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5.탈출을 하다-1
취조실 안에 덩그러니 방치된 선우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어떻게 탈출하지?'
이대로 있다간, 강간 , 살인죄목으로 형장의 이슬로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광의 태도를 미루어보면, 이미 자신을 죄인으로 확정 지은듯한 태도가 눈에 밟혔다.
그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에게 혐의를 인정하는 대답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였다.
어떠한 사실을 말하든 ,그저 핑계 혹은 변명처럼 치부하기 일 쑤였고, 머리에 박히도록 주입되는 말은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말뿐이였다.
장삼과 동화된 선우 입장에선 삼촌과 같던 주광의 단호함에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무엇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선우는 장삼의 기억속에서 탈출에 도움될만한 기억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장삼은 절정의 고수였지만, 용담호혈과도 같은 천무맹에서는 그보다 강한이가 100명 가까이 있었고, 그와 동등한 이가 200명 가까이 있었다.
수 천명에 이르는 천무맹원들의 숫자에 비하면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탈출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숫자였다.
우군일때는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였지만, 적이 되니, 누구보다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선우는 탈출에 대해 포기하지 않았다.
맹법으로 강간죄는 거세를 시켜버리고, 살인죄는 사형을 시켜버린다.
만약 선우가 유죄를 선고받게 된다면, 거세와 사형 집행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절망뒤에 더 큰 절망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혹여 죽으면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게 아닐까라는 망상을 해보긴했지만, 확실치 않은 도박에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선우는 눈을 감고 더욱 더 고심해보았다.
전지적인 시점에서 모든 것을 보았던 독자 선우의 기억과 주인공 곁에서 20년 가까이 있었던 장삼의 기억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번뜩
순간 선우는 눈을 번뜩이며 뜨고선 눈을 빛냈다.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는 것이였다.
생각을 끝마친 선우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이대로 집법당이 원하는대로 내버려두기보다는 , 스승인 이재원이 돌아올때까지 숨어있다.
이재원이 돌아오면 직접 진상규명을 할 생각이였다.
이재원이 아무리 떡협지에 떨어진 전형적인 이고깽이라지만 , 그래도 사람새끼라면, 20년동안 정붙여 키운 제자의 변명정도는 충분히 들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누라인 팽가련의 말을 더 잘 들을 가능성도 있지만, 팽가련이 자신을 믿는다고 했으니, 분명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리라
자리에서 일어선 선우는 가장 먼저 취조실 문에 귀를 대고, 청력을 집중해보았다.
나무로 된 문이였지만 두께가 워낙 두꺼워서 바깥의 소리가 전부 차단되있었다.
스스스스스
선우는 검지에 공력을 불어넣어, 문의 바깥쪽의 한 부분을 조심스레 문질러, 서서히 문을 깎아나가기 시작하였다.
한 번에 뚫어버릴 경우 , 소리가 너무 크게날 수 있기 때문에,
선우는 조심 또 조심하며, 문을 갉아버렸다.
일각이 지나자 이내 손가락 정도 크기의 구멍이 완성되었다.
선우는 구멍에 눈을 대고, 바깥 상황을 살펴보았다.
시선이 보이는 끝자락에, 순찰을 돌고 있는 집법당원 둘이 보였다.
그들은 죽립을 쓰고있었고, 목에는 지원을 부를 수 있는 호각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한손에는 유사시 대비할 수 있도록 검을 들고 있었다.
무장이 완전한 그들의 모습에 선우는 더욱 긴장하였다.
자칫 잘못하다간 유혈사태가 일어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그들이 다가올때까지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뚜벅 뚜벅
다행히 문을 잠가 놓은게 아니였기에, 그들이 가까이오는 순간 덮칠 생각이였다.
그의 문앞까지 정확히 십보 남았다.
구보, 팔보, 칠보, 육보, 오보, 사보 ,삼보, 이보,일보
벌컥
선우는 문을 벌컥 열고, 집법당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집법당원들은 자세를 급히 잡았지만, 이미 만전의 태세로 달려드는 선우에게는 속수무책이였다.
그들중 한명에게 달려든 선우는 정확히 뒷 목을 가격하여, 기절시켰다.
다른 당원이 목에 걸린 호각을 불어 지원군을 부르려고 하자, 그대로 발로차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뇌가 흔들린 탓인지 , 다른 한 명도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선우는 그들은 끌고, 자신이 있던 취조실안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그중 자신과 비슷한 체형을 가진 이의 옷을 벗기고, 그대로 입어버렸다.
죽립으로 최대한 얼굴을 가린다면, 어떻게든 집법당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자신보다 강한이가 많긴 하였지만, 인시(寅時)인 지금까지 뺑뺑이 돌릴정도의 직책을 가진이는 없었기때문에,
선우는 조금 더 과감히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들킨다면 무력적으로 탈출할 생각도 불허할 생각이였다.
허리에 집법당에서 지급하는 보급형 칼을 차고, 죽립을 최대한 내려쓰며, 선우는 천천히 취조실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집법당 내부 순찰은 보통 2인 1조로 움직이기 때문에, 혼자다니는 선우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었다.
선우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다행인점은 집법당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와 취조실이 한길이라는 점이였다.
뚜벅 뚜벅 뚜벅
출구가 가까워질 수록 선우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내 집법당 대문에 도착한 그는 문을 열어 제꼈다.
벌컥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수문위사 빼고는 보이는이가 없었다.
선우가 황급히 이동하려는 찰나였다.
"선배님, 벌써나오시는 겁니까?"
집법당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위사가 말을 걸어왔다.
"그래, 내 잠시 놓고온 것이 생각나서 말일세 ."
"뭐 고생이랄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집법당에 이제 막 들어온 놈이 불평할 수는 없죠."
보통 인시(寅時)에 근무하는 수문위사의 경우 집행당원 중 짬밥이 가장 낮은 이가 하는 것이 보통이였다.
눈앞에 이 남자는 이제 갓 집행당원으로 들어온 무인인듯 하였다.
"그런데 선배님 ,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지 않습니까?"
"네, 무척이나 급한일이였기에, 위에 보고하고 급히 나온거라네."
"그런데 이상합니다. 선배님 , 지금 집행당에는 순찰조를 제외하고는 보고할만한 상관이 없을텐데요.?"
"미안하네, 내가 워낙 급하기에, 규율을 어기고 말았네, 이해해주겠나?, 내가 언제 술한번 사겠네."
"아이고 물론이죠 선배님, 그런데 선배님 이상합니다."
"뭐가 그리 이상한가?"
"선배님들은 보통 야 , 너,임마, 이새끼야하고 반말만 하는데, 되게 예의가 바르시네요?, 집행당원답지 않게 말이죠."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어보는 그의 말투에 , 선우는 소름 돋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뒤를 돌아 그를 쳐다보는 순간
그는 환하게 웃으며, 호각을 입에 물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커다라 호각 소리가 집행당을 전체로 울려퍼졌다.
울려퍼진 소리에 대기하고 있던 집행당원들이 전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고민할새 없이 몸을 돌려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저기 죄인이 도망간다!!!!!!!"
수문위사는 얄밉게 선우를 가르키며,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하였다.
부웅
얼마나 뛰었을까, 눈앞에 거대한 창이 날라와 , 그의 앞길을 막았다.
선우는 몸을 틀어, 창날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여,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상처에서는 핏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혈도를 눌러 재빨리 지혈한 선우는 눈앞에 창을 휘두른자를 바라보았다.
"이런 죄인이 도망쳤다는 소리에, 수련 중에 달려왔것만, 그 죄인이 천중검일 줄이야. 크하하하하"
거대한 장한은 중저음의 굵은 목소리로 ,뭐가 좋은지 웃음을 터트렸다.
눈앞의 장한은 거룡일창 주선강이였다.
육대세가에는 들지 못하였지만, 나름 명망있는 무림세가 출신으로 거룡창의 전통 계승자로 알려진 남자였다.
거대한 창을 기가막히게 잘 다룬다하여, 거룡일창이라는 별호가 붙은 절정의 고수였다.
선우와 같은 절정의 고수였기 때문에, 단번에 승부를 내기 힘든 상대였다.
"이봐 주선강이, 내말을 들어봐 이모든 것이 음모고, 모함이다. 나를 음해하려는 자가 꾸민 일이야."
"쯧, 자네가 아랫도리 관리를 못한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강간에 살인까지 저지를 줄은 상상도 못했다네, 곱게 가시게."
거룡일창은 들을가치도 없다는 듯이, 창을 주저없이 휘둘렀다.
챙
선우는 검을 들어 가까스로 거룡일창의 창을 막았지만, 그안에 담긴 내력때문에, 뒤로 날라가게 되었다.
부웅
'이새끼, 진심이다.'
다행히 안전히 착지한 선우는 , 거룡일창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시간을 뺏긴다면, 지원군이 올것이고, 선우가 잡히는 것은 불보듯 뻔한일이였다.
거룡일창에게 잡혀있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우는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검을 쭉 빼고, 마치 돌진하는 것처럼 달려들었다.
거룡일창은 가소롭다는 듯이, 창을 세워 선우의 공격에 대비하였다.
챙
창과 검을 부딪히며, 불꽃이 튀어올랐다.
창의 경우 근접할 수록 불리한 무기였기에, 거룡일창은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틈을 놓치지 않고, 더욱 달라붙어, 거룡일창에게 거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좀 떨어져라 이 찰거머리 같은 자식아."
"너 같으면 떨어지겠냐?, 창수한테 거리를 주다니 멍청이도 아니고, "
계속 달라붙던 선우는 좌우로 검을 휘둘러 , 거룡일창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거룡일창은 절정의 고수답게, 선우의 검격을 여유롭게 막아서며 , 뒷걸음질쳤다.
선우는 그의 왼쪽으로 이동해 ,검격을 날렸다.
챙
거룡일창은 재빨리 창대를 들어 , 검을 튕겨내었다.
선우는 다시 한번 그의 왼쪽으로 이동해 검격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거룡일창은 여유롭게 검을 막아내었다.
챙
"흥,검격이 너무 단순하구나, 이래서야 절대무신 이재원의 제자가 맞는지도 의심스럽구나.크하하하하"
"괜찮아, 내 목적은 이기는게 아니니까.!"
선우는 검을 다시 한번 휘둘렀고, 거룡일창을 다시 한번 창대로 검을 막아섰다.
하지만 선우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였다.
그대로 발을 들어 , 거룡일창의 가슴을 차고, 뒤로 튀어올랐다.
퍽
"크윽"
어느정도 내력이 담긴 발차기에 당한 거룡일창은 신음을 흘리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피어올렸다.
"놈!!, 제법 한 수가 있는 놈이였구나!. 절초인 거룡섬을 보여주지 ! 각오해라"
"그건 다음에 보자고."
선우는 그대로 뒤로 돌아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거룡일창의 주위를 천천히 돌려 공격한 것은 도망가기 편한 위치를 잡기 위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였다.
애초에 진심이 아닌 도망을 목적으로 자신과 겨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거룡일창은 분노로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놈!!!!, 무인이 등을 보이다니!!, 네놈은 무인으로서 수치심도 없느냐!"
"알게뭐야 , 살고봐야지!"
선우는 내력을 실어 더욱 더 빠르게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거룡일창이 재빨리 뒤쫓아왔지만, 확실히 체급차가 나는지라, 선우보다는 속도가 많이 뒤쳐졌다.
"이노오오옴, 거기서라!"
선우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 더욱 더 빠르게 자신을 살려줄 구명줄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를 간신히 따돌렸지만,구명줄을 향해나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였다.
여기저기서 그를 쫓는 이들이 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저기 천중검있다!! 잡아라!!"
"천중검이 집법당을 탈출하였다. 잡아라!!"
"장삼을 잡아라!!"
"멀리가지 못했을 것이다. 잡아라"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잡힐 길만이 남을 것이다.
선우는 젖먹던 힘까지 내력을 뽑아내어, 달리기 시작하였다.
'난 절대 안잡혀, 죽어도 안잡혀!!!'
젖먹던 힘까지 뽑아내어 달린 선우가 도착한 곳은 천무맹의 여자 맹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봉황당이였다.
금남의 구역이였지만, 목숨이 걸린 선우에게 그런 규칙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선우는 봉황당의 담을 넘어, 내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