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17화 (17/159)

〈 17화 〉 17. 혼자 봐요

* * *

나 : 누나, 이게 내 번호야.

옆집여자 : 어!

옆집여자 : 기준이다! 연락 안 오는줄 알고 집에서 조마조마했다 ㅋㅋ (웃음) 앞으로 어떻게 마주치냐고

나 : 왜 조마조마햌ㅋㅋ

옆집여자 : 맞잖아 ㅋㅋㅋ 그저께 그렇게 하고 연락 안오면 뻘줌해서 어케 얼굴 보냐고

옆집여자 :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고민)

나 : 뭐 그냥 있었어

옆집여자 : 바빴던 건 아니고?

나 : 이번에 직장 새로 들어가서 출근하고 신입 환영회 했지

옆집여자 : 오~ 취직~ (꺄)(축하폭죽) 전에도 뭐 영업인가 뭔가 했다면서

나 : 응. 그건 부수적인 사업이고 앞으로는 이게 주사업이 될 듯?

옆집여자 : 어디서 일하는데?

나 : 헬스장

옆집여자 : 헬스장? (갸우뚱)

나 : 응

나 : 트레이너로 들어갔어

옆집여자 : 오... 어쩐지 얼굴도 잘생기고 어깨도 넓어서 잘 어울려~ 인기강사 되겠는데?

나 : 고마워 누나 힘내서 해볼게

옆집여자 : 어디에 있는 거야?

나 : 집에서 가까워

나 : (위치) 여기

옆집여자 : 엇 진짜 가깝네

옆집여자 : 있잖아

옆집여자 : (수줍) 나 그날 봤을 때 어땠어? 살 좀 빼야될거 같지 않아?

나 : 누나가 살 뺄 데가 어딨다고

나 : 엄청 예쁘던데

나 : 나 빈말 안 하는 편이야

옆집여자 : ㅋㅋ (웃음)(허탈한 웃음)

옆집여자 : 그래도 좀 빼야될거 같아

옆집여자 : 나 운동 시작할까하는데

나 : 운동하는 건 나쁘지 않지

옆집여자 : 예약 잡아주시나요? 성기준 트레이너 선생님

나는 머릿속으로 이소연의 몸매를 생각했다. D컵의 육덕녀. 육덕이라고는 해도 군살이 잔뜩 잡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콜롬비아 스타일로, 골반이나 견갑골이 일반 한국 여서들에 비해 넓을 뿐이다.

폭발적인 참젖의 출렁거림. 운동을 한다고 그 가슴이 어디 가겠냐만은 나는 그 육덕을 사랑해 마지 않는다. 큼지막한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뽀얀 우윳빛 피부. 육덕 최고다.

나 : 예약 잡아줄게

나 : 대신 약속 두 개만 하자

옆집여자 : 뭔뎈ㅋㅋ? 무섭게 두개나 해 (덜덜)

나 : 살 빼지 말기

옆집여자 : 엥? 살 빼려 가는건데?

나 : 난 누나의 그 큼지막한 가슴이랑 꽉 끼는 허벅지가 좋아

옆집여자 : 하악... 기준아 너무 노골적이잖아!

나 : 뭐 어때? 누가 봐?

옆집여자 : 당돌해 아주 당돌해 그리고 하나는?

나 : 수업은 나 말고 우리 팀원이 해줄 거야. 여자 선생님으로.

옆집여자 : ... 왱... 기준이가 해주면 안 돼는 거야?

나 : 응 나보다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어 누나의 육덕을 유지시켜줄 사람이야

옆집여자 : ... 알겠어

옆집여자 : 일단 상담 받아볼게 (힘내!)

나 : 응 이따 봐

이후에도 문자가 왔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이제 오후조 출근 미팅이 시작될 거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한 나는 제시카가 빌려준 자료들을 공부 중이었다.

확실히 젊어지니 기억력도 좋고 이해도 잘 된다. 뇌가 말랑말랑하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처음에는 몰랐던 내용도 운동과 잡지식이 기반이 되니 쏙쏙 들어왔다.

근육의 이완과 수축. 근성장의 원리. 근섬유. 세포의 유기적 반응. 등척성과 등장성.

근육운동의 지식이 생기면 생길수록 운동지도에 대한 스펙트럼이 확장되어 갔다. 응용법이 무궁무진하다. 이거라면 신예인과의 수업 때 뭘 해야할지 대충 파악이 된다.

젊은 뇌 그리고 두 번 사는 인생에서 얻은 경험치. 이게 현재의 내가 내밀 수 있는 트레이너로써의 무기다.

미팅 시간이 다 되어가자 직원들이 하나, 둘씩 출근했다.

전부 사복 차림.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건 최지아였다. 최지아는 회색 니트 원피스에 검정색 롱부츠를 신고 왔다.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일찍 왔네요?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네. 무사히 잘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제시카가 낑낑거리면서 캐리어를 들고 들어왔다. 제시카는 핑크색 크롭 후드집업에 하얀색 숏패딩을 입었다. 아래는 배꼽이 안 보이는 하이웨스트 스판 스키니진을 입어서 앙상한 갈비뼈가 살짝 도드라져 보였다. 그야말로 블링블링하다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물론 빈유. 격하게 빈유지만.

“응기잇! 도와줘요, 기준쌤!”

“제시카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아요?”

“흐웃. 흐웃. 제 여자 회원들을 위한 아이템이에요. 이름하여 운동복 대여 시스템! 언니랑 같이 살고 있어서 집에 운동복이 사이즈별로 엄청 많거든요.”

“아, 맞다. 언니분도 트레이너시라고 했죠?”

“네네. 저랑 다르게 키도 크고 몸매도 엄청 근육질이죠. 가슴도 졸라 커요. 짜증나. 아, 맞다. 팀장님 것도 있어요. 어서 가서 갈아입어봐요.”

“엇? 나 오늘 입을거 가져왔는데?”

“흐흐. 빨리 와요. 탈의실에서 마구 벗기고 입힐 거야.”

“잠깐만, 앗!”

내가 캐리어 드는 걸 도와주자 제시카는 그 안에서 옷 한줌을 집어서 최지아를 데려갔다.

나도 따라가고 싶다. 정말 격하게 따라 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약 5분 정도 지나서 한지우가 들어왔다. 그녀에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주로 사용하는 듯한 비누향이다. 어젯밤에 격하게 들이마신 냄새였기에 맡자마자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아침에 운동을 하고 왔는지 옷을 트레이너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집업 플리스에 검정색 타이즈를 입었고 지퍼를 반쯤 내려서 안쪽의 나이키 스포츠브라와 그 밑으로 살짝 드러나는 복근이 보이게 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어제보다도 윤기가 더 흐르는 피부결. 그리고 이건 내 느낌탓인지 모르겠는데 단발 머리가 좀 자란 것 같기도 하다. 설마 질내사정이 머리카락도 빨리 자라게 해주나. 나중에 벨라에게 물어봐야겠다.

나와 눈빛이 마주치자 그녀는 무심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몸을 섞은 주제에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인사하다니. 확실히 프로다.

최지아와 제시카도 옷을 갈아입고 왔다. 잔뜩 범해진 듯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최지아는 표정과 아름다움은 별개라는 걸 설명하는 듯 옷태에서 아름다움을 뿜뿜하고 있었다. 검정색 터틀넥 트레이닝복인데 어깨가 뻥 뚫렸다. 새하얀 피부가 꼼지락 모습을 드러냈고 그에 따라 가슴라인도 더 강조되는 듯했다. 한 마디로 정리해서 조온나 꼴릿하게 예쁘다.

“다 왔으면 미팅 시작할까?”

“아직 이정석 팀장 안 들어왔습니다, 매니저님.”

“하, 그게 뭐 하루이틀이니? 그냥 시작해. 최지아팀, 오늘 매출 나올거 있어?”

“아, 예. 오늘 기준쌤이 신예인 회원님 클로징하는 날입니다. 에프터로 바로 잡은건데 반응이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금액은 200에서 300정도 예상합니다.”

최지아의 보고에 유성목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래? 기준쌤. 등록할수 있겠어?”

“네.”

“패기 좋고. 좋아, 신입이 매출 스타트를 해주면 팀 분위기며 센터 분위기도 좋아진다. 다들 오늘 기준쌤 매출을 위주로 움직여줘. 혹시라도 운동기구 쓸 일 있으면 겹치지 않게 자리 비워두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해산. 오늘도 돈 벌어보자.”

다들 각자 할 일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가려는 한지우를 붙잡았다.

“지우쌤.”

“네?”

“할말 있어요.”

그녀는 잠시 주저하면서 쭈뼛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상담실에 가서 함께 앉았다.

“커피라도 드실래요?”

“아뇨, 괜찮아요. 오전에 운동하면서 한잔 마셔서.”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네. 씻고 나가니까 기준쌤 없어서 저도 바로 나갔어요.”

“아깝네요. 자고 오셔도 됐을텐데.”

“집이 편해서요. 근데 어제 일 때문에 저 부른 거예요? 저 때문에 신경 쓰이는 거라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진짜에요.”

“아, 그게 아니고요...”

“진짜에요. 진짜. 그렇다고 다시 그런 일이 안 생긴다는 건 아니에요. 기준쌤만 원한다면 또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저 진짜 쿨하니까.”

“아, 아니. 진짜 그 얘기를 드리고 싶은 게 아닌데요. 지우쌤. 침착해봐요. 심호흡도 좀 하시고.”

“후하. 후하. 후하.”

첫날 봤을 때와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다. 귀여워졌다고 할까.

본인은 어젯밤 일이 뇌리에 깊숙이 각인 당했을 것이다. 몇 번을 절정으로 보내버렸는지 셀 수조차 없으니까. 아마 내 좆맛을 그리워하는 것이리라.

“진정 됐어요?”

“음, 네.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그보다 오늘 제 지인분이 상담 받으러 오실건데 지우쌤이 상담을 좀 해주셨으면 어떨까 해서요.”

내가 일 얘기를 하자 한지우는 제2의 눈을 부릅 떴다. 나를 남자로써 생각하면 한없이 무너지는 그녀지만, 일 얘기가 나오니까 다시 프로로서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키, 나이, 몸무게, 직업. 기타 제가 알아야할 사항들 문자로 넣어줘요.”

“네. 바로 보낼게요.”

“고마워요, 기준쌤.”

나를 향해 해맑게 웃는 한지우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한지우는 웃어야 예쁘다. 더 많이 웃게 해줘야겠다.

“지우쌤이 잘 봐줄거 같아서 소개해드리는 거예요.”

“네. 진짜진짜 고마워요.”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빠져나가려는데 한지우가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내 볼에 살짝 뽀뽀를 하고 재빠르게 몸을 떨어트렸다. 사무실이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는 시설인만큼 상당히 큰맘 먹고 한 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누구도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도망가듯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한지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렸다.

재밌고 박음직한 회사생활이 될 것 같다.

나는 따로 최지아에게도 이소연에 대한 일을 보고했다. 최지아도 이소연의 사진과 스펙을 보더니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어트 보다 근력운동이라. 확실히 지우쌤이 맡아주면 등록할거 같네요. 근데 기준쌤이랑은 무슨 사이?”

“같은 건물 사는 이웃이에요.”

“호오. 기준쌤 되게 인기 많네요. 보통 같은 건물 이웃한테 신경 안쓰잖아요.”

“제가 먼저 들이댔습니다. 물론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요.”

떡친 사이입니다.

“그래요. 잘했어요.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 데려와요. 소개로 온 사람들은 만족하면 또 다른 사람들 데려오니까.”

최지아는 나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하긴 영업직인데 내 몫을 다른 사람한테 양보한 꼴이니까. 나라고 아무 생각없이 이소연을 한지우에게 넘긴 게 아니었다. 몸을 섞은 이소연과 내가 수업을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서슴없는 스킨십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라 괜한 스캔들이 날 수도 있는 거다.

영업이라는 것은 이미지가 반은 먹고 들어간다. 바람둥이, 호객꾼, 제비 이미지는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에게까지 반감을 사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소연과 한지우가 친해지게 되면.

잘 하면 내가 만든 스토리 속에서 난교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아직까지 보수적인 성향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부도덕하다고 여겨지는 ‘난교’라는 주제는 시청악신들로 하여금 대꼴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난교는 흥행보증 수표다.

최지아와 미팅이 끝나고 남는 시간동안 플로워 정리를 하면서 청소도 하고 사무실에서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시간이 아주 잘 갔다.

수업이 끝난 한지우가 내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문자를 봤다.

역시나.

한지우는 어제 새벽 일찍 타투이스트를 찾아갔는지 새로 그린 타투 사진을 보냈다.

거울에 비춰서 찍은 사진.

스마트폰에 가려져서 얼굴은 안보인다.

한지우는 상의를 살짝 들어올렸다. 아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덕분에 왁싱으로 밋밋한 사타구니가 고스란히 보였다. 보지 바로 위에 별자리 모양을 그려놓은 모양인데 아직 선명하지 않고 살짝 붉게만 보여서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타투를 보라는건지 거길 보라는건지 모르겠네.

최지아팀 한지우 : ♡

최지아팀 한지우 : 혼자 봐요

대꼴이다. 격하게 대꼴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나는 이 사진을 혼자 볼 수 없다.

[악신 ‘무털도사’가 무슨 말이 필요하냐며 500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무털도사’가 ‘두번째 말한다. 브라질리언 왁싱해라.’ 20000코인을 후원합니다.]

한 번에 7만 코인 후원이라니. 앞으로 무털도사 담당일진은 한지우로 낙첨이다.

1시간쯤 지나자 약속했던 신예인이 찾아왔다.

나는 그녀가 올 시간에 미리 맞춰서 인포데스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원님. 옷 갈아입고 뵐게요.”

“아, 쌤. 어쩌죠? 제가 오늘 운동복을 안 가져와서... 이대로 운동해도 되요?”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신예인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제 배운 마사지를 포함해서 준비한 스트레칭을 할 때 제약이 생길 거다. 그렇다고 사우나복처럼 생긴 회원복을 입으라고 하면 신예인의 성격상 거절할 게 분명하고.

그런데 내게 수호천사가 나타났다.

“회원님! 제가 운동복 빌려드릴까요?”

제시카였다.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신예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꽉찬 B컵에서 C컵 정도 되시져? 사이즈별로 운동복 다 있으니까 탈의실로 오세요. 제가 손수 벗기고 입혀드린답니다. 초인싸스러운 옷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 들릴거면서 왜 속삭이냐고.

“아하하. 고마워요, 쌤. 기준쌤, 그럼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흐흐. 일루오시지요. 야한거도 있는데.”

“... 크흠. 그것도 일단 볼까요?”

“헤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시카는 신예인과 탈의실로 걸어가면서 나를 향해 눈 한쪽을 찡긋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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