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43화 (143/159)

〈 143화 〉 143. 수석졸업 이후

* * *

그래서 결론적으로 86번은 메피스토에게 부탁해서 꼬리를 얻어냈다.

사실 메피스토에게 있어서 악마의 꼬릴 달아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사실 그래서 나도 하나 부탁했다. 나는 그 때문에 메피스토와 독대를 하기도 했다.

왠지 꼬리가 있으면 꽤 유용하게 써먹을 곳이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어디에 뭘 넣어야할지는 아마 모두가 알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내 꼬리뼈가 아파서 살짝 살폈는데 아주 작은 돌기가 천천히 성장해 나가기 시작하는걸 발견했다. 꼬리의 끝 부분은 완성체와는 다르게 뭉툭해서 꼭 몽둥이를 연상케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남성기의 귀두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할까. 유쾌하지만은 않은 광경이었다. 내 똥꼬에서 제2의 성기가 자라나고 있다는건 참 꼴보기 싫은 일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꼬리를 완전히 감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원한다면 모습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신기한 점은 이걸 감춘 순간부터는 앉았을 때도 꼬리가 밟히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완성체가 될 때까지는 우선 모습을 완전히 감춰놓기로 했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모든 과제의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교사 섹스권을 전부 독차지하기 시작했다.

성적은 상대적이었기에 누군가 압도적인 점수를 따내면 다른 교육생들도 비슷한 성적을 유지해야만 상위권 점수를 따낼 수 있었다.

내 점수는 상위권을 벗어나서 교사들과 맞먹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만큼 공부를 빡세게 했다. 간만에 내 탁월한 재능을 활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한국의 입시생 출신들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내가 아무리 공부를 게을리 했다해도 나름 대학교 나온 몸이다. 다른 조폭 애들이 공부 안 할 때, 나는 꿋꿋이 공부를 했었고 그 때문에 두목에게 좋게 보였던 것도 있다. 고속승진은 싸움순이 아니었다. 뭐, 당연히 무술도 겸사겸사 수련을 해야했지만.

86번은 실기 시험에서는 나와 파트너를 맺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결국 필기에서 점수가 많이 떨어져서 졸업반과는 멀어졌다.

“난 망했어.”

“내가 과외 해줄게.”

이전에도 내가 과외를 해주기로 했었는데 자기는 공부하기 싫다고 거부하던 그녀가 내가 이뤄낸 성과를 확인하고선 어쩔 수 없이 과외를 받기로 했다.

사실 그녀는 막상 과외가 시작되면 공부에 집중할 스타일이었다. 나는 86번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교재에 나와있는 것들을 몸소 체험하는걸 좋아했는데 예컨대 남성기에 대한 공부를 할때는 내가 직접 바지를 까줬고 이걸 입으로 애무한다거나 본격적으로 분석하기에 이를 때는 내 몸 하나 헌사하듯 그녀에게 다 내어줬다.

섹스는 좋은 교본이었다. 섹스에 대한 공부를 하려하는데 책으로만 하려니 이게 어려운거다.

나는 교사들과 어느정도 친분이 생긴 이후에 섹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권을 따냈다. 이 자유권을 따낸 이유는 간단했다. 교사들이 나와의 섹스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에게 교사 섹스권이 없으면 날 따먹을 수 없다는걸 파악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보너스 섹스권을 풀었던 거다. 그래서 나에게는 언제나 50개 이상의 섹스권이 존재했고 그것마저도 쓸 일이 거의 없었던 게 내가 어디선가 섹스를 하고 있으면 다들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만큼 이 학원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 편이었다.

1등. 나는 누가 봐도 몽마학원의 수석이었고 합격은 예정된 일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나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와 86번의 꼬리가 완성체가 되었다.

이로써 나의 졸업에 필요한 모든 포석은 마련됐다. 그것도 수석졸업.

벨라는 내게 수석 졸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애널을 평생 나를 위해 바치겠다고 얘기했다. 수석 졸업을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벨라의 애널을 완전히 독차지하기 위해서만이라도 수석졸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그만큼 벨라의 애널은 유니크했다.

그리고 수석졸업의 가장 큰 메리트가 또 있었다.

바로 교장인 릴리아의 이용권이었다.

수석 졸업을 하게 되면 졸업장에 릴리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약정이 생기는데 언제 어디서든 사용해도 된다. 이걸 이용해서 제 아무리 현실세계의 사람일지라도 나와 함께 손만 잡으면 릴리아를 보기 위해 방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내가 수석졸업까지 상황을 기다렸던 이유는 또 있다.

바로 86번의 존재였다. 86번이 졸업할 수 있는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내가 먼저 졸업을 해서는 안 됐다. 그랬기 때문에 섹스 삼매경에 빠진 중에도 틈틈이 그녀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테스트.

나는 필기에서 당당히 만점을 받았고 실기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필기와 실기에서 전부 만점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몽마학원이 생긴지 몇 천년 동안 만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거다. 그러니 내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더 말 할 필요도 없겠다.

나는 졸업자들이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당당하게 벨라와 애널 섹스를 하면서 그녀의 애널이 내 것이노라고 세상에 공표했다.

그렇게 벨라는 내게 어떤 이름을 살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성기준이 되어 다시 태어났다.

그간 추억을 쌓았던 인물들이 참 많다. 당연한 얘기지만, 교사들 중에서도 특히나 애착이 가는 여자도 있어서 따로 연락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졸업을 하고나니 볼 일이 없어졌다. 나에게 좋은 제안을 해줬던 교사들과 나와 개인적인 계약을 이뤘던 녀석들은 지금쯤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코인이 미친 듯이 많이 입수되면서 일약 높은 지위를 얻게 됐을 테니까. 어쨌든 벨라의 경우에도 나를 후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몽마를 넘어서 하나의 후견인으로써 악마들의 땅인 판데모니아의 영주가 되기도 했다. 영지 이름이 벨라시움이랬던가 뭐랬던가...

86번은 지금쯤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나는 가끔씩 그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

핫바디 콘테스트에는 권성철이 내보낸 아이돌 연습생이 둘 있었다. 우리쪽에서 보낸 연습생이 세 명이나 예선을 통과했다는건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한 기획사에서 둘이나 예선을 통과시킨 것도 대단한 일인데 세 명이나 올렸으니 주목을 받을만 했다.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최고. 최고가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몽마학원에서도 그랬지만, 나는 내가 키우는 녀석들 조차 최고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이다. 헬스장에서도 단 몇 개월만에 탑 자리에 올랐던 나다. 이번 권성철에 관련된 복수를 하기 위해선 출전 여자들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내 목표를 이뤄야만 했다.

한지우는 인간 애널리스트로써 당연히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리카와 제이는? 객관적으로 봐도 잘은 모르겠다. 두 여자가 매력적이라는건 확실하다. 그러나 다른 여자들을 웃도는 변별력이 있냐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대진표는 이랬다.

지우가 맡은 라인은 A조였고 A조는 총 8명으로 이뤄져서 4번의 1대1 콘테스트를 하게 된다.

리카와 제이는 B조에 매치를 시켰다. 각 조에서 2명씩 뽑아서 올라오는데 나는 B조에서 리카와 제이를 모두 올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4강에 올라오면 2개의 경연을 하게 되는데 하나는 라이브방송이었고 하나는 화보 촬영이었다. 여기서 모든 미션을 마치고 가장 높은 득표를 얻은 두 사람이 결승에 오르고 마지막 한 단계만 걸치면 되는데 나는 이때에도 물론 두 사람 모두 내쪽에서 보낸 애들이 되게 만들 생각이다.

오늘은 지우가 A조의 상대와 커플 촬영을 하게 된다. 커플 촬영을 하고 단독샷까지 찍으면 마무리. 이렇게 해서 핫바디 콘테스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장 애들 8강에서 떨어져도 모르겠는데...”

B조에 매치된 상대 면면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혼잣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옆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스탠다드 컴퍼니의..?”

‘응?’

나는 불시에 들어온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

“역시 맞으시군요. 얼굴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에 씩 웃음기가 돌았다.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키. 말할 때마다 예의범절이 묻어나오는 듯한 저 인위적인 움직임. 나는 단숨에 그가 뭘 위해 나에게 접근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얼굴을요?”

“네, 그럼요! 이번 콘테스트에서 제일 화제의 중심이 사실 스탠다드 컴퍼니 아니겠습니까?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Z의 안성권이라고 합니다. 닉네임은 브루스. 아마 그 이름이 더 귀에 익으실 겁니다.”

브루스. 지 말로는 이소룡을 샤라웃하기 위해서 지은 닉네임이라고는 하는데 뭐, 그만큼 싸움에 자신이 있다는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녀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홍푸른이 보내준 정보에는 안성권이라는 녀석의 프로필도 섞여 있었는데 이 놈이 바로 그 놈이다.

‘아민이한테 접대를 요구했던 녀석. 그렇게 연예계 새싹들을 따먹는걸 좋아했더랬지. 사실상 권성철의 개에 불과하지만. 아니지. 개는 적어도 자기 주인 앞에서 짝짓기를 하지는 않잖아. 왜냐면 개도 창피한 걸 알거든.’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얼굴로는 웃었다.

“아, 그래요. 반가워요. 근데 무슨 일로?”

“옆에서 들어보니 이번 경연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 것 같던데요.”

“걱정?”

“네. 이번 16강 토너먼트에서도 못 이길 것 같다고 걱정 중이신 거 아닌가요?”

푸훗.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처음에는 비웃음이었으나 이후에 애써 인자하게 웃으려고 노력하면서 안성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걱정이 되는건 당연한 일이죠. 상대들이 워낙 쟁쟁하니까요.”

“그래도 한지우 씨는 16강 통과 확정인 것 같던데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성권을 봤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음, 이 방면에 꽤 오래 있었더니 촉 같은게 생겼습니다. 보기만 해도 결과가 나온다고 하죠. 제가 이래봬도 이 바닥에서 꽤 오래 있었으니까요.”

“그래요? 경력은 얼마나..?”

“연습생 기간까지 다 합치면 벌써 10년이 됐네요.”

“아하... 베테랑이시군요. 우리 지우를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요. 사실 저는 성사장님의 수완이 더 놀랍습니다. 이번 콘테스트를 통해서 스탠다드 컴퍼니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으니까요. 어떻게 저런 인재들을 발굴해냈는지 놀랍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음..?”

안성권은 얘기를 잘 하다가 갑자기 엄숙한 분위기를 조장했다. 그리곤 눈매를 퍽 매섭게 치떠댔는데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팔에 나 있는 문신을 강조하는 듯했다.

“그쪽 컴퍼니에 저희 애들 몇 명이 영입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려는걸 간신히 참았다. 아마 권성철도 이 점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겠지. 물론 이번에 새로 계약한 애들에 대한 정보 수집도 이미 끝낸 상태일 것이다.

권성철의 현재 심리상태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미 최용수가 반병신이 된 상태에 회사까지 부인에게 넘어간 걸 알고 있는 권성철이 눈치가 아무리 없어도 사태가 이상하다는걸 눈치챘을 것이다. 멀쩡했던 최용수가 갑자기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자기 회사에 있는 몇몇 새싹들이 새로운 회사로 넘어간데다가 그 신생 회사에서 이번 핫 바디 콘테스트에 3명이나 본선에 진출 시켜놨으니 심히 기분이 안 좋은 것이다.

그래서 너네는 내가 깔아놓은 미끼를 덥썩 물어버린 것이고.

나는 팔짱을 끼고 대답했다.

“그게 어쨌다는 거죠?”

내가 사뭇 진지하게 대답하자 안성권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씩 미소를 지었다. 내게는 애써 미소 지은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게 보이도록 연출을 한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뭐가 어쨌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스탠다드 컴퍼니는 이번 콘테스트 화제의 중심이니까요. 어쩌면 제가 도움을 드릴만한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애들’이 새로 들어간 회사니까 마음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더니 안성권은 자기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게 건넸다.

“이번 콘테스트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애들 관리하실 때 베테랑인 제 조언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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