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3. 마사지 할줄 압니다.
* * *
“기준쌤. 기준쌤. 첫 출근했는데 분위기 어떤거 같아요?”
“아참. 그걸 안 물어봤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거 같아서 기뻐요. 이렇게 유능한 팀원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약 2초 간의 정적이 끝난 후에 여자 셋이 전부 웃음을 터트리곤 각자 한마디씩 했다.
“어우~ 뭐야. 국어책 읽는줄 알았어요. 후, 오그라들어.”
“킥킥. 목각인형 같아. 기준쌤~ 우리한테는 너무 딱딱하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최대한 진지하고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
“엇! 진짠데... 여러분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
“푸핫. 진지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요.”
“자, 자. 짠해요. 우리. 최지아팀 파이팅!”
“우리 위하여 해요. 최지아팀을 위하여!”
“위하여!”
짠.
소주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기분좋게 들렸다.
세 여자 모두 이소연과는 다르게 술을 아주 잘마셨다. 같은 팀 아니랄까봐 셋 다 꼴깍 삼키면서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린다.
“캬.”
“안주~ 안주. 고기안주. 나는~ 나는야 단백질충.”
“제시카쌤 회식할 때 랩 좀 하지말라곸. 누가 좀 말려봐요.”
“힙합 조아. 아일럽 힙합 ya. 3개 국어 랩이 가능하지yo.”
“아 진짜 귀여워. 누르면 랩 나오는 인형 이렇게 생겼을거 같아.”
“빠이짜쩬. 헬로우. 양꼬치엔 칭따oh. 이게 내가 애국하는 법ya.”
“푸하하. 랩 나오는 인형이래. 진짜 비유 개적절하다.”
“근데 랩 잘하시는데요? 생각보다...”
“푸학. 생각보다래. 기준쌤, 너무해요.”
한지우도 어느새 굳었던 자세를 풀었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시크함이 영락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하긴 술자리 아니면 언제 자기 본모습을 보이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서로 간의 벽을 무너트리고 친근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제시카가 모두의 집중을 부르는 소리를 했다.
“그럼 이쯤에서 돌발 질문 또 들어갑니다잉. 기준쌤 여자친구 없다고 했으니까. 여기 여자들 중에 기준쌤 이상형에 제일 가까운 사람 누굴까요? 참고로 나랑 지우쌤은 남자친구 없음!”
그러자 최지아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아, 뭐야. 그건 반칙이죠. 이상형이랑 여친 남친 있는 게 무슨 상관인가요?”
“참고사항. 참고사항. 팀장님! 너무 욕심쟁이시다.”
“맞아요. 꼭 모든걸 다 가져야만 하나요?”
세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날 바라봤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궁금해 하는 눈치였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눈치다.
그때였다. 최지아의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고 화면에는 버젓이 ‘유성목 매니저님’ 이라고 써있었다.
“어, 나 매니저님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오옷! 한 명 탈락이요.”
“돌아와서 대답 들을 거예요.”
최지아가 자리를 비우자 옆에 앉은 제시카가 내 팔뚝을 끌어안 듯 잡으면서 물었다.
“그래서요? 누구에요? 궁금쓰. 궁금쓰.”
한지우는 묘하게 시선을 제시카가 붙잡은 내 팔뚝쪽으로 보내왔다. 그리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속마음을 읽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고개를 홱 돌려 창문 밖을 쳐다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싱긋 웃으며 제시카의 질문에 대답했다.
“지우쌤이요.”
“앗! 실망! 대실망이에요!”
두 여자의 반응은 정말이지 상반됐다. 처음부터 장난스럽게 물었던 제시카는 의외의 대답에 삐졌다는 듯이 토라졌고 한지우는 한 순간 동공이 커졌다. 손으로 턱을 괴고 있어서 입이 가려졌는데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정도는 보였다.
“흥. 솔직히 지우쌤이 예쁘긴 해. 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도니까.”
“아니에요. 제시카쌤도 엄청 예뻐요. 단지 기준쌤의 이상형에 내가 제일 가까울뿐이죠.”
“아앗! 지우쌤! 그 발언은! 대실망이에요!
“하하... 웃기다... 중간에 끼여서 무안하면서 웃기네...”
“먹어야지. 이럴땐 먹는 게 남는거라고 했어. 이렇게 된 이상 많이 먹고 살 쪄버릴 거다.”
마침 최지아도 자리로 돌아왔다.
“그래서 누구래요?”
“참내. 글쎄요. 누굴까요? 일단 나는 아님. 체!”
“어머, 설마 나야?”
한지우는 대답 대신 다 익은 양꼬치 하나를 내 앞접시에 챙겨줬다.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최지아는 웃으면서 나와 한지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모야모야. 이 분위기 뭐냐고. 나는 김치말이국수나 먹어야겠다. 호로록...”
“그냥 이상형에 가까울 뿐인 거예요.”
“엇! 두 번 죽이기다. 기준쌤이 두 번 죽여버렸어. 님 신고요. 거기, 119죠? 여기 경찰차 두 대만 불러주세요.”
“푸하하 119는 응급실이고. 아 진짜 제시카쌤 때문에 배 아파 죽겠어요.”
“아, 긍가? 히히... 짠해요. 우리.”
짠.
넷이서 잔을 부딪치는데 왜 자꾸 한지우와 시선이 부딪치는걸까. 한지우는 자석처럼 내 눈을 봤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길 반복했다.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최지아에게 물었다.
“근데 팀장님. 매니저님이 왜 전화하신 거예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음. 그 내용은 내일 출근하고 미팅 시간에 전달할게요. 재밌는 제안이 내려왔으니 기대해도 좋아요.”
“헐. 뭐죠? 엄청 기대되는데. 진짜로 궁금해서 지금 당장 안 들으면 죽어버리는 병에 걸린거 같아요. 윽!”
제시카는 심장을 움켜잡으며 쓰러지는 시늉을 했다.
“크크크. 아, 제시카쌤 진짜 못말려. 제시카쌤 죽으면 안 되니까 그럼 그냥 여기서 말해줄게요. 본점에서 사장님한테 지령이 떨어졌나봐요. 강서점 팀별 매출 상승을 위해 경쟁구도가 열릴 거예요. 참고로 1등하는 팀은 다음달 홈페이지 베너 모델로 채택된대요. 상금도 500만원이나 걸려있는 대형 이벤트에요.”
최지아의 말에 나를 제외한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인지 몰랐기에 그저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엇! 그럼 팀장님... 이번달 매출에 모든 걸...”
“모든 걸 다 퍼부어도 모자랄 수 있겠네요.”
“네.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청담점 이정명 팀장님네 매출을 따라갈 수 없을 거예요.”
“이정명 팀장... 지금까지 대형 이벤트 때마다 1등 싹쓸이 했잖아요.”
“후... 우리는 힘들겠는데요, 팀장님?”
“근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에요. 강서점 안에서 내부 경쟁도 있어요. 이건 유 매니저님이 만든 거예요.”
“아, 코너 속의 코너.”
“네. 코너 속의 코너에요. 강서점 3개 팀 중에 매출 1등하는 팀은 회식비 40만원 지원에 건의사항 하나를 무조건 들어주시겠대요.”
“건의사항? 그럼 우리 1등해서 센터 앞 사거리에 대각선으로 건널 수 있는 횡단보도 만들어달라고 해요! 두 번 건너기 짱귀찮.”
“아잇. 그런 실현 불가능한거 말고. 가령 지우쌤의 부팀장 진급이라던가.”
진급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고개를 쳐들었다.
내가 아무리 몰라도 회사에서 진급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꼭 1등을 해야한다는 소리다.
막내 주제에 나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꼭 해요, 우리.”
“잉? 기준쌤은 무리할 필요 없어요.”
“맞아요. 기준쌤. 쌤은 너무 부담갖지 말아요.”
“아닙니다. 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겠습니다.”
내 말에 최지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깔보는 미소같은 게 아니라 정말 기분 좋은 미소였다.
“아무래도 우리 팀에서 이번달 에이스가 탄생할거 같은 느낌인데요. 동기부여도 이만하면 충분한거 같고.”
최지아는 한지우쪽을 한번 슥 훑었다. 아까부터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말 못하고 있는 한지우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내게 마음이 있는 것 정도는 훤히 들어났다.
“후우. 그럼 내일도 출근해야 되니까 오늘은 이쯤 할까요?”
“이잇! 제시카는 오늘 밤 샐 작정이었는데. 벌써 끝내는 거예요? 힝...”
“이번달 매출 1위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죠.”
“아, 고건 고러쳐! 그럼 마지막으로 짠해요. 지우쌤의 진급을 위하여.”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그럼 기준쌤의 패기를 위하여?”
“오, 그거 좋다. 위하여!”
“위하여!”
회식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묘한 분위기,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보드라운 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갔다. 최지아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했다.
“다들 조심히 들어가요. 제시카쌤이랑 나는 여기서 집 가깝고. 지우쌤은 집에 어떻게 가요? 막차 끊겼는데 오토바이 여기 두고 가면 집이 꽤 멀지 않아요?”
“네. 택시 타고 가야죠. 아닌가. 그냥 걸어갈래요. 걸어서 가면 50분 정도 걸려요.”
“헐. 걸어서? 지우쌤 너무 터프해. 50분 어케 걸어요. 난 절대 못 걸음.”
“제시카쌤. 러닝머신은 50분 딱딱 채우면서?”
“러닝머신이어서 가능!”
“흠. 아무튼 지우쌤 위험하지 않겠어요? 지금 12시 넘어서 1시 다 되가는데.”
“뭐... 괜찮아요. 양꼬치 먹은거 소화도 시킬 겸. 근데 기준쌤은요?”
“저야, 뭐. 어떻게든 집에 들어갑니다. 걱정 안하셔도 되요.”
“그래요. 그럼 다들 집에 잘 들어가고 내일 뵈요. 제시카쌤, 이쪽이죠? 같이 가요.”
“히히. 팀장님이랑 밤길 데이뚜~ 너무 조코. 지우쌤, 기준쌤 빠이!”
“조코조코. 두분 잘 들어가요~ 내일 지각하면 벌금 200만원!”
제시카는 강아지처럼 살랑거리며 최지아에게 팔짱을 꼈다. 둘은 다정하게 한쪽 방향으로 걸어가 사라졌다. 둘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한지우와 둘만 남았다는 게 실감이 났다.
“지우쌤.”
“네?”
“어느 쪽으로 가세요? 저는 이쪽인데.”
“어... 저도 이쪽... 같이 가요.”
“날씨 좋네요.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딱이에요.”
“그러게요. 걷기 좋은 날씨네요.”
“근데 오토바이는 언제부터 탄 거예요? 보니까 두카티 신형이던데.”
“어, 두카티 아시는구나. 타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때 부터에요. 그때도 두카티 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목숨이 여러개였나 싶기도 하고.”
“위험하긴 하죠. 저도 진짜 오래 전에 오토바이 탔었는데.”
물론 이전 생에서. 스피드를 막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탔었다.
“아, 진짜요? 의외네요. 아까 뒤에 탔을 때는 허리 엄청 꽉 잡으시길래 무서워하는줄 알았어요.”
“아, 그건 꽉 잡으라고 하셔서. 하하. 그런걸로 쳐줘요. 민망하네. 그때 당시에 혼다 시리즈 탔었는데 친구가 빌려 타더니 잊어버렸어요.”
“그 친구랑 손절했어요?”
“네. 얼굴 보면 한 대 칠까봐 한동안 연락 안했어요.”
“쿡쿡. 그럴만 해요. 제 오토바이를 누가 대신 잃어버리다니. 하, 상상도 못해요, 저는.”
오토바이를 좋아하는구나. 문득 몸에 그려진 문신이 생각나서 조심스레 물었다.
“손목에 레터링도 하셨던데.”
“아, 이거요.”
“예뻐요. 잘 나온거 같아요.”
“... 고마워요.”
“뭐라고 적은 거예요?”
“라틴언데. 번역하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에요. 한때 방황했던 때가 있어서. 이런거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
한지우는 고백하듯 말하며 자기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돌돌 말았다.
그나저나 죽기밖에 더 하겠냐니. 어째 한지우의 지금 성격이 생겨난 배경을 알 것도 같았다.
방황했던 과거. 어떤 연유에서 다시 마음 잡고 평범한 삶에 뛰어들었을 테고 그렇다고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이 들어있는 오토바이는 버리지 못하는 거다. 타투 또한 그렇다. 미운 과거였으면 지우려는 흔적이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전 오히려 멋있는거 같아요. 진짜 말 그대로 인생 한 번 사는거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그리고 저는 한때 방황했던 사람이어야 진짜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살거라고 생각해요. 온실 속의 화초는 한계가 있는 법이죠.”
“헤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요. 사실 거기 말고도 다른데 문신 많은데... 아, 이건 좀 티엠아이네요. 아 그리고 아까도... 고마웠어요.”
“네?”
“아까도 저 선택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 질문에 지목 당한건 처음이에요. 남자들이 절 좀 부담스러워 해서... 근데 제시카쌤이 원래 좀 짓궂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
“하하. 괜찮습니다. 귀여우시던데요.”
“맞아요. 엄청 귀여워요. 우리 팀의 비타민같은 존재라고요.”
“비타민. 진짜 그렇네요. 근데 지우쌤은 다정한 츤데레같아요.”
“츤데레?”
“안 보이는데서 챙겨주는 사람이요. 티는 안 내고 주변 사람들 다 챙겨주죠?”
한지우는 내 말을 듣고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그게... 느껴져요?”
“네. 엄청 느껴지던데요. 마음이 엄청 따뜻하셔요. 그래서 제가 이상형에 가깝다고 한 것도 있고.”
“...”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걷다가 두 갈래 길이 나왔다. 누가 어느쪽으로 가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는 갈래길 앞에서 멈춰섰다.
“저기...”
“지우쌤...”
“앗, 말씀하세요.”
“아니에요. 먼저 말씀하세요.”
“앗, 그게 저...”
“지우쌤.”
“네?”
“밤길 위험하니까 집까지 데려다 드릴게요.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한지우는 나를 올려다봤다.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 걸어서 한시간인데요?”
“그러니까 더 데려다 드려야죠. 지우쌤이 너무 예쁘니까 걱정되서 그냥 못 보내드리겠네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돌아가시려면 꽤 오래 걸릴텐데.”
돌아갈 생각이 있겠습니까? 호구도 아니고, 그냥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괜찮아요. 자, 가요.”
한지우는 정말 미안하다고 몇 번 말했지만, 나는 그녀의 말투에서 ‘그냥 가기만 해.’라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하, 진짜 죄송해서 어떻게요. 다음에 제가 커피 살게요.”
“아뇨. 다른거 사요.”
“예? 뭐, 뭐요?”
“음.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음. 진급턱?”
“진급이요? 아... 아까... 아, 그것도 고마웠어요. 저 때문에 팀장님 앞에서 매출하겠다고 말하고. 오늘은 기준쌤한테 고마운 일들이 너무 많네요. 보답을 해드려야 하는데.”
제 몫은 제가 알아서 챙기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걷다가 한지우가 별안간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이건 내 머릿속 그림에 없던 일인데.
나는 재빨리 주저앉은 한지우를 부축해서 일으켜세웠다.
“괜찮아요?”
“으... 허벅지 뒤쪽에 쥐가 난거 같아요. 오늘 왜 이러지.”
짙은 새벽 길가 한복판.
어쩐다?
“후... 윽! 근육이 잔뜩 경직되서 한동안 못 걷겠는데요. 으으... 기준쌤한테 미안해서 어쩌죠? 지금이라도 그냥 가실래요?”
“아니에요. 어떻게 그래요.”
주변을 둘러보니 가까운 곳에 모텔이 있었다.
“잠깐 대실해요. 제가 쥐난 부분 풀어드릴게요.”
“모텔이요?”
“네.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이제 엄연히 트레이너입니다. 마사지 정도는 할줄 알아요.”
한지우는 근육 경직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으면서도 내 말에 입꼬리는 올라가는 역설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