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20. 시오후키 꾹 참아
* * *
“어, 뭐야? 지아네 팀도 매출했네? 한지우, 좆준. 둘이 합쳐서 500? 풋, 귀엽네? 아주 살이 다 떨려?”
이 말에 가장 화가 난건 다름 아닌 최지아였다.
“저희 팀원들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시죠? 특히 기준쌤한테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마요.”
“아, 예예. 너무 귀엽다보니 한참 아래로 보인다고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막대해 버렸네.”
유성목은 두 사람의 신경전을 가만히 지켜볼뿐 중재하지는 않았다.
“크흑. 그나저나 신예인 그년 결국 등록시킨 거야? 시발, 하... 좆같네. 내가 그렇게 말했지. 나한테 허가받고 등록하라고. 지아야, 저 새끼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피아식별 제대로 해. 뭐, 어쨌든. 근데 내가 정보 하나를 입수했는데 말이지. PT룸 2번방에 있었던 우리 팀 주현쌤이 PT룸 3번방에서 격한 신음소리를 들었다고 말이야. 근데 얼씨구? 그 방에서 성기준 씨랑 신예인 씨가 쌍으로 나오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무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정석이 내 앞으로 다가와서 손가락 끝으로 가슴팍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실력이 없으면. 회원 똥꼬라도 빨아야겠지. 근데 센터 내에서 음란한 행동을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꼴사납지 않아? 센터가 모텔이야? 다음부터는 밖에 나가서 모텔이라도 잡아. 알겠냐?”
[악신 ‘타오르는 불기둥’이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할지 유의깊게 바라봅니다.]
[악신 ‘모세의 어두운 면’이 당신의 다음 행동을 기대합니다.]
[악신 ‘일곱마리 발정난 암캐’가 이정석을 죽일 듯 노려봅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들은 내 방송을 보고 후원해주는 존재들이다. 자기 방송의 주인공이 이런 대우를 받는걸 원할 리 없다. 특히 사무실에 여자들이 이렇게 많으니 걱정스럽기도 하는 거다.
나 역시 예전 성격이 살아나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바로 이정석을 자빠뜨려서 얼굴을 박살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최지아는 너무 화가난 나머지 이정석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이정석 팀장님!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서 얘기해요.”
“자기~ 화났어? 너무 화내지마. 지금 가장 꼴받는 건 나니까!”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유성목은 헛기침을 두 번하고 미팅을 마무리 지었다.
한지우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속삭였다.
“아무래도 저 두 사람. 오늘 결판 낼거 같네요.”
이별을 얘기하는 걸까.
나는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뒷조사를 했었고, 어느정도 내막을 파악한 상태다.
최지아가 최용수에게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었고,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최지아는 아버지가 만나보라는 이정석과 관계를 시작한 거다.
최지아의 입장에선 아주 좆같은 상황인 거다.
이정석은 아무리 봐도 최지아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헤어지면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최지아는 관계의 족쇄에 걸려있었다.
“안 헤어질 걸요. 아니, 못 헤어질 거예요.”
“네? 무슨 말이에요?”
“아니에요. 그냥 감이에요.”
나 역시 정확한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앞가림에 신경을 써야겠지.
나는 오후조 전직원이 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당했다.
트레이너로써 실력이 없다. 따라서 회원 똥꼬나 빨아서 등록시키는 놈으로 비쳐졌다. 물론 맞지. 맞긴 한데. 그걸 왜 저놈한테 들어야하나? 그리고 시팔 내가 내 떡치겠다는데 지가 뭔 상관이야. 그저 신예인같이 예쁘고 돈 많은 회언을 빼앗겨서 배알이 꼴리는 거다. 그걸 내가 모를까봐.
상담실에 앉아서 생각 중인데 어느새 제시카가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이 여자는 항상 이렇게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리고 뭔가 도움을 준다. 나는 이번에도 은근히 기대를 품었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할지.
“기준쌤. 너무 기죽지 마요.”
“저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았지만, 너무 괜찮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살짝 말끝을 흐렸다.
“흐흐. 내가 모를까봐요? 무당은 속여도 제시카는 속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고요. 우울한 거 얼굴에 다 써있음. 암튼 실력이 없다는 소릴 들은 이상, 오늘은 일찍 퇴근할 생각 마요.”
“?”
내가 의문을 표현하자 그녀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마치 아까는 못했지만, 지금은 앉아있기에 가능하다는 듯 자랑스럽게.
“오늘 퇴근하고 공부. 또 공부에요. 내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전수하겠어요. 이 제시카가!”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이정석과 얘기를 끝내고 왔는지 상담실 문가에서 최지아가 몸을 기대고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어요. 실력으로 얕보였으면 실력으로 보여줍시다.”
“옳소! 팀장님 말씀이 백번 옳소!”
“제가 봤을 때는 우리팀이 전지점 1등도 노려볼 수 있을거 같아요. 확실하게 초반부터 매출 바짝 조여 봐요, 우리.”
“네, 팀장님!”
한지우도 우리가 있는 테이블에 와서 함께 어울렸다.
하하호호. 그 뒤부터는 제시카의 장난과 농담의 향연이었다.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좋았고 단결력도 이전보다 더 돈독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상담실 문 앞을 지나가는 이정석의 표정이 험하게 굳었다는 것.
이만한 수확이 있을까.
“쳇.”
놈은 아마 날 개망신줌으로써 팀에서의 내 입지를 하락시킬 생각이었을 거다. 근데 웬걸. 우리 팀원들은 이미 내 편이다. 그리고 전보다도 훨씬 돈독해졌으니 칼로 물 벤 격이리라. 이런 걸 전문용어로 똥쌌다고 표현하지.
자기 작전이 허탕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정석은 지금부터는 순수하게 매출로만 나를 깔아뭉갤 생각일 거다.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다.
천만원이든 1억이든. 다 짓뭉개주마.
*
어느덧 다가온 퇴근시간. 최지아팀은 단 한 명도 퇴근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센터에 남았다.
최지아와 한지우는 사무실에서 예전 회원들과 판촉물 상담건을 두고 소스를 늘려나갔다. 세일즈에 실패했던 회원들도 팀원끼리 공유해서 다음날 전화상담할 명단을 정리했다.
나는 당연히 공부다. 근육학과 영양학. 그리고 세일즈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을 머릿속에 입력했다.
“여자들이 하는 고민은 이거야. 운동하면 근육이 커진다는 생각이지. 근데 웃기는 소리. 세계 휘트니스 모델들이나 비키니 모델들은 하루종일 운동하는데 왜 말랐을까? 이상화나 장미란처럼 엘리트 체육과 같이 특화된 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여성은 남성처럼 근육이 커지지 않아요. 가장 예로 들기 쉬운건 김연아 선수. 그것도 아니면 저기 지우쌤. 김연아도 그렇고 지우쌤도 그렇고 스쿼트 무게 꽤 많이 드니까.”
“승무원들은 무릎이 안 좋아요. 예시로는 박지성 선수를 예로 들면 돼. 박지성 선수는 잦은 비행으로 인해서 무릎이 안 좋아져서 예상 보다 빨리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걸 예로 들면 되요. 무릎을 보호하는 운동을 꼭 해줘야 한다는 얘기.”
“타이거 우즈도 벤치프레스를 100kg을 들었다고 하면 골프하는 사람들 다 수긍할 걸요? 실제로 많은 회원들이 헬스장 다니고 비거리가 더 늘어났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제시카는 이전처럼 한국말을 어눌하게 하지 않고 또박또박 잘 말했다. 여전히 짧은 혀 때문에 발음이 새는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린 먼저 가볼게요. 두분 남아서 공부 더 하고 가실 거예요?”
“네! 기준쌤. 완전 바보멍청이. 진짜 아는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요.”
“네? 뭐라고요, 지우쌤?”
“아, 아니에요.”
“암튼 오늘 3시까지는 공부해야 할 듯요.”
“네, 그럼 즐공해요. 가요, 지우쌤.”
최지아와 한지우가 퇴근을 하고서도 우리는 한동안 남아서 공부를 해야했다.
특히 실전 경험이 없는 나는 몇 차례에 걸쳐 시뮬레이션을 해야 했다.
“회원님한테 정확히 어디가 포인트인지 짚어줘야죠.”
“인바디 검사를 했으면 인바디에 대해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해요. 회원한테 왜 너가 나한테 수업을 들어야하는지를 정확히 인지시켜야지!”
“회원마다 전부 다르겠죠. 40대 50대도 있으니까. 항상 같은 공식을 설정해두면 안 돼요. 이번에는 40대 아줌마 회원이에요. 해봐요.”
무슨 주크박스도 아니고 래퍼토리가 끝나지 않고 계속 나온다.
그로부터 2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모든 과정이 끝이났다.
“첫날에 너무 많은 지식을 우겨넣으면 과부하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이까지만 하는 거예요.”
“하... 진짜 지금이 딱 한계에요. 고마워요, 제시카쌤.”
“흐흐. 이걸로 어마어마한 부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내일도 또 할거에요. 내일은 오늘거 복습을 단단히 해오지 않으면 상당히 힘들어질 거예요.”
하... 그렇다면 오늘은 섹스 건너뛰는 날이다. 아, 오럴섹스도 섹스면 아까 했구나.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집에 가서 오늘 공부한 것들을 죄다 복습해야 한다.
이전 생에도 그렇고 이번 생에도 그렇고 뭔가 하나에 몰입하면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게 내 신념이다.
나는 제시카와 함께 센터를 나서며 물었다.
“근데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예요?”
머릿속에 온통 음란마귀만 가득 차서 야한 부탁이 아니라면 상상도 안 간다.
근데 제시카는 여전히 뜸을 들였다.
“음음. 다음에 말해줄게요. 제시카한테는 진짜 아주아주 중대한 부탁이고 민감한 부탁이에요.”
“... 알겠어요. 저는 이쪽으로 가는데.”
“아, 제시카는 반대쪽이에요. 그럼 들어가세요. 오늘 수고.”
“네, 제시카쌤도 수고하셨어요.”
대체 얼마나 대단한 부탁이길래...
나는 돌아가는 걸음 하나하나마다 근육 하나를 읊으면서 걸었다.
“대퇴사두근. 요방형근. 흉쇄유돌근...”
띠링
한지우에게 문자가 와서 확인했더니 자기 타투가 완성됐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양자리다. 보랏빛의 은은한 빛줄기가 양자리의 선을 이었고 그 주변을 양의 형상으로 엷게 그려놨다. 이렇게 별자리들로 아랫배를 가득 채울 생각일까. 나와의 섹스 한번에 하나씩 그리면 조만간 은하계가 완성되겠다.
하, 꼴릿하잖아. 이런거 보내지말라고.
“상부승모근, 광배근, 견갑거근, 극상근...”
근육 이름을 외우다보니 어느새 현관 앞에 다다랐다. 나는 302호, 이소연의 집 앞에 널려있는 이불을 보면서 2차로 꼴릿했다. 저 이불은 엊그제 이소연과 섹스할 때 더러워진 이불이다. 생각해보니 맘만 먹으면 섹스할 수 있는 여자가 옆집에 살고 있잖아.
하, 씨.
공부. 공부를 해야한다.
성욕을 간신히 억누르고 안에 들어가서 펜대를 잡았다.
벨라의 똥구녕... 이소연의 육덕몸매... 한지우의 예술같은 근육질 몸매...
나는 자기 전에 양을 세듯 그들의 몸매를 떠올리면서 공부를 했다.
음. 그러니까 후장 주변에 있는 근육은 대둔근과 소둔근, 중둔근도 있고. D컵 가슴을 받쳐주는 가슴에는 대흉근과 소흉근. 왁싱이 잘된 한지우의 보지 주변은 특히나 근육이 잘 드러나지. 다리를 벌렸을 때 들어나는 장내전근도 그렇고 그쪽 부근에 있는 장요근. 생각해보니 한지우의 대퇴는 아주 매끈해서 예쁘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금방 근육이 정리가 되네.
실제로 섹스할 때 어떤 근육들이 활용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웠다.
문제는 간헐적으로 거대한 고추가 발딱발딱 선다는 게 문제다.
거기에 벨라까지 귓속말을 해왔다.
평소에는 그저 그랬던 귓속말이 왜 이렇게 은밀하게 느껴지는지.
저기... 공부 중에 미안한데.
응. 무슨 일이야?
팬사인회. 일정이 잡혔어.
후... 할 일 오지게 많아졌네. 언젠데?
이번주 일요일이야. 악신들도 일정이 다 있어서 말이지.
좋아. 나도 일요일이면 하루종일 비울수 있어.
광고비용이랑 악신들을 소환할 수 있는 게이트 주문서까지 합쳐서 총 10만코인을 썼어.
그 정도면 많이 아꼈네.
내가 누구야~ 나 애널리스트 이사벨라야~ 그럼 공부 열심히해. 수고~
잠깐만. 벨라. 잠깐!
어, 왜?
그... 뭐냐. 잠깐 시간 돼?
어, 당연히 되지. 왜? 한발 빼줘?
일단 홀딱 벗고 와봐.
“짠.”
벨라는 눈 깜짝할 새에 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벌거벗은 벨라. 군살이 하나도 없는 슬래머의 표본.
“일루와서 서봐.”
“응... 근데 진짜 뭐하려고?”
“근육학을 공부할건데 근육 작용이랑 같이 좀 봐야할 게 있어서. 팔 좀 들어봐.”
나는 벨라의 겨드랑이 안으로 손을 꾹 넣었다.
“으흣. 간지러워.”
“아항, 여기가 견갑하근이구나. 이 상태로 팔을 움직이면? 오홍... 꿈틀거리는구나. 경직됐다가 풀렸다가. 이거 이해가 쏙쏙 되네! 자, 그럼 삼각근... 여기도... 음, 좋아.”
“아앙... 여기저기 자꾸 만지니까 흥분돼.”
“그러지마. 잠깐 있어보라고. 시오후키 꾹 참아. 침 삼키듯 집어넣으라고. 마침 가랑이 쪽 근육을 볼거니까.”
“으흥흥. 하악! 거기는 만지면... 으극... 나 네 손길에 완전 길들여졌나봐. 흐아아앙!”
“그러지말라니까. 장난치지 말고 다리 들었다가 내려봐. 오, 진짜 여기가 작용하는구나. 대박.”
“장난... 아니야! 흐아앙!”
한참 내전근을 만지고 있는데 벨라가 몸을 젖히면서 보지에서 물줄기를 쏴댔다. 시오후키다. 얼굴에 잔뜩 물이 묻었다.
“아, 진짜 뭐야.”
“흐윽... 으윽... 너무해... 난 가버렸다고. 못 참겠어. 안에 넣어줘.”
티슈를 뽑아서 담담하게 얼굴을 닦았다.
“기다려. 다 끝나면 질내사정해줄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실전해부학 공부의 아침이 밝아왔다.
“후우, 여기까지 해야겠네.”
기지개를 켜는 나와는 다르게 발가벗은 채로 몸을 바르르 떨고있는 벨라.
“하앙... 제발 이제 박아줘!”
“후, 힘들어. 박는건 좀 오바고. 입으로 빨게 해줄게.”
“흐으응.”
이게 애교를 부려?
나는 그대로 벌렁 침대에 누워버렸다. 몰라, 배째. 졸려 죽겠어. 물론 내 고추는 조금씩 천장을 향해 서다가 뱃가죽을 때렸다. 살며시 침대 위로 기어올라오는 벨라. 꿩 대신 닭인지 내 발기된 고추를 냠냠 빨았다. 한손을 자기 사타구니에 낀 상태여서 심히 야하게 느껴졌다.
“흐읏... 큭! 역시 벨라의 펠라치오는 느낌이 달라.”
“후후, 쉬어. 자는 동안 정기를 빨아가는건 원래부터 몽마가 하는 일이니까.”
아침에 일어나보니 벨라는 내 고추를 입에 문채 자는 중이었다.
“벨라. 아침이야.”
“흠냐, 흠냐. 기준이 고추 조아. 쫍쫍.”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