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83화 (83/159)

〈 83화 〉 83. 복병을 심어놓다

* * *

홍푸른은 약속된 기한이 끝나가자 조금씩 불안해 했다.

“하... 매출 1500만원으로 다른 팀들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평균 이상은 해야될텐데.”

반면에 나는 하품하면서 다른 생각 중이었다.

‘아, 슬슬 사타구니 뻐근하네. 삼일 동안 배신자 녀석 와이프 스무번 넘게 따먹었더니.’

진짜 그랬다. 평소에는 하루에 세 네 번씩 해도 아프지 않던 것이 이제 슬슬 뻑적지근해졌다고 할까. 그렇다고 발기가 안 되거나 그렇지는 않다. 여전히 이수진의 벗은 몸을 보면 빨딱 섰고 다른 어떤 여자와도 섹스를 할 수 있는 준비는 되어있었다. 이것이 몽마의 권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적으로 발견한 사실은 내 정액에 치유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내 질내사정을 해주면 피부가 좋아지거나 컨디션이 회복되는 경우를 봤었는데 이제는 상처입은 이수진의 질 내부의 염증조차 말끔히 낫게 만들었다.

원래 질염이 생기면 그 특유의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라 나의 경우는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이수진의 목구멍으로 즐기다가 대뜸 사정만 질내에 주입해줬던 거다. 그랬더니 말끔해졌고 우리는 바로 다음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나는 담배를 쪼옥 빨아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소유한 능력들을 나열해 보면 이랬다. [몽마의 권능], [악신의 은총], [섹서코인 활용], [아프로디테의 영약]. 이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능력들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벨라에게 방법을 물었었다. 그랬더니 벨라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갖고있는 애널리스트 능력도 전부 능력강화를 통해서 이 경지까지 이르른 거야”

“아, 어쩐지 기분 극강으로 좋더만.”

“후... 나도 이거 때문에 한동안 애널에만 미쳐있었다니까. 지금도 그렇고...”

“맛있어. 진짜 맛있어. 계약한대로 여기 다른 놈 자지는 안 넣은거지?”

“당연하지... 요즘에는 여자들 정기만 뺏어 먹어.”

“... 레즈?”

“엉. 악신들 중에 많아. 여악신들이 나랑 엄청 하고 싶어한다니까.”

“아... 그래. 아무튼... 능력강화는 어떻게 하는 거야?”

“나도 정확한 건 몰라. 근데 확실한 건 그 방면에 정통한 자에게서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거야. 몽마의 권능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몽마학원에 가서 알아내야겠지. 아프로디테의 영약 같은 경우에도 아프로디테에게 직접 문의를 해야아앗..!”

“도움이 안 되네. 그래서 결국 다른 신들한테 조언을 구하라는 소리 아냐? 벌을 좀 줘야겠네.”

“흐꺅... 아, 너무 좋아. 벌이 아니고 상인데 이건?”

“...”

‘그러면 조만간 몽마학원이라도 다시 들려야 하나.’

후.

내가 마지막 담배 연기를 뿜어내자 옆에서 홍푸른이 쫑알쫑알 말을 걸었다.

“형님... 형님은 걱정도 안 되세요?”

“걱정? 뭔 걱정.”

“아니... 지금 상황이 그렇잖아요. 어제만 해도 송하윤팀 매출이 1200이었어요. 그쪽은 세 명이 움직이고 우리는 이미 매출이 끝난 상태인데...”

“나머지 두 사람 때문에 그래? 여태 안 나와서?”

“네...”

“죽여버리고 싶지?”

“네?”

“죽여버리고 싶지 않아? 언제는 우리 앞에서 헤헤거리던 놈들이 자기네 힘들다고 나 몰라라 도망가버렸잖아.”

“...”

“그 감정을 잊지 말아라. 푸른아.”

이곳은 BD짐 청담점의 옥상. 나는 담배를 툭 쳐서 1층 밑바닥까지 떨어트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쓰레기가 마지막까지 불을 뿜어내다가 서서히 초라한 쓰레기가 되어 바닥에 내다 꽂혔다. 홍푸른은 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녀석이 뭐라도 느끼는 바가 있을줄 알았는데 입을 쩍 벌리고 “우와, 높다.” 이 지랄을 하고 있었다.

“그만 들어가자.”

“넵! 형님.”

형님형님 거려서 어째 깡패 두목이 된 기분이지만, 어색하지는 않아서 그냥 냅두기로 했다.

“이제 곧 있으면 집계네요.”

“미션 종료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어.”

“근데... 솔직히 말해서 다 끝난거나 다름 없잖아요? 이 1시간 안에 매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나는 씩 웃어보였고 홍푸른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녀석의 눈가에 기대감이 잔뜩 깃들어 있었다.

이제 내가 잘 때 물구나무 서라고 하면 물구나무를 설 정도는 됐으려나. 이수진도 그렇고 홍푸른도 그렇고 최지아팀도 그렇고 이제 어느정도 내 편이 생긴 기분이다.

우리가 강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신입들이 도착해서 대기 중인 상태였다. 이미 청담점의 다른 팀장들도 출근해서 대기 중인 상태라 눈치를 줬지만, 나는 태연하게 걸어서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뒤쪽에 앉아있던 용우 역시 이제는 슬슬 내게 질렸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지만, 인간을 열 번 찍으면 그대로 고소해버릴 테다. 내 의중을 이제야 알아차렸는지 알아서 나가떨어진 용우다. 내가 아무리 지금 아군이 필요하다한들 배신자의 개를 데려다 키우겠냐.

홍푸른이 옆에서 떠들다보면 시간이 잘 간다. 녀석의 말을 백색소음 삼아서 허공을 향해 계속 멍을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가자 최용수가 강당 안으로 들어왔다. 저마다 딴짓을 하고 있던 신입들도 이제는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집중했다.

최용수는 내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느닷없이 인자한 미소를 날려줬다. 우리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 우리가 누구보다 각별한 사이긴 하지.

“약 5일 동안 수고들 많았다. 그간 자신의 목표치를 잘 쌓으신 사람도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보여준 열정은 높게 산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정해진 룰대로 집계를 내고자 한다. 자, 우선 성기준팀의 매출은... 1500만원이다.”

만약 우리에게 두 사람의 신입생이 남아있었다면 더 많이 했을 매출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션이 시작되고 이틀만에 저 매출을 달성해버리고 쉬었으니까. 아니, 섹스. 아니, NTL.

몸 좋기로 소문난 황준형과 그의 팀은 1700만원 매출을 달성했다.

신입생이 단 5일만에 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매출액이다. 이 정도면 최용수 입꼬리가 귀에 걸릴만 하겠다. 역시나 그의 입은 찢어지려 하고 있었다. 신입생 과제치고는 센터 내 매출의 한 섹터를 담당할 정도로 성공적인 일정이었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기도 해서 최용수가 내건 특단의 조치였을 것이다. 어차피 더 이상 매출이 나오지 않을 강서점은 내버려두고 나머지 두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신입 교육을 해주고 매출 솔루션을 해줬을 걸 생각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매출액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옆에서 홍푸른이 안절부절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송하윤 팀의 매출은 어제까지만 해도 1200만원. 따라서 그들이 매출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매출이 평균 이하일지 이상일지를 결정짓게 된다.

애초에 팀이 3개밖에 없는 상황에서 평균 이하 팀이 죄다 실격이라는 룰 자체가 잘못됐다. 용호상박 정도의 승부에서 누군가 한 팀이 매출을 높게 했을 때, 두 개의 팀이 실격하게 되는 불상사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송하윤 팀이 1600만원 이상을 넘기지 못한다면 우리 팀과 송하윤팀은 영락없이 실격. 만약 송하윤 팀이 정말 1200만원에서 머문다면 송하윤팀만 실격이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송하윤팀의 매출은 1700만원이다.”

마치 짜놓은 것처럼 두 팀 모두 1700만원을 달성.

그렇다면 실격은 우리 팀. 이대로라면 나랑 홍푸른은 다음주에도 신입생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어느새 들어온 이수진이 문가쪽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걱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신입생 교육을 받으면 섹스를 더 많이많이 할 수 있으니까. 참 복잡한 심정이겠거니.

“자, 그럼 결과를 발표하겠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용수의 다음 발언을 저지했다. 주변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린다. 뒤쪽에 있는 간부들 입에서는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용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런 싸가지없는 새끼를 봤노라며 세상 참 돌아간다는 소리를 늘어놓을 정도였다.

이수진은 턱에 손을 괴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수진의 머릿속에서는 이 나락같은 생활이 전복되는 걸 그리고 있을 것이다. 지옥같은 최용수와의 부부생활을 끝내고 싶은 상상. 그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나의 이번 난관 대처가 중요했다. 믿고 맡길 수 있는지!

최용수가 빙그레 웃으며 내게 발언권을 주었고 나는 편안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위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미션이 끝나기까지는 10분여 정도 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집계를 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네는 남은 10분 동안 매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이번에는 휴대폰을 확인하며 말했다.

“충분히. 충분히 가능합니다.”

연락 받은 내용에 따른다면 이제 곧이다.

강당 문이 열리면서 탈주닌자 두 명이 걸어들어왔다. 두 사람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거지차림을 하고 안으로 들어왔고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다리를 절기까지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아직... 시간이... 안 됐지 말입니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이준원이 손에 들고있는 계약서 한 장을 꺼내들었다.

“계약 완료했습니다. 100만원...”

웅성웅성.

그리고 그 다음에 순차적으로 정창식도 계약서를 들어올렸다.

“저도 계약 완료... 100... 1만원...”

정창식은 웃기게도 101만원이라는 금액을 실적으로 올렸다.

101만원.

이 금액으로 우리는 1701만원의 매출을 하게 됐다. 따라서 황준형팀과 송하윤팀은 자동으로 평균 이하의 매출을 기록하게 됐다.

홍푸른은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에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졸도하듯 뒤로 넘어졌고 나는 그걸 잡아서 그대로 의자에 앉혀줘야 했다.

그 순간, 최용수는 잠시 얼굴이 굳었다가 이내 풀리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하하하하!”

한동안 그렇게 혼자 웃던 최용수는 말했다.

“성기준팀 1701만원. 황준형팀 1700만원. 송하윤팀 1700만원. 평균 1700만 3천원인가. 뭐 아무튼. 약속대로 황준형팀과 송하윤팀은 평균 매출 이하를 기록했으니 어쩔 수 없이 두 팀은 전원 다음주에도 청담점에 출근하도록.”

“으아아!”

“말도 안 돼.”

“왜 말도 안 돼지? 자네들도 성기준팀이 몇 천원 차이로 평균 이하를 달성했어도 어떻게든 다음주에 출근하게 하지 않았을까?”

“...”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 팀만이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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