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 59. 청담점 신입 교육
* * *
“예!?”
다음날, 최지아는 유성목의 발언에 놀라했다.
“지금 월말이기도 하고 저희 팀 매출 1위 하고 있는 기준쌤을 청담점으로 교육 보낸다고요?”
“휴... 상부 지시라서 어쩔 수가 없어. 신입생들 무조건 청담점 교육 참여하라는데 그럼 어떡하냐?”
“그래도 이 경우는 어느 때랑 다르지 않나요? 기준쌤이 지금 신입생같은 입장도 아니고.”
“그래. 그래서 나도 얘기했지. 근데 결국 위에서도 다 알면서 한 말이었어. 기강이 안 산다나 어쨌다나. 막말로 기준쌤이 커리어가 있냐 자격증이 있냐? 적어도 BD짐 기본 트레이닝 실습이라도 받았다는 타이틀은 진짜여야 할거 아니냐 이거야.”
“그치만...”
“됐고. 내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야. 사장님 지시인 걸 어떡하냐? 지아야, 너는 내 입장 이해해야지.”
그 말에는 최지아도 할 말이 없었다. 유성목은 최지아의 아버지가 사장인 최용수라는 사실을 알고 말한 거니까.
나는 옆에서 들으면서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굳이? 최용수가? 날 견제해?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문득 짜릿한 감정이 살포시 느껴져 웃었다. 그러자 옆에서 제시카가 꼼지락거리며 내 팔꿈치를 주물렀다.
“왜 웃는 거예요?”
“그냥... 재밌을거 같아서.”
진짜 말 그대로였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용수의 속셈은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할 수 있었다.
첫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은 것. 이건 너무 뻔한 작전이었다. 내 위치를 이용해서, 그리고 자신의 최측근들을 이용해 내 기량을 확인하려는 거다.
둘째는 나를 자기 옆에 두려는 것. 물론 억측이긴 했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최용수의 그간 행보를 보면 그랬다. 이정석이나 다른 똘마니들도 마찬가지. 좀 용하다 싶은 다른 사람의 개를 오히려 자기 옆에 두고 쓰려는 모습들을 보였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괜찮았다. 적대하는 남의 개를 자기 개로 만들었으니 효과는 2배가 된다. 특히 기량이 높다고 생각하면 더욱 가까이 두고 싶을 거다.
회의가 끝나고 약 10분간 최지아 팀의 팀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프린트를 출력한다던가 여기저기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타 지점에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에 불안함을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가장 불안해하는 건 아무래도 팀장인 최지아였다.
“청담점 주아 팀장한테 연락해놨어요. 아마 가면 잘 대해줄 거예요.”
주아라는 팀장이 나한테 접근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청담점에 가면 용우라는 팀장이 있을 거예요.”
용우? 용우라면 알고 있다. 최용수의 끄나풀. 원래 이름은 다른 이름인데 개명을 해서 마치 최용수의 양아들 행세를 하는 미친놈이다. 최용수의 등짝에 그려진 거대한 용을 빗대 만든 새끼용을 그려서 절대 복종의 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싸움을 너무 잘해서 전성기 때의 나랑 싸운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없을 정도다.
“오늘 교육을 담당한 팀장이 하필이면 용우 팀장이더라고요.”
“무슨 문제라도..?”
“신입생들 꼽주기로 유명한 팀장이에요. 뭐 하나라도 걸리면 개처럼 물어뜯고 놓치지 않기로 유명하죠.”
용우 정도라면 그럴만 하지. 순간 그 미친놈이 쥐잡듯이 질문 행세할걸 생각하면서 진땀을 뺐다. 덩치는 산만해서 나름 논리정연한 소리로 윽박지를 걸 생각하면...
“잘 하고 오겠습니다.”
“잘 하고 오셔야죠.”
옆에서 한지우가 시크하게 말하며 출력물 파일철을 정리해서 내게 건넸다. 나는 파일을 받자마자 열어보았고 그 안에 잘 정리된 원 포인트 레슨 형태의 자료를 확인했다.
“지우쌤이랑 나랑 같이 만든 거예요. 보면서 우릴 꼭 떠올리란 말이야.”
어느새 한지우 옆으로 바짝 다가온 제시카가 한지우에게 안기듯 기대고선 말했다. 여리여리한 제시카와 근육으로 잘 빚어진 한지우의 몸이 포개지면서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고 듬직한 선배들이 있나 싶었다.
달달구리한 솜사탕같은 최지아랑 섹스하면서 가끔씩은 퇴폐적, 문란하게 놀고 싶으면 두 사람과 쓰리썸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그나저나 아쉬움의 여운이 깊었다. 최지아와의 달달한 섹스라이프가 보장된 상황에서 하필이면 청담점으로 파견을 가다니. 추가적으로 주니나 리카 같은 뉴페이스 아이돌들도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미뤄졌다는 느낌이다.
“꼭 막냇동생 군대 보내는 느낌이네요.”
내가 담담하게 말하자 제시카가 오밀조밀한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어지간히 걱정스러워 보여야죠!”
“보나마나 용우 팀장 먹잇감이 될 게 뻔한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만둔다는 말만 하지 마요.”
“이제 기준쌤 없는 최지아팀은 생각도 하기 싫어.”
훗.
분명 후배 대우를 받으며 걱정과 위안을 듣고 있는데도 아빠미소가 지어지는 건 왜일까. 알게 모르게 이 여자들을 내가 둥가둥가 키워준 느낌이 들어서 그러는 걸까.
한국말 서툴고 가끔 재수없던 제시카는 어느덧 귀엽고 깜찍한 애교쟁이로 바뀌어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코스프레하는 사람들까지 등록시킴으로써 자기 색깔을 확고히 굳혔다. 이제 센터 내에서 그녀의 코스프레질을 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게 돈이 되면 무엇이든 상관없는게 이 헬스계 판국이다.
시크하고 보이시한 매력만 있던 한지우도 얼굴에 웃음을 찾고 더 많은 폭의 고객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전에는 문신을 쫙 달라붙는 타이즈나 팔토시로 다 가렸다면 이제는 버젓이 드러내놓고 자신감있게 보여준다.
최지아는 어떤가. 내가 없었다면 아직도 이정석이라는 좆간에게 치이면서 살다가 결국 그 새끼한테 순결을 내어주면서 영원히 코가 꿰였을 것이다. 그것만큼 불행한 인생도 없겠지.
생각해보면 나는 세 사람의 인생 터닝포인트를 제공해줬다.
그런데 말과 상황만큼은 내가 막내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뿌듯하다.
청담점 교육은 5시. 따라서 나는 곧 출발을 해야 했다.
원래 수업이 있었던 세 사람은 수업을 미루기까지 하면서 나와 함께 있어줬다. 출력물을 보면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라고 설명을 해주거나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렇게 대처하라. 청담점에 가면 누구를 조심해라. 신입생 중에는 누가 경계 대상이고 누구누구랑은 절대 친하게 지내지 말라, 등등.
“다 기준쌤 잘 되라고 해주는 얘기예요. 주의 깊게 들으시라고요.”
“라떼는 말이에요~ 장난 아니었어요. 신입들 줄 지어 놓고 차례차례 돌아가면서 트레이닝 시범 시켰다니까요~”
“그때 아마 20명 수료했는데 4명 빼고 다 그만뒀었죠, 아마.”
“어휴, 말도 마요. 장난 아니었다니까.”
“지옥의 세대였지.”
“근데 그만큼 아무나 뽑았다는 소리도 돼서...”
“이잌! 나는 아니라고요.”
“크크. 제시카쌤이야 외모적이나 지식적으로 월등하긴 했죠. 근데 그때 청담점에서 캐스팅 왔었다고 했는데 어쩌다 거절하고 여기 오신 거예요?”
“힝... 거기 사람들 너무 무섭게 생겼자너.”
“크합! 맞아요. 그건 인정.”
잡담이 조금씩 무르익다가 제시카가 청담점에 캐스팅 될뻔했던 얘기가 오고가며 분위기가 사뭇 어두워졌다. 조용히 있던 한지우가 한 마디 툭 던지는 걸로 다른 두 여자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만약에 기준쌤한테 캐스팅 제의가 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캐스팅이요?”
“청담점은 사장님이 직접 개입을 하는만큼 전출 얘기가 자주 나오거든요. 신입생 파견을 나왔지만, 능력이 좋으면 청담점에서 데려가려고 할 거란 말이죠.”
“아...”
또 다시 반짝이는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은근히 답을 정해놓고는 그 답을 기대하는 것치고는 과한 눈빛이 아닌가...
“저야 당연히 강서점에 남을 겁니다.”
휴우~ 세 여자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이제 가봐야 겠어요.”
내가 나갈 준비를 하자 세 사람이 나와 함께 동시에 일어났다.
“배웅할게요.”
“아니에요. 여기 계세요. 매니저님이 보시면 근무 시간에 뭐하냐고 하실 건데요.”
“그래도...”
최지아는 다른 두 여자의 눈치를 살피다가 주머니에서 뭘 꺼내서 내 손에 쥐어줬다.
“잘 갔다와요.”
“네... 근데 이건..?”
“몰라요. 주머니에 빨리 넣어요.”
속삭이듯 말하길래 나도 모르게 재빠리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시간이 됐다고 말하며 세 여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내일부터는 아예 청담점으로 출근할 테니 당분간 이곳에 올 일은 없다. 뭐, 그렇다고 우리의 섹스라이프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신입생 교육이 목표인 청담점 교육 기간에는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 우리 집에서 원래 하던대로 물 빼고 시원하게 섹스를 즐기면 된다. 다만, 그게 누구일지는 내가 선택하는 거겠지만.
내가 출입구까지 나왔는데 제시카가 뒤 따라나오더니 내 등에 폴짝 뛰어서 어부바를 시전했다. 나는 다 알면서 그녀를 업어줬다.
“조금이긴한데 못 볼거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워서.”
“크크. 그래서요?”
“비상계단으로 잠깐 가도 좋고... 화장실도 좋고... 옥상도...”
“어쩌죠? 지금은 짧게라도 시간 낼 수가 없어서.”
“힝. 그래서 아까부터 내가 계속 신호 줬는데 왜 빨리 안나왔어요.”
“아, 아까 자꾸 내 다리 건드린게 그것 때문이에요?”
“잇! 진짜로 모르는 척하는 거야, 뭐야... 기준쌤 혹시 내가 질린 거예요?”
“그럴 리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제시카쌤을 어떻게 질려 해요.”
나는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손을 꼼지락거려 그녀를 간지럽혔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들었는지 내 귓불을 살짝 깨무는 제시카. 나는 혹여나 누가 이 모습을 볼세라 주변을 둘러봤고 또 그게 귀여웠는지 목덜미에 키스마크까지 남겼다.
“쿡쿡. 누가 보면 어때요. 조금 과한 미쿡식 인사법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지.”
“그거야 쌤이니까 가능한 핑계고요.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니까요.”
“그래서~ 싫어요?”
“아니, 좋아요. 이제 내려와요. 옆에서 같이 걷고 싶으니까.”
“힝. 계속 매달려 있고 싶은데. 기준쌤 등짝 넓고 포근해.”
말은 그렇게 해도 잘 훈련된 댕댕이처럼 사뿐히 내려와 내 옆에서 함께 걷는다.
나는 걸으면서 그녀의 옆태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분명 전에 보지 못했던 볼록한 실루엣이 보였던 거다.
“제시카쌤.”
“응?”
“실례지만, 뽀, 뽕 넣었어요?”
“이익! 무슨! 정말이지 너무 실례인 표현인 거야요... 뽕을 내가 왜 넣어요. 요즘 부쩍 커졌을 뿐이에요.”
“말도 안 돼. 살이 찐 것도 아닌데 거기만 그렇게 부풀다니. 이거... 못 참겠는데요? 확인을 해봐야 겠어요.”
“그러니까 빼지말고 빨리빨리 결정하자고 했잖아요. 그래서... 어디 갈래요?”
“1층 화장실로.”
“넹넹. 좋아요. 그럼 따로 들어가는 걸로.”
“남자 화장실?”
“여자!”
짤막한 시간이지만, 10분 정도 짬을 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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