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126. 몽마학원 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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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라는 단어는 쾌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각이란, 어느정도 이상의 압력이 들어왔을 때 느낄 수 있는 거지만 결국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사정감을 느끼는 최고의 만족치는 아주 관념적인 여성의 조임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이 아이언메이든은 이 변기 사로 그 자체였다. 삐죽삐죽한 플라스틱 바늘이 벽에서 튀어나와 나를 겨냥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무섭지도 않았다. 그것들이 나를 찌르고 온다한들 내 고추가 느끼고 있는 통증보다 심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아이언메이든의 조임은 상당했다. 고추가 뚝 끊어질 것만 같은 압박감. 사정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꽉찬 정액이 발사될 곳마저 짓눌러졌으니까. 어찌됐든 정액은 요도를 통과해야 하는 거다.
나는 이 순간,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 가지의 깨달음을 얻었다.
컨트롤. 제어.
지금껏 마음대로 싸질렀던 과거를 떠올리며 내가 지금껏 뭘 하고 있었는지 죄책했다. 이 쉬운걸 잊고 있었다니.
주변에서 말해주기를 손톱으로 손끝을 눌러라. 라거나 발가락에 힘을 줘라. 손가락을 교차해서 구부릴 듯이 눌러라는 조언들을 그대로 따라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나였다. 그만큼 고추가 민감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더 큰 고통과 압박감을 줘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서큐버스들의 몸은 상대방의 정액을 빨아먹기 위해 설계가 되어 있으니 평범한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면 고통을 어떻게 컨트롤하는가. 그 쾌감에 상응하는 고통을 줘야만 쾌감이 분산되고 집중되어있는 고추의 감각이 분산될텐데, 대체 어떻게 그걸?
해답은 아이언메이든에게 있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이언메이든의 보지 안쪽으로 내걸 우격다짐식으로 집어넣었다.
뻑뻑한 질감. 고통을 수반하는 이 초행길은 그야말로 비포장도를 달리는 차량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그럼에도 기분은 또 생각보다 좋아서 발기가 수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상태의 변형을 일으키지 못하게 상하좌우에서 그만큼 강하게 조여들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크윽... 윽...”
“으앙♡ 안으로 들어왔다 이거지..♡”
그러자 아이언메이든의 허벅지가 살짝 탱탱하게 솟구쳤고 보다 더 탄련적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보지 입구가 벌렁거리더니 퍽! 소리를 내며 안쪽에 있는 압력을 더욱 굳건히 했다.
“안 놓아줄 거야♡”
아이언메이든은 헤벌쭉 웃으면서 내게 처음으로 얼굴을 보여줬다.
아랫도리가 빡빡해서 아픈건 아픈건데, 더럽게 예쁘게 생겼다. 학창시절에 뻔질나게 놀고 대학교 때는 과탑이랑 잤다느니 선배들한테 여왕벌한다는 소문이 도는 그런 여자애들의 관상이었다. 머리는 무슨 말괄량이 삐삐처럼 하고 있고 몸매는 할리퀸에 조임은 처녀 뺨 때리고 눕혀서 파운딩까지 해버리는 조임. 이게 무슨 조합일까.
땀이 뻘뻘 쏟아졌다. 원래 한번의 타격보다 이런 지속적인 압박이 더 힘든 법이다. 온몸에서 땀이 비처럼 쏟아지면서 빡빡했던 보지는 더 빡빡하게 조여왔다. 그러다 정말 버티기 힘들 즈음에 아이언메이든의 질내에서 뚝 터진 듯 왈칵하며 애액이 쏟아졌다.
“흐흐흥♡ 아, 좋아아..♡”
그녀는 혓바닥을 내밀고 자기 손가락을 안에 넣었다.
‘으... 그렇다면... 나도 내 방식대로 한다.’
나는 뜬금없이 아이언메이든을 백허그 상태로 안았다. 그리고 젖가슴을 부여잡고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던 아이언메이든은 히죽 웃었고 나는 그 입을 닥치게 만들고자 입술을 와락 깨물었다. 그리고 서로 혓바닥을 내밀고 낼름낼름 서로의 혀를 탐닉했고 빡빡했던 질이 살짝은 느슨해지면서 내가 허리를 뒤로 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을 때를 노려서 소총의 공이가 총알을 쳐내듯 허리를 뒤로 잡아당겼다가 빡하고 쳐올렸다.
귀두가 자궁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자 키스를 하던 아이언메이든이 깜짝 놀라서 눈을 커다랗게 떴다.
꺄하아아아앙♡
*
교실에 혼자 남아있는 86번은 책상에 엉덩이를 걸터앉고 사색에 잠겨있었다. 창밖을 바라봐도 칙칙한 지옥의 배경밖에 없으니 어디 하나 자신의 감정을 호소할 곳도 없어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것밖에 자신을 위로할 일이 없었다.
‘좋긴 좋아... 근데 미래를 생각하면 그 사람은 절대 안 돼.’
자신의 짝꿍을 생각하는 86번은 그가 조루만 아니었으면 졸업까지 똑 달라붙어서 함께 다닐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꽤나 낭만적인 사상을 가진 여자였다. 한 남자만을 사랑하며 그 남자에게 모든 것을 헌신하고 다 내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메피스토가 계약 제안을 했을 때, 딱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없었다.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몸을 내어주라고? 그만큼 좋은 제안이 어디있겠는가.
그래서 처음에는 같은 망자 출신인 짝꿍을 눈여겨 봤다. 외모는 평범했지만, 자상했고. 무엇보다 자신을 보호해주겠다는 마음씨가 참 보기 좋았다.
특히 애무는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저 유두를 빨았을 뿐인데 밑에서 홍수가 나고 섹스를 하고 싶다는 성욕이 물씬 올라왔다. 전생에서 그녀는 남자가 자신에게 어떤 식으로든 껄떡거려도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심지어 모델이나 배우들에게 대쉬를 받은 적도 있지만, 전부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무덤덤하게 살면서 평생 성욕을 못 느낄 것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죽음은 날카로운 배반이었다.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그 사람이 자신을 이용해 먹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사랑에 빠진 후였다.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랑을 줘버렸고 자신에게 남은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헌신했다.
평생의 동반자라고 생각했던 남자와 결혼까지는 골인했으나 이내 그가 다른 여자와 이미 동거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와중에도 다른 여자와 바람 피는걸 현장에서 들켰으며, 숨겨둔 자식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그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자살이었다. 86번은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 생각했고 자책했다. 평생을 착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마지막에 선택한 삶에 대한 중대한 결정 때문에 지옥의 심판을 기다리는 망자가 되고 말았다. 메피스토를 만나서 구원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86번은 지옥에 오게 되는 조건들에 대해 들었을 때,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조건 중에는 자살이라는 항목이 없었다. 자살이 이유가 아니라면 자신이 지옥에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망자들은 죄다 살인을 했거나 강간, 미수로 그쳤던 잘못들. 간접살인 및 살인교사 등등. 온갖 추악한 일들을 자행한 이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 대열에 합류했다고?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었기에 애통하고 원통했다. 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건 지옥의 심판을 받는 길 밖에는 없었다.
‘차라리 심판을 받을까...’
사실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 중에 전생의 남편과 현재의 짝을 제외하면 성적인 만족감을 줬던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현재의 짝과 결속을 맺으면 이 학원에서 졸업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가 ‘조루’라는 이유. 그것만 빼면 그는 완벽한 짝이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심판을... 받아야할지도 모르겠다.
천장을 보며 사색에 잠겼던 86번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망자들의 길을 쳐다봤다. 다시 저 길 위에서 몇 천년이고 심판 받을 때까지 기다릴걸 생각하니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교실 앞문이 열리면서 하나의 빛줄기가 들어오는 듯 싶었다.
“안녕?”
지난번에 대시를 해왔던 13번이었다. 그는 수줍게 인사를 하곤 꼭 무슨 청춘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처럼 문가에 몸을 기대 86번을 지그시 응시했다.
“안... 녕?”
86번은 순간 가슴이 뛰고 말았다. 자신이 절망적일 때 찾아와준 13번이 지금부터 무슨 일을 할지 부쩍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눈이네.”
“아, 아니야...”
그러자 13번은 성큼성큼 교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남들 다 기숙사로 갔을텐데 교실에 남아서 뭐해.”
그는 86번에게 가까이 붙었다. 얼굴 하나 정도 두고 멀어진 거리에서 말똥말똥 잘생긴 얼굴로 쳐다보니 왠지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 와중에 13번이 와락 86번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어?”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86번은 몸을 살짝 뒤로 잡아당겼지만, 결국 마음이 느슨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13번이 자신의 영원한 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생각에 취해버려서 도통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졌다.
“손이 차네. 망자라서 그런가.”
“아... 그건...”
“계약? 계약이구나. 네 후원자 때문에 몸이 찬가 봐. 따뜻하게 해줄 필요가 있겠는데.”
86번은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이곳은 보통의 학교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은 다른 이성과의 성교를 위해 접근한다. 심지어 짝이 아니더라도 결속된 계약체계가 아닌 이상 얼마든지 바람을 피워도 좋고 여러군데 문어다리를 걸쳐놔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86번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에 깍지를 낀 손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너한테도 짝이 있지 않아?”
13번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있긴 하지. 근데 그게 왜?”
“짝이랑 섹스도 하겠지?”
“음... 하긴 했지. 근데 지금은 좀...”
“지금은? 왜?”
“마음이 좀 식었다고 할까. 거처 바꿀 타이밍을 재는 중이야. 너는 어떤데? 지금 네 짝이 마음에 들어?”
“... 어?”
“하하. 갑자기 질문해서 미안하긴한데 너네 짝이 지금 학원에서 엄청 소문이 자자하거든. 입학하고 한 번도 섹스를 못 했다면서. 혹시 그 새끼 불구가 아닐까 했는데 심지어 그것도 아니라며. 나는 그 말 듣고 깜짝 놀랐다. 차라리 성불구였으면 다행이지.”
사실 그에 대한 진실은 계약 때문에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그 녀석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지옥에서 학원을 다니는 동안, 86번의 성격은 많이 바뀌었다.
전생에서 경험해봤듯이, 어차피 좋은 일을 해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지옥에 떨어질 운명이었다. 사람들은 사람을 배신한다. 누군가는 나쁜짓을 하고 착한 마음만 먹고 있다간 눈 감은채 코가 베이고 말 것이다.
자신의 몫은 자신이 챙기는 법.
86번은 확실히 흑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마음도 덩달아 어둡게 물들어져갔다.
‘내가 그런 사정까지 다 봐줘야 해? 뭣하러?’
이 생각에 이르자 판단은 쉬워졌다.
“나도 너랑 같아. 나랑 알맞은 짝을 찾고 있어.”
13번은 싱긋 웃고 잡은 손에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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