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64. 진짜 복수는 지금부터다
* * *
김치찌개가 끓는 동안, 이준원이 내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게요. 청담점에서 기준쌤한테 제안을 했습니다. 퇴사하고 청담점에 재입사 신청서 넣으시라고요. 그러면 강서점에서 받는 커미션과 기본급을 두 배로 올려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심하게 단도직입적이긴 한데.
“누가요?”
“용우 팀장님이 전달해달라고 했어요. 청담점 팀장이 따로 말을 걸면 다른 지점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충분히 이상하다고.
용우가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커미션과 기본급을 두 배로 준다니. 아무것도 안 해도 기본급만 300에. 하기 나름이겠지만, 피티 커미션으로만 400~500 정도 챙길 수 있다는 소리로 들렸다. 거기에 수업료는 또 따로다.
수업료는 매출에 따라 다르지만, 회당 10000~13000 정도로 책정이 가능하다. 만약 수업료도 두 배로 늘린다면 지금의 내 매출 상황으로 미뤄 봤을 때, 월 2000정도는 우습게 벌 수 있게 된다.
신입사원이 월 2000? 대기업 간부도 받기 힘든 연봉이다. 이 정도면 S전자 임원급 대우 아닌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우위다.
나는 묻고 싶었다. 당신네 팀장은 미친놈이 아니냐고.
“그 얘기 하려고 저랑 밥 먹자고 한 거예요?”
“네.”
나는 끓기 시작한 김치찌개를 앞접시에 옮겨 담았다. 내 입맛에 맞게 아주 짜고 적당히 매콤하다.
자고로 김치찌개는 밥도둑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돼지고기 한점에 입에 들어가면 부드럽게 뭉개지는 김치. 적당히 짠맛이 나는 게 아니라 확 짜고 확 매콤한 느낌이 들어서 밥 한공기를 뚝딱할 수 있는 그런 밥도둑.
맛이라는 건 그렇다. 값이 싸더라도 어울리는 게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5성급 호텔에서 만드는 김치찌개보다 동네 할머니가 하시는 김치찌개 집이 훨씬 맛있을 수 있다.
이전 생, 기억 속의 최용수는 돈이면 뭐든 다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최용수가 다른 회사 임원들을 초대해놓고 사과박스를 건네 받은 적이 있었다. 조직 몰래 뒷돈을 받은 거다. 내가 나무라자 녀석은 말했다. “너는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녀석은 그런 놈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의 내 감정은 간단했다.
역겹다.
뇌물을 받고 자기 회사 기업 비밀을 털어놓는 당사의 주역들. 사장 입장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는 거다. 발 등에 불 떨어진 사람을 보고 뒤에서 웃고 있을 최용수와 그들을 떠올리면 역겹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이준원에게 말하고 싶어졌다.
내가 김치찌개로 보이냐? 사고 팔 수 있는 음식이나 애완동물인줄 아는 건가.
나는 적어도 최용수와 같은 그런 놈이 되고 싶지 않다.
“미안한데 용우 팀장님한테 전달 좀 해주시겠어요? 제안은 못 들은 걸로 하겠다고요.”
“헐... 진짜요? 저 같으면 무조건 했을 건데. 다시 한 번 생각 해보세요.”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똑같아요. 열 배를 준다고 하면 모를까.”
어차피 10배는 말도 안 되는 수치다. 나 자신을 돈으로 팔 생각은 없지만, 용우가 열받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여, 열 배요?”
“네. 열 배.”
“쌤, 그건 진짜 말도 안 되죠. 말 안 되는 거 알고 계시는 거죠?”
“왜요? 왜 말도 안 되는데요?”
“...”
“라면 사리 추가해서 먹을까요? 여기 진짜 맛있네. 아, 설마 거절했다고 밥값 계산 안 하시는 거 아니죠?”
*
간밤에 신입들에게서 문자가 많이도 왔다. 뭔갈 물어보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궁금한 것도 궁금한 건데, 신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자 트레이너인 송하윤은 대놓고 노골적인 문자를 보냈다.
송하윤쌤 : 쌤 여친 있어요?
내가 난감한 표정으로 문자를 바라보자 아랫도리 쪽에서 옆집 여자 이소연이 웁웁거렸다. 최근 헬스장을 열심히 다녀서 육덕진 몸매에 근육이 추가된 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슴이나 엉덩이쪽의 볼륨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확실히 한지우가 세심하게 신경 써준 탓에 기존에 있던 군살이며 셀룰라이트 등이 사라졌다.
그녀는 육구자세를 하고선 한쪽 다리를 들어 노골적으로 사타구니를 보여준 채 내 고추를 열심히 빨다가 내가 휴대폰에 잠시 눈길을 돌렸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다소 속상해 하는 듯했다.
그래도 입에 물고 있는 고추는 못 버리겠는지.
“무흔 무자야?”
무슨 문자냐고 묻는 듯. 볼이 빵빵해지도록 고추를 물고 있는 탓에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기분 좋은 입안의 진동이 울려 고추의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신입 선생님들. 나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네.”
뽀옥
이소연은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맛을 다셨다. 뭐, 고추가 얼마나 맛있겠냐 하겠지만 내 고추는 좀 다르다. 쿠퍼액이나 살짝 삐져나온 정액이 달콤한 맛을 내어 여자들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지금 같은 섹서타임 때는 천신이나 악신들이 자잘한 후원을 해대서 더 강렬한 자극을 느낄 수 있을 거다.
한 마디로 펠라치오를 하고 있는 당사자가 뿅 가버리는 진귀한 마법인 것이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뭘 대답해 대답하긴. 있다고 대답했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문자는 다른 문자를 보냈다.
나 : 없습니다. 왜죠?
송하윤쌤 : ㅎㅎ
송하윤쌤 : 다음에 둘이서 술 한잔 해요.
나 : 생각 좀 해볼게요.
송하윤쌤 : 디게 튕기시네요.
나 : 좀 바빠서.
송하윤쌤 : 뭐 다른거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일적으로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 거예요.
송하윤쌤 : 물어보고 싶은거 있으면 물어보라면서요.
나 : 그것도 스케줄이 맞아야 하겠죠? ㅎ
송하윤쌤 : 아 알써요. 스케줄 확인하시고 내일 뵈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얼굴 믿고 까부느라 그러는건지 틱틱대는게 참 재수가 없다. 그래도 생긴게 예쁘장하니 신입 교육동안 재미도 볼 겸해서 연락이나 해볼 생각이었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 대답한줄 아는 이소연은 동그란 안경 너머로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고추를 빨기 시작했다.
하알 짝!
나는 이소윤의 도톰한 허벅지를 꽉 잡고 사타구니 쪽을 신나게 빨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육덕의 맛.
손으로 움켜잡고 몸으로 눕히는 그립감과 폭신한 촉감.
신명나게 박아댈때마다 흔들거리는 거대한 유방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답다.
“하아... 하아...”
“누나 열심히 운동했네?”
“하앙... 그래보여?”
“응. 엄청 맛있어.”
“하아아앙... 더 세게 해줘어...”
지금 그녀가 운동하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오늘처럼 내가 불쑥 찾아왔으면 좋겠을 거다. 수많은 여자들, 그것도 우선순위로 꼽히는 예쁘고 아름다운 몸매의 여자들을 제치고 자길 찾아주길 바란다면 열심히 운동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도 섹스가 끝나고나서 사귀자는 얘기는 절대 안 한다. 우리 관계가 어떻느니 어느 위치에 있느니 구태여 물어보지 않는다. 내 안에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반면에 제시카는 틈만 나면 사귀자고 앙앙거리는데 이제는 그냥 하나의 헤프닝으로 바라볼 뿐이다.
나는 섹스가 끝난 후, 호흡을 가다듬는 그녀의 아름다운 곡선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용우의 제안은 대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녀석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청담점으로 오라는 제안을 할 거다. 아마 이번 신입 교육의 목표일 터.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계속 지켜봐야겠다.
갑자기 담배가 땡겼다. 원래 집안에서는 담배를 잘 안 하는데 이번만큼은 침대에 나체로 누운 채로 쪼옥 빨아 뱉고 싶어졌다.
옆에 누운 이소연에게는 묻지도 않고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이소연은 전혀 개의치 않는지 내쪽으로 더 바싹 붙었다. 피부에 닿는 말랑말랑한 살갗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원래 담배 폈었나?”
“응...”
“나도 한번 해볼까?”
“그건 안 돼...”
좋은건 나만 하는 주의라서.
나는 재빨리 담배를 쪽 집어당긴 다음에 천장을 향해 도넛을 몇 개 만들어줬다. 옆에서 이소연은 연신 우와우와 거렸다.
계속 움직이면서 피부가 부딪치자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또 불끈 솟았다.
여기에 반응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소연은 코알라처럼 옆에 매달린 채로 맛집 개시 시간이 언제인지 기다렸던 모양이다. 새벽부터 기다리다가 맛집 문이 열리자마자 줄을 서는 사람들처럼 아랫도리쪽으로 쪼르르 내려가 담배 대신 고추를 입에 물었다.
담배만큼이나 중독성있는 게 섹스지.
나는 재떨이에 담배를 끄면서 생각했다.
섹스.
역시 복수는 섹스로 시작해서 섹스로 끝내야 할 것 같다.
나는 문득 최지아의 어머니, 최용수의 아내를 떠올렸다. 최용수보다 10살 아래인 그녀는 성인이 되자마자 최지아와 그녀의 쌍둥이 언니를 낳았다. 사실 그녀가 결혼한 시점을 잘 생각해보면 최용수가 얼마나 범죄자인지 알 수 있었다.
그때도 참 아름다웠지. 그 당시에는 그래도 친구놈이라고 친구놈의 여자는 건드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친구도 뭣도 아니잖아.
딸과 아내를 동시에 뺏어버릴 수 있겠다.
이소연의 입 안에서 재차 발기되는 고추.
“읍!”
이소연은 목구멍 끝에 고추가 닿자 컥컥거리며 숨 막혀했다. 이 맛이지. 펠라치오를 할 때는 목구멍 끝까지 박아야 제 맛이다.
그리고 복수도 마찬가지.
갈 데까지 가야 제 맛이다.
진짜 복수는 지금부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