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66화 (66/159)

〈 66화 〉 66. 상장채널 활용법

* * *

“필라테스의 정의는...”

손이 닿자마자 바로 입질이 왔다. 깜짝 놀랐는지 순간 들썩이며 승모근이 위로 떴다가 내려갔다. 흉부쪽에 깊은 숨이 들어차 몸이 부풀어 올랐고 이내 가슴이 내려앉으며 차츰 차분해지는가 싶더니 조물거리며 어깨를 재차 주물거리자 비틀거리며 골반을 쥐어틀었다.

“피, 필라테스의 정의느은...”

나는 얼마 전에 아르테미스를 통해 아프로디테를 소개 받았다. 아직 만나지는 않았지만, 주선을 받은 이상 천신과 연결이 된 거다. 굳이 아프로디테를 소개 받은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은총.

천신성좌의 은총을 받게 되면 그 성좌의 능력을 베껴 올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물론 그 능력의 등급에 따라 코인의 소비가 올라간다. 아프로디테의 능력은 매혹의 능력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선택한 능력은 터치에 의한 능력인 미스테틱이라는 기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길.

일개 인간일 뿐인 이수진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손길이다.

채널 상장 전에는 코인 사용을 자체적으로 금지시켰으나 내가 악신들의 은총을 받는다는 걸 안 이상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섹서 방송은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방송이다. 천신과 악신들이 뒷거래 유흥으로 이용하는 일종의 쾌락주의 방송인 셈이다.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 건 초반 흥미를 돋구기 좋았을 뿐. 노템으로 천신까지 포괄하고 있는 방송인 이상 많은 섹스트림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신음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수진의 몸은 이미 꽈베기처럼 베베 꼬여버렸다. 허벅지 중반 위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를 입어놓곤 내 손길 하나하나에 점차 자세가 무너지더니 앞에 누가 있든 없든 신경쓰지 않고 벌러덩 허벅지를 벌리고 말았다.

“크흠.”

이대로 있다간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 손을 떼자 다시 자세를 고쳐잡으며 헛기침을 하는 이수진. 하지만 이미 앞에 있던 신입생들은 그녀의 속살과 속옷을 보고선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이수진을 이상하게 보다가 이내 내쪽으로 시선을 올려봤다.

홍푸른은 동경의 눈빛으로 날 올려다봤고 이준원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은 의심의 눈초리. 송아윤은 욕망으로 가득한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그러니까 필라테스라는 건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어딜 말을 끝까지 하려고.

나는 이수진의 어깨를 다시 조물거리다가 쇄골쪽을 향해 과감하게 손을 뻗었다.

“흐앗...”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낸 이수진은 횡설수설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이건... 저기... 너무 확 들어와서 깜짝 놀란 것 뿐.”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걸 말하면서 허리를 뒤튼다.

마흔살이 넘은 주제에 야릇한 몸짓을 하고선 애써 아닌척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모습에 심장이 벌렁벌렁해졌다.

내가 진짜 이십대 중반이라면 이수진을 보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생의 기억도 있고, 딸인 최지아와 속살을 섞은 탓에 그녀의 어머니의 맛은 어떨지 심히 궁금해졌다. 최지아가 맛있었으니 이수진이라고 맛 없겠는가. 원래 과일은 익으면 익을수록 맛있는 법. 신선한 최지아와는 다르게 농밀한 맛이 있을 것이다.

근데 이런 기분을 나만 느끼는 걸까.

분명 내 앞에 있는 남자들 중 몇몇은 이수진에게 섹스어필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얼굴, 몸매, 의상, 모두를 아울러 이수진이 40살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깜짝 놀란 눈으로 이수진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는 남자들. 부러워해봐야 소용없다. 느그들에게 이수진은 그림의 떡일 뿐이니까.

나는 쇄골쪽을 쓰다듬다가 목덜미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보통 간지럼을 많이 타는 쪽으로 목덜미를 손꼽는데 이곳만큼 민감한 부분이 없다는 소리다. 섹스할 때도 그렇다. 뜨거운 입김을 뿜거나 말랑한 혓바닥 끝으로 핥으면 그렇게 반응이 좋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이수진은 땡볕 아래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상황. 나는 가열된 물체를 건드릴 뿐이었다.

이수진은 구두 아래로 숨겨진 발가락까지 쫙 뻗으면서 잔뜩 흐트러진 표정으로 외쳤다.

“흐아... 아앙...”

안마를 도중에 멈추고 손을 뗐다. 그러자 이수진은 한동안 허리를 부들부들 떨더니 엉덩이를 의자 뒤쪽으로 붙이고 가슴 위에 손을 얹고서 깊게 한숨을 푹 쉬었다.

나는 가만히 내 손길을 기다리는 이수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여줬다.

“중독... 되셨나요?”

흠칫 놀라는 이수진.

뜨겁고 말랑거리던 안마가 계속되면서 주변 시야가 급격히 감소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위치, 현재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쾌락에 몸을 맡겨버린 것이다.

내 한 마디에 아연실색한 이수진은 어쩔줄 몰라하며 몸이 굳어버렸다.

이게 방금까지 신입생들을 상대로 기합주던 이 센터의 본부장이 맞나 싶을 정도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뭐든 들어주기로 하신 약속... 잊지 않으셨죠? 어떻게 하실래요? 안마 계속 받으실래요? 아니면...”

“...”

“자리를 옮기실까요?”

나도 모르게 끈적이는 목소리를 발사해버렸다. 내가 말해놓고도 재수없을 정도다.

이수진은 내 숨결이 끊기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쪽을 사납게 바라봤다.

“무례하네요.”

“제가요?”

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안마를 해달라고 하신건 본부장님인데요. 저는 그저 걱정이 됐을 뿐입니다. 집안에 우환이 있으신지. 아니면 평소에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라도 받고 계신게 아닌가 해서.”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모르겠는데 안마를 잘하는 건 확실하네요. 아이돌들이랑 스튜어디스 PT 끊을 때 그 방법을 사용한 거죠?”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제 뒷조사를 확실히 하신 것만큼은 알겠네요.”

“읏..! 신입 주제에...”

“아,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제 부탁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기로 하셔서 그만...”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에 앉아있는 10명 남짓되는 신입들이 증인으로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아차린 듯하다.

“하.”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요. 그래. 뭐 원하는거 있으면 지금 말해봐요.”

“여기서요? 괜찮으시겠어요?”

내가 눈을 꿈벅거리며 말하자 이수진은 약간 당황했는지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명색이 본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다.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신입들에게 얕보일게 분명했다.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요구하려고요. 말해봐요. 지금 당장 들어줄테니까.”

“흐음~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나만 좋으면 한 가지 떠오르는게 있긴한데.”

“뭐, 뭔데요.”

“흐음. 그래도 여기 계시는 다른 선생님들도 계시니까 다 같이 좋은걸 하는게 좋겠죠. 좋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여기 계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10만원대 신발 한 켤레씩. 어떠세요?”

내 말에 신입들은 눈빛이 초롱초롱해짐과 동시에 걱정 반 우려 반이 섞여서 어떻게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했다.

나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원하는 걸 들어달라는 이 파격적인 제안을 이런 식으로 사용해서 얻는 이득. 그건 바로 이수진의 마음이었다.

내 제안에 허탈한 듯한 이수진은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웃음을 빵 터트렸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 모양이다.

“하하하!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오오오!”

“와아아아~”

이수진이 이렇듯 마음을 푸니까 신입들도 환호성을 외치면서 좋아했다.

분위기는 금세 좋아졌고 어쩌다보니 이수진은 대인배적인 본부장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 분위기의 급류를 탄 이수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수업을 진행했다. 진행하는 내내 내쪽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알면서도 눈치채지 못한 척 그녀의 수업 내용을 착실하게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얼마나 잘 적었는지 1시간 내내 들은 수업 내용을 그대로 반복할 수 있을만큼 빼곡하게 적어놨다. 이게 다 몇 주 동안 밤을 새서 공부한 효과다.

옆에서 송하윤이 툭툭하며 내 옆구리를 찌르길래 쳐다봤더니 펜을 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줬다.

그리고 다시 펜을 돌려받았는데 펜과 함께 쪽지도 왔다.

‘이따 쉬는 시간에 2층에서 3층 사이 비상계단에서 봐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씩 웃어줬다.

*

쉬는 시간, 이수진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갔다. 마침 용우도 뒤따라 들어오길래 가볍게 말을 걸었다.

“신입들 괜찮네요?”

“아, 교육 끝나셨구나.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응~ 아주 괜찮은 친구가 하나 있더라고.”

“보나마나 성기준이겠죠. 제가 청담점으로 데려오려고 해봤는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요. 커미션 2배로 준다고 했더니 뭐라고 하는줄 아세요? 10배로 불려달래요.”

“뭐, 뭐라고? 10배? 푸하핫! 재밌어...”

이수진은 정말 호기심 가득해진 눈을 뜨곤 회상에 잠겼다. 방금 일어난 일이지만,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는 기준의 어깨 마사지. 황홀해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질러버린 그 손길.

남편인 최용수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애틋함과 부드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손길이었다.

최근 최용수는 상당히 신경질적인 섹스를 즐겨했다. 그러면서 이곳저곳 상처가 많이 났고 병원에도 몇 번 찾아갔는데 염증이 나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아랫도리에서 이상하게 꾸리꾸리한 냄새가 올라올 정도였다.

문득 기준의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게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안에 우환이 있는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는 그 질문. 어쩌면 그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던 게 아닐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 사람이 왜 괜찮아보이는지.”

“하하. 제가 인정할 정도면 꽤 실력있는 놈인거죠. 근데 흡연하나봐요. 아까 보니까 비상계단쪽으로 가던데 옥상에서 흡연이라도 할 모양인지.”

“아, 그래요?”

좋은 정보였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옥상에 가는척하면서 만나면 묻고 싶은게 몇 가지 있었던 거다. 마사지 스킬이며 어떻게 그렇게 자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따라서 이수진은 용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를 틈타 조용히 밖으로 나가 비상계단쪽으로 이동했다.

센터가 있는 층은 1층. 따라서 옥상까지 올라가려면 무려 6층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했지만, 이수진은 도중에 기준을 마주칠 것도 생각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옥상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뜨거운 들숨과 날숨이 섞이는 소리에 이수진은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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