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11화 (111/159)

〈 111화 〉 111. 하필이면 지금

* * *

나는 거실에 혼자 앉아서 두 사람을 동시에 마사지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헬스장 다니면서 배운건 운동과 마사지다. 요즘은 헬스 트레이너들에게 마사지 능력은 기본이다. 따라서 신입생 교육을 할 때도 마사지 기술을 전수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불법이다. 단순히 근육을 이완하기 위해 하는 마사지라면 상관없지만, 시술을 목적으로 하는 마사지는 엄연히 불법인 거다.

그래도 나는 상관없다.

시술이 목적이 아니라 섹스가 목적이니까. 어디까지나 친해지기 위한 스킨십과 섹스인거다.

“흐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버렸다.

헬스장 삼인방이야 예쁘긴 예쁘지만, 그래도 엄연히 아이돌은 아니고, 아이돌 지망생들이었다.

그런데 샤워실에서 동반샤워를 하고 있는 두 여자는 데뷔를 마치고 연습생으로 돌아온 아이돌들이다.

리카는 일전에 술 취한 상태로 섹스를 했던 적이 있었으나 그때는 인사불성 상태여서 기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나 지금은 사리분별이 확실한 상태. 이 상태에서의 쓰리썸은 우월감은 당연하고 배덕감까지 몰고 올 터. 그래도 마음껏 따먹고 싶다. 어차피 앞으로 자주하게 될 건데 섹스를 터 놓으면 그 수순이 쉬워지니까.

그런데 샤워실 안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나는 침대 이불보를 정리하고 그 위에 마사지용 시트를 깔았다. 벨라가 준 오일을 잔뜩 버무려서 오일과 함께 난교파티를 즐길 생각이었다.

나는 야릇한 분위기를 맛보고 싶어서 벨라가 준 오일과 아프로디테의 영약을 섞어서 시트 위에 살짝 뿌렸다. 그리고 맨손으로 그걸 쓱쓱 문질러서 곱게 펴발랐다. 손끝에서 오는 산뜻한 자극. 미약은 미약인 듯 손에 닿기만 했을뿐인데 사타구니가 조금씩 부풀어오르는게 느껴졌다.

사정지연 기술이 있는 나한테 이 정도 자극을 심어줄 정도면 꽤나 강도 높은 미약이다. 아마 여자들 몸에 닿으면 상대가 누군들 다리를 벌릴 정도.

‘캬, 이런 걸 대한민국 탑 여배우들한테 쓰면 진짜 자지러지겠는데.’

이 두 사람도 아이돌 지망생이니만큼 메리트가 있었지만, 좀 더 고차원적인 여자들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리는 수양이나 몸매 탑 급이라고 불리는 성바다.

두 사람은 내가 지옥에 있을 때부터 인기가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모든 남자 몽마들의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몽마학원에서 얘기를 나눴던 내용들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야, 그 인간계 탑급이라 불리는 애들 봤냐? 이번에 엄청 핫하던데.”

“할리웃 배우?”

“야, 야. 나는 한국애들이 좋더라.”

“한국애들이 좋긴하지. 그래서 누구?”

“수양.”

“와, 수양 귀엽지. 섹스할 때 얼굴 빨개지면 존나 맛있을 듯.”

“뭔 개소리야. 성바다가 최고지. 대한민국에 성바다랑 견줄 몸매가 있긴하냐?”

“어휴, 그딴 소리해서 뭐하냐? 일단 자존감 강한 여자들은 꿈에서도 퇴짜놓는다고. 우리 같은 몽마들이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

그럼 나는 잠자코 그 모습들을 구경만 하고 있는 거다. 사실 나는 남자 학우들과는 그닥 친하지 않았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건 여자 몽마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는 쪽이었다.

몽마학원에는 여자 몽마 선생님뿐만 아니라 남자 몽마 선생님도 있었다.

남자가 알려줄 수 있는 스킬이 있고 여자가 알려줄 수 있는 스킬이 따로 존재하니까. 당연히 남자 몽마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야만 했다.

내가 특히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의 이름은 구스트라는 이름의 몽마였다. 녀석은 몽마 중에서도 깐죽대기로 소문난 녀석이었는데 깐죽대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휘에 올랐다는건 실력이 좋다는 반증이라고 판단해서 접근했다.

“구스트 씨. 궁금한게 있습니다.”

나는 아까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구스트에게 물었다.

“연예인이랑 해본적 있으십니까?”

“연예인? 어디 연예인을 말하는 거지? 국적마다 난이도가 틀리거든.”

“대한민국이요.”

“참, 너 남한에서 왔다고 했지? 대한민국이라. 그쪽 난이도 꽤 높은편이긴 하지. 그냥 평범한 일반인들은 난이도가 낮은데 연예인들은 극강이야. 뭐, 물론 사람마다 다르긴 해. 해봤냐고? 당연히 해봤지. 근데 내 스타일 알잖아. 한 명 따먹으면 그 뒤로는 국 끓여먹듯 우려먹는다는거.”

구스트는 여자 하나를 집요하게 사골 끓여먹는 편이었다. 한 여자만 콕 집어서 밤마다 들쑤시는 거다. 그러면 조금씩 현실 섹스보다 꿈속 섹스를 더 원하게 되고 그럴수록 자기 몽마를 더 찾게된다. 그러면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가 형성되는데 이걸 몽마개론에서는 섹트너십이라고 부른다.

섹트너십이 연결된 여자들은 마치 방에 숨겨둔 꿀단지처럼 두고두고 꺼내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잡아놓은 물고기나 다름 없는거다. 그때부터는 그 여자들에게 딱히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뿐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요즘은 연예인들이 정신과 상담같은 걸 받아서 금방 치료가 된다고 했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몽마들은 자리를 잃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사회 초년생들이나 외로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면서 만족스러운 섹트너십을 찾는 몽마는 성공한 축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구스트처럼 재능있는 녀석의 말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운거 알잖아?”

“알죠. 그 처음이 궁금하다는 겁니다.”

“크. 그렇겠지. 몽마한테 중요한건 테크닉보다도 말빨이지. 그리고 분위기.”

“네, 알죠.”

그러면 그는 어떻게 분위기를 잡는지 여자들을 홀리는 기법에 대해서 설명해주곤 했다.

사실 그의 말의 대부분은 카리스마라는 말로 대체가 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여자를 압도하는 능력만 있다면 지랄이고 자시고 다 필요없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여자들을 꼬시기 어렵다는 거다. 그래서 구스트가 요구하는 하나의 스킬은 이거였다.

“약점을 건드려라.”

약점.

그래서 나는 그 부분을 최대한 이용하는 중이었다. 내 파트너가 됐던 사람 중 대부분은 약점을 노출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약점을 내가 어루만져주거나 그걸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다.

아이돌 지망생의 이 두 아이는 지망생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외로워 죽으려고 한다. 앞으로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의지가 될만한 버팀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여자들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섹스라는 대가를 남자에게 준다. 섹스를 주기적으로 해준다면 남자가 환장하고 자기만 봐줄거라는 생각. 물론 맞는 얘기긴 하지만, 나와 같은 경우에는 예외였다.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해서 여자들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지금 내게 섹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가 많은 거다.

물론 나는 몽마의 신분은 아니다. 섹서라는 신분은 몽마와는 다르게 현생에서 직접 뛰어야 하는 고달픔이 있지만, 나는 이 생생한 감각이 좋다.

샤워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두 사람이 안에서 복닥거리면서 뭔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이 상황이 너무 즐겁다. 무엇보다 꿈에서는 쓰리썸을 할 수 없는데 현생에서는 쓰리썸이라는 자극적인 요소를 방송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좋기도 했다.

변태같은 천신과 악신들의 만족감을 위해서라면 이런 자극적인 일을 서슴지 않고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젤을 이용해서 질펀하게 한 번 즐겨볼까 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안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여자들.

둘이 대체 뭘하고 있길래 늦는가 했더니 내 스마트폰이 갑자기 불이라도 난듯 울리기 시작했다.

제시카였다.

“여보세요?”

­ 기준쨔응... 아니, 매니저님... 저 시카예요.

“어. 알지. 무슨 일이야?”

­ 힝... 제가 매니저님한테 전화하는데 이유가 있어요?

“...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그래.”

­ 변했어. 변했어! 성기준 변했어! 근데 지금 급해요. 이멀전시! 메이데이 메이데이!

“그니까 무슨 일이냐고, 말을 해봐.”

­ 지금 루가 좀 아픈거 같아요.

“뭐야, 어디가 아픈데?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 아니에요... 그런 문제가 아닌거 같아요. 한번 와보셔야 할거 같아요.

나는 리카와 제이가 샤워하고 있는 곳을 한 번 쳐다본 다음에 다시 전화를 이어나갔다.

“증상이 어떤데?”

­ 증상이 뭐냐면요... 음, 음... 몸이 뜨겁다고 할까? 병원 가볼래, 했는데 계속 싫다고만 해요. 그래서 매니저님 불러줄까, 했더니 그건 좋겠다고 하는데요.

나는 사실 루와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여태 단둘이 얘기해본 적도 두 번 정도였을 정도로 나한테 속에 있는 말을 터놓지 않는 친구가 바로 루와 아민이었다.

루는 항상 당찼고 아민을 지켜준다는 의지가 있는 아이여서 강하게 봤는데 몸이 아프다면 정말 무슨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후, 알았어. 가볼게.”

나는 아픈 루를 챙겨주기 위해 숙소로 가봐야할 듯 싶었다. 샤워 중인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얼른 방에서 나와 숙소 쪽으로 향했다.

숙소로 도착하자 제시카가 헐레벌떡 입구쪽으로 달려나왔다.

정말 급한 상황인지 평소에 안 하던 호들갑까지 떨어댔다.

“기준쨩!”

웬만해서는 매니저라고 호칭 붙이는걸 버릇들여놨는데 저러는걸 보면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다.

“얼른 이쪽으로 와줘!”

나는 군말없이 그녀를 따라 뛰었다.

그녀는 루와 아민이 있어야할 숙소 3층으로 가는게 아니라 자기 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아픈 루를 한층 낮은 방에 데려다 놓은 모양이다.

아니나다를까 제시카의 방에 도착한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루는 정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입고있는 티와 츄리닝 반바지는 땀 때문에 다 젖어 있었다. 입으로는 거칠게 헐떡이고 있었으며 몸을 어떻게든 가눌 방법을 찾지 못하는지 주기적으로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이게 시방 대체 뭔 일이여...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녀의 곁에 한 마리의 작은 악마를 발견했다.

몽마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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