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50화 (50/159)

〈 50화 〉 50. 유스걸 주니 & 리카(2)

* * *

인터뷰 및 Q&A 시간이 마무리 됐고, 슬슬 나도 가야만 했다. 멤버들의 사인을 꼬박꼬박 다 챙겨받은 후에 돌아가려고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유스걸 매니저가 날 따로 불러냈다.

‘그렇지.’

멤버 개개인에게는 힘이 없다. 매니저가 앞장 서서 주선을 해줘야 할 터. 원래는 집에 가기 전에 매니저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하려고 했는데 알아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다?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매니지먼트 겸 프로듀서를 맡은 김도경이라고 합니다.”

그가 명함을 넘겨줬다. 나는 명함을 가볍게 훑어 본 뒤에 여유롭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아, 다름이 아니라 몇몇 멤버들 때문에 부탁이 좀 있어서요.”

“부탁이요..?”

“물론 부담스러우실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현재 직업도 있으시니까요. 하지만 모쪼록 제 말을 들어주시고 판단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뭐...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겠습니다.”

김도경은 잠시 뜸을 들이며 내 표정을 살피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소속사 사장님께서 주니와 리카에 대해 걱정이 많으십니다.”

“주니라면... 일본에서 온 친구랑. 리카는 유스걸의 리더가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두 친구의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가 없어요. 안 그래도 먼저 데뷔한 그룹이 비슷한 문제 때문에 해체되는 일이 벌어져서 더 신경을 쓰시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괜찮으시면 성기준 씨가 두 멤버의 트레이닝을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운동 뿐만 아니라 멘탈 관리를 도와주는 차원에서요.”

내가 대답하지 않고 주저하자 김도경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니랑 리카가 성기준 씨를 무척 맘에 들어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좀... 창피한 일이지만, 프로듀서인 저조차도 알아봐주지 못한 감정선을 건드린거 같습니다. 물론 보수는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뇨,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장소가...”

“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김도경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는 AD짐과 전속계약을 체결할 생각입니다. 수업은 오로지 성기준 씨가 일하고 있는 장소에서 이뤄질 겁니다. 오며가는 일은 전부 제가 애들을 픽업 해줄 거고요.”

소속사 내에도 GYM이 있지만, 굳이 우리 헬스장까지 찾아와서 수업을 받겠다는 이유는 하나다. 날 편하게 해주기 위함이다. 본디 연예인들은 무대를 제외한 어느곳에서든 대중 앞에서 낯 공개하길 꺼려하는 게 당연한 직업이다. 특히 아이돌처럼 극성팬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서라도 내게 수업을 받게한다는 건 그만큼 위태롭다는 얘기가 된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나는 최지아가 이정석을 만나는 걸 막아야 한다. 구르미 묻은 달이 자신있게 내기를 걸었던만큼 반드시 오늘 그들의 만남을 저지해야 한다.

구실. 최지아가 이정석을 만나지 않고 날 만나러 오게 만들 구실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다 생각난 게 바로 환승역이었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뭐죠?”

“저는 회원과의 유대감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아무 회원이나 다 받지는 않죠. 우선 주니 씨와 리카 씨를 트레이닝 해보고 싶습니다. 저랑 맞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고, 저 역시 부담감에 스트레스만 받게 되겠죠.”

“아, 그런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침 오늘 두 사람 스케줄이 비어있으니 바로 이동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씩 웃어보였다. 사실 궁합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속궁합이지. 어차피 돈 되고 이슈몰이만 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을 헬스장에 앉혀놓는건 무조건 득되는 일이다. 아이돌 몸매 원탑 리카와 얼굴 원탑 주니. 전생에도 느껴보지 못한 아이돌의 맛은 어떤 맛일까. 야릇한 생각에 벌써부터 고추가 껄떡거린다.

“차량 이동을 돕겠습니다. 모든 멤버들이 타는 차량인 만큼 좌석은 남아돕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나는 김도경을 따라 비어있는 사무실 안에서 잠시 대기했다.

그가 사무실을 나가면서 아이들을 데려오겠다고 했고 나는 그 틈을 타서 재빨리 최지아에게 문자를 넣어놨다.

­ 나 : 팀장님 오늘 센터를 방문하겠습니다. 유스걸 멤버 두 명이 트레이닝을 원하는데 현장에서 수업 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 최지아 : 오옷! 역시!! 잘됐네요.

­ 나 :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 최지아 : 뭔데요?

­ 나 : ...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주니와 리카가 들어왔다.

“쌤! 이제 우리 트쌤이네요? 쌤이라고 불러도 돼죠?”

주니는 마음 놓고 일본어로 말하며 고개를 깍듯이 숙여 인사했다.

“선생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뒤쪽에서 김도경이 헛기침을 콜록대는 걸 보니 이미 확정적으로 얘기해놓은 모양이다.

“얘, 얘들아. 이제 그만 가자. 주차장으로.”

“예이~ 쓩쓩~ 애들이 엄청 부러워해요.”

“오늘 헬스장에 사람 많아요?”

“사람 많이 없었으면 좋겠다~ 창피한데.”

“아마 못 알아볼걸? 완전 신인이라 아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밝아진 두 사람. 두 사람이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에스코트를 해줬고 나는 발걸음을 맞춰 두 아이돌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일단 주니의 젖가슴은 안 봐도 예쁘게 생겼을 것이다. 내 팔뚝에 뭉개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잘 빠져있는 쿠션감을 전달해줬다. 못 해도 B컵. 그립감도 팔딱팔딱한 게 빨리 벗겨보고 싶을 정도다.

근데 리카의 젖가슴이 팔에 뭉개지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슴가에 대한 지식이 전부 초기화됐다.

슬림한 몸매에는 당연히 큰 젖가슴을 바라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수줍게 볼록 튀어나온 정도로 작아보였지만, 막상 팔뚝에 닿는 순간 물컹이 아니라 왈칵 쏟아지는 것이 꼭 튜브에 물 담아놓은 것 같았다.

‘역대급인거 같은데.’

옆집 여자 이소연보다도 더 큰 사이즈. 육덕 글래머 스타일의 완성형이랄까.

“두 분은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아악! 쌤~ 이제 우리 트쌤인데 말 편하게 해요!”

“맞아. 맞아.”

“그럴까? 주니랑 리카 둘 다 몇 살이야?”

리카가 먼저 대답하고 주니를 대변했다.

“저는 스물세살이고, 주니는 스무살이에요.”

주니는 귀엽게 한 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흔들었다.

“남자친구들은 있어?”

그러자 꺄르륵하는 소리가 양쪽에서 들려왔다.

“없죠! 소속사 규정인데 데뷔하고 5년 내에는 절대 연애 못해요.”

“하면 어떻게 되는데?”

“음, 쫒겨나겠죠? 계약해지 그리고 위약금까지 다 물고!”

“와. 그럼 연애는 절대 하면 안 되겠다.”

“흐흥. 근데 그게 왜 궁금한데요?”

리카는 아까보다 더 가슴을 밀착해왔다.

“크흠. 그냥 연예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어리고,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남자친구 사귀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만약 하더라도 비. 밀. 연. 애. 하겠죠?”

“히히. 만약 비밀연애하게 되면 쌤한테만 말할게요. 비밀 지켜줘야 해요♥”

은근히 뜨거운 숨결이 귓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란 말이지...

“근데 주니야. 쌤한테 굳이 말할 필요 없을지도 몰라.”

“응? 무슨 뜻?

“그런게 있어.”

흐흣. 하면서 웃는데 낌새가 심상치 않다.

‘나 혹시 아이돌한테 따먹히는건 아니겠지?’

그러면 진짜 바로 뒈져서 지옥가도 여한이 없겠다.

“근데 쌤. 아까부터 바지쪽에서 엄청 진동 울려요. 확인해야 되는거 아니에요?”

“아...”

안 봐도 최지아다. 지금쯤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안달이 났을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돌들이다. 아이돌들을 등록시키는 건 헬스장에서도 큰 일이다. 근데 내가 그런식으로 말했으니 안달이 났을 법도 했다.

원래라면 바로 답장을 해줬을 건데 생각해보니 더 안달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너무 안달이 나서 제 발로 찾아온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저기에요.”

리카가 주차장에 세워진 차 한 대를 가리키며 말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쪽을 쳐다봤다.

벤. 연예인들이 탄 다는 그 벤을 내가 직접 타보는구나. 거대한 벤의 옆문이 열렸고 주니가 들어간 후에 내가 들어갔고 그 후에 리카가 들어가 앉았다.

그런데 뒤쪽에 또 다른 남자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어?”

내가 의문을 드러내자 김도경이 운전대에서 말했다. 보조석에도 한 사람이 타고 있었다.

“아. 오늘 있을 일을 촬영을 통해서 담을 건데요. 나중에 유스걸 애들 보거나 다큐멘터리 같은데 사용하려고요. 애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만약 계속해서 저희 애들 트레이닝을 맡아주시게 된다면 아무래도 저희 가족이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가족!”

“무~ 야~ 호~!”

그러니까 김도경의 말은 한 마디로 방송용 촬영이 아니라 늘 있는 V로그 촬영 비스무리한 것이라는 뜻이다.

하긴 헬스장에 아이돌 두 명이 들어가는데 보디가드 겸 촬영기사들이 안 따라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대중들은 대체로 카메라가 있으면 우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니까.

나는 차에 타서 양쪽에 서 있는 아이돌들을 한 차례 살펴봤다. 주니와 리카. 둘 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여자들이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울리고 있는 최지아의 곡소리.

나는 속으로 벨라를 소환해서 말했다.

­ 벨라. 채널 상장은 끝났어?

­ 엉. 이제 천신들이 대거 들어올 거야. 그만큼 섹서타임 때 코인도 빵빵 터질 거고.

­ 내 코인이 지금 얼마 정도 모였지?

­ 글쎄 어제 그 일 이후로 몇 백만 코인은 쌓였을 거야. 정산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 많은 코인을 투자해서 몸을 강화할 거야. 아이돌들이라고 함부로 까불지 못하게 완벽한 몸을 보여줄 거라고.

­ 오케이. 코인 잔뜩 질러달라 이거지? 맡겨둬.

­ 역시 말이 잘 통하네. 아, 그리고 하나 더.

­ 응?

­ 오늘 섹서타임. 적절한 시간에 넣어줘.

­ 오늘도? 오늘도 섹스하는 거야?

­ 당연하지. 그게 내 일인데.

­ 그러다 뼈 삭는다, 뼈 삭아. 쩝쩝... 전에는 가끔씩 내 애널도 애용해주고 그랬는데 요즘은 아주 바빠~?

­ 크크... 기다려봐. 원래 애 태운 다음에 할 때가 더 맛있는 법이니까.

­ 그건 맞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누가 누굴 가르키는 거야? 너가 내 학생이었잖아.

­ 아, 맞네.

­ 아이고~ 학생 때는 내 거에다 한번 넣음 그렇게 질질 쌌었는데... 휴~ 다 컸어~

­ 뭐랰. 일단 송신 끝.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벨라도 참 맛있지. 근데 오늘은 아니다.

주니, 리카, 최지아.

이 세 여자 중에 오늘 섹서타임의 주인공이 될 여자가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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