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몽마학원 수석졸업생인 나와 그녀들-4화 (4/159)

〈 4화 〉 4. 역시 예쁘네

* * *

이소연은 잘 늘어나는 흰색 스판 티셔츠에 귀여운 핑크색 미니쭈리 반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역시 내 눈은 확실했다. 셔츠를 입어서 부각되지 않았던 가슴은 티셔츠에 그려진 붉은색 하트모양에 맞게 굴곡있는 선을 그렸다. 아니, 폭발할 듯 튀어나와 있었다.

반바지 때문에 훤히 드러난 허벅지는 맛깔나게 살집 있었다. 피부가 워낙 깨끗해서 반들반들거리는 탱글한 허벅지다.

여전히 안경은 쓰고 있었지만, 화장을 빠르게 고쳤는지 입술이 아까보다 더 붉어졌고 아이라인도 되살아난 모습이었다. 립스틱은 붉은색과 분홍색의 투톤이었는데 쌍꺼풀이 없어서 언뜻 날카로워보이는 인상을 아기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준비성 좋고 센스도 있고. 섹스할 준비가 잘 되어있다. 마음가짐이 아주 좋다. 특히 마음이.

이소연의 방은 여자치곤 단조로운 인테리어로 꾸며놨다. 가지런히 정리된 침대 위의 이불. 그리고 방금까지 뭔가 걸려있었을 것만 같은 간이 빨래건조대. 가운데에 푹신푹신할 것 같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키 낮은 식탁이 있다.

전체적으로 하얀색과 연분홍색으로 구성된 블링블링한 집이다.

처음 이소연에게서 맡은 냄새가 방 안 가득 풍겼다. 향수 냄새도 향수 냄새지만, 이소연의 살냄새도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맥주는 잠깐 냉동실에 넣어둘까? 다 식어서.”

“그럴까? 그 위에 열어봐. 거기가 냉동실이야.”

“이야. 뭐 먹을 게 많네? 냉동피자도 있고 쌍쌍바도 있고. 이건 뭐지?”

“너무 관찰하지마~ 나 진짜 자취방에 남자 들인거 처음이란 말이야. 아, 창피해.”

이소연은 침대에 엎드려 누웠다.

나는 침대에서 좀 떨어진 바닥에 아빠다리로 앉았다. 한동안 이소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무안해졌는지 말을 꺼낸다.

“TV볼래?”

“아니. 괜찮아. 평소에 TV 안봐서.”

“그럼 뭐해?”

“그냥 있어. 소설도 보고 만화도 보고. 보통은 일 생각을 제일 많이 하지.”

“일? 그러고보니 무슨 일 해?”

“음. 성과금 받는 계약직 영업?”

“뭐야. 보험같은건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해. 누나는?”

“나는 종합상사 다녀. 주로 외국무역쪽.”

“오, 외국무역하는 곳이면 좀 큰덴가 보다.”

“훗. 이 누나가 그래도 대기업 다닌다.”

말을 놓은 후부터는 급격하게 털털해진 이소연이다.

근데 대기업이라니 생각보다 능력있는 여자였네. 허당기가 좔좔 흐르더니 일할 때는 또 다른 모양이다.

“일은 할만 해?”

“후, 짜증나. 맨날 일만하고 집에 오면 자고 또 일하고. 엄청 바쁠때는 주말에도 일해야 되.”

“그렇구나. 힘들겠네.”

“에구, 안 힘든 일이 어딨겠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어깨도 결리고 그러네.”

풉.

나는 속으로 웃고 말았다. 스물여덟 밖에 안 됐는데 어깨 결린다는 소리를 하다니.

이소연이 내가 전생에 몇 년을 살았었는지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제 맥주 마시자.”

“크크. 참을성 엄청 없네. 얼마나 됐다고.”

“누나. 여기 안에 있는 쌍쌍바 먹어도 되지? 아니, 근데 진짜 이건 뭐야? 다 말라비틀어졌네.”

“앗! 진짜아...”

“장난이야. 장난. 자, 여기 마셔.”

“땡큐.”

엎드린 자세를 고쳐 앉으며 내가 준 맥주를 홀짝인다.

“음. 뭐지? 맥주가 되게 맛있게 느껴지네. 알콜이 안 느껴져.”

“푸핫. 뭐야, 누나. 술부심 부리는 거야?”

“아니. 정말로... 그냥 음료수 같은뎅.”

“혀 꼬부라진거 같은데?”

“이건 일부러 한 거고...”

“그럼 맘 놓고 마셔도 되겠네. 짠하자, 짠!”

“짠!”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맥주를 마셨다. 술기운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소연이 자기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내게 앉으라고 한다.

“게임할래?”

“무슨 게임?”

“술게임! 뭐, 하고 싶은 게임 아무거나.”

지금까지 귀여운 짓을 한 건 내숭이었던 걸까. 허당기 가득했던 모습도 이젠 연기처럼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꽤나 진도를 빨리 빼고 있다.

술게임이라... 또 안맞춰줄수 없지.

“나 아는거 몇 개 없는데.”

“오케에~ 그럼 마시면서 배우는거지, 뭐. 내가 몇 개 알려줄게.”

“그러면 이렇게 하자. 아까 냉장고에 보니까 소주병 있던데 지는 사람 섞은거 한모금씩 마시기.”

“콜. 나 솔직히 술게임은 잘해. 그거 너가 다 마실걸?”

그 후에 우리는 술게임을 몇 개 했다. 베스킨31이나 병뚜껑 치기같은 둘이서 할 수 있는 술게임. 사실 서로 아무 생각없이 해서 4게임을 했는데 2대2로 결국 각각 두모금씩 마셨다.

나는 남아있는 잔을 흔들면서 불평했다.

“누나 완전 조금씩 마신거 같은데? 엄청 많이 남았엌.”

“히히. 봐줘...”

아, 귀엽네... 진짜 존나 귀엽네. 어쩌면 내가 전생에 서른 후반에 죽어서인지 스물여덟의 이소연이 귀엽게 느껴졌다. 반면에 그녀는 연하의 내가 귀엽게 느껴지려나.

남아있는 걸 원샷하자 이소연의 귀여운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왜 갑자기...”

술기운이 한층 더 올라와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이제 수위를 좀 높여볼까.

“나 원샷했으니까 이제 내가 아는 게임할래?”

이소연은 내 말에 귀여운 눈을 껌벅였다.

“아는거 뭐 있는데?”

“음, 왕게임, 산 넘어 산. 섹시삼육구.”

“풉!”

이소연은 진텐으로 뿜어서 바닥에 맥주를 흘렸다.

“아, 씨! 진짜 웃겨. 섹시삼육구는 또 뭐얔.”

응. 내가 방금 지어낸 게임이야.

“재밌어. 한 번 해볼래?”

“그래. 해보자. 어떻게 하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3, 6, 9. 나올 때마다 박수치는거 알지?”

“알지.”

“섹삼도 똑같아. 근데 벌칙이 달라. 3에서 걸리면 뽀뽀. 6은 귀빨기. 9는 자기가 알고있는 제일 야한거.”

“아웈. 진짜! 그 게임 너가 만든거지?”

“들켰네.”

“진짜 음란마귀네, 아주그냥. 첫인상은 완전 쑥맥같아 보였는데.”

“첫인상? 내 첫인상이 어땠는데?”

“음. 길 잃은 사슴같았지. 올망졸망. 완전 우수에 젖어갔고.”

“그랬어? 내 첫인상이 그랬단 말이지?”

“나는? 내 첫인상은 어땠는데?”

이소연은 잔뜩 기대하는 눈치로 날 봤다.

음. 술게임으로 예열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옆자리에서 살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 다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원래라면 어깨가 결린다는 말을 화두 삼아서 마사지 들어갔다가 야릇꼴릿한 마사지로 넘어가는 수순이면 자연스럽다. 근데 그런 수고스러움도 필요 없을 듯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섹서 타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5분 정도.

이소연을 만난지 대략 1시간 반만에 진도를 여기까지 뺐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 섹스까지 한 걸음.

나는 마음 속으로 벨라를 찾았다.

­벨라. 악신들 얼마나 모였어?

­엄청나게 모였어. 지금 섹서가 일반인이랑 한다는 소문 다 났어. 이소연 씨가 사복 입고 난 후로 바짝 흥분한 악신들이야. 지금 후원금 메시지는 전부 비공개 상태로 만들어놨거든? 몰입감 올려서 잘 해봐.

­오케이.

역시 본게임보다 앞선 내용을 중요시하는 악신들. 일전에 사전조사를 한 효과를 보고 있다.

방송에는 컨셉이 있다. 본게임을 질펀하고 섹시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면서 몰입도를 높여놓고 본게임에 들어가는 방법. 섹스트림 채널에서 가장 인기있는 방송국 몇 개를 추려서 조사해 본 바로는 후자쪽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라이트를 보여줄 시간이 됐다.

나는 몸을 이소연쪽으로 바짝 밀어넣었다. 접촉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심장소리까지 들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리곤 이소연의 귀 밑에 대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곤 각도를 조금 돌려 이소연과 얼굴을 마주했다. 귀엽게 눈썹을 파르르 떠는 이소연은 잔뜩 겁을 먹었지만, 입술은 반쯤 열려서 고온을 내뱉고 있었다. 맥주향과 침샘에서 들끓는 단내가 섞여 퍽 섹시한 냄새를 만들었다.

“누나는 여전하네. 좋은 냄새나. 잠깐...”

이소연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서 그녀가 쓰고 있는 안경을 벗겼다.

그러자 숨겨놓은 미모가 포텐을 터뜨렸다. 굳이 숨길 필요 없는 야들야들하고 윤기나는 피부가 기다리고 있었고 안경을 쓰기 전보다 눈이 더 커 보였다. 반쯤 풀린 눈을 껌벅거리며 내 얼굴을 뜯어본다.

“역시 예쁘네.”

“... 하...”

눈이 반쯤 풀렸던 이소연은 이제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했는지 꿀꺽 침을 삼키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 기대감을 져버리면 안 되겠지.

얼굴을 앞으로 더 밀어넣어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뭉갰다.

이소연의 귀밑에 살짝 손을 얹고 각도를 틀자 벌어졌던 입술이 고속도로처럼 뻥 뚫렸다. 혀를 집어넣자 달게 적셔진 얇디 얇은 혀가 기다렸다는 듯 내 혀를 감쌌다.

몸이 격하게 떨리는 걸로 봐선 이런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니, 처음일까. 어제 처음 만난 남자와 자기 자취방에서 이러고 있는다는 게 말이다.

귀밑을 만지던 손이 점차 내려가 이소연의 풍만한 가슴을 쓸다 한움큼 잡았다. 역시 크다. 그립감이 황홀할 정도로 풍만한 가슴. 역시 가슴은 이래야지. 어쩌면 이사벨라의 가슴보다도 큰 가슴. 하, 이 사이에 얼굴 파묻고 죽어버리고 싶다.

이소연은 내가 가슴을 만져도 어떤 거부반응이 없다. 그래, 가슴은 자신있다 이거지.

입술도 맛있었다. 적당하게 도톰한 입술 그리고 코와 입술 사이가 짧았다. 내 리드를 잘 따라오는 느낌. 이십대 후반답다. 나같은 케이스는 처음이겠지만, 모든 남자가 처음인 건 아닐 터. 이 외모에 경험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일 거다. 어딜가든 남자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 볼매 스타일이거든.

한참 분위기에 녹아내릴 즈음에 누가 먼저랄 것없이 입술을 떼어냈다.

타액이 질펀하게 섞여서 우리 사이를 찐득하게 이어놨다. 이소연은 그 야한 물줄기를 손으로 받아내며 베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이 손...”

입술은 떨어졌는데 여전히 가슴을 애무하고 있었던 거다.

“어, 이게 왜 안 떨어지지? 자석인가봐. 누나 가슴에 자석 달아놨어?”

“쿡쿡. 센스있는거 봐. 나 이거 풀게 도와줄래? 갑갑해.”

“응. 뒤돌아봐.”

나는 브래지어 클립을 풀기 위해 이소연의 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달아올라서 그런지 촉촉해진 피부를 가르고 올라가 클립이 있을 곳에 손을 댔다. 그런데 클립이 없었다.

“어?”

“풉. 아, 웃겨. 이거 클립 뒤에 없어.”

“뭐?”

“아, 귀여워.”

이소연은 내 볼에 뽀뽀를 진하게 하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앞에 있어.”

아.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