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145. 미끼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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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일정이 있음에도 우리 아이들의 스케줄은 꽤나 빡빡한 편이었다. 연습생이었던 친구들도 있지만, 아예 아이돌계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 트레이너 출신 삼인방 같은 경우엔 특히나 더 많은 연습을 요구했다.
안무 흡수능력은 지아가 좋은 편이었다. 랩능력은 확실히 제시카가 탁월했고 지우는 아이돌적인 요소만 제외하면 뭐든 잘했다. 다른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준다던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던지(바이크 라이딩를 태워주거나 고민상담) 여타 운동능력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던지.
모자라면 하루에 6시간 안무연습을 했고 개인적인 운동시간은 필수였다. 그러면 거의 8시간을 자기관리를 해야했는데 여기서 끝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안무는 어떻게든 따라하면 된다고 친다. 그리고 다들 운동이라면 꽤 해왔던 터라 운동신경이 좋아서 안무를 따는건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보컬이었다.
노래는 확실히 타고나는게 있어야 했다. 성대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를 지우같은 경우에는 도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제시카와 함께 랩레슨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또 한지우 성격상 못하는걸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으니 하루에 3시간은 랩연습을 했다. 나는 이에 감복하여 힙합씬에서 트레이닝과 비트메이커로 유명한 랩 선생님을 하나 고용했다.
돈은 모자랄 일이 없었다. 이제는 BD짐의 수장이 된 이수진이 모든 비용을 충당해줬으니까. 사실 최용수가 그간 벌어들인 돈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천문학적인 숫자는 아니었어도 달에 1~2억 정도는 쉽사리 들어오는 돈이었다. 거기에 최용수가 패악질을 일삼던 센터에 평화가 찾아오면서 직원들의 복지가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경력직이 늘어났고 페이는 늘어났음에도 수익이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수진은 중간중간에 나에게 경영에 관해 질문을 하기도 했고 나는 곧잘 좋은 충고를 해주는 역할이었다. 지아도 전직 팀장으로써 좋은 충언을 해줬고 모녀의 관계는 갈수록 돈독해졌다.
또, 이수진은 쇼핑몰 사장이 아니던가. 내가 돈 달라고 하면 다 퍼주는 여자기도 했다.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아이돌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픽 유어 아이돌’. 일명 피겨돌(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의 방영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피겨돌 지원자들은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경험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는게 우리 회사의 방침.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에 대한 복지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했다.
우선 시설물의 대폭변화가 있었다. 총 9명의 뮤즈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기숙사와 연습실이 따로 있어야 했다. 헬스장의 규모도 넓히고 연습실 크기도 확장시켰다. 구내식당도 하나 들어섰고 회사 내 직원들도 많아졌다. 매니저들은 요즘 추세에 맞게 인방이라던지 너튜브 관리 및 동영상 편집 능력이 있는 인재들로 대거 기용했다.
스탠다드 컴퍼니는 점차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게 불과 몇주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핫 바디 콘테스트에서의 지우의 성적은 아주 좋았다. A조 1차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머지었고 메스컴에도 이슈가 될 정도로 자기 몸매를 온전히 미디어에 담았다.
그리고 다음 있을 B조 1차 토너먼트가 이제 막 다음주에 있을 예정. 나는 그 전에 안성권에게 연락을 취해서 Z사의 신입 지망생을 만나보기로 했다. 아, 사실 섭외 과정이 그렇게 탐탁치만은 않았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스탠다드 컴퍼니의 대표 성기준이라고 합니다.”
...
뚜 뚜
여보세요?
“전화 끊지 마시고 잠시 제 얘기를 좀 들어보실래요?”
제 번호 어떻게 아셨죠?
“안성권 씨가 알려줬습니다.”
스탠다드 컴퍼니... 대체 저한테 왜 전화를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기획사 바꾸라는 얘기라면 사절할게요.
“그런 얘기 아닙니다. 안성권 씨와 얘기를 끝냈는데 서로 각자의 매니지먼트 능력을 상대방에게 전수하기 위한 좋은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쪽 비전을 그쪽에 전달해드리는 겁니다.”
... 사장님도 아세요?
“안성권 씨가 사장님 허락도 없이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요.”
하... 저 솔직히 성권 오빠 마음에 안 들어요. 이런 식으로 내 번호 아무한테나 알려주는것도 마음에 안 들고 경쟁 회사랑 교류? 이런 것도 마음에 안 들고요. 그러니까 없었던 일로 하고 그냥 넘어가시면 안 될까요? 그쪽 비전인지 뭔지는 제가 들은 걸로 칠게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만한 좋은 기회일 겁니다. 시간이 아깝지 않게 해드릴게요.”
그러자 반대쪽에서는 망설이는 듯한 대화의 여백을 남겼다.
그쪽이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거야 들어보면 알겠죠?”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나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딴에는 스탠다드 컴퍼니에 대해 정보도 입수했을 터다. 요즘은 인터넷에 이름을 치면 제 아무리 신생 회사일지라도 정보가 다 뜨게 되어 있으니까. 특히나 스탠다드 컴퍼니처럼 최근 이슈몰이를 하는 기획사는 특히 더 정보가 많다.
우리 회사에 비해 Z는 인지도가 꽤 높은 편. 그만큼 회사 경력도 있고 실력도 입증 됐으니 Z에만 몸을 담을 생각인 모양이다.
그럼 여기서는 미끼를 하나 투척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 내에서 있는 어떤 일이라도 좋아요. 얘기해주면 들어드리겠습니다.”
무슨 얘기요? 제가 산업 스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저기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답답해서 이러는 거니까.
“그러니까 시간 조금만 내달라는 거잖아요. 안성권 씨도 거부당했다는걸 알면 꽤 당황스러울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라이벌 팀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하는지도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거고요.”
하긴... 좀 궁금하긴 하네요. 여기나 거기나 다 비슷하게 가르치는지.
그래서 결국 만남이 성사됐다. 만날 날짜는 앞으로 이틀 정도 남았다. B조의 1차 토너먼트 콘테스트까지 일주일이 남았다는걸 생각한다면 여유로운 기간은 아니었다.
어차피 미래의 1차 토너먼트 상대는 우리 애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뭘 알려주든 상관이 없다. 2차 토너먼트에서 떨어트리면 그만. 그렇다고 내가 미래라는 아이를 만나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인건 아니다. 그녀를 만나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딱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녀가 말했던 대로 ‘산업 스파이’. 나에게 필요한건 그거였다.
그나저나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자기주장이 강한지 모르겠다. 한시 빨리 육봉교육대에 보내줘야지...
*
루는 계속 몸이 안 좋았다.
아민이가 나를 계속 불러대는 탓에 이번에도 루의 방에 들어온 나는 그녀에게 붙어있는 몽마를 떼어내줬다.
으레 그렇듯 몽마가 열과 성을 다 쏟아놓은 탓에 열이 한층 올라있는 루의 몸은 탐스러웠고 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듯 그녀의 안에 내걸 넣었다.
치료의 범주라고 치더라도 내 행동에 정당성은 없을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을 이번만큼은 아민이가 직접 다 지켜봐야한다는 게 약속이었다.
“음... 으음... 으으으음...”
아민이는 내가 루와 그걸 하는걸 보면서 도무지 알 수도 없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으으음..!”
내게 루의 안으로 차츰 들어가기 시작할 때 결국 아민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뭔가 이상해! 이거 섹스잖아! 그찮아요!”
“어... 맞아. 그걸 이제 알았단 말이야?”
“아니... 그건 아닌데요. 뭔가 부적절하잖아요. 기획사 사장님이 소속사 직원이랑 섹스를 하다뇨.”
“너가 이 질병에 대해서 잘 이해만 하고 있으면 그닥 이상할 것도 없어. 이렇게 안하면 루가 낫지 않는데 그래도 상관없는 거니?”
“뭐... 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 얘기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루가 괜찮아지면 저는 상관없긴 한데요! 루! 진짜 괜찮은 거야? 싫으면 싫다고 얘기 해야해.”
‘솔직히 루는 당장 너가 사라지는게 제일 맘 편하고 좋을걸..?’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아민이는 상처를 쉽게 받는 스타일이다. 아주 순수하고 청초한 아이야... 그 꽃을 내가 꺾어버릴 수는 없었다.
아, 그리고 나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꽤 억울한 편이다. 나는 루와 관계를 맺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루의 몸에 붙어있는 몽마를 떼어내기 전 까지만 해도 말이다. 루가 작정하고 날 유혹하려고 하는데 이 환상적인 몸매와 귀엽사리한 얼굴로 유혹해대는데 넘어가지 않을 남자가 있겠는가.
나도 피해자입니다.
그러면서 안으로 찔러넣는 고추는 좁은 보지에 꽉꽉 차면서 환상의 맛을 선사했다.
지옥의 신이여. 나에게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줘서 너무도 감사합니다. 아니, 릴리아에게 고마워 해야하는 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루에게 몽마가 달라붙는걸 봐서는 치료가 필요하긴 한 모양인데 아무튼 일이 이렇게 돼서 얄궂게도 내 잦이와 루의 봊이의 운명은 서로 뒤엉키게 되었다.
“응큿... 대답 못해...”
“왜..! 왜..! 왜 싫다고 대답을 못하는 거야! 왜! 내가 아는 루는 그렇지 않아..! 남자 그것에 박혀서 혀를 내미는 스타일 아니잖아... 그것도 울 사장님 그것으로는..!”
이건 또 뭔 메소드 연기인지...
나는 아민이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허벅다리를 붙였다. 조금씩 루의 표정이 되살아나면서 몽마한테 잡혀있던 패색 짙은 얼굴이 아니게 됐다.
아민은 내 옆쪽에 딱 달라붙어서 보지와 자지가 만나는 지점을 유심히 노려봤다. 꼭 이렇게 노려보기라도 하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정말 친구가 걱정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상황이 그닥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누군가 섹스하는걸 직접 마주하는 것만큼 께름칙한 것도 없다. 그만큼 걱정이 되신다는 거겠지.
근데 뭐가 됐든 나는 이 위험천만한 외줄타기 덕분에 가슴팍이 찡하게 울리면서 잔잔한 전율이 온몸을 찌릿거리게 만들었다. 그만큼 흥분된다는 거다. 쓰리썸 보다도 이게 더 전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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