 구석퉁이에 있는 무척 너덜너덜한 서책이 눈에 띄었다.

선우는 그 책을 집어 들었다.

"후우~"

쌓인 먼지가 워낙 많았기에 , 입으로 바람을 분 뒤 제목을 살펴보았다.

음양조화신공

제목부터가, 누가봐도 색공과도 같은 느낌을 강렬히 주는 책이였다.

호기심이 일어난 선우는 책을 펼치고 , 읽어보았다.

본좌는 이호선이라는 자이다.

세간에서는 본좌를 음양마라고 부르며, 두려움에 떨곤 하였지.

본좌는 태어날때부터 여자도 남자도 아닌 몸으로 태어나, 갖은 멸시를 받으며 자랐는데......

"뭐!?,음양마!?!?!?"

저자의 별호를 본 선우는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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