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118. 몽마학원 편(5)
* * *
“교육생.”
“예.”
“이 학원의 규칙을 잘 알고 있겠지?”
“무슨...”
“이 학원을 졸업하기 위해서 어떤 걸 해야하는지 말하는 거야.”
“시험을 잘 보고 점수를 잘 받으면 통과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의 이름은 티그마였다.
나는 티그마가 하는 말의 뜻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척 했다.
“그 점수를 누가 준다고 생각하지?”
“... 선생님이시죠.”
“그럼 나한테 잘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지?”
나는 나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
“뭘 하면 될까요?”
그러자 티그마는 말 없이 내게 손가락질하며 따라오라고 가리켰다. 나는 그녀를 뒤따라 가면서 그녀의 뒤태를 힐끔 확인했다. 남미쪽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육덕 몸매였다. 킴 카사디안을 방불케 하는 완벽한 글래머 몸매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이런 몸매로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건 반칙이라고. 같이 걸으면 주변에 있는 인큐버스 동급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까지 한다.
“잠깐 여기 있어.”
티그마는 내게 그렇게 말하고 교무실로 들어갔다가 소지품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다시 걸어서 구름다리를 지나 옆에 딸려있는 별관으로 이동했다. 별관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다.
별관은 본관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단지, 교무실이 빈방이고 다른 방은 체력단련실이라던지 메이크업실같은 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티그마는 체단실 앞에서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자 뜀틀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놓여져 있었다.
“벗어.”
“예?”
사실 나는 깜짝 놀라지도 않았다. 어느정도 예상을 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벗으라는 말을 듣고 벗지 않았지만, 티그마는 곧바로 무릎을 꿇더니 배가 고픈 사람이 식탁 앞에서 어쩔줄 몰라하듯 내 허리를 붙잡고 벌린 후에 재빨리 바지를 벗겨내렸다. 그리고는 아까의 여운으로 인해 아직까지 불끈 솟아있는 고추를 한모금 입에 넣고 빨았다.
“우움... 하아... 이 맛이야. 역시 이럴줄 알았어. 너한테는 이상한 기운이 나온단 말이지.”
“끄... 끄흑..!”
“싸고싶을 때 싸도 좋아. 너가 조루라는 건 잘 알고 있으니까.”
“아니... 조루가 아니라... 크윽... 당신네들이 너무 강렬한 거라고...”
아니, 그렇지 않은가. 지상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쾌락을 느끼는 순간, 나는 바로 사정을 갈겨버릴 수밖에 없었다.
쪼옵 쫍쫍
“우브으읍...”
티그마는 입에 자지를 물고서 어떻게든 내게 의사를 전달하려고 했다.
“으븝... 내가... 츄르릅 앞으로... 뽀옥 버틸 수 있게... 촤하 해줄게.”
“크윽...”
일단 모르겠고.
악마의 입안에 자지를 넣는 순간, 달착지근한 구멍에 포개지는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사정감이 솟구쳤다. 그래서 나는 대변기에 똥을 싸내리는 듯 몸에 힘을 쫙 풀고 안에 있는 정액을 마구 발사시켰다.
“크학..!”
쭉쭉 뿜어져나가는 정액은 방금 전에 연속사정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계속해서 뿜어져나왔고 티그마는 흘러나오는 정액을 허겁지겁 다 집어삼켰다.
슈르릅 후아...
“역시...”
티그마는 여전히 흘러내리는 정액에 감탄을 했다.
“너는 위대한 섹서가 될 거다... 네 후원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사람 하나 보는 안목은 대단하네. 부럽다. 부러워.”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내가 위대한 섹서가 될 줄은 이때까지도 꿈도 꾸지 못했던 거다.
“그런데 만약 너에게 현생으로 돌아가서 살아가야할 원동력까지 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나는 생각해.”
“살아가야할 원동력..?”
설마 복수에 대한 얘기를 하는걸까..? 하지만 어떻게 알고?
“뭐, 그렇지. 너 정도면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할 수 있는데 억울하지 않아?”
“...”
나는 대답하지 않고 밑에서 정액을 삭삭 핥아먹는 티그마를 내려다봤다.
확실히... 그렇다. 억울하다. 내가 이뤄왔던 것들이 단 한순간, 누군가의 배신에 의해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렸다.
만약 배신이 없었다면 내게 남아있을 행복한 여생. 내가 꿈꿔왔던 꿈을 이뤘을 것이다.
내 아내 은주와 오순도순 살면서 자녀를 낳고 사업을 번창시키면서 살아갔을 터였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틀어졌을까. 나는 그에 관련된 요주의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하면서 복수를 해나갈 생각이었다.
“억울합니다.”
그러자 티그마가 씩 웃었다. 그녀는 정액을 다 빨아먹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뜀틀 위에 엉덩이를 걸터앉았다.
“역시 그렇지? 네 안에는 그 억울함이 넘쳐흘러. 그래서 봐봐. 정액 생산력이 기준치를 훨씬 웃돌고 있잖아. 섹스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스테미너는 바꿀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니까 몽마학원에서의 스테미너는 여타 RPG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마나와도 같은 것이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인 마나와 섹스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스테미너. 역시나 나는 섹스를 했는데도 지치지 않았다.
그건 전생에서도 똑같았다. 나는 타고난 힘과 강단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여자들과 섹스를 해도 지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섹스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투박하고 성질머리없이 돌격해들어가는 탓에 여자들이 딱히 만족스러워하지는 않았던 거다.
티그마의 말에 따르면 내 안에 있는 복수심 때문에 이곳에서의 내 스테미너는 기준치를 넘어선 듯하다. 왜냐하면 이곳이 지옥이기 때문이다. 복수의 화신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티그마는 팔뚝으로 입술을 슥 훔치며 말을 이었다.
“아마 너의 후원자는 네게 있는 그 억울함을 자제하락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말을 듣지 말아. 그냥 모든 억울함을 표출시켜. 상대방을 씹어죽일 정도로 강렬하게 말이야.”
“... 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까. 내일도 부탁해.”
“어... 본게임은 안 하나요?”
그러자 티그마는 씩 웃었다.
“나는 네 정액을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해.”
“..?”
저건 또 무슨 뜻일까. 확실히 이 타지생활에서의 문제점이라면 어떤 단어라든지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내 정액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섹스를 하는 것보다 오랄로 봉사하는게 낫다는 얘긴가.
“물론 섹스를 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 네 고추를 내 안에 넣으면 또 다시 그대로 사정을 해댈테니까. 너가 너무 자괴감 들지 않겠어?”
“크윽... 그러니까... 단련을...”
“단련이야 천천히 시키면 될 일이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 연습이라면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고 네 짝을 열심히 따먹어. 그 수밖에 없으니까.”
아... 그 부분은 조금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 상대가 하필이면 메피스토의 가호를 받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86번이 내게 비밀을 지켜달라고 말했던 부분이기에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 메피스토에게 가호를 받는 중이라고 말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메피스토와 어떤 식의 계약을 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악마와의 계약은 여러 가지 장단점을 끌어안고 간다. 특히 악신의 권능은 그 파워가 엄청나지만, 그만큼 패널티가 높다. 하급 악마일수록 파워가 낮고 그만큼 패널티가 적은 거다.
86번이 받은 패널티가 오로지 한 사람과 섹스를 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사실 나는 에널리스트 벨라에게 가호를 받으면서 아직까지는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생으로 따지자면 자유계약의 신분이다. 언제든지 벨라와의 관계를 끊고 다른 악신과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드르륵
티그마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밖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는지 피식 웃었다.
“어머나.”
그 말만을 남기고 티그마는 떠나버렸다.
조금 후에 문틈 사이로 빼꼼거리며 86번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수업 시작 얼마 안 남았는데 여기서 뭐해요...”
설마 이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걸까. 하긴 86번이 다른데 어디 갈곳도 없을테니.
나는 밖으로 나갔고 86번과 나란히 서서 교실로 향했다. 너무나도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결국 말을 꺼낸건 궁금증을 참지 못했던 86번이었다.
“티그마 쌤이랑 뭐 하셨어요..? 안에서...”
나는 뭐라고 둘러댈까 고민했다. 오랄을 받았다고 말한다면 말할수 있었지만, 차라리 애둘러서 말해 그녀의 질투심을 폭발시킬 생각이었다.
“그냥 안에서 조언을 들었어요.”
“근데 왜 굳이 거기까지 갔을까요? 좀 이상하지 않아요?”
“아... 그렇네요... 하하하... 왜 그랬을까요, 티그마 쌤이.”
그러자 86번은 되려 걱정스럽게 날 쳐다봤다.
“조심해요. 티그마 쌤이 엄청 노리는거 같아요. 아까 덮칠 때도 그렇고 좀 이상해... 여기있는 악마들은 조심해야 한다고요. 그냥 쉽게쉽게 몸을 내어주지 말아요.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요?”
걱정을 하는 그녀. 메피스토에게 계약 제안을 받았을 때, 그 제안을 덥썩 수락한 주제에 누구에게 지금 악마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서며 말했다.
“아, 아까는...”
“아까요?”
“아까는 좀 조, 좋았어요.”
그리고는 부리나케 도망가는 86번.
앞으로 지옥 성생활이 볼만 해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86번의 뒤를 따라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