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화 〉 124. 몽마학원 편(11)
* * *
딱! 퍽! 딱! 퍽퍽! 퍼억!
투욱
“에이, 씨발!”
구스트는 나에게 무술수련을 시켜놓고 자리를 비워줬다. 좆기도인지 좆권도인지하는 무술 말이다. 시범은 그렇다치고 내가 좆대가리로 수련대를 쳐대는걸 누군가가 본다는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기에 제발 좀 자리를 비워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던 거다.
코인에 의한 신체능력의 발달은 코인량에 따라 그 기간이 각기 다르다. 당연하게도 코인의 양이 많으면 오랫동안 유지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금방 사라진다.
구스트가 내게 후원해준 공적치를 코인으로 바꿨을 때는 어느정도 평균적인 수치였는지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좆대가리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말한 것이다.
좆기도, 좆권도. 몸을 단련하기 위하면서도 테크닉적인 부분에서도 상승곡선을 노릴 수 있다는데.
이게 하다보면 은근히 현타가 오고, 자괴감이 들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치욕스럽기까지 했다.
누가 보건 안 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무 막대에 내 고추를 딱딱 때려대는데 이 발기를 유지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따라서 중요 포인트는 그것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발기를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더 표피를 단단하게 만들것인가?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내 좆대가리를 내려다보면서 혼잣말로 주문을 외웠다.
“제발 서라. 제발 서라. 제발 서라.”
머릿속으로는 벨라의 똥꼬에 넣었을 때의 감각도 떠올려보고 티그마와 밤새 즐긴 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게 아니면 이전 생의 사랑이라던지 첫사랑의 풋풋함 등을 떠올리면서 고추를 곤두세웠다.
처음에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자극을 줬던 상상력은 효력을 잃고 말았다. 원래 계속 반복되면 습관이 되어버리듯 내 고추도 그걸 알아버렸는지 이제 더 이상 같은 상상으로는 발기가 되지 않았다.
“후...”
다음날, 수업시간에 교실에 앉아서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발기를 오래 유지시킬 수 있을까. 결국 지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었다. 사정을 하면 발기가 풀린다. 그렇다면 발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뜻.
말이 간단하지.
“젠장.”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봐?”
86번이 오랜만에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하긴 옆에서 궁시렁거리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것도 처음일테니 관심을 가질만도 했다.
얼마 전부터 말을 놓기 시작한 우리였다. 그녀도 이제 더 이상 나를 남자로 보거나 수줍게 생각하지 않아서 말을 편하게 하는 듯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사정지연 때문에. 수업시간에 그것 때문에 얼마나 감점을 당했는지... 난 여기서 평생 썩어야 될 수도 있겠어.”
“그럼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있겠네?”
나는 그녀의 차가운 말과 그 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려버리는 것에 화가 좀 났던 것 같다.
“뭐?”
“그렇잖아. 너가 하급생을 벗어나지 못하면 나도 마찬가지로 여기서 썩어야 되. 남자들이야 섹스에서 어필할 수 있는 스킬들이 많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남자가 빨리 싸버리고 섹스를 끝내버리면 여자가 할 수 있는게 뒤처리 깔끔하게 해주고 가슴으로 한번 쳐주는 것 말고 뭐가 있는데?”
저렇게 얘기하니까 할 말이 없었다. 하긴 지금 제일 골머리 썩이고 있을 사람은 86번이었다. 내가 처음에 섹스를 안 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그녀와 짝이 되었다지만, 어쨌든 그녀도 졸업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파트너를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날 데려갈 다른 서큐버스가 없으니 파트너를 찾아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나도 자존심이라는게 있다. 조루도 사람이다. 젠장할. 내가 좆물을 빨리 토해내서 미안하다고 어떻게 사과할 수 있겠는가.
나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별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86번에게 추근거리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설렁설렁 걸어온 인큐버스의 번호는 13번이었다. 하급생 중에서는 서열이 높은 축에 속하는 13번 인큐버스는 A클래스 반에서 수업을 받는 유능한 인재였다.
몽마 중에서 유능한 인재라는 소리는 그만큼 섹스에 특출난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아직 비밀을 유지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는 없으나 분명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이성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비기가 있을 것이다.
“86번. 요즘 적적하지 않아?”
풋. 어디서 옛날 고리짝 수법을 써먹나 싶었다. 어떻게 저런 방법으로 여자를 꼬시려는건지, 참. 그런데 웃기게도 86번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다리를 꼬았는데 흘깃 쳐다보자 스커트 안으로 속옷을 다 보이게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놀라서 고개를 치켜들고 13번의 얼굴을 유심히 봤다. 역시나 얼굴은 미소년처럼 예쁘고 잘생겼다. 근데 문제는 얼굴이 아니었다. 몸이었다. 곱상하게 생긴 얼굴이랑은 다르게 몸매가 스포츠모델처럼 멋드러졌다. 그래서 옷태도 살았고 맵시가 났다. 남성적인 섹슈얼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모성애까지 자극하는 매력을 동시에 지닌 거다.
‘저런 얼굴에 저런 몸은 쉽지 않은데...’
보통 운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승모근 때문에 목도 두껍고 얼굴에도 건강미가 뿜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13번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었다. 거기에 살인적인 미소까지. 같은 남자가 보더라도 멋있다고 생각되는데 86번의 경우에는 아니겠는가.
86번은 얼굴이 헤벌레해졌다. 저 눈빛은 그냥 한번 살짝 스치더라도 다리를 벌릴 수 있는 눈빛이었다. 왜, 남자들도 그런게 있지 않나. 예쁜 여자를 보면 눈이 흐리멍텅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리고 그런 여자가 대쉬를 하면 이게 꿈이냐 생시냐면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발정난 개 마냥 허리를 흔들기 마련이다.
지금 86번의 상황이 딱 그랬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는 저 표정... 나는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다른 남자 교육생에게 위기감을 느꼈다.
“적적하다는 표현 말고 다른 표현이 있을텐데요.”
내가 말하자 13번이 내쪽은 거들떠도 쳐다보지 않고 계속 86번에게 말했다.
“적적하지 않으면 외로운건가?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B클래스 반에 머무는 거지? 여기있는 그 누구도 매력적이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지 않나, 86번?”
13번은 86번의 갸름한 얼굴을 손으로 한차례 훑어내렸다.
“아니면 이 놈한테 홀린건가?”
86번은 눈에서 꿀이 떨어지느라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간 13번에게 86번의 계약을 빼앗기고 말겠다.
“13번 교육생. 86번 교육생은 내 짝이야.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거야.”
“푸핫! 여기가 무슨 유치원인줄 아나? 누가 누구 거고, 누가 누구 짝인지가 중요한가?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 왜, 너도 여기서 뭔가 되고 싶나봐? 조루.”
“이 자식이...”
“허어. 여기는 몽마학원이야. 섹스로 승부를 보는 곳이지. 그리고 섹스어필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 식의 흥분은 그냥 짐승새끼가 지 살길 찾기 위해 콧바람 뿜어대는 흥분으로밖에 쳐주지 않아. 못 생겨서 그런가? 이런 것까지 내가 설명해줘야 해?”
“크윽...”
할 말이 없다. 이래서 서열이라는 게 무섭다. 누군가 우위에 있으면 반대쪽에 있는 누군가는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박을 하려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저 녀석 말마따나 입 닥치고 승부에 굴복해야만 하는 거다.
힘으로 이기려고 들면 안 된다. 여기서 문제 하나라도 발생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점수가 많이 차감될 것이다. 앞으로 있을 4개의 학기 동안 메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점수가 차감되면 이번 기회에는 졸업은 고사하고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퇴학까지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생각 많이 해봐. 86번. 이런 조루랑 같이 있으면 여기 절~대 못 벗어나.”
86번도 이미 마음이 뜬 건 사실이다. 그녀는 13번이 교실을 떠나자마자 내 쪽을 째려봤다.
“뭔데 나서?”
“어?”
“내가 내 생각 얘기하면 그만인데 왜 나서냐고.”
“아, 그러니까 그게... 중요한 비밀이 있으니까...”
그 비밀은 메피스토와의 계약을 말한 것이었다. 당연히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 되는 말이었기에 일부러 돌려서 말했다. 그런데 86번의 반응은 충격이었다.
“계약이라면 13번이랑 해버리면 되지!”
...
이거 가면 갈수록 나에게 불리해지고 있는게 맞는 것 같다. 나는 이대로 86번을 잃을 것 같다.
하지만 13번... 저 새끼 뭔가 이상하다.
솔직히 86번이 예쁘기는 하다. 그런데 굳이 A클래스가 B클래스까지 와서 서큐버스 하나를 데려가려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그 역시 졸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입증된 상대 중에 초이스 하는게 맞다. 그게 졸업에 가장 가까워지는 길이다. 아무리 멍청하더라도 자기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의 파트너를 데려가지는 않는다.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네 생각이 그렇다면 13번에게 가. 내 짝은 최대한 빨리 구해볼게.”
하지만 나는 결국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86번이 뭐라고. 내가 그녀에게 빚진 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둘 사이의 인연이라곤 계단에서의 키스밖에 없다. 나머지는 다 수업의 일환일 뿐이며 우리가 둘 다 망자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그 애무조차 있을 수 없었을 거다.
또 내가 이렇게 말하면 86번은 조용해진다. 그녀는 내가 알아서 떨어지길 바라는 눈치였다.
젠장. 동으로 가나 서로 가나 어쨌든 조루는 탈출하고 봐야되는구나.
그래서 수업시간이 전부 끝난 이후, 나머지 교육생들이 모두 잠을 자러 기숙사로 돌아갔을 때, 나는 체단실에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
뻑뻑 소리가 나게 고추 강타를 하며. 이번에는 전보다 더 발기가 빨리 죽어버렸다. 나는 이걸 세우기 위해 딸딸이라도 쳐야할 판이었다.
“씨발... 이게 뭐야..!”
나는 다시 야한 상상을 해야 했다. 대체 어떤게 야한 상상일까. 벨라보다 더 몸매 좋은 서큐버스는 없다. 하지만 상상에는 한계가 있는 법.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것과 별개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오히려 나는 86번을 떠올렸다. 86번이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상상. 그리고 그 남자는 결국 죽음에 이른다. 그것이 메피스토와의 계약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86번이 섹스하는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발기가 됐다.
이거다.
딱! 딱! 쿵! 딱!
타격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나는 86번을 잃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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