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67. 동병섹련
* * *
“하악... 하악... 하악..!”
여성의 거친 숨소리와는 다르게 남자의 숨결은 잔잔했다.
이수진은 배덕감과 함께 호기심이 겹쳐 들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었다. 천천히 그것도 아주 천천히 비상계단의 난간 틈을 통해 확연히 온도가 다른 한 지점을 향해 몸을 기울였던 거다.
원래 이수진의 성격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누가 자기네 영업장 주변에서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고, 실제로 그것이 공공장소에서의 위법행위라면 더욱 화를 냈을 거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짚이는 바가 있어서 화도 내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 뻔하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몸을 완전히 기울여 중간층의 넓직한 공간쪽을 바라봤을 땐, 그곳에 눈에 익은 두 사람이 몸을 포개고 있었다.
파앙 파앙 팡 팡
핫 흐응 아 하악
여전히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는 송하윤은 매력적인 몸매를 활처럼 젖히고 기준의 추삽질에 반응하고 있었다. 반면 기준은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남자가 여자를 대하듯 송하윤의 살갗 하나하나를 맛보며 찐득한 고무찰흑처럼 조금씩 몸을 붙여나갔다.
이수진은 문득 저렇듯 당연한 남자의 부드러움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결혼 초반에는 거친 야생마같은 남편의 몸짓에도 나름 매력을 느꼈었지만, 그에게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이었다.
또한 기준의 저런 세심한 모습은 이 노출된 공간과 괴리감을 이끌어내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이끌리기도 했다. 심장이 말도 못하게 빠른 속도로 펌프질을 해대고 있었다. 그의 손길에 몸이 한차례 녹아내렸기 때문인지 송하윤의 신음소리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수월했다.
찌걱거리며 송하윤의 안쪽에서부터 애액이 철철 흘러넘치는 게 너무 꼴릿해서 사타구니 쪽에 곧 바로 반응이 왔다.
“하앗..!”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버린 후에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고 입을 막았다.
순간 비상계단 내에 정적이 흘렀고 송하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 듣지 않았어요?”
기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알게 뭐냐고 대답하더니 송하윤의 입술을 덥썩 집어삼켰는지 찐득한 키스 소리가 절절하게 울려퍼졌다.
쪽 쪼오옥 츄릅 하압 쪼옥
달달한 들숨과 날숨이 섞인 후에 서로의 입술이 살짝 떨어진 틈을 타서 송하윤이 또 말했다.
“하 키스하는데 소리가 엄청 나요.”
“누가 듣고 있다면 우리가 키스하는 것쯤은 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하고 싶어서요.”
“읏. 그런 말 하지 마요. 진짜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랬으면 무슨 반응이라도 했겠죠? 관음증 환자도 아니고 계속 몰래 보고 있을 리가.”
“생각보다 세상에 변태같은 사람 엄청 많아요.”
“우리처럼?”
“아이... 우리는”
다시금 들썩이는 소리가 들리면서 두 사람은 섹스에 집중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이수진은 다시 아까처럼 고개를 내밀어 두 사람이 붙어먹는 꼴을 지켜봤다.
‘하, 내가 왜 이러지?’
남편 이외에 아랫도리에 자극이 느껴진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남편을 포함해도 마찬가지일까. 언제부턴가 전희 부분이 생략되서는 뻑뻑한 상태로 박힌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느껴지는 희열감과 아랫도리에서 후끈하게 달아오르며 쏟아지는 애액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까의 손길 때문일까.
이수진은 자기도 모르게 스타킹 아래쪽으로 손을 가져가서 손가락 끝으로 살포시 도톰한 보짓살을 눌렀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는 이미 준비가 된 모양이다.
흥분된 상태인데다 바로 앞에서 붙어먹는 두 사람의 그림자 때문에 더욱 들떠버렸다. 본능적으로 달아오르는 숨결을 꿀꺽 삼키며 속옷 안쪽으로 손을 찔러넣었다.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추잡한 쾌락만이 손 끝에 질척일 정도로 묻을 뿐. 누군가 이 모습을 보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2층에서 3층 사이의 저 두 사람처럼. 누가 와서 구경한다고 해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게 뭐냐고”
“흐읏”
두 사람의 섹스가 절정에 치닫는 것과 동시에 이수진의 자위도 점점 거칠어졌다. 120만원 주고 받은 네일아트는 확실히 돈값을 했다. 손톱 위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보석은 질 윗부분의 g스팟을 겨우겨우 건드렸고, 플라스틱이 함유된 기다랗고 딱딱한 손톱은 안쪽 깊은 곳의 쪼이는 부분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하아 하앙 하앙 기준씨... 흐응 나 가, 가요!”
“나도요. 안에 쌀게요.”
“흐응... 안 돼요.”
“기분 엄청 좋을텐데?”
“임신 해버려요오...”
“임신 해도 좋을 정도로 기분 좋을텐데?”
이수진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원래 남자들은 임신 소리만 들으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 아닌가.
팡 팡 팡 팡
겁도 없이 질러대는 삽입질 그리고 이제는 거칠어진 기준의 손길이 아무렇게나 윗도리 안으로 들어가 젖가슴을 마음껏 주물러댔다.
이수진은 이 순간만큼은 송하윤에게 빙의해버렸다. 정말 자기 몸에 박아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나머지 한 손으로 자기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송하윤과 같은 생각을 했다.
“안에 싸줘요!”
‘안에 싸줘!’
팡 팡 팡 팡!
질컥질컥질컥!
짤짤짤짤
엉덩이를 허벅지 윗부분으로 때려대는 소리와 손가락으로 질을 파고드는 소리가 합쳐져 울렸다.
이수진은 송하윤이 혓바닥을 내밀자 자기도 혓바닥을 내밀었고 키스를 하며 혀를 돌려댈 때, 자기도 모르게 허공을 향해 혀를 돌려댔다.
“후음 흡”
기준은 거칠게 송하윤의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추를 길게 쭉 뺀 다음, 안쪽 끝까지 허겁지겁 쳐올려댔다. 마지막 삽입질은 깊숙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그 순간, 기준의 곁눈질이 이수진이 겁 없이 자위하는 곳을 향해 와서 꽂혔다.
그걸 신호로 안쪽에서 꿀렁꿀렁거리는 듯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질내사정이다. 이 순간, 이수진은 자기 질내에 정액이 뿜어져 나오기라도 한 듯 절정을 맞이하며 무릎을 x자 모양으로 접은 채로 고꾸라졌다.
“흐앙”
이수진뿐만 아니라 송하윤도 질입으로 고추를 머금은 채로 상체를 아래쪽으로 축 늘어트렸다.
“하아... 하아...”
양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오가는 동안, 기준은 내내 풀썩 주저앉은 이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에서 부글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발했다. 이수진은 어쩔줄 모른채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섬주섬 일어나서 후다닥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구두소리가 얼마나 크게 울렸던지 송하윤이 기겁을 하며 몸을 돌렸고 그와 동시에 머금고 있던 고추가 쏙 빠져 아래쪽으로 걸쭉한 국물이 쏟아져내렸다. 송하윤은 자신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주던 딱딱한 성기가 빠지자마자 하체에 힘이 풀렸는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흣 누, 누가 있었나봐요.”
“네... 본부장님이네요.”
“보, 본부장님이요?”
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수진이 뭘 어쨌건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앉아있는 송하윤의 얼굴쪽으로 고추를 가져갔다. 빨아달라는 몸짓이었다. 더러워진 성기를 그대로 바지를 입을 수 없다는 강력한 어필.
송하윤은 기꺼운 표정으로 걸쭉하게 젖은 기준의 성기를 낼름낼름 핥기 시작했다. 뭐, 그만큼 섹스가 만족스럽기도 했으니 이 정도 봉사는 괜찮은 수준이었다. 기준만큼 섹스를 잘 하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반쯤 죽었는데도 평균을 웃도는 크기도 한 몫을 했다. 더 기분좋게 만들어줘야 다음에도 자기 구멍을 찾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허겁지겁 마무리 애무까지 책임을 져줬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기준의 눈길이 계속해서 아래층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수진 본부장이 마음에 걸리는 건가?’
자기도 지금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애닳는 상황이라 걱정되는 마당에 이미 센터에서 어느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준은 더 걱정될 거다. 만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퇴사를 권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이지 막막해진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업적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을테니까.
근데 왜일까. 송하윤의 혀 스킬이 좋아서인 걸까. 기준의 성기는 다시금 부풀어 빳빳하게 섰다. 꼭 사정하지 않은 새것처럼 신선하고 활기차게.
‘헉! 또? 진짜 미친거 아니야?’
본부장까지 왔다갔다면서 어떻게 이렇듯 천하태평으로 성기를 꼿꼿히 세울 수 있을까. 송하윤은 놀라움과 동시에 자신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타구니가 신경쓰였다. 걸쭉한 국물 때문에 여전히 절절한 쾌감을 느끼는 중이었으니까.
그러나 기준은 재차 섹스할 생각이 없었다. 송하윤이 싹싹 닦아준 성기를 그대로 속옷 안으로 집어넣고 바지를 추켜세웠다. 지금까지 모양이 좀 빠졌다고 생각했는지 옷 매무새를 정돈하곤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내려와요.”
‘이렇게 그냥 간다고?’
송하윤은 문득 먹고 버려진 기분이 들어 비참해졌다.
그러는 동시에 내려가는 기준의 뒷모습을 보며 승부욕이 발동되며 영화 속 명대사를 속으로 읊조렸다.
‘갖고 싶다, 저 남자.’
생각을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쳤다.
‘미쳤어. 미쳤어. 나도 그냥 한 번 섹스하려고 만난거잖아. 질척거리지 말자, 하윤아. 지가 또 생각나면 연락하겠지. 내가 아쉽나? 저 자식이 아쉽지.’
그도 그럴 것이 송하윤의 몸을 탐내는 남자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기준은 처음 연락했을 때도 그렇고 자신을 그냥 인류 중에 하나로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당췌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우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나?
비참한 마음이 든 송하윤은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자기 얼굴을 보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뭐 어때서 저러지?”
분명 스스로 질척이지 말자고 외쳐놨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방금까지 있었던 쾌락에 이미 중독이 되버린 거다.
“후.”
송하윤은 입고있던 속옷을 벗어냈다. 그리곤 계단을 따라 내려가 1층에 도달했는데 아래쪽에서 누군가 자신을 불렀다.
“송하윤 선생님?”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본부장이 팔짱을 낀 채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게 아닌가.
‘좆됐다...’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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