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31. 86번 교육생
* * *
릴리아는 곧바로 교직원 기숙사로 들어섰다. 마음이 심란했다. 어떤 한 남자 교육생에게 의리와 사랑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여자 교육생은 메피스토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관계가 참 애매했다. 대충 겉으로 봐서는 무슨 상황인지 알겠으나, 여자 교육생의 비참한 앞날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죽이는 살인귀가 되겠는가. 메피스토의 목적은 딱 그거다. 복상사로 죽는 남자들의 영을 빨아먹는 것. 그 영은 곧 포인트가 되어 메피스토의 힘으로 직결될 것이다. 따라서 그 여자 교육생의 인생은 메피스토가 휘어잡아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쩌다 그딴 새끼랑 계약을 해서...’
참으로 안타까운 인생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한들 그녀의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누군들 저 좆같은 망자의 길에 서 있는 것보단 새로운 삶의 기회를 받는쪽을 선택했을 거다. 그리고 메피스토 특유의 입담으로 설득을 했을 터. 지루한 망자의 삶에 달콤한 유혹을 보내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릴리아가 그런 생각에 잠긴채 기숙사 복도로 들어섰는데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부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복도 코너를 돌자마자 바로 섹스를 하고 있는 교직원 둘을 발견했다.
“...”
릴리아와 눈이 마주친 교직원은 딱 봐도 ‘좆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황설명을 하려는 둘을 보자마자 이게 비단 저 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걸 알았다.
복도 위에 잔뜩 깔린 밤꽃냄새와 야트막한 신음. 이 냄새 중에는 교직원이 아닌 교육생의 냄새도 살짝 섞여 있는 듯했다.
아무리 봐도 교권에 위배되는 행동이었다.
“교직원... 집합!”
*
다음날부터 아주 큰 문제에 봉착했다.
“저랑 섹스 파트너가 되어주세요!”
“뭐..?”
“짝이 되어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한번만 대주시면 됩니다..!”
“뭐야, 이 조루새끼야! 꺼져!”
그래. 나는 조루. 조루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는 이상, 나와 섹스를 하겠다고 나서는 서큐버스 교육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착해보이는 교육생들만 선별해서 물어보고 다니는 중인데 내 3분카레를 맛보고 싶어하는 상대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당연히 실격패다. 이건 뭐 박아보지도 못하고 끝나는 꼴인 거다.
그렇다고 86번에게 하자고 얘기하려니 미안하기도 하다. 바로 어제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을텐데 다짜고짜 나랑 계약하고 섹스하자고 말한다고? 터무니없다. 터무니없는걸 떠나서 무례하다고도 할 수 있다. 내가 도와줬으니 평생 한 사람과 계약할 수 있는 그 계약, 나랑 하자! 라고 한다는건... 약점을 쥐고 흔드는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86번을 배제했다. 그리고 열심히 상급 클래스에 가서 몸매 좋은 교육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 진짜 잘 박습니다! 오래 박습니다!”
“꺼져... 제발...”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진짜로!”
현생의 시점으로 본다면... 나는 어떤 하나의 빌런이 되어서 너튜브에 얼굴이 팔렸을 거다. 별 이상한 변태새끼를 다 본다며 세간의 질타를 받을 것이고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 당하겠지. 그런데 이곳은 몽마학원이다.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섹스 연습을 위해 희생양이 되어달라고 말하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었다.
실제로도 나를 제외한 많은 남자 교육생들이 이런 식으로 껄떡거리다가 좋게 걸려서 물을 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 서로 속궁합만 잘 맞아서 짝을 바꾸는 일도 부지기수다.
단지, 나의 평판이 그닥 좋지 않다는 게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다. 얼마나 능력이 없으면 자기 짝이 순결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냔 말이다.
쉬는시간 내내 그렇게 돌아다닌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푹 쉬자 86번이 걱정스레 묻는다.
“해준다는 교육생이 없는 거야?”
“있겠냐... 하아...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박을 자신 있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믿어주는 교육생이 하나도 없다. 아마 또 소문 잔뜩 퍼졌겠지. 상대가 13번이라는걸 아니까.”
나는 대결이 성사된 이후에 13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녀석의 별명은 속공 풍차의 왕자님이라나 뭐라던가. 아주 지랄풍년스러운 네이밍 센스를 보여주긴 했으나 그 실력만큼은 확실한 모양이다.
남자랑 마찬가지로 여자도 섹스를 할 때 상대 외모가 빛나면 빛날수록 빨리 가버린다. 흥분도는 더 고조될 것이고 아랫도리의 조임과 수량도 상승할 터. 최단시간으로 파트너를 기분좋게 만드는 섹스 스킬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완벽한 인큐버스의 자질을 타고났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런 그가 아직까지 시니어 클래스로 올라가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아무래도 어제와 같은 짓거리를 하다가 들켜서 벌점을 받았다거나 파트너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게 큰 문제일 거라고 유추는 해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실력만큼은 시니어 클래스인 그를 이기려면 나는 졸업반만큼의 실력을 발휘해야만 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건 나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13번을 누른 나는 당연히 클래스가 상승할 터. 릴리아를 비롯한 많은 교직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평가도 달라질 것이고 이번 대결이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관전자들도 많이 생기면서 ‘조루’라는 평을 받던 내 입지도 결국 좋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모든 전제는 13번을 이긴다는 전제가 깔려야만 했다.
“젠장...”
파트너를 구한다 치더라도 파트너와 몇차례 합을 맞춰봐야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체위에서 곧잘 가는지를 알아야만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그래서 더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는 흘러갔고 어느덧 수업시간이 전부 끝나고 말았다.
나는 구스트의 방과 후 수업을 목적으로 다시 수련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게 다였다.
따악 따악 따악!
이제는 곧잘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연습대를 때릴 수 있게 됐다. 구스트처럼 엽문인지 좆문인지로 빙의해서 연습대를 연속기 때리듯 따닥거리며 때려대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곧잘 발기 상태를 유지했다. 확실히 아이언메이든과의 특훈이 효과가 있었다.
스읍
갑자기 어제 86번이 헐벗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가슴은 또 왜 그렇게 큰 거야? 전에도 크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더 커서 깜짝 놀랐네...’
그렇다. 자꾸만 연습대를 때리면서도 86번의 젖가슴이 눈앞에 아른거렸기에 발기력은 더 강도 있게 유지되고 있었다.
역시 86번은 나에게... 짝꿍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그녀가 내 이번 대결 파트너가 되어준다면 만약 13번에게 지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
계속 86번을 생각했더니 성욕이 들끓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어디 가서 성욕을 풀고 싶은 마음이랄까. 갑자기 86번 대용으로 아이언메이든이 생각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을 빼놓을 때가 아니다. 특히 아이언메이든에게 물을 뺐다가는 몇 일 동안 고추가 아릿해서 제대로 섹스를 못할지도 모른다. 나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만 했다.
그렇게 특훈이 이어졌고 나는 한밤중에서야 샤워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 누웠다. 그런데 내 자리인 이층침대로 올라가 눕는 순간, 뭔가 물컹거리는 촉감이 느껴졌다.
“앗”
“쉬잇!”
누군가 내 옆에서 쉿거렸다.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다름아닌 86번이었다.
“야, 조루! 시끄럽게 할래?”
“늦게 온 주제에...”
“아, 미안...”
룸메이트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나는 억울한 눈으로 내 자리에 누워있는 86번을 봤다. 무슨 일이냐고 말하지도 못하고 서로를 응시. 그녀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86번은 침대 끄트머리에 거의 매달려 있다시피 한 나를 끌어당겨 자기 쪽으로 끌고 왔다. 그리곤 꽉 안으면서 젖가슴을 내 쪽으로 최대한 밀착시켰다.
뭉클거리는 가슴의 촉감. 처음 2층으로 올라왔을 때, 느꼈던 감정 그대로였다.
‘아, 말캉거려.’
천옷 한올로도 가리지 않은 순도 100퍼센트의 말캉거리는 젖가슴은 그녀가 브래지어를 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줬다. 내가 그걸 알아차린 직후에 86번은 자기 웃옷을 훌렁 벗었다. 어제 봤던, 눈 앞에 아른거리던, 그 젖가슴이 어두운 빛깔을 머금은 채 내 눈앞에 나타나자 곧바로 성기가 반응을 했다.
그런 내 성기를 붙잡는 86번. 꽤 오랜만에 느끼는 포근한 촉감이다. 이전에는 나에 대해 싫은 감정을 팍팍 드러내며 억세게 성기를 쥐곤 했었던 86번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녀는 나를 끌어안은채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처음이 너였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부스럭거리며 내 울뚝 솟은 성기를 자기 사타구니쪽으로 천천히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라서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의 검지는 내 입술 위를 눌렀다.
“계약의 시작은 삽입에 있다...”
나는 처음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 못했으나 이윽고 그녀가 메피스토와의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는걸 알아차렸다.
“첫 삽입을 한 상대가 계약자가 되어 영원히 결속당하며 계약을 하지 않은 자가 삽입을 했을 시 24시간 내로 죽음을 맞이한다.”
쯔걱...
귀두가 도톰한 보짓살에 닿자 가슴 주변이 화하게 달아오르면서 쿵덕거렸다. 이런 미친 듯한 스릴과 설렘은 전생을 비롯해 난생 처음이었다.
이윽고 귀두 전체가 86번의 보지 안으로 밀고 들어갔고 나는 점잖게 86번의 키스를 맞이했다.
빡빡하다. 빡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언메이든처럼 쫙 쪼여드는 느낌은 아니다.
나를 배려하고 있는 듯한 아랫도리의 조임. 기분 좋을 정도로만 질척거리게 살포시 상하좌우로 조금씩 늘러붙는 듯한 질내벽이 안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성기를 잘 맞이해줬다.
두 말할 것 없이 사정감이 물씬 찾아왔으나 나는 버틸 수 있었다. 이제 사정 컨트롤이 가능하니까.
86번은 내가 바로 사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놀라워하지도 않고 그냥 계속 키스를 할 뿐이었다. 사정을 하려면 하고 말라면 말아라. 나는 이 행위에 깊이 빠져들었다. 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그랬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좋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