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45.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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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파란 하늘, 별이 보이는 밤~ 기분 좋은 날씨야, 오랜만에 모일까~”
맥주를 각자 한 캔씩 마시고, 우리 집에 남아있던 소주를 까서 마시기 시작한지 10~20분 정도 흘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제시카가 어디선가 들었을 법한 노래를 흥얼거렸다. 맥주를 홀짝이다가 흥얼흥얼. 새우깡 하나를 집어먹고는 또 흥얼흥얼.
두 여자는 열이 오르기 시작하자 내 옷 중에 편안해보이는 옷을 골라 입었다. 반바지에 흰 티셔츠가 원피스처럼 내려오는 제시카. 한지우는 자기 몸보다 조금 큰 와이셔츠에 속옷만 입었는데 속옷이 보이지 않았다. 한지우도 작은 키가 아닌데 내 옷을 입으니 소매가 남고 기장도 길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분위기다. 열은 달갑게 오르고 제시카도 노력중이지만, 분위기가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려고 해도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릴 묘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친해졌다고는 해도 여자 둘에 남자 하나. 또 내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닌데다가 다들 나른해지고 지친 상태였다.
한지우는 여전히 말이 없다. 지금 이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연신 미소를 끊이지 않고 있는게 아까와는 좀 다를 뿐이다.
나는 술기운을 빌려서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지우쌤.”
“네?”
“궁금한 게 있어요.”
“응응.”
“몸에 타투들 되게 많잖아요? 그거 다 무슨 의미에요?”
“의미요..? 별 의미 없는데. 그냥 예뻐서 하는 거예요.”
“아하...”
진짠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요... 처음 문신을 시작한 건 친했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였어요. 친구 별명이 개나리였는데 그걸 팔뚝에 세기는 거에서 시작했어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 어쩐지. 그래서 팔뚝에 노란색 개나리가 하나 있었구나. 다른 블랙 엔 그레이와 전혀 다른 느낌의 뜬금없는 타투라서 의문을 갖던 참이었다.
근데 이런 분위기 만들려고 한 질문이 아닌데... 아무도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참다 못한 제시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응깃! 도저히 못 참겠다. 지금부터 랩배틀을 시작한다. 성기준!!”
“푸하핫! 무슨 랩배틀이에요. 저 랩 못해요.”
“프리스타일로 떠!”
“프리스타일은 또 뭐야.”
“롤렉스 낀 내 오른팔, 을 보며 넌 오랜만. 염치없이 아는체 하려 속앓이만. 와, 찢었다!”
“뭐래. 진짜.”
“이제 기준 선생님의 차례입니당.”
코인을 쓸까도 생각했는데 그랬다간 제시카가 계속 랩을 시킬거 같다. 코인을 여기에 낭비할 수는 없지.
그나저나 제시카의 떨어질줄 모르는 이 텐션은 뭐랄까. 아까 화장실 간 사이에 마약이라도 흡입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보통 술집같은 곳에서는 조명이나 분위기 때문에 저게 가능할 수도 있는데 보일러의 열기만 있는 이 자취방에서 저런 텐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자, 자. 앉아봐요. 랩배틀은 못하겠고. 우리 아까 하던 게임 마저 해요.”
“술게임?”
“네.”
“좋아요, 저는.”
한지우가 제시카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기에 가장 좋은 걸 내던져줬다.
“산 넘어 산이라고 알아요?”
“아, 알쥐~ 기준쌤 지금 우리 무시해요? 난 찬성일세.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야. 그리고 순서는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야.”
앉아있는 위치로 봤을 때, 내 왼쪽에는 제시카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한지우가 앉아 있었다. 따라서 오른쪽으로 돌면 내가 한지우에게 스킨십을 하고 한지우가 그것보다 더 과한 스킨십을 제시카에게, 그럼 제시카는 스노우볼처럼 굴러간 지금까지의 모든 스킨십을 내게 하려는 속셈인 거다.
근데 스킨십을 받는 게 더 좋지 않나?
한지우 쪽을 쳐다봤는데 그녀도 좋은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저는 좋아요.”
“오케이~ 그럼 스킨십 못 하겠거나 못 받겠는 사람이 소주 한병 원샷 때리기. 오른쪽으로! 기준쌤부터 먼저 해요.”
“네, 그럼 저부터 먼저 할게요.”
나는 한지우쪽으로 상체를 밀어넣었다. 그리곤 잔뜩 긴장한듯한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가 풀었다. 약하다면 너무 약한 스킨십. 그런데 옆에서 제시카는 꺅꺅거리고 난리가 났다.
“으앙꺅! 잠깐만! 생각을 잘못한거 같아. 외, 왼쪽으로 돌아야할거 같아. 흐우우...”
“왜요? 기준쌤한테 뭐 하려고요?”
피식
“룰 바꾸고 싶으면 소주 한병 원샷하고 시작해요.”
“응긋! 아, 아니에요... 해, 해요. 그냥.”
한지우는 제시카의 옆으로 가서 다소곳하게 앉았다. 그리곤 끈적하게 아이컨택을 하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흐으. 나, 손에 땀이 많이 좀 많은데.”
“괜찮아요.”
한지우는 손깍지를 놓아주지 않은 채로 입을 귓가로 가져가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흐읏! 지우쌤... 야해.”
원래라면 포옹하는 것 정도로 수위를 높일 게임의 진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귓불에서 떨어지는 입술에 타액이 살짝 묻어있었다. 한지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물렸다.
두 여자한테 음란마귀가 그득하다!
나로써는 개이득이다. 이러면 섹서타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더 빠르게 3p를 즐길 수 있겠다.
제시카가 과연 그 다음 단계로 뭘 할지 궁금해지는 상황.
몸을 몇 차례나 섞고 키스도 하고 다 해봤는데 제시카가 내 옆에 와서 앉으니까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떨린다.
“그, 그럼 할게요. 일단 손 줘요.”
“여기요.”
나는 제시카의 손바닥 위에 내 손을 얹어줬다. 살포시 깍지를 끼는 앙증맞고 귀여운 손. 그리고 가슴이 내 어깨 쪽에 닿을 정도로 와락 밀착시킨 후에 내 귓불을 깨물었다.
제시카는 몸짓 하나하나가 귀엽기 짝이 없었다. 머뭇거리면서도 과감하고 과감하면서도 부끄러워한다. 깨무는 것도 진짜 어설퍼서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를 정도.
그리고 뭘 하려나 봤는데 내 볼따구를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콱 붙잡더니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박아왔다.
“읍”
깜짝 놀라서 입술을 포갠 채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혀는 들어오지 않았다. 진짜 입만 맞췄다는 걸 증명하려는지 쪽하면서 야릇 깜찍한 소리를 내곤 얼굴을 뗀다.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베시시 웃는 제시카. 제시카는 웃을 때 한쪽 눈이 살짝 감기는 버릇이 있어서 꼭 윙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 이걸 지금 나더러 한지우한테 하라고?
“어쩔 수 없어. 하고 싶었거든.”
이미 수위는 높아질 데로 높아져 있었다.
한지우에게 가서 손깍지를 한 채로 귓불을 깨물었다가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갰다. 거부반응은 없고 오히려 한지우가 내 입술을 혀로 싹 닦아대는 탓에 섹서의 본능이 자극됐다. 아래쪽에서 벌써 반응이 온다.
벌거벗은 여체를 본 것도 아닌데 무진장 흥분했다. 나는 이대로 남아있는 한쪽 손을 이용해서 한지우의 젖가슴을 잡고 애무했다.
“흐응”
한지우는 이 애무에 빠져든 것처럼 입술을 포갠채로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져서 옷을 하나하나 다 벗겨도 가만히 있을 분위기.
내가 멈추기도 전에 제시카가 와서 우리를 떨어트려놨다.
“그만, 그만! 이제 나 할래. 아니, 나 해줘요.”
그것도 내 바램이지. 두 여자가 서로 뒤엉키는 장면? 이런 장면은 전생을 통틀어도 보지 못한 희귀한 장면이다.
한지우는 느릿하게 제시카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 위에 올라타서 끌어안 듯 그녀의 귓불을 깨물고서 얼굴을 마주봤다.
섹시한 걸크러쉬 매력의 한지우와 귀염뽀짝한 제시카. 두 여자는 어떤 남자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미인이었다. 그런 두 여자가 몸을 포개고 있는 걸 보니 고추가 중간 정도 크기로 발딱 서올랐다.
“흐응... 지우쌤... 뽀뽀할 거예요? 술 안 마셔도 되겠어요?”
“술? 술보다 좋은게 있는데 그걸 왜 마셔요.”
“아잉.”
입술이 닿는 것과 한지우의 손이 제시카의 작은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한 건 거의 동시였다.
제시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지 눈을 스르륵 감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입술을 떼면서 밀려들어오는 혀를 입안 가득 품는다.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음 수위는 뭘까. 키스 다음 가슴 애무, 그 다음 수위는 대체 뭘까.
혀를 주고받던 두 여자.
다음 진도는 한지우가 손과 입술을 동시에 떼는 것에서 시작됐다. 제시카의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는 손.
“하읏 지, 지우쌤?”
반바지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간 한지우의 손은 까끌거리는 마찰음을 내며 더 아래로 내려갔다.
“으앙! 난 몰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하지만, 열띤 얼굴과 입술 사이에 흐르는 진득한 타액은 한지우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주 짤막한 애무 이후에 반바지에서 손을 빼내는 한지우는 또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제시카의 볼에 뽀뽀를 해줬다.
“귀여워”
핫.
한지우의 귀엽다는 한 마디는 다른 누가 하는 칭찬보다 몇 배로 자극적으로 들렸다. 제시카도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았는지 한동안 날뛰는 가슴을 추슬렀다.
“크흠큼. 이, 이건 게임이다. 게임이다. 게임이다. 이, 이제 내 차례! 기준쌤! 잘 봤죠? 못 견디겠으면 소주 한병 원샷하는 거야!”
“크큭. 네.”
대체, 내가, 뭐 때문에?
나는 손을 휘저으면서 일명 ‘드루와’를 시전했고 내 여유로운 표정에 제시카는 끙끙거리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지우가 했던대로 내 무릎 위에 올라타듯 앉았다. 제시카가 이렇게 하고 있으면 꼭 코알라 자세가 된다. 빈유 주제에 가슴을 영혼까지 모아놨는지 티셔츠 사이로 브래지어와 가슴골이 보였다.
내 손에 깍지를 낀 제시카는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
“그, 그럼 합니다.”
귓불 깨물기는 이제 스킵을 해도 상관이 없다.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고 내 손을 제 가슴에 가져갔다. 이 정도 변칙은 상관없다. 내가 뭘 만질 가슴이 있겠는가. 가슴 애무만 있으면 수위는 똑같다.
나는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제시카의 가슴을 빈슴빈슴 만져댔다. 에잇, 귀찮기만 한 브래지어구나. 티셔츠 안으로 속을 쓰윽 집어넣어서 브래지어 안까지 파고들었다. 발기된 꼭지를 돌돌 만지면서 자극시키자 입술을 붙이고 있는 제시카가 흐응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에 자유로워진 제시카의 손은 내 바지를 뚫고 들어와 거나해진 성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아 이제 진짜 어떻게 되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두 사람과의 섹스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
문제는 이걸 풀어나가는 과정인데 제시카는 과연 이 다음에 어떻게 수위를 올릴까?
두근두근
살아온 인생이 긺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제시카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자 이번에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흐음”
내가 기분좋은 한숨을 내쉬자 제시카는 입술을 떼지 않고 고개까지 돌리면서 노골적으로 프렌치 키스를 갈겨댔다.
약간의 달콤한 시간이 흐른 뒤, 제시카가 입술을 뗀 후에 달뜬 눈으로 날 마주봤다.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난 것같은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왠지 불안한데 이거...
고추를 부여잡고 있는 고사리 같은 손에 살짝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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