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 152. 릴리아의 시련
* * *
릴리아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려다놨다. 나는 그녀가 요구하려는 바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다음 행동을 이어나갔다. 옷을 한꺼풀씩 벗어내렸던 거다. 뭐, 여기서 조금 더 나간다한들 혼자서 스트립쇼를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의미심장한 눈으로 빤히 날 바라보는 릴리아의 낌새가 어딘가 이상했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벗다가 다시 끌어당겨서 제자리로 데려다놔야 했다.
“... 뭐, 뭐죠?”
“그러는 너야말로 뭐하는 거야? 갑자기 왜 옷은 벗고 그래.”
“이, 이걸 원하는게 아니었나요?”
“크큭.”
릴리아는 그 짧은 팔과 다리를 휘청이며 움직이면서 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손끝으로 내 턱을 살짝 만져 올렸다. 별안간 턱이 솟구친 나는 쭈뼛거리며 그녀를 봤다. 나는 아무래도 여전히 그녀에게 수강생인 모양이다.
하긴. 릴리아와 동급이 된다는건 불가능했다. 내가 아무리 이승에서 잘 나가고 저승에서 인정받는다지만, 릴리아가 사는 세상에서는 하루살이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몇 천년을 살아온 그녀였다. 그와중에도 단 한차례의 위협도 없이 이 학원의 원장으로 살아가고 있는걸 보면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과연 악신들 중에 몽마학원의 원장직을 원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을까.
이 자그마한 체구로 뿜어내는 카리스마라면... 인정이다. 매혹적이고도 고혹적인 탐스러운 몸매가 떨쳐내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마침내 그녀와 잠자리를 하게 된다는 것에 설렜는데 막상 못하게 되니까 기분이 참 묘했다. 가져본적도 없고 갖으라 한적도 없는 것을 탐했기 때문일까.
릴리아는 이번엔 손가락끝으로 내 가슴팍을 쿡쿡 찔렀다.
“넌 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네 새끼들 키우는데 썼지. 그치?”
“...”
릴리아의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확실히 나는 악신을 상대로 이기적인 거래를 했다. 애들을 키워달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릴리아의 육체까지 원했단 말이 되는 거다.
이러니 릴리아의 눈에 내가 얼마나 같잖아 보이겠는가.
손이 떨렸다. 감히 내가 한 짓을 생각하면 미친짓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너를 후원했던 이사벨라는 악신이 됐다고 들었다. 그 때문인가... 네가 악신들과의 섹스도 거부했다는 얘기를 들었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네 놈의 불알이 밑바닥을 보인게 아닌 이상 그 탐스러운 육체를 거부할 수 없을 터인데. 무엇이 널 그렇게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들었냔 말이다. 나는 그게 참 궁금하구나.”
나는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고 릴리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승에 있다가 지옥으로 돌아오니 공기가 많이 무겁다. 아니, 릴리아의 앞에 있기 때문일까. 그녀는 허튼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는건 내게 한 이 질문이 심도있는 질문이라는 뜻이고 여기에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내 처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꿀꺽하며 침을 삼켰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아니. 이런 고민을 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거짓말을 말할 쏜가. 그랬다간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복수심입니다.”
“복수? 그 따위 한낱 감정으로 이 세계에서 정해놓은 폭발적인 욕망을 억눌렀단 말이냐?”
“... 제 복수심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네 죽음의 비밀이 그곳에 있구나. 복수심이라... 어쩌면 네 치기가 널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
“... 예?”
릴리아는 내게서 멀어지더니 창가에 엉덩이를 걸터앉았다.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올라가서 엉덩이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는 잠깐동안 눈이 현혹됐다가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릴리아의 우수에 잠긴 눈을 바라봤다.
“복수라는 것은 그렇다. 응당 네가 할 일이라고 여기는 게지. 그만큼 상대가 잘못했다고 나는 완전무결하다고 여기는 거다.”
“그, 그렇지만은...”
“완전무결하지 않으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이지?”
릴리아는 말을 이어나가면서 한 번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그 점이 나를 무섭게 만들었다. 아까까지 씩 웃었던 내 여유로움은 이제 온데간데 없다.
“복수는 참 오만한 방식이다... 내 말을 믿어라. 하지만 네 욕망을 잠재울 정도의 복수심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쓰지 않겠지, 그렇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릴리아는 엷은 미소를 띄면서 내쪽을 바라봤다.
“너는 우리 학원의 명물이다. 가장 아끼는 졸업생이지.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학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므로...”
릴리아는 다시 내게로 다가왔다.
“네 복수심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봐라.”
“예..?”
“내가 납득이 갈 정도의 복수심이어야 할 것이다. 악신과의 섹스를 거부할 정도로 강력한 복수심이 아니면 안 되느니라.”
“...”
이건 또 갑자기 뭔 소리란 말인가. 내 복수심을 증명하라고? 그게 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릴리아가 직접 말해줬다.
“지금부터 3일 간, 지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단 한 번도 섹스를 하지 말거라. 유사 성행위도 해당된다.”
나는 그만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시발... 기껏 몽마학원으로 바캉스 보내려고 왔더니 섹스를 금지하겠다? 차라리 날 죽여... 시발... 섹스 못하는 산 사람이 될 바에는 망자가 되어 몽마학원에 다시 들어오고 싶다.
“온갖 유혹에도 참아내고 네 복수심만을 활활 타게 만들어 어떤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말거라.”
릴리아는 말과 행동이 따로였다. 말로는 나에게 섹스를 하지 말라면서 노골적으로 날 유혹해왔다. 허벅다리를 손으로 쓸어올리면서 자기 허벅지를 내 사타구니 안으로 쑥 집어넣고는 무릎을 들었다. 불알 밑둥이 릴리아의 가녀린 허벅지에 닿아서 파르르 떨렸다. 이미 릴리아가 내뿜는 페로몬 때문에 발기가 된 상태이기에 참아내기가 힘들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질린다. 릴리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달달한 침 때문에 당장이라도 깊은 키스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릴리아의 눈빛은 고혹적이었다. 나는 살아 생전 이만큼 유혹적인 자태를 본적이 없었다.
내가 키스를 위해 얼굴을 갖다 붙이려하자 릴리아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만약 저승에서 유사성행위 비스무리한 짓이라도 하면 이승에 갈 때는 고자가 될 것이다.”
뭐..?
내가?
내가 고자가 된다고? 고자..?
“윽!”
나는 잠깐 사타구니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나를 떠올리곤 고개를 홱 돌렸다.
시발!
깜짝이야. 신이시여, 제가 오늘 끔찍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이게 무슨 꿈인지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시발아...
아... 당장 여기서 릴리아에게 욕을 세게 박아버리고 싶었다.
그나저나 3일이라니! 3일동안 모든 유혹을 참아낼 수 있을성 싶은가.
릴리아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자기 손으로 감쌌다. 미친... 아주 내 고추를 떼놓으려고 작정을 하셨구나.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으냐? 복수심 때문에 악신들의 섹스를 거부하고 새끼들을 키우느라 나와의 섹스를 거부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릴리아의 말은 감히 자길 놔두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게 괘씸하다는 뜻이다.
하, 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벨라에게 물어봤을 때 일이 묘하게 꼬일거 같다는 조언을 받기는 했는데 이게 이런 식으로 전개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참는 모습을 보면서 즐길 릴리아의 모습을 떠올리니 죽을만큼 짜증났다.
“하아...”
내가 한숨을 쉬자 릴리아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몸을 넌지시 멀리 떨어트리며 내게 손가락으로 자기쪽으로 다가오라고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에 따랐다. 이렇게 된거 그녀가 하자는대로 다 해볼 생각이다. 릴리아가 날 고자로 만들겠다고 하면 정말 고자가 되는 거다.
릴리아는 나를 데리고 벽쪽으로 붙은 후에 보이지 않는 커튼을 걷었다. 나는 커튼이 걷힌 벽 너머를 보고 놀랐다. 그곳에서 다름아닌 제이와 리카가 교육을 받고 있었던 거다.
벌거벗은 채로.
‘쟤네는 벗으란다고 진짜 벗냐.’
나는 온몸에서 땀이 솟구쳤다. 아무리 우리 소속사 애들이라지만, 이렇게 엉덩이를 다 드러낸 채로 옷을 벗고 있으면 흥분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교육을 하길래 저렇게 옷을 다 벗고 있는 거지?’
의구심마저 드는 순간, 서큐버스 교사가 두 여자의 몸에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다.
“이건 피부가 맑아지고 탄력이 생기는 오일이다. 그리고 약간은 구릿빛을 발현해서 섹시함을 더 해주는 마법이 있지.”
“마... 법?”
“이거 실화임..?”
두 여자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서로의 몸에 오일을 발라줬다.
근데 굳이 손으로 발라도 되는걸 왜 온몸으로 비비적거리면서 바르는 걸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제이와 리카는 서로 흥분해서는 끌어안고 서로의 오일을 상대방에게 넘겨주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두 여체의 향연. 네 덩어리의 젖가슴이 맞물려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부드러운 구체가 맞닿자 미끄러지는 손길 하나조차 유혹적으로 느껴졌다.
릴리아가 내게 어떤 시련을 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러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꿀꺽
“너에게 저 아이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거지?”
“...”
“복수를 위한 체스말 같은건가?”
어찌보면 정확히 짚었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제이나 리카에게 큰 애정이 있지는 않다. 헬스장 삼인방이라면 또 모를까. 특히 최지아의 경우에는 내 사랑을 듬뿍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소중함의 강도가 달랐다.
“하지만 복수심 때문에 욕망까지 버리는 너가 저 아이들을 소중히 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구나. 소중히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어떠려나?”
“설마 인큐버스를 넣으려는건...”
“인큐버스는 필요없지. 너도 알지 않니? 얼마 전에 개방하기도 했잖아. 너의 꼬리.”
아. 설마.
서큐버스 교사가 두 여자를 침대에 데려다가 눕혔다. 두 여자는 미약의 힘에 빠져들었는지 서로에게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애무를 해나갔고.
교사는 꼬리를 길게 빼냈다.
아, 안 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