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48화 (148/159)

〈 148화 〉 148. 미래

* * *

미래는 전화 너머로 느껴지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딱 봐도 싸가지 없을 것 같은 스타일.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느순간부터는 관상학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과 똑 떨어지는 말투다.

여우상에 약간은 찢어진 눈매 그리고 중저음의 톤은 매력적이라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입고 있는 옷차림과 핫팬츠 밑으로 드러나는 경박한 타투 때문에 이미지를 급하락시켰다.

지우에게도 문신이 있지만 미래의 다리에 새겨진 문신은 M자로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성이었고 그 여성은 나를 향해 야릇한 미소와 함께 혀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거 참 난처하네...”

미래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난처해하는 이유는 하나. 내 옆에 아민이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Z기획에서 함께 자랐던 아민이를 보자마자 미래의 얼굴에는 두 가지의 감정이 겹치면서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니까 이 자리가 딱히 어떤 비전을 알려주려는 자리는 아닌거 같네요?”

“비전을 알려줄 자리지.”

“미래야... 오랜만이야...”

“인사는 무슨...”

미래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아민이를 측은하게 쳐다봤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갔을까 싶은 동병상련 같았다. 그러면서도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고쳐잡는걸 보면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로 나올 것임을 암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절 왜 부르셨는지 이유를 말해주시죠.”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 해야겠지. 우리는 권성철 회장과 안성권에 대해서 사회에 폭로할 계획이야.”

“...”

“안성권이 권성철 회장이 보는 앞에서 성 착취하는 동영상을 찍어왔다는걸 알고 있다. 아마 너희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겠지. 미래, 너도 어느정도 피해자라는걸 인지하고 있다.”

“하, 담배 마렵네. 여기 흡연실 있어요?”

“미래야...”

“닥쳐, 너는! 회사 망하면 내가 너 찾아가서 죽일 거야, 김아민.”

아이돌 준비한다는 녀석이 담배를 찾는 꼴이라니. 세상이 참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담배 피고 술 마시면서 왜 자기는 데뷔가 안 되는지 스트레스 받고 세상을 저주하면서 뒤에서는 안성권의 제안을 받아 섹스를 하고 있는 거다.

실제로 안성권이 말하는 떡잎부터 잘 될 아이돌들은 굳이 저 따위 스폰을 받지 않아도 무럭무럭 잘 성장한다. 문제는 이런 어두운 이면에 있는 지망생들이다.

아민이에게 화를 내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화 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미래가 침묵을 깬 뒤,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루랑 아민이가 나갈 때,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 근데 뭐 나간 애들이 한둘인가. 폭로하겠다고 지랄했던게 묻히는 것도 하루 이틀 아니고. 마음대로 해보세요. 나는 Z 코인에 올인했으니까.”

“널 데뷔시켜주겠다고 약속이라도 했니?”

그러자 미래가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여전히 내 눈조차도 못 마주치고 그나마 만만한 아민이를 노려봤다.

“누가 누굴 데뷔 시켜줘요? 내 데뷔 내가 알아서 해. 나 노력해서 뜰거야.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내 이름을 다 알게 될 거라고요. 그러니까 제발 오지랖 좀 그만 둬요. 어차피 루랑 아민이 그쪽 회사에서 잘 되면 그거대로 좋은 거잖아요. 여기 회사에 남은 사람들... 힘들면 지들이 알아서 그만둬. 뭐? 성 착취? 그게 해당이나 될거 같아요? 안성권이랑 섹파하면서 떡 존나 쳤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아이돌 데뷔가 가당키나 할거 같아요?”

“누가 했는지는 검찰에서도 알리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 사람들은 입 없어요? 권성철... 그 사람, 생각보다 더 위험한 새끼야.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하다고.”

미래도 권성철의 뒷배경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토록 간절하게 Z 기획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권성철에 대해서 꽤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간 해왔던 악행들이라던지 회사를 차리기 전에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내가 권성철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자 미래는 약간 의외라는 듯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았다.

“그래요? 권성철이 뭐하던 사람인데?”

“... 살인자.”

사실이었다. 나는 미래를 빤히 바라봤다.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위해서.

실제로 권성철은 전생의 날 살해하기 위해 사주했고 결국 그 살해를 성공시켰다.

“살인이라고요? 파하... 진짜 어이없는 소리만 하시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나 갈래. 이걸 믿으라는 거야, 지금? 아민아 너도 빨리 똥차 버리고 가능한한 다른 데 알아봐.”

“미래야... 가지마. 앉아봐.”

“아, 시간 아까워.”

이번에는 아민이가 미래를 따라 일어나며 언성을 높였다.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굳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너였기 때문이야!”

“... 뭐?”

“다른 애였으면 여기까지 찾아오지도 않았어. 무슨 낯짝으로? Z에 남아있던 기억 하나하나 나한테 지옥같은데 내가 왜 굳이 그 흔적을 찾아서 여기까지 왔겠냐고. 근데 너라서 여기 온 거야. 미래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지옥에서 꺼내줄게. 우리 사장님... 계획이 있으셔. 그러니까..!”

“어,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라.”

“응..?”

“망하게 하려면 망하게 하라고. 내가 지금까지 들은건 없었던 일로 해주고. 그러니까 날 좀 그냥 내버려둬.”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우선 두 사람을 앉게 만들었다.

“자, 자. 진정들 하고. 그래. 미래야, 네 걱정이 뭔지 잘 알겠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하려던 계획을 진행할게.”

“... 그래요.”

“아민이 너는 먼저 숙소 가 있어.”

“네... 사장님.”

나는 아민이를 보내놓고 미래와 단둘이 남았다.

“아민이도 갔는데 굳이 스컴 사장님이랑 내가 단둘이 여기 남아있을 이유가 있나요?”

먼저 의문을 제기한건 미래였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안성권 씨한테 얘기 해놓은 것도 있으니까 지금 잠깐동안은 카페에 앉아서 좀 쉬어. 이 시간만큼은 너랑 보낼 수 있게 보장받은 시간이니까. 안성권 씨는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몰라.”

“... 하긴. 그래요.”

쉴 수 있다는 사실에 한결 마음이 풀어진 미래였다.

“근데 미래야. 핫바디 콘테스트는 잘 준비하고 있니?”

“그냥 하는거죠, 뭘. 준비 같은게 뭐 있나.”

“자신은 있고?”

“자신이야... 몸매 얘기하는거면 당연히 있죠.”

그래. 미래의 몸매는 정말 탁월했다. 싹수 노래보이는 얼굴만 제외하면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모델같은 몸매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게 빠져있는 느낌이다.

핫바디 콘테스트에서 중요한건 마른 몸매가 아니다. 물론 풍만한 가슴까지 장착하면 좋지만, 사람들을 자극시키는 ‘뭔가’가 필요하다. 미래에게는 그게 결핍되어 있었다.

“트레이닝은 잘 하고 있고?”

“트레이닝? 회사에서 하라는대로 꾸준히 잘 하고 있죠. 근데 그건 왜요?”

“음, 우리 애들은 내가 직접 트레이닝 해주거든.”

“오... 정말요? 사장님 트레이너 출신이예요?”

“응.”

“그렇구나. 어쩐지 몸이 좋으시더라니... 근데 아까부터 궁금한거 있었는데 아민이 요새 뭐 관리 받는거 있어요? 얼굴도 엄청 뽀얘졌고 살도 많이 빠졌던데... 전에 없던 보조개도 생기고.”

아... 보조개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건 나와의 섹스 이후에 여러 가지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예뻐졌다는건 펙트였다.

“트레이닝 받아서 그래.”

“트레이닝? 제가 아는 웨이트 트레이닝 말씀하시는거 맞으세요?”

하긴.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

대한민국 어디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피부 미용과 보조개 시술까지 해준단 말인가.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아민이를 소개해준건 어느정도 밑밥을 깔기 위함이고 미래의 속마음을 들어보기 위함이었다. 이제 내 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육봉 교육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응, 그 트레이닝 맞아.”

“말도 안 돼... 풉... 진짜 웃기네요.”

“뭐가 웃기다는 거지?”

“절 어떻게든 회유시키려고 거짓말 하시는 거잖아요.”

“내 트레이닝은 그래. 며칠 지나지 않아도 금방 몸매도 좋아지고 피부도 예뻐지지. 믿기 힘들면 직접 체험해보지 그래?”

“흠... 정말인가...”

미래는 결국 호기심이 생긴 눈을 떴다. 그녀는 타닥거리며 손가락으로 의자를 튕겼다. 그렇게 한참 신기하다는 듯 날 쳐다보는 그녀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요. 속는셈 치고 한번 믿어보죠.”

나는 씩 웃으며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나는 미래를 데리고 우리 기획사 트레이닝 센터로 향했다. 우리는 차에서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겉으로는 냉정한 척 했으나 속으로는 루와 아민이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성격은 저래도 두 사람과 친했던 모양이다.

“SNS 보니까 둘이 엄청 행복해 보였어요.”

미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고 나는 그런 미래를 흘깃 봤다.

‘애는 착한거 같은데... 뭔가 사연이 있어보인다고 할까. 참... 불쌍하네.’

그 동안 안성권한테 얼마나 많은 착취를 당했을까. 다시는 녀석의 좆대가리가 생각나지 않게끔 해줄 필요도 있을 듯했다.

결국 나는 본업으로 돌아가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굳이 환복을 안 했지만, 오늘만큼은 프로패셔널하게 보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내가 트레이닝복으로 환복하고 복도로 나오자 안무 연습하다가 쉬는 시간인지 복도로 나온 아이들이 환호했다.

나는 손을 흔들어 가볍게 인사하고 다시 미래에게 갔다. 미래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내 몸을 위아래로 훑더니 동공이 커졌다. 사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몸이 좋아보이는게 사실이니까.

“시작할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