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84화 (84/159)

〈 84화 〉 84. 책임지고 찾아내겠습니다

* * *

“그래, 며칠 함께 다녀보니까 어떤가? 범인의 종적을 찾을 수 있었나?”

“음... 짚이는 바는 있습니다.”

나는 최용수와 함께 걸었다. 이번에는 강서점 뒤뜰이 아니라 청담점 뒤뜰이었다. 여기서 지 아내랑 뻔질나게 섹스를 한 사실은 전혀 모르는 최용수다. 길을 걷다 우연히 정액 자국이 나타나도 티를 내지 않았다. 아아, 애액 자국인가.

“그런데 확실한 정보는 아니어서 괜히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음... 그런가. 자세한 건 물어보지 않겠네. 나 역시 누군가를 선입견을 두고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씀을 들어보니 사장님께서도 짚이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요.”

“있지. 나라고 눈치가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내부자 중에 하나를 선정해놓고 있다는 뜻이다.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의심할 이유는 없을 터.

“사장님. 혹시 제가 알면 도움이 될만한 영상이나 사진같은 게 없습니까? 본부장이 협박을 받았다면 그에 준하는 협박물이 있을 것 같아서요. 범인을 잡을 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음... 하... 이걸 보여줘도 될지 모르겠어서.”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 그럼...”

최용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내가 익명으로 보낸 동영상 파일을 재생시켰다.

“하악­ 하악­ 하악­ 아앙..! 하, 하지마요... 하지마... 읏! 읏!”

뜨겁게 쳐박히는 중인 이수진. 그녀는 중간중간에 야릇한 표정을 짓거나 흥분 때문에 몸을 떠는 것으로 최용수를 열 받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웃기는 건 간간이 내 자지가 이수진의 보지에 들어갔다 나오는 부분을 비춰준다는 건데 이게 또 고추가 커다랗다보니 심리적인 우월감이 확 느껴졌다. 이러니까 니 와이프가 뻑이 가지.

야, 야... 니 와이프 쩔더라.

“성기 크기가 보통이 아니군요.”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최용수는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아무리 깡패새끼더라도 구시대 인물이다. 유교사상의 녹을 먹고 자란 그는 이런 노골적인 말에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내가 동영상을 역재생해서 이수진에게 박아대는 장면을 몇 번 반복해서 보자 최용수는 적잖이 민망해했다. 동시에 화나 보이기도 했다.

“이쪽 주름이랑 힘줄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와, 그나저나 이 커다란 게 잘도 들어가네요. 보통 이 정도 크기가 들어가려면 잔뜩 젖어있지 않은 이상 힘들텐데. 무슨 젤 같은 걸 썼을까요?”

“... 그게 중요한가?”

“중요하죠. 아주 작은 단서라도 아쉬운 상황입니다. 범인이 마음만 먹으면 완전범죄로 위장할 수도 있거든요. 특히 이 부분은...”

“그만! 여기까지 보지...”

최용수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동영상을 종료하고 자기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래놓고 추레해진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급반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미안하네. 아무래도 내 아내다보니 계속 동영상을 보고 있는게 껄끄럽게 느껴지는구만.”

“아닙니다. 제가 눈치껏 그만 봤어야했는데 죄송합니다.”

예, 야동 시청 잘했고요. 근데 영상보다는 실물쪽으로 보는게 훨씬 맛있게 생기셨던데요.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습니다.”

“뭐지?”

“근육질 몸매라는 것. 적어도 휘트니스 쪽으로 몇 년은 운동을 한 몸이라는 겁니다.”

“음, 역시 그런가.”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한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확실해지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최용수의 눈은 신뢰로 가득찼다.

“이런 일을 전에도 해본적이 있나?”

“아닙니다. 처음하는 겁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까 사명감이 들어서 더 집중하게 되는거 같네요.”

나는 최용수를 향해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제가 반드시 범인을 잡아드리겠습니다.”

*

범인은 그대로 강서점에 복귀해서 최지아팀에게 둘러싸여 칭찬세례를 들었다.

“무친. 무친. 기준쌤이 이번 신입 교육에서 1등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그동안 수고한 보람이 있네요...”

“조만간 사장님께서 포상을 내리실거예요. 이게 다 기준쌤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이 상태로라면 우리 지우쌤 시니어 승진은 따놓은 당상이지. 팀장님도 잘하면 매니저 단다는 얘기가 있다구! 기준쌤! 뽀뽀해도 되요? 넘 예쁘잖아...”

“습­ 제시카쌤 기준쌤한테 뽀뽀하면 안 돼요.”

“에헤­”

“팀장님이 안 말렸으면 진짜 했을걸요?”

세 미녀는 나를 마치 물건처럼 조물거리고 팔짱끼고 끌어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낯가림이 심한 한지우나 주변 눈치를 봐야만하는 최지아도 이 순간만큼은 날 빼앗길세라 제시카 못지 않은 스킨십을 해댔다.

나는 겨우 그녀들을 진정시켰다.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내가 입을 열려하자 세 여자는 마치 처음으로 입을 떼는 아기를 쳐다보듯 말똥말똥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 여러분 덕이에요. 고마워요.”

이 말을 들은 제시카는 내 예상대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아놓고 폴짝 뛰어서 내게 업혔다.

“고마우면 말로만 하지 말라구.”

최지아도 내 손을 잡고 내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그녀의 젖가슴이 팔뚝에 닿아 부드럽게 뭉개졌다. 이건 뭐 이제 대놓고 섹스어필이네.

“오늘 나랑 약속있는거 알죠? 신입 교육 끝나면...”

“앗! 팀장님! 기준쌤 독차지할 생각이예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 약속이...”

“약속은 원래 깨라고 있는 법! 저희도 같이 해요. 뭐할건데요, 뭐.”

뭐긴... 섹스지... 아, 물론 여기있는 세 여자에게 모두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세 여자 모두를 충족시켜줄 목 세 개짜리 히드라 고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들을 향해 씩 웃으면서 싸우는 어린아이들을 달래는 어른처럼 말했다.

“다 같이 놀면 돼죠.”

“오예! 오늘? 오늘?”

“응. 오늘.”

“힣­ 좋아.”

나는 신입교육 때문에 다른 팀원들 보다도 빨리 퇴근해야 해도 됐는데 상담실에서 세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회원 하나가 상담실에 불쑥 찾아왔다.

“헤헤­”

19살 안소정이었다.

“쌤~ 기억하시죠? 1월1일에 나랑 하는거... 잊지 않으셨죠?”

“... 어... 어...”

“나아­ 전보다 3kg 더 빠졌어요. 이제 곧 내 워너비 몸매 될 예정. 쌤이 운동 알려준 보람이 있는거 같아요오. 1월1일까지는 진짜 예쁜 몸매하고 기다릴게요.”

나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1월1일이면 시발, 바로 다음주다.

“그 전에는 하면 안 된다면서요. 미성년자랑 하면 불법이라며요?”

“어... 그, 그렇지.”

“되게 웃기지 않아요? 12시 땡하면 무슨 마법이라도 걸리나? 갑자기 책임감이 불끈 솟아올라서 성인이라 섹스를 해도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 뭐 그런건가? 이상하죠. 이상하죠? 쌤?”

미자야, 사실 마법이 걸리는 게 아니라 마법이 풀리는 거란다.

하긴 저 나이대는 이상해 할 법도 하지. 나도 이제 막 고3 때 쯤에는 성욕이 들끓어올라서 이십대 초반 대학생 누나들이랑 하고 싶어서 나이 속이고 그랬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면 양반이랄까.

“근데요. 저 있잖아요.”

“응?”

“저 남자애들이 진짜 엄청 맛있다고 하거든요~ 쌤은 두근대거나 설레지도 않으세요?1월1일을 기대하는건 저만 그런건가요?”

“아니... 나도 기대하고 있지. 근데 내가 표현이 워낙 서툴러서.”

생각해보면 최지아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난다. 근데 문제는 아직까지는 아기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안소정의 말마따나 스무살이 된다고 바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게 묘한 심리적 거리감이 있다는 얘기다.

근데 안소정 정도면 얼굴도 워낙 예쁘고 몸매도 점차 나아지고 있는 중이니까, 뭐. 1월 1일을 기대해봐도 좋으려나.

법의 경계에 서서 넣을까 말까를 두고 혼란스러워할 내 모습이 상상되니 심장 주변이 따땃­해지기 시작했다.

“오오... 지난번에는 진짜 별 관심도 없어 보였는데 오늘 표정은 좀 리얼인데요? 히히... 나한테 너무 중독되면 안 되요. 나 PT 끝나면 여기 취직할 거니까.”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여기 취직한다고요. 나 트레이너하게요.”

이 섹광녀가 트레이너를 하면 휘트니스계의 새로운 돌풍이 불겠구만. 너도 나도 섹트섹트하겠다. 시부럴.

“뭐 그건 그때 가봐서 생각할 문제고.”

“왜요, 혹시 나 직원으로 뽑혀도 계속 나랑 섹스하려는 거?”

뭐라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집에 가.”

“네이네이. 그럼 오늘도 즐섹하시고요.”

“...”

“푸핫! 쌤은 어째 표정관리를 못하시네요. 속이 다 보이는거 같아... 재밌어...”

안소정은 그렇게 말하고 상담실 밖으로 사라졌다.

지금 나 열아홉살짜리한테 농락 당한건가.

하, 저 섹무새 섹광녀가 여기 취직하게 되면 진짜 무슨 일이 생길까. 유성목에게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져야겠다.

마침 퇴근시간이 됐는지 최지아팀이 하나 둘 수업을 끝내고 상담실에 모였다. 유성목도 마무리 회의를 대충 끝내주고 우리 팀에게 따로 법인카드를 주면서 말했다.

“에이스 신입이 있는 팀은 거기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지. 오늘 회식 있다고 했지? 맛있게 먹고 재밌게 즐겨!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다시 막판 스퍼트하는 거다?”

“네! 감사합니다!”

유성목은 퇴근하면서 “너무 오래 놀지 말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매니저님 미안하지만, 그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뒤지게 즐기는 날이거든요.

“자, 그럼 우리도 출발하죠.”

“근데 우리 어디 가요?”

“우리 마지막 회식은 양꼬치집이었잖아요.”

“오늘은 거기로 가시죠.”

“어디요?”

“기준쌤네. 거기 재밌는 돌림판이 있더라고요.”

“...”

제시카의 돌발적인 제안에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최지아는 아직 돌림판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제시카와 한지우는 돌림판이 다른 버전으로 바뀌었을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눈치다.

내가 바꿔놨거든.

방송용이 아니라 진짜 여자 손님들을 위한 기깔나는 섹돌판을.

그렇게 우리는 3차 회식을 하기 위해 우리집으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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