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00화 (100/159)

〈 100화 〉 100. 1월 1일의 약속

* * *

­ 서방님이라고 아까 말했죠? 밥 해놨으니까 밥 먹구 있으면 대충 해 넘어가겠다.. ♥

“너 지금 우리 집이라고?”

­ 네, 아까 말했잖아요~ 우리 집이라고 우리 집♥

“어떻게 들어갔다는 거야? 그게 말이 돼?”

­ 비밀번호 알아냈지롱~ 나한테 그런거 어려운 일 아니거든요.

“... 그니까 그걸 어떻게..?”

­ 힛. 다 방법이 있죠. 완전 어둡게 한 다음에 야광등으로 비추면 지문 찍힌 부분 보이거든요. 숫자 4자리로 조합하는건데 4번 틀리면 경고음 나와서 하루에 3번씩 했는데 일주일만에 바로 풀었자너.

이젠 슬슬 무서워지려고 한다.

“야, 너 거기서 딱 기다려. 그리고 안에 있는거 아무것도 만지면 안 된다.”

­ 오오... 근데 이 돌림판은 뭐야? 엄청 야한 게 잔뜩 써있자너...

“야!”

뚜뚜­

이런, 젠장. 이 미친 미자를 봤나.

나는 다급하게 집 쪽으로 가는 걸음걸이를 빠르게 옮겼다. 사실 집에 있는 물건 따위야 얼마든 사라져도 상관 없었다. 문제는 내 고추가 조금씩 빳빳해지려고 하고 있다는 거다.

지금 사타구니 쪽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달라는 식으로 내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2시간만 참아라. 2시간만 참아라!

그런데 한참 걷고 있는데 문득 주변이 움직이지 않는 이질감을 느꼈다.

신들의 접촉. 하필이면 지금 이 순간에 신의 접촉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가? 나는 발걸음을 조금 늦췄다. 어차피 지금 가봐야 시간이 가지 않기 때문에 소정을 따먹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

그런데 또 한 가지. 내 발걸음을 늦춘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어느 이질감보다 황홀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분명 보통의 귀갓길인데도 불구하고 꽃길을 걷는 것만 같은 기분. 이 기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던 거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내 몸을 감싸는 바람이 느껴졌다. 꽃향기가 물씬 묻어있는 유혹스러운 흐름이었다.

바람이 향하는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길거리 한복판에 꽃향기의 주인이 서있었다.

바로 아프로디테였다.

내가 아르테미스를 통해 그녀와의 만남을 약속받았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됐다. 원래는 내가 따로 소환을 해도 되는 계약이었는데 그녀의 권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남을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만남을 미룬걸 후회하게 됐다.

천신은 악신보다도 미적으로 우위. 이제 막 악신이 된 벨라도 아름답고 예쁘지만, 천신의 위압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루엣을 따라 흐르는 번쩍이는 광택과 뒤쪽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금빛 찬란한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그녀는 말 그대로 여신이었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백색의 원피스를 입은 아프로디테는 내쪽으로 가까이 걸어오더니 내 턱을 손끝으로 쓸어올리며 말했다.

“성기준. 네가 나와 만나길 원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넌 나를 부르지 않았지.”

아프로디테는 새침한 눈길을 내게 흘렸다.

“할 일이 있었습니다.”

“듣하자니 네 놈이 복수의 화신이라고 들었다.”

그녀는 홱 내 말을 낚아챘다.

“환생한 섹서면 섹서답게 섹스나 할 것이지 왜 복수같은 시덥잖은 걸 하느냐?”

나는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어떡합니까. 날 죽이고 배신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버젓이 살아있는데. 그 눈꼴 시린 모습을 보고만 있자니 나라는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하고 싶은데 이걸 여신에게 설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태생부터 여신이지 않나.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웠기에 미의 여신이 된 그녀.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어려울 것이다.

그나저나 아프로디테의 손끝이 잠시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 이미 흥분에 찬 아랫도리가 우직하게 솟아있었다.

째릿.

아프로디테는 밤꽃 냄새라도 맡았는지 내 사타구니쪽을 눈으로 흘겼다.

“사소하고 하찮은 것아. 내가 잠깐 만졌기로 그렇게 발정을 내면 어떡한단 말이냐?”

미의 여신이 만졌는데 안 서는 것도 참 웃기는 일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금욕을 맹세한 위인들조차도 아름다운 여인에게 얼마나 한눈을 팔았던가. 그에 반해 섹스에 목이 마르고 섹스에 미친 내가 여신의 손길을 받고 참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어떠냐, 지금 나와 성교를 하지 않겠느냐, 섹서여.”

권위적인 목소리로 말한 아프로디테는 이번에는 손끝으로 내 턱을 건드리는게 아니라 불알부터 시작해서 고추의 기둥을 타고 쭉 올렸다.

여신은 여신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상대했을 것인가. 그것도 남성형 천신과 섹스를 해왔을 그녀이니만큼 내 성기를 만져놓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오히려 콧방귀를 뀌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지금 소정과 섹스가 하고 싶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있지는 않지만, 그녀와의 섹스를 고대했기 때문에 당장 새해가 되자마자 소정과의 섹스를 하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아프로디테와 섹스를 하는 순간 그녀와 나의 계약 관계는 종료된다. 웬만하면 아프로디테와의 섹스는 뒤로 미룰수록 좋다.

나는 여기서 또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했다.

아프로디테가 내 성기를 붙잡고 콧방귀를 뀌고 있기는 하지만, 어째서 여신님께서 손수 이곳에 행차하셨을까?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오히려 섹스가 고픈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프로디테가 아닐까? 굳이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지금 나타난 걸 보면 말이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제가 섹스 예약이 있어서요.”

다소 우스울수 있는 단어선택을 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에게만큼은 그 단어가 우습지 않은 모양이다. 미간을 찌푸린 아프로디테는 잔뜩 화가난 듯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래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미간을 찌푸리는데도 예뻐보일 수가 있을지 궁금할 정도다.

“나, 자, 잠깐만... 내가 뭘 잘못 들은 거냐? 여, 여신인 나를 두고 뭐, 뭐?”

“아... 아주 중요한 약속이라서요. 아주 어리고 하찮은 친구라. 제가 약속을 어기면 매우 실망할 겁니다.”

“크... 이... 이 짜증나는... 하, 정녕 그렇게 결정한 것이냐? 어이가 없구나. 네가 선택을 바꾼다 하더라도 다시 돌이킬수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 그래도 괜찮으냐?”

“아, 뭐... 계약 사항대로라면 제가 원할 때 오셔서 다리를 벌리셔야 하니까요.”

“끅! 뭐, 뭐라고? 하하하하하... 네놈이 섹서 주제에 여신을 가지고 놀려고 하는구나!”

“무슨 소리십니까..?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려는 건데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죠.”

“... 네놈의 이 악행... 반드시 돌려주겠다.”

그렇게 으름장을 놓은 아프로디테는 바람을 타고 돌연 사라졌다.

내 예상이 맞았다. 섹스가 하고싶은건 오히려 그녀였다. 악행이라고 표현한 걸로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도좋고 안 해도 그만이면 굳이 내 행위가 악행이 될 이유는 없으니까. 자기가 발정나 놓고 어디서 말빨을 조지는 건지... 참.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프로디테가 내게 돌려줄 해코지가 무엇일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균열이 갔던 차원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세상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1분, 1초. 새해를 향해 시간이 조금씩 나를 인도하고 있다.

집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까 아프로디테의 꽃향기를 맡아서 그런건지 후각에 예민한 상태였다.

여자냄새. 향수 냄새가 아니라 살냄새다. 그것도 아주 풋풋한 살냄새.

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소정은 내가 들어오자마자 주인 기다리던 강아지마냥 허겁지겁 달려와서 내게 몸을 던졌다.

“우왁!”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받아서 안았다. 그녀의 뽀뽀세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허리춤에 엉겨붙는 두 다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꽉 안을 수밖에 없었다.

“쪽쪽쪽♥ 서방님,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요?”

진짜 강아지가 그렇듯, 하도 쪽쪽거려대서 얼굴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아니, 이럴거면 립스틱이라도 바르질 말던가. 나는 거실에 있는 거울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근데 또 이게 나쁜 느낌이 아니라서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한참 뽀뽀를 하다가 내가 키스는 받아주지 않을거란 걸 알았는지 폴짝 뛰어서 내려온다. 운동할때랑 귀가할 때는 키높이 신발을 신어서 그랬는지 실제로 방 안에서 보니까 키가 엄청 작다. 158 정도 되려나. 소정은 좋은 향이 나는 머릿결을 한차례 휙 젓히더니 애틋한 눈길로 나를 보며 말했다.

“저녁 해놨어요. 쪼오기... 테이블에.”

내가 온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상을 차린 모양이다.

테이블의 가운데에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된장찌개가 맛있는 냄새를 내고 있었고 나머지 반찬들도 어설프지 않았다.

“밥도 지었어?”

“밥은 햇반인데 분위기 내려고 그릇에 담았지. 나 잘했지, 여보?”

“아... 그래...”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 보아하니 엉망진창이었던 침실을 싹 청소를 해놓은 모양이다.

그럼 그것도 봤겠네...

어제 스튜어디스들을 모아놓고 난교파티를 한 흔적들을...

나는 잘먹겠다고 말하곤 숟가락을 뜨면서 소정의 눈치를 살폈다. 1월 1일에 성인으로서의 첫경험을 내게 주고 싶다고는 했지만, 막상 내가 말도 못할 정도의 변태에다 난교파티를 즐기는 플레이보이라는 걸 안다면 어떨까.

“근데요.”

올 것이 왔나.

“나랑 하고 싶어서 벌써 발기가 된 거예요?”

“어?”

아, 그러고보니... 아까 섰던 고추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거기에 소정이 매달릴 때, 그녀의 밑단에 내 고추가 닿았을 거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건...”

그러자 테이블 밑으로 소정의 발이 쑥 들어와 내 사타구니를 발바닥으로 문대기 시작했다.

“흣..!”

“왜 그래요?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 설마 열아홉살짜리한테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던가?”

“뭐, 뭔소리야...”

이게 큰일날 소리를...

나는 그러면서도 은근히 이 상황을 즐기게 됐다.

당연한게 아닐까?

초조하게 시간을 확인하면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고 있었다. 밥은 꽤 맛있었다. 아니, 맛있었나? 모르겠다. 설령 바퀴벌레로 밥을 지었다해도 그딴건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 내가 어느 정도 밥그릇의 밥을 비우고 숟가락을 내려놓자 소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냉장고에서 맥주 두캔을 꺼냈다.

“야, 야! 아직 너 성인 아니잖아.”

“무슨~ 이거 알코올 없는건데? 여보꺼만 알코올 있는거고.”

“아, 그러냐?”

“그리고 미성년자도 보호자있으면 이 정도는 괜찮아여~”

“내가 니 보호자냐?”

“그럼! 선생님은 당연히 보호자여야 하지.”

“보호자랑 섹스도 하냐?”

“어허. 당연한 말씀. 원래 보디가드와의 섹스가 더 흥미진진한거 모르세요? 차 안에서 은밀한...”

“그만! 술이나 마시자.”

“키킥!”

나는 가면 갈수록 소정이 마음에 들었다.

말하는 것도 털털하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짓만 골라서 했다. 최지아팀 3명의 여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던 거다. 거기에 최연소...

나는 빨리 소정을 따먹을 시간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 이제 한 시간 남았나.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함께 창문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동안 소정은 연신 나와 팔짱을 꼈고 자기 가슴을 내 쪽으로 뭉개왔다. 가끔씩 돌발적인 행동을 하긴 했는데 어찌저찌 참아냈다.

원래 선물은 개봉하는 맛도 있는 거다. 참아야 한다... 참아야 해... 참고 열면 기쁨이 두 배가 되는 법이야.

그래도 바로 그때, 소정의 머리 위로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이제 모유 레벨이 10레벨에 도달한 최지아에게서나 볼 수 있던 시스템창이다.

나는 시스템창의 글귀를 읽고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아프로디테의 보복이 시작된 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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