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56화 (156/159)

〈 156화 〉 156. 마지막 시련

* * *

지하에서 나왔을 때는 굳이 내 몸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전에는 페로몬의 영향이었는지 내가 어디있는지 잘 찾아냈던 서큐버스들이 지하 특유의 악취 때문에 내 존재 자체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무의 관심도 못 받는 사이에 별관으로 가서 잠적해 있었다.

문제는 지하에서 ‘마더’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극심한 성욕이 물씬 솟아올랐다. 산소가 결핍된 공간에서 빠져나오면 산소의 소중함을 알게 되듯이 금욕의 공간에서 빠져나오자 참을 수 없이 강렬한 욕망이 나를 집어삼켰던 거다. 고추는 오래 전부터 발기가 됐고 그 딱딱함을 계속해서 유지했기에 사타구니쪽이 뻐근할 정도였다. 보통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기 마련이지만, 오늘만큼은 그러질 못했다.

‘이전에 서큐버스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던걸 생각하니까 더 심하네... 섹스를 할 수 있는데 참는다는건 이런 기분이구나.’

지금까지 섹스를 할 수 있었으면 다 해왔다. 그랬기에 이 시련은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런데 복도 쪽에서 말 소리가 들렸다. 귀를 기울여보니 릴리아의 목소리였다.

“이 머저리같은 년들 그깟 능력도 없는 인간 하나 붙잡지 못해서 이틀을 꼬박 세우다니. 녀석한테 시간을 이렇게 쉽게 내어줬으니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죄,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반드시 놈을 찾겠습니다.”

“찾아서 후딱 따먹어버려. 제일 먼저 먹는 년은 횡재다. 무슨 말인지 알지?”

뭔가 이상했다. 릴리아의 평소 말투가 아니었던 거다.

그런데 그때.

째릿­

릴리아의 눈길이 이쪽으로 향해 박혔고 나는 식겁해서 곧장 상체를 뒤로 당겼다. 다행히 보지는 못했을까. 만약 봤다면 난리가 났을테니 릴리아가 못봤을 거다. 나는 감히 문밖으로 얼굴을 내밀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방안에 쳐박혀 있었다.

한숨을 쉬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밖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아주 조용해지지는 않았다. 드문드문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아무도 이곳 문을 열지 않아서 걸리지 않았다. 만약 걸리게 되면 사죄를 구해서라도 무력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6시간만 버티면 된다.’

만약 너무 숫자가 많으면 지옥으로 다시 몸을 던지는 불상사가 벌어질 거고 이번에 지하로 떨어지면 요괴로 변한 13번이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겠지.

‘그나저나 13번 그 자식 인생도 참 기구하네. 지하에서 마더한테 잡아먹히고 결국 요괴로 몇 백년, 아니 몇 천년을 살아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면서 동시에 희열감이 느껴졌다. 나한테 조금이라도 못된 짓을 하는 놈들이 당할 걸 생각하면 이상하게 성욕보다도 높은 곳에서 자극과 쾌감을 느낀다. 내 뇌는 정말이지 어떻게 설계가 된 걸까. 이에 따라서 아랫도리가 불끈거리기까지. 이 정도면 거의 병이 아닐까.

최용수는 앞으로의 여생을 남악신의 노리개로써 살아가야 한다. 짧으면 20년, 길면 30년. 이 기나긴 시간 내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남악신의 노리개로 살아가면 그 기간이 억만년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나의 복수다.

반면에 권성철. 놈은 나를 죽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내 아내였던 은주까지 탐했다. 은주도 내 죽음에 관여가 되있는지는 천천히 알아봐야겠으나 어쨌든 권성철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역시나 복수할 생각과 계획을 머릿속에서 짜내자 아랫도리가 계속 뻐근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큐버스 하나와 인큐버스 하나가 내가 숨어있는 방 앞에서 대놓고 복도 섹스를 시전했다.

“하아... 하아..! 아, 좋아..! 아! 미쳤어! 미쳤다고!”

“갑자기 웬일이야? 이런데서 하자고 하고. 지나가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설마 그걸 즐기는 건가.”

“여기 별관이야. 누가 지나갈 일 없어.”

“지금 성기준이라는 졸업자 잡으려고 다들 혈안되서 돌아다니는거 알면서.”

“흐읏... 안 그래도 그 인간 때문에 달아올랐어. 지금쯤 어딘가에서 숨어있을거 아니야. 그러다가 6시간만 더 지나면... 그때부터 묶어놨던 실밥을 풀어내고 엉망진창으로 놀겠지.”

“그, 그럼... 난 그냥 대용이라는 소리야?”

“알았으면 됐고 일단 박아!”

두 년놈들은 참 야릇하게도 섹스를 즐겼다. 서큐버스는 무슨 이상한 줄로 이뤄진 비키니를 입고선 인큐버스에게 뒷치기를 당했는데 하필이면 내가 서 있는 문가쪽에 손을 댔다. 그래서 그들의 그림자가 밑에 비췄다. 서큐버스 쪽이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는 습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하! 개좋아! 시발! 더 세게 박아줘! 더 세게!”

“으큿..! 너 오늘 쩌, 쩐다..! 안에 싸도 돼?”

“어? 너 미쳤냐? 야, 빼.”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도 한 순간이었다.

“아, 아니... 농담이야.”

“빼라고. 야, 빼라. 좋은 말로 할 때 빼. 안 그러면 평생 니 짝꿍한테 못 넣게 만들어준다.”

“흐아... 제발... 부탁이야. 이렇게 달아오르게 만들어놓고.”

“일단 빼봐.”

‘아, 시발... 알겠고. 다 좋은데 왜 여기서 지랄이냐고.’

마음 같아서는 밖에 나가서 둘 다 기절시켜버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게스트라는 명분으로 이곳에 왔다한들 교칙을 무시하고 폭력을 저질러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괜히 릴리아에게 꼬투리 잡혀서 시간을 더 늘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자위도 안 되나. 자위도 유사 성행위인가. 아, 시팔... 물어볼걸 그랬다.’

정말 그랬다. 차라리 년놈들이 하는걸 보면서 자위라도 하면 그나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던 거다. 그렇다고 고추가 걸린 일에 모험을 걸지는 않을 거다. 유사성행위의 범주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것마저도 꼬투리 잡힐거 같았다. 지금은 가만히 있는게 상책이다.

“자세 바꿔.”

“하... 다행이다.”

“아니. 이제 그만 박고 밑으로 내려가서 빨으라고.”

서큐버스 쪽이 인큐버스를 확 잡고 있는 모양이다. 이래서 낮져밤이가 중요하다. 낮에는 지더라도 밤에서만큼은 이겨야 하거늘... 아무래도 6시간이 지나면 여기에 있는 인큐버스들을 모아다가 교육이라도 시켜야겠다.

인큐버스 녀석은 자존심도 없는지 하던걸 중지하고 쫍쫍거리며 서큐버스의 아래쪽을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하, 시발! 개좋아!”

서큐버스 쪽도 좋아 죽기는 마찬가지인 듯. 절정에 이르는 소리 때문에 아랫도리가 욱씬거린다. 머릿속이 온통 정액으로 뒤범벅이 돼서 띵할 지경이었다. 섹스. 섹스가 하고싶다. 섹스!

나는 결국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여자애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지?’

제이랑 리카에 대한 생각이었다. 애초에 두 사람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몽마학원에 왔던건데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설마 인큐버스한테 따먹히고 있는건 아니겠지. 릴리아는 한 번 말했던건 지키는 성격이라 안심해도 될 거다.

“잠깐.”

근데 바로 그때 앞에서 섹스라면 환장하던 년놈들이 하던 걸 딱 멈췄다.

“안에서 무슨 소리 나는거 같지 않아?”

둘은 급격하게 조용해졌고 분위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문 하나를 두고 서서 머리를 굴렸다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어디 숨을만한 데가..!’

나는 천장을 훑다가 환기구를 보고 대뜸 몸을 날렸다. 이곳은 내 발기부전을 낫게 하기 위해 단련했던 체력단련실이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기구 하나하나의 위치 정도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내 고추가 마구 부딪쳤던 수련용 목각인형을 포함해서 허들이 있는 위치까지. 그래서 불이 꺼져있는 상태에서도 살금살금 올라가서 환기구 안으로 들어갔던 거다.

문이 확 열렸고 안으로 서큐버스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이미 환기구 안으로 들어가 환기구 구멍을 닫은 상태였다.

“없잖아?”

아무래도 방금 요 앞에서 섹스하던 서큐버스가 다른 서큐버스들을 몽땅 불러온 모양이다. 혼자 독차지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걸 어째. 난 여기로 도망쳤으니 헛소문을 퍼뜨린 꼴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고. 너희들도 냄새 맡아봐. 이건 분명 인간의 냄새야. 독한 냄새가 섞여있긴한데 분명 위장을 한게 분명해. 방금까지 여기 있었어.”

그러다 한 서큐버스가 고개를 들어 정확히 이쪽을 바라봤다.

“위야.”

“위에 있다.”

나는 발기된 성기가 하필이면 문틈 사이에 걸려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래서 대물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는 거라더니! 젠장. 이렇게 고자가 되는 건가.

“근데 저기 저렇게 껴 있는데 어떻게 섹스를 하지?”

“... 릴리아 님한테 말해야 하나?”

“아니야. 이 남자랑 우리가 약속을 하자. 6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환상적인 섹스를 보답해주기로.”

“주객이 어떻게 설정되는 거야? 우리가 보답해주는 거야? 아니면 저 인간이 우리한테 보답해주는 거야?”

“저 인간이 우리한테 보답해주는 거지! 우리가 다른 서큐버스들을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거야.”

“어이, 듣고 있나?”

나는 쥐구멍에서 대답하듯 조용히 말했다.

“예...”

“우리 얘기 들었지? 시간 지날 때까지 여기서 대기할테니까 끝나면 바로 우리랑 섹스를 하는 거야.”

“...”

“어쭈, 대답이 없네? 다른 서큐버스들 확 불러와?”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 답해줬다.

“멍청한건 너네들 아니야?”

“응?”

“너네들이 방금 말했잖아. 내가 이러고 있으니까 날 강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

“너네들이랑 노닥거릴 시간 없어. 내 목표는 어디까지나 릴리아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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