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93.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1)
* * *
최지아는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수 있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 트레이너들이 한참 바쁠 시간이다. 나 역시 이 시간대에 주니와 리카를 만나서 2:1 수업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저 자세 좋아지지 않았어요?”
“응응. 나 이거 좋은거 같아. 여기 안쪽 허벅지 쪽이 땡겨.”
아이돌들은 앙증맞게 굴면서 저마다의 매력을 뽐냈다. 주니는 나와의 비밀스러운 일을 했던 과거가 있었기에 살짝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었다. PT룸에서 그렇고 그런 마사지를 했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더 이상할 거다. 하지만 내가 말을 걸면 어떻게 해서든 대화라도 섞어보기 위해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지금 당장 두 아이돌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최지아였다. 그녀는 수업을 하는 와중에도 연신 힐끔거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이제부터 그녀와 나는 형식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다. 형식적인 사이여도 그런 관계가 된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나를 인식하는 게 느껴진다.
내가 다른 여자 회원과 접촉이 있을 때마다 쳐다보는 느낌.
나는 그런 최지아가 귀엽게 느껴졌다. 어느 때는 볼이 빵빵해져서 나를 마주보고는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사라지기도 했다. 내가 뒤에서 붙잡으려고 하면 화장실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워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 시간의 마무리를 지을 때즘에 이수진이 강서점에 방문했다.
정말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온 거라 유성목이 후다닥 사무실 입구쪽으로 달려나와서 인사를 했다.
“보, 본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 오늘은 또 어쩐 일로?”
“성기준 선생님 좀 보려고 왔어요. 아, 그리고 그 선생님 뒤에 스케줄 있는지 확인 좀 해줘요.”
“제가 알기로는 저녁 시간 이후로는 전부 비워놓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잠깐 빌릴게요.”
“네?”
“성기준 선생님 좀 잠깐 데려간다고요.”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기다릴게요.”
“아, 아니... 아직 수업 끝나려면 5분 정도 남았는데 사무실에서 기다리시죠.”
“아니, 아니야.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녀는 유성목의 제안을 거절하곤 카운터 쪽에서 서서 내쪽을 지그시 응시했다.
내 모습은 분명 주니와 리카의 어릿어릿한 몸짓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테다. 그러나 이수진과 최지아의 눈길은 주니와 리카를 꿰뚫고 내게로 날아왔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불 타오르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수진은 눈 앞에서 피를 봤을 거다. 최용수의 성격 상, 이수진 앞에서 용우를 죽였을 거다. 아마 이수진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었을 테다. 최용수의 의도는 뻔했다. 이수진에게 경고를 주는 거다. 그걸 이수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최지아는 최근 욕정에 눈을 떴다. 팀원들과 난교를 하면서 열려있는 성문화에 눈을 뜨고 더불어 아랫도리가 시큰시큰할 정도로 뻐근한 감각을 늘상 안고 살 것이다. 그게 이 섹서의 권능이니까.
한낱 인간들은 섹서의 거근 맛을 본 이후에는 다른 상대가 대물 흑인이라도 성에 안 차기 마련이다. 하물며 이번에 첫 관계를 경험한 최지아는 어떨까. 인생의 나머지를 다 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한테만 달라붙으면 행복한 여생을 살 수 있다. 그것이 꼭 결혼생활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주일에 이틀, 두 번이라도 자기 몸에 내 살을 맞닿아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니 두 여자가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거다.
카운터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날 기다리는 이수진이라니. BD짐이라는 휘트니스계의 대형 기업의 2인자가 오매불망 내 수업종료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인스타에서 볼 수 있는 모델 실루엣의 이수진이다. 센터 내의 모든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그녀가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최지아가 못 알아볼 리는 만무했다. 어느 순간 알아차려선 나와 이수진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고뇌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만 했다.
그러나 그 의문점을 해결해 줄 생각이 나는 전혀 없었다.
“주니, 리카.”
“네! 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아잉... 왜요? 나 PT룸에서 다시 마사지 해줘요.”
“나는 안 해줬잖아요. 나도 해줘요.”
“크흠. 오늘은 날이 아닌거 같은데? 트레이너들한테는 연말이 되게 중요해. 너희가 그 부분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에이~ 그게 뭐얌...”
“히잉. 뭐, 알겠어요! 어쩔 수 없지.”
“대신에 다음에는 한 명 당 한 시간씩 정성들여서 수업 해주기로 약속~”
“약속.”
나는 두 사람 모두와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수업을 끝마친 나는 웃으면서 이수진 쪽으로 걸어갔다. 이수진도 내심 기뻤는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수업 끝났어요?”
“왜 센터까지 다 찾아오고.”
“일이 잘 끝났다고 말해주려고 바로 왔어요. 매니저한테 말해서 뒷시간 비워달라고 말해놨어요. 바로 출발해요. 나... 지금 당장 안 하면 못 견디겠어요.”
이거, 참. 모녀가 다 난리구만. 모녀가 다 난리야.
그리고 이수진의 이런 행동도 어느 정도는 계산된 동선이었다. 그녀가 이런 식으로 나올걸 알았기에 뒷 계획도 전부 세워놨다.
“여기 계속 기다리고 있어. 나 나갈 준비하고 올 테니까.”
나는 강아지를 기다리게 하듯 그녀에게 지시하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퇴근 준비를 했다.
“본부장님이 참 이뻐하시는거 같아.”
유성목이 내게 넌지시 말했다. 그는 내게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은지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한 채로 계속 말을 이었다.
“너무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높은 사람이랑 친해지는건 좋은데 사장님 바로 밑사람이야. 주변에서 까부는 걸로 인식할 수도 있어.”
하긴. 유성목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나는 유성목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유념하겠습니다.”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언뜻 유성목의 올라가는 입꼬리를 본 것만 같았다. 내 대답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매니저님.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센터에서 이수진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나는 사무실을 나가서 상담실과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이 복도가 끝나면 이수진이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최지아가 걸어들어왔다.
“기준... 쌤...”
“네, 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이라뇨... 앞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던데요. 지금 나가는 거예요? 아니, 가방 챙긴거 보니까 퇴근하는 모양이네요?”
“하... 본부장님이 소환하셨어요. 오늘 조기퇴근하고 자기 일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 진짜 어이 없네요. 나랑 사귄다고 얘기는 했어요?”
“네, 얘기했습니다.”
“근데 왜 그러는 거지, 대체. 진짜...”
“혹시 몰라서 미리 갈 곳을 물어봐놓긴 했어요. 가면서 팀장님한테 주소를 보내놓을게요. 혹시라도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저한테 와줄 수 있어요?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주기로 하셨으니까요.”
내 말에 최지아는 잠시 머뭇했다. 그녀의 깊은 사념이 잠긴 눈동자가 스르르 감겼다. 뭔가를 체념한 듯한 얼굴이었다. 마침내 턱을 들어올리는 그녀의 눈동자는 처음과는 다르게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기준 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고맙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나는 최지아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의지는 이미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될 거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천신과의 계약을 보증 선 것은 다름아닌 나였다. 말하자면 성당에서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해주는 신부의 역할을 내가 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그녀가 나와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뿌리치는 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계산.
이 복수에는 치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야 했고, 보편적인 감성보다는 개인적인 감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한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본부장님,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피, 뭘 또 예의차리는 척. 어서 나와요. 주차장으로 갈까요?”
“오랜만에 차에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오늘은 호텔. 호텔에서 편하게 하자고.”
나는 그녀와 주차장쪽으로 걸어나갔다.
벤츠. 이수진의 여러 차량 중에 하나이다. 나는 조수석에 타서 곧바로 최지아에게 주소를 보내줬다. 그리고 또 한 사람에게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걸로 모든 작전의 씨는 뿌려졌다.
“누구한테 문자해요?”
물론 이 작전의 내용은 이수진도 포함해서 아무도 모른다.
“그냥 아는 사람. 궁금해요?”
“오늘은 좀 궁금하네요.”
“궁금하면 신호 걸렸을 때 펠라라도 해봐요.”
첫 번째 복수를 성황리에 마칠 생각을 했더니 사타구니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딱딱해진 그것이 바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지 굳게 서버렸다. 지금 당장 이걸 풀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한 건 펠라밖에 없다.
말하기가 무섭게 신호에 턱걸이로 걸린 벤츠. 운전석에 앉은 이수진은 내가 바지 지퍼를 내리자 곧바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옆으로 몸을 눕혔다.
쫍쫍.
츄릅 하아... 하... 사악 사악
부드러운 혓바닥. 수천 개, 수만 개의 돌기들이 저마다 감각적으로 내 고추의 기둥을 위아래로 신랄하게 빨아댔다.
“아... 좋아. 에피타이저로 아주 적격인데.”
“하아... 엄청 뜨거워요.”
“오늘 있었던 일 떠올리기만 해도 가랑이 사이가 아주 가려워 죽겠지? 잠깐 벌려봐.”
“흐음... 움...”
이수진은 귀두를 입에 문 채로 자기 가랑이를 벌렸다. 나는 서슴없이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고 흠뻑 젖어있는 이수진의 가랑이를 발견하고 어이없어 했다.
“이건 금방 젖은 게 아닌데? 대체 언제부터 젖어있던 거야?”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걸 발견하곤 또 씩 웃었다.
“엄청 야한 속옷 입고 왔잖아?”
“흐응... 최용수가 시켜서요.”
“그 인간도 진짜 대단하다. 지 부하 때려 죽이려는데 와이프 속옷은 왜 이런 야한 걸 입혀놨대.”
“...”
“피도 봤어?”
“...”
“진짠가 보네. 크큭. 바로 앞에서 때려죽일줄은 몰랐는데. 적잖이 놀랐겠어? 하... 그나저나 펠라스킬이 더 늘었는데, 아줌마? 녹아내릴거 같잖아.”
신호등이 적색에서 청색으로 바뀌었다. 내가 신호를 주자 이수진은 다시 몸을 일으켜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내 쿠퍼액을 한움큼 입에 문 이수진은 입술에 걸린 고추 털을 떼어내는 세밀함까지 보여줬다.
다음 신호는 사거리였는데 신호가 꽤 길어서 기나긴 펠라 끝에 결국 그녀의 입안에 사정을 성공시켰다. 마땅히 뱉을 곳도 없던 차라 그대로 꿀떡 삼키는 이수진. 나는 재차 운전을 시작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 이따가도 잘 부탁해.”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게요.”
그래.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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