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133. 86번 교육생(3)
* * *
나를 더 설레게 하는건 지금부터 졸업할 때까지 죽 86번은 내 차지였다.
다른 교육생들이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섹스를 한다지만, 86번만큼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메피스토와의 계약에 대해서는 우리 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 섹스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누구도 86번을 넘볼 수 없을 거다.
물론 13번과의 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주변에서는 나의 기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면 분명 우리들의 승리.
그런데 13번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조급해진 녀석은 야생마처럼 여자 교육생들을 상대로 날뛰고 있었다.
“지금 A클래스 반에서 난리가 났어. 13번이 오르가즘 적선하면서 자기 파트너 찾고 있대!”
이제는 13번과 나의 대결이 일파만파 많은 주목을 이끌면서 수업시간 마저도 교직원들까지 수용하는 편이었다. 예전 학창시절 때, 대한민국의 올림픽, 월드컵 축구경기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었다. 확실히 공부보다는 불구경이다.
교육생들은 이번 수업시간 담임을 맡은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고 선생님이 고개를 저으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자 우르르 상급생 반으로 넘어갔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끄항♡ 하응♡ 으항♡ 아♡ 좋아♡ 잘생겼어♡ 흐윽♡ 마주보고 싸줘♡ 항♡”
책상 위에서 13번에게 열렬히 박히는 서큐버스 교육생은 잔뜩 얼얼해진 뺨으로 혓바닥과 신음을 뱉어댔다.
내가 옆에 서자 주변에 있던 하급반 교육생들이 내게 정보를 전달해줬다. 어느순간인지 내가 하급반 대표가 되었고 상급반 대표인 13번을 이기기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거다.
“지금 저 여자 10분만에 3번 갔어.”
“응, 밑으로 질질 흘리고 있는거 보이지? 완전 뻑갔다고.”
“사실 13번 얼굴만 봐도 여자들은 질질 흘려.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가버렸다고.”
“그리고 저 파괴력이랑 스피드... 모든 스텟이 가공할만해. 아주 폭격기야, 폭격기.”
“이기려면 오늘 밤 자는 사이에 암살이라도 하던가 거세라도 시켜. 그거말곤 방법이 없겠어.”
퍼억 퍼억 퍼억 퍼억
13번은 상대 교육생이 얼마나 자지러지는지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는 듯 개의치 않고 추삽질을 계속했다. 규칙적인 바운스와 견뎌내고 있는 팔뚝에서 부풀어오른 힘줄. 이 모든 연출은 의도한 것이었다. 폭발적인 연출력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딱 적당했고 이전에 내가 86번과 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13번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누구든 13번과 파트너를 자처한다는 것이었고 그가 원한다면 시니어 클래스에서도 서큐버스 교육생을 데려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시니어 클래스에 있는 서큐버스 교육생들은 자신의 오르가즘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도 했다.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G스팟을 내밀고 그 강약을 조절해서 자신이 원하는 쾌감을 만들어낸다. 이 부분은 사실 13번의 능력과 별개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13번의 외모적인 부분과 섹스 스킬이 가미된다면 최강의 케미를 뿜어낼게 분명하다.
예컨대, 일반 클래스 교육생 중에서는 가장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그가 누구를 데려와서 파트너로 삼을 것인가? 그것 역시 하루밖에 안 남은 시점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그리고 나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13번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허리를 놀려대면서 날 향해 씩 웃었다. 비열하고 저급한 웃음이었다. 86번을 강간하려고 했던 사악한 눈빛과 그 밑에 도사리는 독사같은 미소.
그것이 간사하고 표독스러운 미소임을 알면서도 나는 알게 모르게 몸 주변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내 손을 잡는 하나의 손이 있었으니 바로 86번이었다.
“신경 쓰지말고 우리한테 집중하자. 따라와.”
86번은 날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나는 반려동물마냥 그녀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그녀는 별관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어떻게 알고 구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스트... 선생님?”
나는 구스트와 86번을 번갈아 봤다.
“어. 86번 이 녀석이 나한테 부탁을 하나해서 내가 별관에 특별실을 오픈해줄 생각이야.”
“특별실?”
“조루 출신의 너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특별한 공간이라고나 할까. 여기.”
구스트는 엄지손가락을 들어서 자기 등뒤에 있는 ‘특별실’이라고 쓰여있는 곳을 가리켰다.
“들어가봐.”
나는 여전히 86번의 손에 이끌려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특별실 문이 열렸다. 그러자 86번은 허겁지겁 몸을 돌려서 내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를 끌어안으면서 키스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 이 사전 애무는 당연했고 우리가 서로에게 빠지는 시간은 정말 짧았다.
처음에 86번의 애무 혹은 키스 실력은 초보자처럼 어색했으나, 어젯밤과 오늘 수업시간 내내 원없이 실습을 하면서 스킬이 향상된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내일 있을 대전에서는 그녀의 스킬보다 내 스킬이 더 중요했지만, 86번은 그저 자연스럽게 날 기분좋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86번은 조금씩 내려가서 내 가슴쪽을 젖히고 젖꼭지를 빨아댔다. 그리고 조금씩 내려가서 내 갈비뼈 부분을 공략하더니 쭉쭉 내려가서 바지를 내리고 허벅지 인근을 부드럽게 핥았다. 원을 그리듯 천천히 간질이는 이 기술은 누군가 수업시간에 알려줬던 기술이다. 나는 그때마다 86번에게 애무를 받았었는데 수업시간에 열중했던 탓인지 처음하는 동작임에도 꽤나 맛깔나는 편이었다.
이제는 무릎과 오금쪽을 살살 문지르는 86번. 나는 물오른 스킬에 나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 말았다.
“크윽...”
왜지? 왤까..? 이게 내일 있을 대전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애초에 내가 기분 좋아서 가버리는건 의미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밑에서 86번은 열심히 빨았고 이제는 사타구니 쪽으로 올라가서 불알을 삭삭 핥아먹었다.
츠걱
“아읏..!”
뇸
입에 한움큼 귀두를 집어넣은 다음에 빨기 시작한다. 왜인지 예전처럼 조루 상태로 돌아가버리는 느낌이다. 아이언 메이든과 했던 수련이 무색해질 정도로 내 아랫도리는 후끈후끈거렸고 오줌 마려운 것처럼 질질 거리며 쿠퍼액을 남발했다.
한 마디로 지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 으... 86번... 잠깐만...”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버텼다. 최대한 성기 쪽에 힘을 빼고 마음 속으로 애국가를 불렀다. 그제야 조금씩 사정지연이 발동되면서 서서히 제어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86번은 입에서 고추를 뺀 다음에 침과 쿠퍼액으로 적셔진 고추를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싸고 싶으면 싸도 좋아. 난 네 정액이 먹고 싶어졌어.”
어?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조루라서 증오했던 86번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내가 조루여서 나와의 계약을 미루고 미뤄왔던 그녀다. 그런데 계약을 하고나서 보니까 내가 조루가 아니라는 사실에 계속 섹스를 원해왔던게 아니었단 말인가?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아뿔싸.
나는 86번의 따스한 말을 들은 순간, 아랫도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부르르 정액을 토정해버렸다.
86번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귀두를 입에 물었고 흘러나오는 정액을 몽땅 자기 입안으로 흡입하기 시작했다.
후아...
그 광경을 빤히 내려다보는데 절경은 절경이었다. 내 안에서 뿜어져나오는 비릿하고 더러운 액체가 86번의 어여쁜 얼굴을 지나 목구멍을 따라 넘어가는 모습.
꿀꺽
“캬아...”
마치 맛있는 탄산 음료를 마신것처럼 만족스러운 탄성과 함께 입에서 귀두를 빼낸 뒤에 질질 흐르는 정액을 아까운 꿀 쫓듯이 혀를 내밀어 싹싹 다 핥아 먹었다.
풀이 죽었던 성기는 어느샌가 곧바로 발기됐다.
욤뇸
이번에도 86번은 내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발기된 고추를 입에 넣고 아래 위로 쭉쭉 빨았다. 누가 보면 쭈쭈바 빨아먹는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86번에게 신호를 줬다. 이제 나도 빨아보고 싶다고!
“정 그러면 같이 빨자.”
69자세를 말하는건가.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심장이 쿵쾅거렸다. 예전에는 별 마음없이 서로의 성기를 빨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진심을 다해 빨 준비가 되어있는 86번. 그리고 그 결연한 자세.
우리는 서로의 몸을 겹쳤다.
키가 조금 작은 86번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고 고개를 들어 보빨을 시작했다. 그녀의 보지는 여전히 맛있는 향이 났다. 안에서는 단맛 가득한 애액이 흘러나왔다. 전에는 약간 시큼한 맛이 났는데 이제는 내 입맛에 딱이다.
나는 그녀가 내 정액을 훔쳐먹듯이 그녀의 보짓물을 실컷 빨아 먹었다.
“하응... 흐으... 좋아...”
좋아죽는 86번에 힘이 나서 더 열심히 빨았다. 이게 시너지 효과라는건가. 드디어 서로의 합이 무르익어서 단점조차 좋게 보이는 마법.
우리는 그렇게 69를 열심히 했고 서로의 성기를 침샘이 마를 때까지 빨아댔다.
사실 애무만으로 2번 사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사정지연법을 배운 나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으나 이상하게 제어장치가 고장이 났는지 홍수난 댐처럼 안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정액을 참지 못하고 또 한번 사정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86번은 군말없이 내 정액을 다 받아먹었다.
“이제 넣는다...”
섹스.
이건 수업과는 별개의 번외 섹스다. 이번 시간만큼은 날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비친 86번이 기승위로 자세를 잡았다.
쯧
예쁜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귀두가 안으로 차 들어간다.
“흐아...”
내가 신음하자 그녀가 몸을 웅크려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싸고싶으면 계속 싸. 나 오늘 네 아기를 임신해도 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
흐어...
미친 멘트다. 나는 내 성기를 움켜쥐고 들어간 그녀의 하반신을 붙잡고 귀두 끝이 그녀의 자궁에 닿자마자 또 한 차례 토정했다. 만약 대전의 방향성이 바뀌어서 남자 측이 몇 번 가는지를 내기하는 대전이라면 우리가 무조건 승리할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시간의 연속사정이었다.
‘그나저나 이런 걸로 내일있을 대전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게 의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