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54화 (154/159)

〈 154화 〉 154. 몽마학원의 지하

* * *

“전설적인 섹서다!”

“너 그 방송 봤니? 난 봤단다.”

“섹스! 빨리 붙잡고 사상 최고의 섹스를 하자!”

“이런 기회가 없어! 얼른 잡아!”

그래. 이 학원에 오랜만에 와서 느낀건데 난 참 인큐버스들한테 인기가 없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 사열식을 했던 인큐버스들의 표정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반면에 서큐버스들은 사열식 내내 나에 대한 욕망을 끔찍하게도 표현했었다. 하지만 이곳의 최고 권위자인 릴리아가 먼저 수저를 뜰 때까지 기다렸던 것. 그 권위 높은 카리스마의 지휘 아래 성기준이라는 섹서를 지금부터 따먹으라는 신호를 받자마자 먹잇감을 앞에 둔 하이에나들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교실 복도의 풍경은 마치 좀비영화를 보는 듯했다. 아, 그렇지. 좀비영화가 다 똑같지는 않다. 어떤 좀비영화의 좀비들은 천천히 걸어온다. 하지만 어떤 좀비영화의 좀비들은 육상선수 못지 않은 달리기 실력으로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심어준다. 지금 내가 그 시청자다. 이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잡히면 고자가 된다.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게 고자가 되는 것이라고 배웠다. 우리는 사형을 당해서 목이 대롱대롱 메달리는 것보다도 고추가 잘리는 게 더 끔찍할 것이라는걸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나는 지옥 최대의 위기를 목격했고 그야말로 전력질주를 했다.

미식축구를 했으면 득점력 높은 러닝백이 됐을 것 같다. 중간중간에 태클을 하며 몸을 날려오는 서큐버스들을 제치면서 고추가 빠지기 직전까지 달렸다.

“허억... 허억...”

지금 내 몰골은 말도 못할 정도로 우스울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내가 학원에 방문하길 극히 꺼려하는 벨라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하는대로 설계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지금은? 지금은 최악의 결말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대로 아무리 도망 다녀봐야 학원 내의 모든 서큐버스들이 나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탈출은 불가능했다.

“인간 딜도 잡아라!”

“이승의 딜도도 아니고 살아서 지옥에 온 섹서 딜도다!”

“하, 내 보지에 넣고 몇 번만 흔들면 악력이 오를 것만 같아.”

“그 뿐이야? 평생 머릿속의 기억을 곱씹는 것만으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겠지. 역대 최강의 졸업자니까!”

“그의 성기를 경험해 본 자들은 해바라기가 됐다고 하지.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거야.”

“난 아이언 메이든한테 들었어! 그 창녀가 다른 남자들의 돈을 다 마다하는 걸 보면 얼마나 재능있는건지 알 수 있지!”

“아이언 메이든은 잔뜩 해놓고도 엄청 조여주기라도 하지!”

나는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상대방을 모욕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뱉는 말은 그들에게 모두 설탕물처럼 달디 달게 느껴지는 듯했다.

“역시 음담패설까지 잘해. 너무 좋아!”

“직설적으로 날 엿먹이려는 저 자세... 역시 역대급 재능!”

“젠장, 이년들은 다 미쳤어!”

이 순간에도 서큐버스들의 미친 몸매 때문에 눈알이 핑핑 돌았다. 왜 남자는 본능적으로 핫바디를 보면 눈이 돌아가는가. 어쩌면 내가 이 학원에 복귀한 이유가 이 교훈을 얻기 위함일지도 모르겠다. 어련히 좋은 몸매를 갖춰놓으면 핫바디 콘테스트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말이다.

괜히 그깟 교훈 하나 얻자고 내 고추 생명을 걸었나 보다.

복도 맞은편에서 날 발견한 서큐버스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저쪽이다!”

“저게 그 섹서지!”

“섹서가 섹스를 해야지! 어딜 가!”

“잡아!”

“양쪽에서 포획하는 거다.”

“그리고 위아래로 괴롭히자고!”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서큐버스들이 자길 봐달라는 듯 상의를 탈의했다. 안에 속옷 따위 입었을리 없는 서큐버스들의 젖탱이가 눈앞에서 흔들거린다. 이 유혹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였다. 거세 당한 내 몸을 상상하는 거다.

나는 이 순간에 역대급으로 기지를 발휘했다. 옆에 있는 벽을 밟고 뛰어오른 거다. 복도의 정가운데서 양쪽에서 달려오던 서큐버스 무리가 부딪치기 전, 옆에 있는 벽을 밟고 뛰어올라 그녀들의 머리를 간신히 넘어섰다. 마치 장대높이 뛰기를 하는 듯 배를 하늘로 향한 상태로 뛰어오른 나는 바닥에 곤두박질쳐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잡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나의 행보는 생각보다 완벽했다. 붕 소리가 나도록 허공으로 뛰어오른 나의 몸은 계단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면서 위를 올려다보자 나를 놓친 서큐버스들의 탄식이 들려왔고 여자들의 머리가 마치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잠깐만 이러다 뒈지는거 아니야?’

생각해보면 고추 하나 간수하고자 목숨을 버리는건 더 어리석은 일이었다. 이렇게 지하까지 떨어져서 결국 쳐박힐걸 생각하면 정말이지 답도 없다.

그러나 내 두개골이 박살나는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나는 내 머리가 박살날 거라고 생각하고 무언가 머리쪽에 닿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물컹­

이 알 수 없는 촉감은 설마...

역시 내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이 촉감은 여성의 젖가슴이었다. 눈을 떠보니 몰랑몰랑한 젖가슴이 날 반기고 있었다. 그런데 젖가슴이 날 전부 받아주고도 남을만큼 거대한 것이...

“으악!”

나는 놀라서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났다. 젖가슴의 주인공은 엄청나게 커다란 거인이었고 나는 그 거인의 젖가슴 위로 낙하했던 거다. 나는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 커다란 봉오리와 특유의 질감 때문에 자꾸만 발을 헛디뎠고 계속해서 넘어지는 치욕을 느껴야했다.

이대로는 떨어질거 같아서 클라이밍을 하듯 돌출된 부분을 딱 붙잡았는데 그게 하필이면 유두였다.

내가 유두를 잡자 거인이 움찔하면서 반응을 했고 곧이어 누워있던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어머나... 남자가 내려왔네?”

“그러게. 요 며칠 간 아무도 내려온적 이 없었는데.”

“그렇지. 그 녀석 이후로는 아무도 내려온적이 없었지. 그나저나 이 위로 떨어진건 또 무슨 일이야? 설마 자살이라도 하려고 했던 건가?”

들려오는 세 개의 목소리. 대체 왜 가슴 위에서 목소리 세 개가 들리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목 위에 있는건 하나의 구체가 아니라 세 개의 구체였다. 머리가 세 개 달린 요괴 거인이었던 거다.

“그나저나 이 요망한 것이 내 유두를 잡았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유두지, 그게 왜 네 유두니?”

“매달려서 애무하는 걸 봐선 우리랑 섹스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리고선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날 달달하게 내려다보며 동시에 말했다.

“세 여자한테 동시에 당하고 싶은 건가?”

그럴 리가. 아니, 일단 머리가 셋 달리셔서 하기 싫은 것도 있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 섹스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엉겁결에 애무를 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을 놓고 말았다. 이 요괴 거인의 젖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젖꼭지를 놓자마자 다른 곳 어디에도 손을 댈 수 없었고 나는 그대로 낙하하고 말았다.

“으아악!”

“어딜...”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괴 거인이 내 몸을 손으로 주워 들었다.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거야?”

“역시 윗공기를 마시면 멍청해지는 건가봐. 지하가 안전해.”

“적어도 우리는 내 몸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지.”

“어... 그런데 이 녀석 어딘지 낯이 익어.”

“... 아는 녀석이야?”

“그럴 리가.”

나는 요괴 거인의 손 안에서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인생 쓴맛, 단맛 다 느껴본 나여도 이 순간은 무서웠다. 이 요괴 거인이 날 강간이라도 하는 날엔 곧바로 고추가 달아나고 말 거니까.

그나저나 학원 지하에 이런 요괴가 살고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교사들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니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요괴가 살고 있을줄이야.

“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예요?”

그러자 세 개의 머리가 대답했다.

“우리?”

셋은 아주 오랫동안 쿵짝을 맞춰왔는지 동시에 웃었다. 그 목소리가 전부 겹쳐서 들려서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위층에서는 서큐버스 좀비들이 지랄을 하더니 이제는... 생각하는 것 자체를 멈춰야겠다.

“우린 낙제생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지하의 주인과 거래를 한 머저리들이지.”

“머저리... 나는 머저리는 아닌데. 나는 몰랐던 것 뿐이야. 지하의 주인이 나한테서 모든걸 빼앗아갈걸 몰랐던 것 뿐이야.”

“문제는 우리가 모두 인큐버스 출신이라는 사실이야. 지하의 주인은 성욕으로 가득한 미친 여자고.”

“킥킥... 그래서 우리는 충성을 다해 불알 밑에 남아있는 정액까지 싹싹 긁어서 바쳐야만 했지. 하지만 더 이상 발기가 되지 않는 시점에서는 아예 여자로 성전환을 시켜버렸지.”

요괴 거인은 아까부터 계속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다. 이제야 정신이 차려서 계속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는걸 알았지만.

“잠깐만요. 당신들이 전부 남자... 였다고? 근데 왜 한 몸에...”

“인간의 몸을 세 개를 포개다 보니 몸이 커졌다고 할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는 찰흑이나 지점토같은 존재야. 지하의 주인이 우리 셋을 한 곳에 다 박아버렸지.”

요괴 거인의 말을 듣는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점만 남았다.

“대체 왜요? 왜 그런 짓을..?”

“뭐긴... 이 지하를 지키기 위해서지.”

“우리가 지금 뭘 하는거 같아? 지하의 주인에게 널 데려다 주는 거야. 너도 이제 곧 우리와 몸을 합치게 될 거야. 그러면 그때 신나게 수다 떨자.”

똥 피하다 설사를 밟은 격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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