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41. 술게임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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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술집은 2차로 가기 좋은 편안한 분위기의 코스다. 특히 같은 공간에 여자들이 있으면 더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 방에는 나를 제외하고 여자만 3명으로 꽉꽉 채워놨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앞에는 제시카가 마주 앉았고 옆에는 한지우, 대각선 방향으로 최지아가 앉았다. 나는 막내 역할을 하기 위해 복도쪽에 앉았다.
“자, 이제 진짜 술 마시는 법을 알려드리죠. 흐흐흐...”
제시카가 턱을 괸채 최지아를 매혹적인 눈으로 바라봤다. 최지아는 그 강렬한 눈빛에 눈매를 낮게 깔았다.
“그 전에 안주부터 시키는 게...”
옆에서 한지우가 말했다.
“마른 안주로 시킬까요?”
그래서 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난 젖은게 더 좋은데...”
순간, 룸 안에 있는 두 여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최지아는 내 개그가 그저 아재개그라고 생각하곤 쿡쿡거리며 웃었고.
“뭐, 크흠... 젖은 안주도 좋긴 하죠.”
“나, 나도 젖은게 더 좋은거 같기도 하고.”
“푸하하! 뭐예요. 세 사람 나만 빼놓고 아주 쿵짝이 잘 맞는데요?”
여자에게는 감이라는 게 있다. 그것도 아주 발달된 감이.
한지우와 제시카는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쳤고 재빨리 눈길을 피했다. 이쯤되면 아마 감이 잡히지 않았을까. 두 사람 모두 내게 종속된 여자들이라는 걸.
생각보다 빨리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알아챈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오늘 나는 두 사람과 쓰리썸을 할 생각이니까.
아무도 말이 없자 최지아는 메뉴판을 보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잇... 젖은 안주가 대체 뭐예요. 오뎅탕이라도 시켜야 되는건가.”
“오뎅탕이요?”
내가 묻자 최지아가 한쪽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맞잖아요. 오뎅이 국물에 젖어서 야들야들 탱글탱글. 부드러운 식감이 되게 좋은데. 나 오뎅탕 좋아해요.”
“... 그렇긴 하죠. 혹시 떡볶이는 없나요? 걸쭉하고 피처럼 빨간 소스에 적셔진 가래떡이 진짜 맛있을거 같은데.”
“아하하. 떡볶이도 젖은 안주긴 하네요. 생각해보니까 진짜 흥건하게 젖었을 듯.”
“네, 맞아요. 국물 뚝뚝 떨어지고. 살짝 말랐다 싶으면 다시 푹 집어넣어서 다시 적시면 기분 좋을거 같거든요.”
“기분이요..?”
아직도 내 섹드립을 못 알아들은 최지아는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순수하디 순수한 최지아. 어떻게 저 외모에 저렇게 순수할 수가 있냐고... 최용수... 너 딸 하나는 잘 키웠구나!
반면에 내 드립을 알고 있는 한지우와 제시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나와 단둘이 있었으면 제시카가 섹드립을 난무했겠지만, 옆에는 직장 상사가 함께 있다.
최지아는 그것도 모르고 메뉴판을 보다가 신이 나서 말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더니 기분도 좋겠구나! 오, 있다. 있다! 떡볶이 있다!”
“그럼 떡볶이랑 오뎅탕 시키죠. 옛날 감성 물씬 올라오겠네. 그쵸, 제시카쌤?”
“아, 아... 아..? 에, 예. 그 모냐... 응! 개, 갬성! 학교 갬성! 와하하...”
“지우쌤도 찬성?”
“네... 저도 찬성... 맛있겠네요.”
부저를 울리자 잠시 후 웨이터가 왔고 우리는 떡볶이와 오뎅탕. 그리고 소주 2병을 시켰다.
“오뎅탕에 오뎅 좀 많이 넣어주세요, 사장님.”
최지아가 웃으면서 얘기하자 남자 웨이터의 얼굴이 사르르 녹는게 눈에 보였다. 저렇게 웃으면 안주를 공짜로라도 주겠다.
“예, 예... 사장님한테 그렇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내가 말하면 씨알이나 먹혔을까? 남자는 나가기 전에 날 부러운 눈으로 한번 바라보고 나갔다.
“지아 팀장님한테 반했나봐요. 딱 봐도 알겠네.”
“팀장님한테 안 반하는 남자도 있어요?”
“에이, 다들 왜 그래요, 정말. 오늘 나 생일도 아닌데.”
“분명 기준쌤도 반했을 거야...”
“저요?”
왜 기시감이 드는 거지. 다시 세 여자가 날 바라보는데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때 지우쌤 선택했잖아요. 우엉... 난 언제 선택 받냐고.”
제시카가 테이블에 솜방망이질을 하면서 억울해했다. 반면에 한지우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술이나 마시죠.”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소주병을 집어 올렸다. 그랬더니 또 고분고분 소주를 받기 위해 잔을 살짝 들어올린다. 제시카는 공손하게 양손을 사용하면서 내가 잔을 가득 따라주자 윙크를 보냈다.
“사랑하는만큼 따른다더니~”
“세 분 모두 공평하게 가득 따라드리겠습니다.”
“치이...”
“근데 우리 술게임 안 해요?”
옆에서 한지우가 말했다.
“일단 첫잔은 다 마시고요~ 지우쌤! 너무 적극적이시다. 오늘~”
“나, 나는 술게임 잘 못하는데.”
최지아가 자신없게 말하며 제시카가 들어올린 잔에 소주잔을 갖다댔다. 대학을 안 나온 자, 술게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언제 술게임을 해봤겠는가. 전생에서도 엄밀히 따지면 남초 사회에서 자랐다.
아, 생각해보니 와이프 만날 때는 술게임을 잠깐 했었다. 물론 단둘이서만 해서 누가 먹든 상관이 없었지만,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다.
“짠!”
가득 따른 잔 때문에 짠 소리도 내지 못했다. 조심스레 가져다 대서 뽀뽀하듯 쪽 맞추고 뒤로 뺀 후에 고개를 뒤로 제껴 꿀떡 넘겼다.
술게임이라... 뭐, 나는 상관없다. 환생자는 아무리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문제는 최지아다. 술게임이란 것이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더 많이 마실 수밖에 없는 구조.
한지우는 체대 출신이고 제시카는 무용과 출신. 무용과는 잘 모르겠는데 체대는 술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지 않던가.
“그럼 처음에는 간단한 게임 해볼까요?”
“뭐 할까요?”
“손병호 게임. 알아요?”
“알죠.”
“난... 모르는데.”
“그러니까 손병호 게임은...”
제시카가 최지아의 옆자리에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동안 한지우의 손이 은근히 내려와 내 허벅지 안쪽을 앙큼하게 쓰다듬었다. 내가 놀란 척하며 고개를 돌리자 아무것도 안 했다는 듯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자, 그럼 시작할게요.”
그녀가 손바닥을 들어올렸고 그걸 시작으로 모든 사람이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손병호 게임은 지시어에 자신이 해당되면 손가락을 접는 게임이다. 사실 손가락을 접는건 허울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 하나를 지정해놓고 술을 먹이는 경우가 많다.
“남자 접어~”
역시 타깃은 나구나. 이 게임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신이나 다름없다.
나 혼자 손가락 하나를 접자 세 여자는 꺄르르 거리며 좋아했다.
“좋아, 좋아.”
“아~ 이런 게임이구나. 재밌는데요?”
“재밌죠~ 유행은 좀 지났는데 재밌어서 가끔 해요. 이제 팀장님 차례!”
원래라면 여기서 최지아가 제시카와 함께 나를 공격하면 술은 결국 내가 마시게 되어있다. 그런데 최지아는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했다.
“여기 오토바이 타고 온 사람 접어.”
“으앗! 팀장님~”
“아니~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유유유...”
이제 나와 제시카, 한지우가 나란히 하나씩 접은 상황. 한지우의 차례가 됐으니 이번에 당연히 나를 공격할 것이다.
나는 반대쪽 손을 쭉 뻗어서 한지우의 다리 사이에 푹 집어넣었다.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거친 촉감이 느껴졌지만, 어쨌든 민감한 부분에 손을 가져다대니 한지우가 놀라서 야릇한 소리를 질렀다.
“아흣?”
“아흣? 아흣은 뭐죠?”
“아흣만 접으면 되는 건가?”
“아니면 설마... 아흣한 사람 접어? 지우쌤, 빨리 접어요.”
“아, 아니에요. 잘못 말한 거예요. 그, 그... 으흥... 아, 아... 티, 팀장님... 죄송한데 접어주세요.”
“네, 네? 아니. 이렇게 지목해도 되는 거였어요?”
“크크크크. 네. 지목해도 상관 없어요. 자, 그럼 다음은 기준쌤!”
“음,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두 사람 접어.”
“끄아앙...”
졸지에 꼴찌가 되어버린 제시카와 최지아는 울상을 지으면서 손가락 하나를 더 접었다.
하지만 이제 반격이 들어오겠지.
나는 발을 뻗어서 테이블 밑으로 제시카의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감히 스타킹을 신었겠다. 이따 화끈하게 찢어줘야겠다.
“응긋!”
내 발 터치에 민감하게 반응한 제시카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부르르 떨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턱짓으로 최지아쪽을 가리켰고 제시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 제일 어린 사람 접어...”
“으앙! 왜요!”
손가락 세 개를 접은 최지아. 이제 두 개 남았다.
“히잉... 제시카쌤 접어요.”
제시카가 그나마 자길 대신해서 질 가능성이 있으니 물귀신 작전을 하려는 모양인데 그게 통할 리 없다. 바로 한지우와 나의 연속기가 들어갔다.
“머리 염색한 사람 접어.”
“여성분들 모두 접으세요~”
“아이고... 나 걸렸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어떻게 되는지는 곧 보여드릴게요. 자, 자. 제시카 특제 벌주 들어갑니다잉?”
“으, 으악! 술에 왜 그런 걸 넣어요.”
사실 그렇게 호들갑 떨 정도로 이상한 걸 넣지는 않았다. 그냥 떡볶이에 있는 소스에 절여진 파 하나를 집어넣었을 뿐... 아마 최지아는 진정한 벌주를 마셔보지 못한거 같다. 나 때는 말이야... 1000cc 짜리 맥주통에다 양말이랑 손톱까지 넣어서 벌주를 말아마셨다고.
나머지는 맥주와 소주 1대1 비율. 맥주의 색깔이 연해져서 형태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자, 드세요~”
“...”
최지아는 침을 꼴깍 삼키고 망설이다가 천천히 잔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거대한 장벽을 넘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말이다.
그래도 원샷. 다 마시고 잔을 내려놓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흐아...”
몸이 나른해졌는지 상체가 의자쪽으로 푹 꺼진다. 핑크머리에 얼굴이 빨개져서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꼴리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숨결은 뜨겁고 알코올에 절여져서 달콤할 것이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최지아를 두고 내가 제안했다. 과감하게 들어가자. 지금이 적시다!
“다음은 손병호 게임인데 섹시 손병호 게임으로 하죠.”
“섹시 손병호 게임?”
“그,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데요?”
“뭐, 내용만 바꿔서 섹시한 드립을 하면 되요. 제가 먼저 보여드릴게요.”
나는 세 사람의 표정을 하나씩 관찰했다. 한지우는 당황한 표정이고 제시카는 눈에 불을 켰다. 최지아는...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상체를 숙였는데 보기좋게 솟은 젖가슴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올라갔다.
탱글
나는 시선을 그쪽에 잠시 보내다가 말했다.
“최근 일주일 이내로 성관계 한 사람 접어. 솔직하게 접어야 되요.”
움찔.
역시나 두 여자는 움찔하며 흔들리는 눈동자로 날 바라봤고 최지아는 시무룩한 듯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제시카와 한지우 그리고 내가 동시에 손가락 하나를 접자 두 번째로 한숨을 쉬었고.
“나도 접고 싶은데.”
“으엉?”
술김에 한 소리지만,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소리였다.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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