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81. 모녀덮밥은 국룰이지
* * *
최용수가 내게 딜을 거는 조건은 그야말로 유치하면서도 치사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였다.
애초에 나머지 팀원들은 청담점과 청담점에서 가장 가까운 한남점 소속 트레이너들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최측의 지시가 있었다는게 확실시되는 상황인데 이를 이용해서 내게 부탁을 들어달라고 말하는걸 보면 최용수도 어지간히 급하긴 급했나보다.
하지만 나는 그 두 사람을 신경쓰지 않고도 이 미션을 1등으로 마무리 지을 자신도 있었다.
문제는 내가 그의 제안을 들어볼 용의가 있다는 거다.
“어떤 부탁 말씀이십니까?”
내가 묻자 최용수는 제자리에 멈춰서서는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내 아내, 이수진. 아마 자네와는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겠지.”
“네. 이수진 본부장님께서는 제게 타지점들을 소개해주면서 청담점으로 넘어오라고 설득하셨습니다. 물론 넘어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 그럴만 해. 자네는 그렇게 데려와도 아깝지 않은 인재니까.”
그는 턱을 한번 쓸어내리더니 내쪽을 바라봤다. 두 손은 양쪽 호주머니에 쭉 찔러넣은 채였다. 이제 보니까 최용수도 많이 늙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 곳곳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얼굴 옆면과 목덜미 쪽에 미세한 검버섯 자국이 남아있었다.
세월은 그의 얼굴을 바꿔놨지만, 바뀌지 않은게 한 가지 있다.
죄.
늙은 개에게서도 비참한 처량함 보다 죽이고 싶어지는 살의가 솟아올랐다.
“누군가 내 아내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것 같네.”
“...”
나는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네. 어떤 놈인지 내 아내의 약점을 이용해서 아내를 겁탈했네. 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 나는 그 잡놈을 잡아서 죽이기 전까지는 내 아내의 얼굴을 보지 않을 생각이야.”
“... 뭔가 짚이는 사람이라도 있으십니까?”
“있었다면 확인을 해봤겠지. 확실한 건 아내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일이 이렇게 될 수 없으니까. 어쩌면 나랑도 아는 사이일 가능성이 높겠군.”
“음. 하지만 그걸 어떻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단 말이죠?”
“자네는 최근에 내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이 꽤 있었지. 물론 몇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범인이 날 협박하기 전부터 그렇게 지냈으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 앞으로도 내 아내와 함께 다니면서 범인이 따라 나타나면 그 놈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주게.”
“...”
나는 주저하는 척했다. 이수진과 함께 다니라니. 이건 뭐, 그냥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아닌가!
좋다. 네가 원하는대로 네 여자랑 매일 붙어먹어주마.
“알겠습니다. 대신 약속하신 바는 확실히 이뤄주십시오.”
“물론이지. 그럼 잘 부탁하겠네.”
“그럼 언제부터?”
“오늘부터 계속. 나는 다른 지점 신입생들을 도와주러 다닐거고 본부장이 강서점을 맡는 쪽으로 하지. 어차피 본부장 딸이 있는 지점이기도 하니까 누구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호오.
이수진과 최지아가 한 공간에 있다니.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나는 최용수에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센터로 복귀했다.
*
잠시 후, 이수진이 방문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센터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본부장이 제아무리 최지아의 어머니라지만, 그래도 본부장이라는 직책도 직책이고 원래 엄하고 깔끔 떠는 성격 탓에 군기가 제대로 잡혀 있었다. 대대장이라도 방문하는 것처럼 막사 안이 아주 난리가 난 거다.
특히 최지아는 자기 어머니가 오신다는 말에 재빨리 팀원들에게 지시해서 담당구역을 철저하게 청소했다.
“어머니가 오신다니까 더 신경 쓰시네요?”
내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가 묻자 최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어머니니까요. 딸이라고 봐줬다는 소리 듣기 싫으면 확실하게 해놔야죠.”
그런 이수진이 나 때문에 여길 방문한다. 그리고 오늘만 해도 몇 번이고 따먹힐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 무슨 심정일까.
나는 최지아를 도와 청소를 했다. 그녀가 몇 번을 만류했지만, 끝까지 옆에 붙어서 청소를 도왔다. 홍푸른에게는 따로 지시해서 몸이 허약하고 자주 자빠지는 제시카를 돕게 했다.
최지아팀의 담당 구역은 총 세 군데로 나눠져 있었는데 보일러실은 한지우가 나서서 맡았고 제시카와 홍푸른은 상담실을, 나와 최지아는 라커룸 청소를 맡았다.
나와 그녀는 접이식 사다리를 펴서 양쪽으로 올라갔고 거의 상체가 맞붙을 정도로 가까이 서서 높은 곳이라 손이 닿지 않는 라커룸 구석구석을 걸레로 닦았다.
마주본채로 팔만 뻗어서 걸레질을 하다가 문득 무안해졌는지 최지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까 아버지랑은 무슨 얘길 나눈 거예요?”
“아... 그냥 별 말씀 안 하셨어요. 본부장님이 곧 오실건데 저한테 잘 좀 부탁한다고 하시던데요?”
“엥? 저희 아버지랑 많이 친해요?”
“아뇨. 친하면 오히려 본부장님이랑 더 친하죠.”
“으엥?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이상한데요? 뭐, 뭔가 꺼름칙한데... 엄마랑 기준 씨가 아는 사이라니.”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지.
나는 입이 근질거리는 걸 간신히 참고 말했다.
“그냥 일적인 사이죠. 비즈니스. 비즈니스.”
“아하하.”
“너무 곤란해하지는 마요. 어차피 나중에 차차 알아갈 거잖아요.”
“흐응~ 그렇게 말해주니까 또 고맙네요.”
최지아의 몸이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내 상체에 찰싹 달라붙었다. 누가 볼세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행히 이쪽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청소중이라는 팻말을 세워뒀기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라커룸을 지나야 탈의실로 이동하기 때문에 청소시간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시간을 그냥 넘길 내가 아니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최지아의 허리를 끌어당긴 후에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하아...”
진짜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는지 최지아의 반응이 완전 활어 반응이다. 나는 반대쪽 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잡아 올렸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손을 상의 아래쪽으로 불쑥 넣어서 맨살 젖가슴을 물컹거리게 만졌다.
“아앙... 기준 씨...”
역시... 이 촉감은 이수진의 젖가슴과 많이 닮아 있었다. 흔들리는 여체와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페로몬 냄새까지도.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를 더듬으면서 그녀의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는 나는 순식간에 배덕감에 빠져들어 고추를 빳빳히 세웠다.
안 그래도 몸이 밀착된 상황이라 내 몸의 변화쯤은 쉽게 느낄 수 있는 최지아가 빳빳하게 세워진 내 고추를 느끼면서 놀란 눈을 떴다.
“여, 여기서..?”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탐나는 입술을 매만졌다. 물론 내 입술로.
까슬까슬한 내 입술이 꼭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집어삼키듯 작은 입술을 한 입에 머금었다.
츄르르
촵촵
혀를 아무렇게나 쑤셔넣어서 빨아대자 그녀의 화장품 향이 확 입안으로 들어왔다. 빨아댈때마다 최지아의 화장은 지워지겠지만, 이미 그녀도 이 순간을 즐기려한 것인지 스르르 눈을 감고 무아지경으로 턱을 비틀어댔다.
쪽♡ 쪽♡ 쪽♡
혀를 넣으면서 동시에 입술 사이의 압력을 발생시켜 소리를 내자 탈의실로 향하는 복도 안에 야릇한 사운드가 가득 채워졌다.
한동안 키스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먼저 눈을 뜬 건 최지아였다. 턱을 비틀다가 별안간 놀라서 눈을 떴다. 그리곤 재빨리 턱을 뒤로 잡아당겨 뺐다.
“어, 엄마?”
나 역시 최지아의 상의 속에 집어넣은 손을 천천히 밑으로 빼낸 뒤에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이수진이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은 볼만 했다. 화를 내고는 싶은데 화는 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또 시샘을 하자니 자기 딸이 아닌가.
나는 태연하게 그녀를 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아니, 어머니라고 부를까요?”
이수진은 내 너스레 섞인 얼굴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마세요.”
그리곤 손가락을 까딱까딱해서 최지아를 사다리에서 내려가게 만들었다. 이수진은 원래 최지아가 있던 위치까지 손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그러더니 라커 위에 손가락 끝을 올리곤 쭉 밀어서 먼지를 닦아냈다.
“청소 시간에 다른 짓거리를 하니까 깨끗할 리가 없지.”
“어, 엄마... 아니, 본부장님. 이건...”
“너희 매니저 데려와. 다른 간부 및 사원들 전부.”
나는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그저 아까 최지아와 상체를 맞대고 있었던 것처럼 그대로 이수진과 상체가 거의 닿을 듯 말 듯한 상태로 멈춰서 본부장으로서의 채통을 지키려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만 봤다.
최지아는 뭐라고 대꾸하려다가 내 눈치를 봤는지 고개를 떨구며 사무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나는 그녀가 사라진 틈을 타서 이수진의 상의에 손을 넣어 가슴을 콱 움켜잡았다.
“본부장님, 화내시니까 무섭잖아요.”
“화난거 아니에요...”
“최용수 사장이 보내서 왔지?”
“네...”
“앞으로 삼일 정도 붙어다니라는 명령을 받았을 거야. 그 동안 마음껏 즐기자고.”
나는 몸을 낮춰 그대로 이수진에게 속삭여줬다.
“지금처럼 계속 본부장 행세를 해. 그래야 이따 따먹을 때 더 흥분될거 같으니까.”
“하읏.”
내가 젖가슴을 잡은 손으로 꼭지를 톡하고 쳐주자 이수진은 최지아 못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역시 모전녀전.
실시간으로 어머니와 딸을 번갈아 가면서 농락하자 방송이 흥할 수밖에.
후원금 쏟아지는 소리가 귀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 전에 얼른 이수진의 상의에서 손을 빼내고 사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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