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91. 범인을 잡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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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일의 시발점은 악신들의 사인회를 취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악신들은 당연히 섹서가 악신들을 조우하게 되면 섹스를 서비스로 제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걸 거부했다. 악신이건 뭐건 섹돌판을 돌려야만 나와의 섹스를 허락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악신들은 나라는 섹서에 대한 환상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이후 점차 방송의 인기가 많아지고 볼거리가 다양해져서 채널이 상장해 시청자 중에 천신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천신 구르미 묻은 달의 등장은 많은 악신들이 재밌어했던 대목이었다. 악신들은 자연스럽게 천신보다 천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신들에게도 신들만의 계급체계가 있는 거다. 뚜렷한 구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살아가는 환경이 워낙 고귀해서 천신들을 우러러 보고 있는데 그런 천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섹서가 나타나자 놀랐던 거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섹스트림의 총장 메르세데스는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됐다. 악천신들의 권능을 활용해서 섹서 성기준의 방송을 보다 더 재밌게 만들자! 그러면 우리들 볼거리가 늘어나지 않겠느냐? 투표를 붙였는데 이게 웬걸 90퍼센트 이상의 악신들과 50퍼센트 이상의 천신들이 찬성표를 던졌고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악신왕에게 허락을 구한 바 (공교롭게도 악신왕조차 내 방송의 애청자였다) 결국 의견이 수렴되었다는 얘기였다.
나로써는 뭐, 좋다. 덕분에 벨라에게 받은 은혜도 갚을 수 있게 됐고, 일단 한지우에게 에널리스트의 능력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아직까지 맛 보지는 않았다.
이튿날 월요일, 우리는 지난 밤에 4P를 한 사람들 치곤 꽤나 아무렇지 않게 서로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아니, 어쩌면 4P를 하기 전보다 더 돈독해지고 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유성목은 그런 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좋아라했다.
“금요일 밤에 얼마나 돈독한 회식을 한 거야? 팀 케미가 아주 좋아. 서로 피드백 자주자주 하란 말이야.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고. 엉? 역시 지아 팀장 수완이 아주 좋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자주 회식하려고요.”
“그래! 이렇게만 결과 가져오면 내가 회식할 때마다 법카 주지.”
금요일 밤에 얼마나 돈독한 회식을 했냐고? 불금이라고 들어나 봤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불타는 금요일?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먹고 마시며 즐겼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가 무엇인가? 의식주. 우리는 그 의식주를 동시에 즐겼다는 거다. 사람의 3대 욕망이 무엇인가? 성욕, 수면욕, 식욕. 우리는 그 모든 욕망을 전부 즐겼다.
어쨌거나 몸을 붙여먹을데로 붙여먹었다고 해도 월요일이 된 이상, 일을 해야만 했다. 이번 달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일주일. 추가적으로 연말정산까지 해야했으니 특히나 팀장인 최지아와 차기 시니어가 될 한지우는 더욱 바빴다.
최지아는 매니저가 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유성목이 사라진 이후에 이 센터를 책임질 사람은 최지아 말고는 없을 테니까. 한지우는 시니어로 승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실력 정도라면 시니어를 건너뛰고서 당장 팀장을 달아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나이도 어느정도 있고 센터 내의 입지도 높은 편이다.
반면에 제시카는 아직 어린애 같다. 물론 지식도 있고 책임감도 있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그녀는 나와 마주 앉아서 여유롭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쪽쪽거리며 빨아 마셨다.
“쿠힝. 이거봐. 기준쓰. 넘 재밌지 않아? 표정이 그냥...”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난 밤에 찍었던 사진들을 내게 보여줬다. 그 중에는 나체로 찍은 사진도 있었고 적나라하게 섹스하는 장면들도 가득 찍혀 있었다. 그녀가 이 사진으로 날 협박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워낙 예측 불허한 성격이다보니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다들 넘 예쁜거 같아. 제시카는 엉엉... 가슴도 납작인데 이 두 여자는 가슴이 와방 크잖아. 그래서 기준쓰가 나만 좀 차별할줄 알았어. 흑흑... 근데 또 엄청 사랑해줘서 기뻤자너. 기준쓰는 내가 제일 좋은거지?”
“... 네. 제시카쌤이 제일 예쁜걸요.”
“히히. 그렇게 대답해줄줄 알았지.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용돈도 줄게.”
“고오맙습니다.”
“윽! 그 반응은 뭐지?”
“나아중에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치이... 지금은 좀 그렇단 말이야. 그나저나 다들 엄청 바쁘네. 우리도 슬슬 눈치보인다, 그치?”
“그걸 지금..?”
“에베베! 따지려고 들지마. 아직 출근까지 10분이나 남았는걸. 오늘따라 뭔 마감주다 해서 한 시간 일찍 출근하게 한 매니저가 똥꾸빵꾸야. 내 잘못이 아니라구. 그럼 이제 슬슬 들어갈까?”
한 번 대사를 읊는 와중에도 텐션이 오락가락하는 제시카다.
그런데 제시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최지아가 그 자리를 대신해서 앉았다.
“어, 팀장님! 업무 중 아니셨슴까!”
“응... 나 잠깐 기준쌤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아하... 그럼 절 기다리고 계셨던 거군요. 또 제가 민폐를 끼치고 말았어요... 흑흑...”
“아니에요, 제시카쌤. 나도 일 마무리 짓고 오는 길이에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너무 감사하여 황송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수업하러 가보겠습니다.”
“네~”
두 사람의 애틋한 대화가 끝나고 최지아가 몸을 돌려 내쪽을 바라봤다.
사실 그녀를 부른건 나였다. 나는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마저 마셨다. 최지아는 연신 사랑스럽다는 얼굴로 날 빤히 쳐다봤다. 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 아니 일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다는 표정이었다.
흡족, 나는 아주 흐뭇해졌다.
“팀장님이랑 단둘이 있게 된 게 이상하게 오랜만인거 같네요.”
“후후, 그 동안은 다 같이 있었으니까?”
“네. 지난 밤에는 많이 뜨거웠죠.”
“맞아요. 뜨거웠어요. 근데 난 지금도 뜨거운걸.”
어느새 발언들이 과감해진 최지아의 모습이다. 4P를 하고 온갖 성판타지를 경험해본 그녀니까 숨길 것도 없고 창피해질 것도 없었다. 첫만남에서야 얼굴 붉히는 게 귀엽지, 지금에 와서는 이런 최지아의 모습이 훨씬 좋았다.
“근데 뭔가 부탁할게 있다고. 두 사람 없는데서 해야할 정도면 꽤 진중한 부탁인가봐요?”
그렇다. 나는 지난번에 단둘이 섹스를 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녀에게 부탁 하나만 들어달라고 했고 그녀는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했었다.
근데 그게 어머니와의 쓰리썸이라는 건 조금 애매한 부탁이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말했다.
“좀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어서 망설여지는데요.”
내가 운을 떼려고 하자 최지아는 나를 안심시켜주려는 듯 내 손을 잡았다.
“무슨 부탁이든 서슴없이 얘기해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들어줄게요. 나한테 기준쌤은 그런 존재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너무 터무니없고 무리한 부탁이어서요.”
“뭔데요?”
“음, 그게... 이렇게 말씀드릴 문제는 아닌 것 같긴 한데. 팀장님의 어머니에 관한 얘기입니다.”
“뭔데요?”
최지아의 동그란 눈이 한층 더 동그래졌다.
“이수진 씨가 제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나 하더군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 거절 못할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수진 씨가 제게 원하는 제안은 성관계였습니다.”
“... 세상에... 어머니가..?”
“네.”
내가 대답하자 최지아는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더니 어딘가 짚이는 부분이 있는지 금방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요? 나한테 할 부탁이란 건 뭔데요?”
“제가 팀장님이랑 사귄다고 하면 이수진 씨가 절 포기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아무리 본부장님이 권위적이긴 해도 자기 딸의 남자친구까지 건드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음... 우리 엄마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긴 해요.”
“뭔가 과거의 일이라도..?”
“후, 예전에 제 쌍둥이 언니가 짝사랑하던 과외 선생님이 하나 있었어요. 근데 우리 엄마랑 바람피는 걸 들켰죠. 아니, 엄연히 말하면 바람은 우리 엄마만 핀 거지.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걸렸어요. 저희 두 사람한테. 그 뒤로는 엄마도 미안했는지 말도 잘 안 걸었어요.”
아... 이수진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하긴 최용수가 그따위로 불친절한 섹스를 강요하는데 바람이 나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거다. 아마 이수진은 이혼도 생각했을 테지만, 최용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감히 이혼하자는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거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최지아는 내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생각은 말하지 않아도 확실했다. 진짜 사귀는 건 어떨까. 이수진을 피하기 위해 애인대행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사귀는 사이라면 어떨까 하는 심리. 그러나 그녀는 나를 불편해 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수진 씨한테는 그렇게 말을 해놓을게요.”
“네, 그럼.”
약간은 토라졌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성큼성큼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 최지아. 나는 그런 최지아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나도 일어나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채 뒤에서 최지아를 꽉 끌어안았다.
“하악! 까, 깜짝이야. 기, 기준 씨?”
“미안해요. 내가 이런 부탁을 해서.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본부장님과의 관계는 너무 불건전하고 어색하게 느껴져서요. 날 믿어줘요.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내 품안에서 몸을 돌려 나와 얼굴을 마주봤다. 센터에 있는 많은 회원들의 눈길이 느껴졌다.
“걱정하지 말아요. 기준 씨에 대한 감정은 변하지 않으니까.”
그리곤 동공을 굴려 센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제시카, 한지우는 당연히 이 모습을 보고 있었고 유성목을 비롯한 몇몇 직원들. 그리고 많은 수의 회원들이 우리의 접촉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뭐, 말하지 않아도 소문 쫙 퍼지겠는데요?”
최지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서서히 그녀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내일. 내일 둘이서만 보고싶은 곳이 있어요.”
“어딘데요?”
“그건 내일 알려줄게요.”
“좋아요. 근데 이번처럼 나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은 앞으로 그만해줘요. 공은 공이고 사는 사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나는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르테미스가 그녀에게 부여한 권능은 과연 무엇일까?
순결의 신인 그녀가 순결을 잃은 최지아에게 부여한 권능이란 것은...
나는 그녀가 사라진 걸 확인한 후에 다시 뒤로 돌아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 휴대폰으로 최용수에게 전화를 걸면서.
“네, 사장님.”
어... 그래, 무슨 일인가? 설마 범인의 정체를 알아냈나?
나는 잠시 시간을 두고 대답했다.
“네. 아무래도 알아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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