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74. 팀플레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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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 룰은 대략 이렇다.
팀원들은 각각 자기 팀장이 있는 지점으로 출근한다. 여기서 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매출을 해서 실적을 올린다. 그 실적의 합산으로 세 개 팀이 대항을 하는 건데 평균값을 내서 그 이하의 실적을 낸 팀은 최용수가 말한 신입 교육 재수료를 받아야한다.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나를 엿먹이려는 룰이라고 밖ㅇ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쉬는 시간을 틈타 재빨리 이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떻게 된 거지? 최용수랑 무슨 대화를 한 거야?”
아무 얘기도 안 했어요. 그 이는 그냥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뚫어지게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그게 끝이예요.
나는 최용수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녀석이 의미없는 행동을 했을리는 없고.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그녀에게 재차 물었다.
“혹시 그 뒤에 어떤 표정을 지었지? 최용수 말이야.”
음. 웃었어요.
웃어?
웃으면서 나한테 커피 한잔 하겠냐고 물었어요.
그거다.
“평소에 최용수가 커피를 타준 적이 있어?”
아뇨... 없어요. 그래서 나도 어색해서 됐다고 했어요.
최용수는 아마 용우에게 말해서 오늘 신입생 중에 결근자가 있는지 물었을 테고, 용우는 이수진이 나와 함께 밖에서 만나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고 보고를 했을 거다. 용우가 보이고 있는 최용수와 이수진 두 사람 각각에 대한 충성도를 비교해보자면 이수진은 최용수의 발톱 떼만큼도 못한 크기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 관계를 알아차렸으면 이수진은 물론 나까지도 어디 시멘트 바닥에 쳐박혀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수진이 최용수의 호출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최용수에게 동영상 하나를 보내놨다.
이수진이 열렬하게 따먹히는 그 동영상이다. 동영상 촬영 날짜는 당연히 예전. 따라서 오늘 있었던 일이 아니라는 걸 최용수는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보냈는지, 이수진과 관계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더욱 미궁으로 빠질 터.
따라서 이번 팀플레이 미션은 이수진의 외도와는 상관없이 원래대로 진행하려고 했던 미션일 가능성이 높다.
날 시험하고 싶은 거다.
용우와 이수진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내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간부들이 많으니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왜 하필 팀플레이냐. 마찬가지로 역경을 심어주는 거다. 이준원이나 정창식같은 뜨내기들을 내게 안겨줌으로써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다.
그렇다면 나는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뜻도 된다.
오히려 최용수는 나를 자기 최측근으로 쓰고 싶어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또한 이수진이 누구에게 따먹혔든 어쨌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결론도 나왔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최용수는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소유욕이 남다른 놈이었다. 이수진을 차지하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다른 남자들이 절대 못 건드리게 했고 조금이라도 껄떡거리는 놈은 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반쯤 패죽여서 도륙을 내놨으니까.
그렇게 쟁취한 여자인데 지가 함부로 여기는 건 그렇다쳐도 남들한테 따먹히는 꼴을 보고만 있을 놈은 아니다.
나는 어떤 자식한테 그 죄를 뒤엎을지만 생각하면 됐다.
‘그나저나... 지금 복수는 복수고 이 미션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
“형님! 같은 팀하게 돼서 진짜 다행이에요. 우리가 매출로 다른 쌤들 다 발라버리자고요. 특히 송하윤 팀은 진짜 별거 없어요. 하윤쌤이 뭐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뭐 솔직히 말해서 별거 있겠어요? 하하.”
우리 팀 중에는 나이가 많은 정창식이 차량을 갖고 있어서 강서점까지 차를 타고 이동했다.
조수석에 앉은 이준원이나 운전대를 잡은 정창식은 둘 다 과묵한 편이어서 말이 없어서 뒷좌석에 앉은 홍푸른만 신나게 떠들어댔다.
나는 홍푸른이 떠드는 내용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도대체 이 사람들을 데리고 어떻게 매출을 할지 생각해야 했다.
우선 강서점 회원들을 파악해야 했다.
청담점에 비하면 돈 많은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은퇴한 고위직 직장인들이 많다. 따라서 나이대도 상당히 높고 씀씀이도 헤픈 편이다. 오히려 홍푸른보다 앞에 앉은 두 사람이 벌이가 더 괜찮을 수도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르신들은 홍푸른처럼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보다는 진중하고 과묵하면서 신뢰가 가는 사람을 더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분배를 잘 해야했다.
각각의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회원들을 배치해줘야 하는 거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신입쌤들한테는 스텝이 아예 없다고요?”
강서점에 복귀한 나는 일주일만에 만난 최지아팀의 팀원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도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
“예... 스텝 회원을 주면 안 된다고 사장님께서 명령 하달을 직접 하셔서.”
최지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텝이라는 건, 처음 등록한 회원들을 말한다. 헬스장에서 늘상 광고하는 내용이 있다. 신규 등록시 PT 2회 무료라는 문구. 바로 이 대상자들을 스텝 회원이라고 말한다. 가장 PT할 확률이 높고 운동에 대해 전혀 모를 때일 뿐만 아니라 혼자 운동하기에 공포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트레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원들이다.
근데 이 스텝 회원이 없다는 얘기는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뜻이다.
뭘 어쩌라는 얘기지?
나야 그냥 아무나 붙잡아서 입 털어서 등록시키면 그만이라고 치지만, 이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수로 등록을 시키겠는가.
나는 세 명의 팀원을 쭉 훑어봤다.
“말도 안 돼.”
“흑. 그러게요. 스텝이 없다니.”
나는 다시 한 번 기한을 확인했다. 기한은 주말을 포함한 일주일이다. 오늘이 월요일이니까 다음주 월요일 오후 3시까지.
막막했다.
내가 무슨 헬스장 고인물도 아니고. 어떻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란 말이지. 그것도 내 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서 말이다.
게다가 이 미션에는 한 가지 함정이 존재했다.
다른 지점 사람이 해당 지점에 가서 매출을 훔쳐간다는 함정. 교육이고 미션이기는 하지만, 결국 신입들에게 황금같은 기회를 주는 미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원래 신입 트레이너의 경우에는 수료기간이라고 해서 첫달부터 석달까지는 대체로 수입이 없다. 수업료를 받을 수 있는 담당 회원도 없고 능력이 없어서 팀장들이 스텝 배정을 해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런 이벤트는 신입들에게 좋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신입이 괜히 신입이 아니다. 아무리 기회를 줘도 못 먹을 놈들은 못 먹는다. 그건 송하윤 팀이나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터. 평가는 상대적인 것. 같은 조건에서 싸운다면 꿀릴 이유가 전혀 없다.
홍푸른도 그걸 깨달았는지 다른 동기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현재 진행상황을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홍푸른이 번쩍 일어서더니 내 눈 앞에 휴대폰을 가져다댔다.
내용은 이랬다. 송하윤 팀에 배정된 여자 트레이너가 벌써부터 200만원짜리 신규 등록을 성공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스텝이 없이 그게 가능하다고? 지금 2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이번에는 이준원도 관심이 생겼는지 곤란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신입 교육을 1주일 추가로 더 듣게되는 건 그렇다쳐도 자기 팀장이 용우인 이상 평균 이하의 성적을 내는 순간 죽을맛일 테니 발등에 불 떨어졌다는 걸 새삼 깨닫는 모양이다.
“무슨 수를 쓴 거야?”
“젱여놓은 회원이라도 풀은 게 아닐까?”
“일단 우리도 적어도 200만원은 해야된다는 뜻이네. 근데 스텝 없이 어떻게 하냐고...”
세 사람은 나를 앞에 두고 토론을 나눴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CS다. 콜서비스. 마치 회원님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듯 자주 안나오는 회원들을 독려한답시고 무료로 PT를 해주겠다며 스케줄을 잡아버리는 거다. 이 방법에도 함정은 있다. 이미 PT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운동에 흥미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도 확률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는 함정이다. 어떻게 보면 시간낭비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게스트를 잡는 거다. 플로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혼자 운동하는 회원에게 운동을 알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세일즈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것. 근데 이 방법도 마찬가지로 확률이 높지는 않다. 앞서 말한 콜서비스 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높지만, 잘못하면 회원이 귀찮아 할 수도 있고 컴플레인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말을 잘하는 트레이너라면 어려움쯤은 능수능란하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신입 트레이너에게는 버거운 일임에 확실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손 봐줘야 할지...
그때 최지아가 상담실에 모여있는 우리쪽을 바라보면서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움찔.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했겠지만, 왠지 모르게 배덕감이 들었던 거다.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와 그렇게 붙어 먹어댔으니까.
“네, 뭐.”
“안색이 안 좋으신데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 손등에 자기 손등을 가져다댄다. 그런 후에 황급히 주변 시선을 인식한 듯 창피한지 손을 빼냈다.
“하, 내가 미쳤나봐요.”
“... 팀장님이야말로 무슨 일 있어요?”
“아니에요. 그냥 막... 뭐라고 해야하지. 보, 보고 싶었어요.”
하, 욜라 사랑스럽다. 모녀를 품은 쓰레기같은 내가 보고싶다고 말하다니. 만약 최지아가 나와 이수진의 관계를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헛기침을 하는 최지아를 향해 한 차례 웃어줬다.
“저도 보고싶었어요.”
최지아의 얼굴은 시뻘개질 데로 시뻘개졌다. 이렇게까지 침착함을 잃는 모습이라니.
아주 조금 후에 최지아는 평점심을 되찾고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스텝을 못 받아서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던데요.”
“아, 예...”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어요.”
“... 뭔데요?”
나는 가뭄의 단비를 바라보듯 최지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BR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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