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135. 86번 교육생(5)
* * *
저 둘... 사이 괜찮아 보이네요.
아, 뭐... 예정된 일이었죠.
예정된 일?
이번 입학생 중에 망자는 둘 뿐이예요. 그리고 둘이 한 번에 입학한 건 학원 역사상 처음있는 사태죠. 이게 뭘 뜻하겠어요?
..? 저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그건 선생님이 떡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지금도 사타구니가 벌렁벌렁하시는거 다 알아요.
아니... 제가 교육생 따위들이 섹스하는데 설마 흥분했을까봐요?
냄새가 나요... 아랫도리가 벌개지면 냄새가 난다고... 애액이랑 페로몬이 잔뜩 흘러나오고 있어요.
구스트쌤... 지금...
아니. 지금 나는 저 둘의 섹스를 지켜볼 거예요.
하... 아무튼!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저 둘이 망자이긴한데! 그게 뭐 어쨌다고!
애초에 예정되어 있었다는 소립니다. 둘은 한날 한시에 죽었어요.
? 뭐,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요? 둘이 아는 사이였다면 또 몰라.
아는 사이였습니다.
네? 아는 사이? 그게 정말인가요?
기억에서 사라졌겠지만, 둘은 아는 사이예요. 그것도 서로에게 둘도 없는 사이였죠.
부부... 라던가?
아뇨. 부부는 절대 아닙니다. 어두운 삶에 빛이 되어줬다고 해야할까요.
음? 그럼 관계는요? 어쨌든 여자 남자 사이로 만났을거 아니에요.
마지막에 한번 실수를 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실수라면... 후... 개꿀잼 드라마네요. 혹시 그 관계 때문에 죽었다던가.
아뇨. 그 실수는 아무도 몰라요. 두 사람도 기억이 지워지면서 모르게 된 순간부터는 명계에서만 적어놓고 기억할 뿐이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무슨 문제요?
여자 쪽은 그 이후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고 남자는 살해당해요. 그것도 한날 한시에...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하나는 자살에 하나는 살해... 두 사람의 죽음에 무슨 연관성이라도? 아니면... 마지막 실수가 영향을 끼쳤나?
... 코멘트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아이... 씨... 그러지말고 구경하면서 제 거에 박아줘요.
그거라면 괜찮네요. 안 그래도 아랫도리가 적적했거든요.
그나저나 어디서 악취같은거 나지 않아요?
음... 네... 교직원 기숙사 쪽에서 나는거 같은데... 관리실에서 접수는 받았는데 조치가 없어서 걱정이라더라고요. 그나저나 쌤 보지에서는 보징어 냄새가 나는데요? 혹시 질내염이라도 있으신건 아닌지...
아니! 저 그런거 없거든요! 그리고 저 향긋한 냄새나거든요!
물론 장난입니다. 키킥. 음... 오랜만에 쌤걸 맛보니까 참 맛있네요.
하아... 구스트쌤 자지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세게 박아줘요. 세게.
그랬다간 젖가슴 출렁이는 소리가 특별실 안까지 세어 들어가요. 조심히. 조심히 해야합니다.
흐응... 하아... 좋아... 역시... 크읍...
(교직원 기숙사 지하실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네... 누군가는 여기서 극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누군가는 어디선가 나락을 경험하고 있겠군. 하지만 왜 하필 오늘이지? 내일있을 대전과 관련이 있는건가?)
구스트는 불안한 눈으로 특별실 안을 들여다봤다.
(저 두 사람의 관계가 운명적인 것이고 상부의 계획이라면 반드시... 반드시...)
이미 그는 계산을 끝내놓은 상태였다. 구스트는 전생에 축구선수였다. 그것도 전설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격수였고 플레이스타일은 골 냄새를 잘 맡는 전문 골잡이였다.
냄새가 났다. 골냄새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은 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저 남자와 자신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되어 공생하게 될 것이다. 그 냄새가 정확하다면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걱정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예상은 지금껏 빗나간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상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빗나갈 수도 있지. 워낙 왔다갔다 하니까. 저들이 과연 상부의 선택을 받았을까.)
퍽퍽퍽퍽!
아무 느낌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박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어? 구스트쌤?
응?
지금 싼거예요?
아, 그러네.
... 갑자기..? 흐아... 나 아직 못 갔는데.
다시 대요. 열심히 박아줄게요.
*
대전 당일날. 눈을 떴을 때, 86번은 가슴 위에 손을 얹은채 누워 있었고 주변을 환기했을 때, 우리가 특별실에 누워있는걸 확인했다.
“헉!”
“어맛! 깜짝이야!”
“지금이 몇시지?”
주섬주섬. 나는 벗어놓은 옷을 입었고 86번도 사태를 알아차리고 다시 옷을 입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는지 내게 와서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입 맞춰줘.”
나는 또 가슴 주변이 화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풋풋해진 86번의 얼굴에 내 얼굴을 닿아서 입술을 포갰다. 모닝 키스는 달콤했다. 우리는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행동했고 정액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각자 기숙사로 복귀한 후에 몸을 씻고 나왔다.
그리곤 또 다시 내게로 달려와 껌딱지처럼 매달리는 86번이었다.
정말 학창시절의 풋풋한 연애처럼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졌다. 아니, 그런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 느낌은 뭘까.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고 복도를 걸었고 주변 교육생들의 눈총을 사야했다.
“파트너인건 알겠는데 저건 진짜 좀 아니다...”
“학원에서 연애질이야, 뭐야?”
“저러다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 학원에서 사적인 감정은 좀 아닌데.”
바로 그때였다. 구스트 선생님이 나서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줬다.
“파트너십이다.”
“예?”
“파트너십. 저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오늘 있을 대전을 위해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거다. 섹스라는 것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관계가 틀어져 있으면 소용이 없지. 상대방 얼굴만 봐도 밥맛이 떨어지는데 몸매가 제 아무리 좋던 발기 이후 삽입까지 쉽사리 이어질 것 같나? 그래서 야동 배우들도 사전에 얘기를 좀 나누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 한쪽 배우가 배테랑이면 배테랑일수록 더 많이 말을 걸어준다고 하지. 그런 것처럼 저들도 사전에 준비를 하는거다.”
“아...”
“역시 구스트쌤. 이해가 확 됐어요.”
“야동 배우로 얘기해주니까 진짜 딱이네.”
“그럼 저 두 사람은 쇼윈도 커플인거네. 오늘 있을 대전을 위해서.”
그렇게 수군거리는 꼴을 뒤로 하고 교실에 입장했다.
대전 시간은 방과 후. 우리는 그 동안 섹스 실습을 통해 또 합을 맞춰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교직원들도 오늘 있을 대전에 관심이 있었는지 원래 있을 실습과는 별개로 이상한 과제를 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파트너 바꾸기를 해보려한다.”
저 선생님은 초창기에 나를 씹어대던 서큐버스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 여전히 나를 방해하려고 했다.
“파트너 바꾸기?”
옆에서 86번이 불안했는지 내 옷깃을 잡고 끌어당겼다.
“바로 옆에 있는 A클래스 반과 파트너를 교환할 거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합동 수업이다!”
합동 수업.
이전에도 몇 차례 해봤던 적이 있다. A클래스 교육생들이 선심쓰듯 섹스스킬을 보여줬고 BZ클래스는 치욕스럽게도 그걸 따라해야만 했었다. 물론 나는 그때 86번과 지금처럼 섹스하지 않았으니 그것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런데 섹스 파트너를 바꾼다니.
이게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만약 섹스를 거부하고 싶으면 관전만 해도 좋아.”
오, 그렇다면 괜찮다. 86번은 나 이외에 누구와도 섹스를 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누구 하나 오늘 죽을뻔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릴리아가 이 상황을 중재해야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던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하나는 무조건 섹스를 해야된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
교육생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대체 누가 섹스를 거부하겠습니까?”
“아...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 거다.”
누가 봐도 나와 86번을 겨냥한 소리임에 확실해 보였다.
젠장. 지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조금씩 불안해져만 갔다.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항상 B클래스가 A클래스 반으로 이동하는게 예의였고, 우리는 또 한 번의 처참한 느낌을 받으며 A클래스로 이동했다.
그런데 내가 A클래스에 도착했을 때, 어떤 서큐버스 교육생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내 옆에 86번이 껌딱지처럼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음료수 하나를 건넸다.
“이거 몸에 좋은거예요. 오늘 있을 대전에서 꼭 이기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이거 마시면 힘이 나실 거예요. 꼭 드셔주세요.”
딱 봐도 A클래스 교육생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빼어날 데로 빼어났다. 확실히 A클래스와 B클래스는 외모에서부터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이걸 왜 저한테..?”
“저 팬이거든요. 어서 드세요. 어서.”
“아, 예... 좀 이따가 먹겠습니다.”
“아뇨. 지금 드셔주세요. 안 드시면 저 여기서 안 비킬거예요.”
나는 당황스럽게 그녀와 86번 사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녀가 준 음료를 받아마셨다.
음료는 약간 쓰기도 했고 달기도 했다. 솔직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음료를 다 마시자 교육생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대체 뭐지..?
뭔가 이상한 기운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이 모든 일이 하나의 그림처럼 잘 맞아떨어진다고 할까?
잠깐만... 팬이라고? 내 팬이라고? 이걸 마시면 힘이 날 거라고? 파트너 교환? 이거 좀 이상한데...
나는 순간, 아랫도리를 인식했다. 이상하다. 86번이 들러붙어 있을 때, 항상 거대하게 부풀어올랐던 내 성기가 말을 듣지 않았던 거다.
아.
망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