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128. 몽마학원 편 (15)
* * *
“허억... 허억... 후우...”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이마에 묻은 땀을 소매로 닦아냈다. 생각해보니 옷도 벗지 않고 뻔질나게 이 짓을 했던 거다. 여기 들어온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에 붙박이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있던 아이언메이든의 자세는 아무렇게나 헝클어져있었다.
“끄흐으응응...♡”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주저앉았다. 다리 사이로는 내가 마침내 발사한 정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질내사정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한마디로 정리해서, 내가 이긴거다.
“하, 합격이야...♡ 그쪽이 이겼다고♡”
아이언메이든은 힘겹게 말을 뱉고 자기 가슴골 사이에 꽂혀있던 의문의 티켓을 내게 건넸다.
“다음부터는 허락받지 않고 그냥 와도 좋아♡ 이건 아메 섹스 프리권♡”
“엥? 난 애초에 허락받고 온 적이 없는데?”
“구스트가 대리 신청을 했어♡ 예약 빡세니까 미리미리 연락줘♡”
역시 구스트다. 오늘 이 특훈을 할줄 알고 있었던 거다.
아이언 메이든이 감옥같던 방을 열어줬고 나는 화장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쩝.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 안쪽을 뒤돌아보게 된다. 아이언메이든 덕분에 사정지연법을 배우긴 했지만, 실전에서 그걸 써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버티고 난 후에 내질렀던 사정의 쾌감은 꽤나 혁신적인 충격을 줬었다.
‘아메 섹스 프리권이라... 지금 당장 쓰고 싶어지네.’
손에 들려있는 티켓을 내려다보며 고민했다. 시발... 지금 시간 비나? 한번 더 하고 싶어 미치겠네.
그나저나 구스트는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날 이곳에 넣어두고 저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 모양이다.
근데 복도 끝에서부터 한 명의 남자 교육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멀리에서도 그의 사타구니가 발기 상태라는걸 알 수 있었다.
“아이언메이든... 아이언메이든...”
그는 중독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아이언메이든을 곱씹어 불렀고 내 옆을 그대로 지나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날 투명인간처럼 취급하는게 정말 안쓰러워 보였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변기사로에 앉아서 쉬고 있는 아이언메이든에게 말했다. 나는 그가 아이언메이든을 탐하려 왔다고 생각했기에 침을 꼴깍 삼켰다. 저 놈이 저러는걸 보니까 나도 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이곳에서의 매춘 행위는 처음 보는 일이기도 했다. 학원의 외전격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나 역시 알게 모르게 아이언메이든을 사먹은 꼴이 됐지만, 그녀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만큼 기분 좋은 섹스였다.
“아이언메이든... 약속한 시간이야. 빨리 해줘. 나 못 참겠어.”
그러자 안쪽에서 아이언메이든의 대답.
“미안해♡ 오늘은 끝났어♡ 나 완전 파트너 찾아버렸거든♡”
“파트너..? 누구..? 설마 저 새끼?”
교육생은 내 쪽을 쳐다봤다. 당연히 경계심 가득한 독기 품은 눈을 떴다. 난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그 정도로 그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빨갛게 빛나고 있는 눈은 섹스에 미쳐 날뛰는 발정난 광견 같았다.
“응♡ 앞으로는 만나기 힘들어질지도 몰라♡ VIP 고객이 생겨버렸거든♡”
“웃기지마... 나 예약했어. 돈도 입금했다고. 지금 당장 하고 싶어.”
“훗♡ 가시에 찔려서 사망하고 싶지 않으면 사라지는게 좋아♡”
“시발..! 그럼 나 이렇게 된건 대체 어디다 풀라는 거야?”
“그거야 네 사정이지♡ 너 어차피 넣자마자 몇 초 안에 싸버려서 나 실망시키잖아♡”
“흐으...”
“누구랑은 완전 다르지♡ 하지만 내 좁보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나버렸는걸♡”
“거짓말... 저 새끼는 이 동네에서 유명한 조루새끼야. 근데 어떻게...”
“어머나♡ 그랬어?♡ 근데 왜 나랑 할때는 그렇게 잘 했지?”
교육생은 아무리 말해도 아이언메이든이 자신과 해줄 것 같지 않자 허탈함에 몸을 벌벌 떨기까지 했다. 발정난 개의 앞길을 막으면 주인도 문다는데 그가 폭주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아이언메이든은 이곳의 마스터나 다름 없었다. 아이언메이든이 날카로운 가시를 길게 뻗어 남자들의 심장을 언제든지 관통시킬 수 있다는건 그 안을 들어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잃기는 싫었는지 발정난 교육생은 터덜터덜 화장실쪽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곁눈질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재수없게 뭘 봐?”
...
이 새끼를 지금 여기서 담궈버릴까. 전생의 싸움기술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목을 꺾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학원에서 제명 당할 수 있다. 제명은 곧 다시 망자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었고.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환생, 환생을 해야만 했다.
그랬기에 계속 궁시렁거리는 놈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하... 이렇게 된거 1학년 신입생이나 따먹으러 가야겠네.”
응? 1학년 신입생이라니, 누굴 말하는걸까 싶었다.
“후후... 고 년도 맛은 모르지만, 때깔 좋아보이던데 무슨 맛일까... 후후... 꿩 대신 닭이지. 암, 그럼그럼.”
“잠깐.”
“엉?”
“누구 얘기하는 거지, 지금?”
그러자 녀석은 내 위아래를 훑더니 씩 웃었다.
“아아... 너구나? 조루새끼라 한 번도 섹스를 못했다지? 자기 짝인데도.”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버렸다. 이게 지금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설마 86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무슨 말인지 제대로 말해봐.”
“지금 여러명이서 86번을 따먹으려고 모였어. 13번이 대표로 데려온다고 하더군. 나는 선약이 있다고 나왔지만, 이렇게 파토냈으니 그쪽으로 갈 생각이야. 너도 어때? 그 동안 86번이 계속 섹스 거부를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이라도 가서 같이 즐기지? 푸킄크.”
13번이라면, 그때의 그...
나는 화가 솟구쳐서 그만 눈이 돌아가버렸다.
다시 갈 길 가려는 놈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어억..!”
그는 내가 어깨를 잡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무릎을 꿇었고 나는 무릎 꿇은 녀석의 앞으로 가서 추궁했다.
“지금 86번 어딨어.”
내 악력, 그리고 으르렁대는 목소리 때문에 기가 죽은 녀석은 갑자기 순한 초식동물이 되어버렸다. 말을 안 하면 복부 밑부분을 세게 때려서 말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다.
*
“아, 안 돼... 하지마! 제발...”
그들을 돕고 싶었다. 눈앞이 컴컴한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로지 섹스. 생삽입을 위해 모여든 그들에게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사실 86번은 메피스토와의 계약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혹여나 콘돔을 끼고 삽입을 하면 상대가 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콘돔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몽마학원에서는 그 많은 섹스 삼매경 속에서 단 한 사람도 임신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었고 이들만의 과학이었다.
그렇기에 놈들은 다짜고짜 생삽입을 감행하려고 했다.
우선 두 놈이 뒤쪽에서 양쪽 겨드랑이쪽에 손을 넣어서 끌어안아 잡아채 올렸다. 책상 위에 드러누운 채로 양쪽 허벅다리를 다른 두 놈에게 붙잡혀서 벌려졌다. 나머지 놈들은 허겁지겁 가슴쪽으로 다가와서 학원복을 무참히 찢어벗겼다.
쫘악 쫙
‘으... 사이즈 맞는거 이거 밖에 없는데...’
86번이 이곳에 와서 처음 받은 학원복은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우선 바스트에 맞는 옷은 애초에 없어서 가장 큰 사이즈를 신청해서 허리춤을 손수 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스트를 압박붕대로 감아서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했다.
“오오... 뭐야... 가슴도 존나 크잖아.”
“이제보니까 숨은 진주가 여기 있었네. 원래도 컸는데 이걸 압박붕대로 감은 거라고? 대박이다... 습... 13번... 나한테 1빠 팔아라.”
“닥쳐라... 뒤지기 싫으면...”
이곳에서의 서열은 섹스 능력치로 메겨진다. 신체 능력이 강인한 것과는 다르게 여성을 미치게 만드는 쪽이 우위에 있는 거다.
13번은 다른 교육생들을 휘어잡을만큼의 실력이 됐다.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13번을 터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13번 역시 86번을 보면서 너무나 따먹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른 상태였기에 얼마를 주던 첫 빠따의 영광을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
‘습 그냥 다른 놈들은 꺼지라고 하고 내 방으로 데려가서 존나 따먹을까.’
이런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교육생들의 반발심이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어차피 86번은 이렇게 섹스를 해놓고나면 잡아놓은 물고기처럼 약점을 잡혀서 스스로 무너져 자신에게 다리를 벌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다.
권력이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망자인 86번이 낭떠러지 바로 앞에 서 있는 풍전등화 상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13번의 머릿속에는 86번을 학원에서 나갈 수도 없는 그녀의 약점을 잡아서 영원히 이 안에서 성노리개로 사용할 파렴치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 맛있겠다.’
커다랗게 부풀은 성기의 중심부를 잡고 밑으로 내려서 86번의 어여쁜 꽃잎에 겨냥했다.
13번이 삽입을 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86번의 젖꼭지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주의를 줘 놨다.
그랬기에 아주 맛있는 식사를 눈앞에 둔 절대자처럼 여유롭게 이 상황을 즐기는 13번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나머지 교육생이 86번의 가슴 압박붕대를 벗겨냈고 그 순간 풍만한 86번의 가슴이 눈앞에 펼쳐지자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됐다.
찌거억
귀두가 86번의 보지 윗부분을 살짝 문대자마자 전달되어 오는 짜릿한 전율.
“흐읏”
만족스러운 숨을 내쉰 13번은 이렇게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남성기들의 접근. 몇 개는 젖가슴을, 몇 개는 겨드랑이, 심지어 몇 개는 오금쪽에 까지 비비고 들어올 예정이었다.
86번은 사형대 앞에 선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정도로 억센 트라우마가 몰려왔다.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받아야 했다.
지금 누군가 나타나줬으면... 그랬으면 하는 바램은 그나마 86번에게 살아있을 희망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멘탈은 전생에서처럼 바사삭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