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화 (2/1,419)

〈 1화 〉 2.맥거핀,장삼이 되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던 선우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깨어난 장소가 자신의 8평 남짓한 자취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서는 대리석의 차가움이 느껴졌고, 주위에서는 열띤 열기가 느껴졌다.

'뭐야 이거, 여기 어디야?'

선우는 고개를 내려 , 자신의 복장 또한 확인해보았다.

자신 또한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같이, 중국 복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장삼 정신차려라, 장삼!"

찰싹 찰싹

눈앞의 거한이 연신 뺨을 치며, 정신차리길 종용하였다.

'장삼?....크윽'

장삼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갑자기 깨질 듯한 두통이 머리를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이내 머리 속에 흩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차츰 차츰 맞춰지더니, 하나가 되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의 이름은 장삼이였다.

천하제일인이면서, 무림을 구한 대영웅인 이재원의 첫째 제자이자 잊혀 진 맥거핀 중 하나였다.

'고3,무림에가다' 초중반부쯤 마적 떼에게 부모를 잃은 가여운 아이를 구해준 뒤, 제자로 들이면서 이재원의 협의를 칭송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장삼은 거기에 사용된 맥거핀 중 하나였다. 나중에 뭐라도 될 것 같이, 중요한 분기점처럼 묘사한 주제에, 적당한 수하에게 맡겨 두고, 방치해버리고 잊어버리고 마는 그런 캐릭터였다.

무림의 평화를 지키고, 천마대제를 물리친 주인공은, 수많은 부인들과 첩들에게 둘러 쌓여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고 써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장삼의 처우가 어떻게 됬는지 묘사된 구절은 전혀 없었다.

결국 잊혀 진 것이다. 모두에게

선우는 그런 일회용 엑스트라인 장삼에게 빙의 해버린 것이다.

'망할, 무림으로 보내준다는 게, 진짜였어!?'

선우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쪽지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를 갈았다.

순전히 낚시 글로 작성한 비평이 어느 초월적인 존재의 마음을 감명시켜 , 이런 엿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말이었다.

'시발, 빙의 시켜줄거면, 주인공한테 해주던가!, 왜 이딴 엑스트라한데!'

선우 아니 이제 장삼이 되 버린 그는,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동화율 77.1%

순간 갑작스럽게 동화율 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장삼의 기억이 상세하게, 선우에게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무적무신 이재원이 무림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가진 천마대제를 물리친지, 어어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당시 7살 어린아이에게 불과했던 장삼은 , 어느새 27살의 장성한 어른으로 자라났다.

장삼은 초중반쯤에, 주인공을 띄워줄 의도로 받아들인 제자였지만, 엄연히 대제자였고, 무공에 대한 재능도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절정의 고수가 될 수 있었다.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절정 경지에 오른 것은, 후기지수로서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지만, 천하제일인의 제자치고는 무척이나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스승인 절대무신 이재원은 이미 20살 이전에 절대지경에 이른 초인이 였기에, 무척이나 비교되는 결과였다.

애초에 장삼 만한 젊은 고수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져 있는 상황이었다.

왠만한 명문세가에서도 장삼 또래의 절정의 무인을 배출하는 것으로 봐선 흔치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 할 만한 성취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삼 , 무슨 딴생각을 하는 거냐, 번뜩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눈앞에 있는 남자는 거패도 주광이었다.

이 남자 또한 장삼처럼 초반에 주인공 띄우기 용으로 거둬진 엑스트라였는데, 당시 절정의 고수였지만, 초절정 고수들이 한 무더기로 튀어나와 미쳐 날뛰는 파워 인플레를 따라가지 못하고, 부상을 입혀 자연스럽게 퇴장 시켰던 인물이었다.

다행히 엔딩 이후 에는 초반부터 줄을 잘 탄 덕분인지는 몰라도, 천무맹의 당주로서의 직책을 맡고 있다는 설정이었다.

비급 하나 달랑 던져 놓고, 알아서 익히라며, 방치 되 버린 장삼에게는, 무늬만 스승인 이재원보다는 실질적인 스승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선우는 흐릿했던 기억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코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져 있었는지, 왜 거패도가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오늘은 대연무회가 있는 날이였다.

천무맹은 매년 대연무회를 열어, 무인들 간의 서열을 정하였다.

취지는 무림초년생이나 후기지수들에게는 윗세대 무인들에게 비무를 통해 직접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주자는 것 이였고, 윗세대 무인들에게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일로정진 하자는 뜻에서 만든 비무 회합이었다.

하지만 그저 비무만 하면 상관없으나, 굳이 서열을 만들어버려,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후기지수들은 가르침보단 이름을 날리기 위해, 윗 세대 무인들을 상대로 몸을 사리지 않았고, 윗 세대 무인들 또한 건방진 후배 무인들이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적어도 팔다리 한 쪽은 부러지게 만들 정도로 치열한 대회가 되었다.

물론 무적무신 이재원은 이런 광경을 충분히 만족한듯 싶지만 말이다.

장삼 또한 대연무회에서 지목을 당하여, 비무를 펼치게 되었고, 순식간에 패하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한 마음이 되어 , 한 사람의 이름 연호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 , 이예설 여협이 장삼을 꺾었다."

"과연 무신의 핏줄.! "

"이예설! 이예설! 이예설!"

"천중검(天重劒) 장삼이 땅바닥을 구르고 있다."

"천중검(天重劒)보다 토중검(土中劒)이 어울리겠구만 하하하하하하하하 "

그렇다 장삼은 이재원의 딸인 이예설에게 패하고 만 것이다.

7살이나 차이나는 꼬맹이한테 졌다는 사실에 입맛이 무척이나 썼다.

스토리에서 이재원이 얼마나 오입질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엔딩 이후 모든 부인과 첩들은 동시에 임신을 하였다.

그 중에 본처인 천검후(千劒侯)주소양은 스토리 내에서 임신하여, 엔딩 직후 딸을 낳았는데, 그게 바로 이예설이였다.

이재원과 천검후의 핏줄이었던 이예설은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무재를 가지고 있었기에, 1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절정의 경지를 밟게 되었고, 20살이 된 지금은 초절정 고수를 앞에 둔 어마어마한 고수로 성장하게 되었다.

대제자임에도 이제 막 절정의 경지에 다다른 장삼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진 고수 인 것이다.

선우는 눈앞에 있는 주광의 너머로 고고하게 서있는 이예설을 바라보았다.

흑단같이 윤기나는 검은 머릿결 과 반짝이는 두 눈, 오똑한 콧날, 앵두같이 반짝이는 입술, 딱 맞춰 입었는지 굴곡이 완연히 드러나는 하얀 백의를 입고 있는 여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별빛처럼 빛나는 고운 두 눈에 서려 있는 감정은 경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뚜벅 뚜벅 뚜벅

이예설이 장삼을 향해 다가왔다.

주광은 이예설이 다가오는 걸 보더니, 눈치껏 비무장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이예설은 이내 장삼 앞에 서더니, 허리를 숙여 앉아있는 장삼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딴 실력으로 대제자를 자처하는 건 가요?,"

"사매...나는.."

장삼과 완전히 동화된 선우는 저도 모르게 사매라는 소리가 입에서 나왔다.

"사매라고 부르지 마세요. 당신 같은 약자는, 제 위에 설 자격이 없어요."

".........."

"당신도 명예가 있다면, 대제자 자리를 내려놓고 천무맹에서 떠나는게 어떤 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에게 대제자 자리는 과분해요. 아버지 이름에 먹칠 하지말란 말이예요."

서릿발처럼 시린 목소리가 , 장삼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완벽히 동화되어 그런지, 장삼의 느끼고 있는 심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예설에게 분노와 열등감, 그리고 허탈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정욕이었다.

선우는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무시당하는 주제에, 성욕을 느끼다니, 이거 완전 변태새끼가 아닌가

별처럼 완벽하게 빛나는 저 여자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와 한참이나 어린 주제에 대제자인 자신보다 뛰어난 무공실력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그럼에도 그를 미치도록 흥분하게 만들어주는 풍만한 가슴과 가느다란 허리, 빵빵한 둔부까지 모든 것이 장삼을 흥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예설을 정의하자면 소유욕을 증폭시키는 여자인 것이다.

저 고고한 얼굴이 정욕에 물든 표정으로 일그러지면 어떨 까

저 도도한 태도가 발정 난 암캐처럼 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수많은 의문과 망상이 장삼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였다.

장삼에 완벽히 동화된, 선우는 주눅든 듯 눈을 내리깔면서도, 흘깃거리며, 그녀의 굴곡을 연신 훔쳐보았다.

이예설은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벌레 보 듯한 시선을 보내고, 뒤로 돌아가버렸다.

장삼은 그녀의 경멸 어린 시선에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살랑거리는 엉덩이의 움직임이 인상적인 그녀의 뒷모습을 더욱 유심히 바라보았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