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106. 핫바디 콘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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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바디 콘테스트에 나가는 멤버는 정해져 있었다.
맥심 잡지는 대한민국 유교사상이랑은 거리가 먼 비교적 개방적인 잡지다. 따라서 문신이 있든 헐벗고 나가든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아할 터였다. 헐벗을수록 좋아하고 다른 사람에게 없는 매력이 있을수록 더 좋아할 거였다.
따라서 한지우와 리카 그리고 제이가 출격하기로 했다.
두 번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할 멤버는 상대적으로 어리면서도 비주얼이 끝내주는 지아와 소정 그리고 주니였다.
남은 멤버는 제시카와 루 그리고 아민이었는데 이 세 사람을 남긴 이유는 간단했다. 루와 아민은 항상 붙어다녀야만 멘탈적으로 건강했고 제시카는 외국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혼혈인 루와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시카의 친화력으로 두 사람은 어느새 베스트프렌드가 되었고 비교적 소극적인 아민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모든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나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세 명씩 짝을 지어준 그룹에 각각에 해당하는 권능을 붙여줘서 가호를 불어넣게 해줬던 거다.
아직까지 확인해보지 않은 한지우와 제시카에게 걸려있는 가호들은 그대로 유닛에게도 적용을 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섹스할 때 이외에도 적용되는 버프를 걸어주도록 시켰다.
한지우에게 붙은 벨라는 핫바디 컨테스트에 참여한 멤버들을 위해 자신의 애액으로 만든 오일을 선물로 줬다. 비록 벨라의 애널에서 흘러나온 애액으로 만든 오일이지만, 생각만큼 더럽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깨끗하디 깨끗해서 몸에 묻히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은한 광택감을 느끼게 해주면서도 섹시하게 느껴지게 했다. 또한, 이 오일에는 남자들을 이끄는 힘이 있어서 맥심 촬영진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지경이 되게 만들 수 있었다.
지아에게 붙어있는 아르테미스는 멤버들에게 경쟁의 가호를 불어넣어줬다. 처녀들의 신이지만, 동시에 전쟁의 신이기도 한 그녀가 줄 수 있는 특혜였다.
제시카에게 붙어있는 메르세데스의 능력은 아직까지 수수께끼였다. 그래서 루와 아민에게 걸린 버프도 어떤 능력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제시카에게 걸린 가호를 확인하게 되면 세 사람에게 생긴 능력을 알 수 있다고는 하는데 나는 우선, 급한 불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우선 1차 통과를 해야하는 맥심 핫바디 콘테스트 출격 멤버들은 각각 스탠다드 오퍼레이션(우리 소속사 이름)의 이름을 걸고 있었다.
가장 우선시되는건 인터뷰였다. 아무리 몸매가 좋다한들 스토리가 없고 팬들과의 교류가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잡지를 구독해주는 구독자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만큼은 한지우가 츤데레적인 성향을 조금 버렸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나는 한지우의 소녀적인 감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촬영지까지 바래다주는 동안,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지우야.”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지만, 어차피 전생 포함하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 그동안 나는 한지우를 편하게 불렀다.
“네?”
그녀도 트레이너 때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제 완전히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에 정말 아이돌 지망생이 된 것처럼 행동했던 거다.
“인터뷰할 때, 과거 얘기도 할 거고, 뭐 이를테면 이상형 얘기도 할텐데 뭐라고 할지 생각해봤어?”
“...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나는 미러에 비춰지는 한지우의 얼굴을 살피다가 옆에 앉아있는 리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리카는?”
“저는 어느정도 준비는 해뒀어요! 예전에 데뷔할 때도 비슷한 인터뷰를 해서 약간 변형된 식으로 대처하면 될거 같아요.”
“그렇구나. 그럼 제이는?”
“저도, 뭐... 그냥 하는데로 할까 해요.”
준비 안 했구만...
나는 다시 한지우에게 물었다.
“지우야, 그럼 지금 잠깐 롤플레잉 해볼까?”
어찌됐든 우리가 헬스장에서 가장 많이 해봤던 게 세일즈 롤플레잉이었으니까. 한지우는 약간 주춤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지우 씨는 학창시절에 어떤 여학생이었어요?”
“어... 어... 그러니까 몰래 문신하고 아버지한테 두들겨 맞는 편이었어요.”
“뭐? 푸핫! 아니... 진짜 그렇게 대답할 거야?”
“아, 아뇨! 그럼 뭐라고 해야하지. 무면허로 오토바이 타다가 걸리기도 했고... 오토바이 타다가 사고로 친구가 죽기도...”
“아니지, 아니야. 지우야. 정말 있었던 얘기를 할 필요는 없어. 리카야 좀 도와줄래?”
“아,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리카는 조곤조곤 한지우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한지우도 그녀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잘 수용하는 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에서 이상한 얘기를 하면 앞으로 데뷔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SNS에서 비웃으면서 떠들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울화통이 터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벨라를 소환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하면 한지우를 아이돌스럽게 바꿀 수 있지?”
사실 내가 말해놓고도 불가능해 보였다. 사람이라는게 본성이 바뀌기 쉽지 않은 법인데 갑자기 인터뷰를 앞두고 성격을 바꾼다는게 말이 되겠는가.
그런데 돌아오는 벨라의 대답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근데 너 왜 한지우랑 애널 섹스 안해?”
“...”
“애널로 한 번 해봐. 애널에서 애액이 나오면서 몸 안에서 호르몬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올 거야.”
“지, 지금 해보라고?”
“응. 근데 왜 침을 꿀꺽 삼켜?”
“아... 중요한 스케줄 앞두고 그래도 되나 싶어서.”
역시 해답은 섹스였나. 그것도 애널 섹스... 벨라 말에 따르면 그냥 보지로 섹스를 하는 것보다 애널로 하는게 훨씬 더 좋은 효과가 있을 거라나 어쨌다나... 그거야 애널리스트인 벨라가 가호를 내려줬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나머지 멤버들이 모르게 어떻게 몰래 섹스를 한다.
지금의 한지우가 나와 섹스를 하겠다고 쌍수 들고 반길 것 같지는 않다.
하기 싫은 인터뷰를 억지로 하게 돼서 초긴장 상태인데 내가 갑자기 분위기 모르고 섹스를 하자고 들이대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한지우랑 섹스를 하게 됐던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맥심 스튜디오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 가져온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대기실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한지우를 위해 짠 작전을 선보이기 전에 누군가 모르는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네?”
“저 혹시 알지 않으세요? 그때 놀이공원에서 봤던...”
“아?”
알고보니 예전 팀 미카에서 일했던 김용호 실장이었던 거다. 그때 당시 코스프레어들을 찍어주고서 제시카를 마음에 들어해서 명함을 줬던 그 남자였던 거다.
이게 또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나는 대뜸 반가운 마음에 그와 악수를 했다.
“저 이번에 맥심에 취직하게 돼서요.”
“오, 그거 너무 잘 됐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저희 아이들이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됐거든요.”
“아, 정말요? 그럼 제시카 씨는요?”
“아, 제시카는 참여 안 합니다. 하하...”
“제시카 씨는 잘 지내시나요?”
집요하게 제시카에 대해 캐묻는 김용호. 나는 연신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사회생활이라는 거다. 젠장할. 촬영팀에게 잘 보여서 나쁠게 하나도 없었던 거다.
“그나저나 이렇게 만나게 될줄은 정말 몰랐네요. 이전에는 트레이너라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또 소속사 사장님으로 만나게 되다뇨.”
“하하,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음, 괜찮으시면 장소를 하나 드릴까요? 제 지인이라고 하면 대기실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원래 1차를 통과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는 우리에게 마땅한 대기실이 없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면 1차 면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리는 곳에서 대기를 해야했던 거다.
나는 한지우를 비롯한 멤버들의 눈치를 보면서 김용호에게 조용히 말했다.
“너무 감사하죠. 어떤 방을 쓰면 될까요?”
역시 잘 보이길 잘했다. 대기실을 얻었으니 이제 섹스도 맘껏 할 수 있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왔으니 못해도 1시간 반은 시간이 남았다.
나는 멤버들에게 대기실의 존재를 말하지 않고 옷을 먼저 갈아입고 나온 한지우에게만 말했다.
“지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인터뷰 롤플레잉을 더 해야할 것 같아.”
“아, 예.”
“아까 김용호라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대기실을 얻었거든? 그쪽으로 가자.”
“어... 근데 다른 멤버들은요?”
“애들은 나중에 부를 거야. 일단 우리가 먼저 쓰자.”
나는 나머지 두 멤버가 나오기 전에 일찌감치 한지우를 데리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오늘 한지우가 입은 의상은 정말 파격적이었다. 가터벨트가 포인트로 들어간 바지였는데 골반 부분이 전부 드러나는 독특한 디자인에 크롭한 상의 덕분에 세상 섹시하게 느껴졌다.
여느때와 같은 한지우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건 성욕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인터뷰 때문이지, 암암. 그렇고말고.’
나는 한지우를 자리에 앉히고 미리 생각해뒀던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한지우 씨?”
“아, 예... 벌써 시작하는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 좀 많이 급해.”
“엥? 뭐, 예... 알겠어요. 일단 해볼까요?”
“그래. 한지우 씨?”
“네, 네.”
“아까 과거 얘기는 다 했고 이번에는 이상형 얘기를 좀 해볼까요? 어떤 남자 스타일을 좋아하시나요?”
“성기준.”
“네?”
“성기준이 제 이상형이예요. 다른 남자는 다 필요없어.”
훗...
나는 은근하게 웃으며 그녀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를 위해서면 뭐든 할 수 있죠?”
“그, 그렇죠... 그, 근데 뭘?”
“이렇게 입은거 보니까 너무 꼴린다.”
“아... 지, 지금 하자고? ...요?”
응.
근데 좀 색다른 섹스를 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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