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2. 조금만 기다려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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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생. 죽음에 이르렀을 때의 나의 나이는 38세였다.
그때,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이들을 따져보면 크게 다섯명을 꼽을 수있다. 같이 조직에 몸 담았던 놈도 있고 조직에서 손 씻고 나갈 때 같이 나와서 동업했던 놈도 있었다.
다섯명이 날 죽인 배후자들. 그 외에도 날 직접적으로 죽였던 놈들이 몇명 더 있다.
비 오는 날. 나는 비를 맞으면서 놈들에게 칼부림을 당했었다. 나를 직접 찌른 놈들까지도 전부 복수할 생각이다.
죽고나서 구천을 떠돈 기간까지 합쳐 6년 가량 지났으니 다들 나이가 꽤 찼겠지. 빨리 결혼한 놈들의 자식은 성인이 됐을 거다.
날 죽음으로 몰아넣고 행복하게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쯤은 확실하다.
벨라가 빌려준 2백만 코인을 환전해서 강서구쪽에 월세 50짜리 원룸 하나를 계약했다. 15평짜리 오피스텔 원룸으로 널찍하고 살만한 공간이었다.
2백만 코인을 환전하면 2천만원 정도. 나머지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해야했다. 말이야 제로로 시작했다지만, 대한민국에서 살면 마이너스 시작은 기본이다.
코인은 현금 환전 이외에도 용도가 많았다. 일단 악마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급 아이템으로는 ‘먹으면 건강해지는’ 비아그라 아이템. 중급 아이템으로는 주변 여자를 꼬시는 ‘페로몬 발산형’ 아이템. 고급 아이템으로는 몸이 투명해지거나 시간을 멈추는 것도 가능하다. 고급 아이템은 영구지속 효과를 지니고 있지만, 구매 가격이 2천만 코인부터 1억이 나가는 것도 있다. 가끔씩 경매로 히든 아이템이 뜨기도 하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기도 하다.
다른 용도로는 신체 수치를 변화시키는 거다. 예를 들어 근력은 남긴 채로 부피를 줄인다거나 고추 길이를 늘리거나 쾌감 수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벨라에게 빌린 2백만 코인부터 갚아야 한다. 다른 아이템을 쓸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고 쓸만한 히든 아이템이 매물로 나오면 한 번 노려볼 생각이다.
처음으로 옷을 벗고 몸을 씻으면서 내 고추 길이를 보고 감탄했다. 축 쳐져있는데도 이 정도 길이면 빨딱 서면 거의 흉기급이랄까.
키는 180 중반. 근육이 많지는 않지만, 어깨가 딱 벌어진 게 기본 체형 자체가 일반인과 급이 다르다. 얼굴은 작고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해서 헤어스타일만 잘 다듬으면 괜찮을 듯. 릴리아와 다른 여교사들의 추천서 덕을 확실히 본 거다.
하, 릴리아 그 로리 교장년도 참 맛있었지. 실제 나이는 천살이 넘었다지만, 생긴 게 완전 빈유에 키 작은 로리였다.
나머지 여교사들도 각자 다른 매력이 있었고.
교장이나 여교사들도 다 섹스 좋아하는 몽마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망자들과의 섹스는 엄금이었다.
특례로 교생이었던 벨라가 수업 중에 애널섹스 특별수업 때, 나에게만 애널을 허락해줘서 학생들의 불만을 샀었다. 막판에 가서는 내 실력이 뛰어남을 인정하고 입 닫았지만.
비록 얼마 전의 일이지만, 몽마학원에서의 은밀한 정사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성기 쪽으로 혈액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느슨해진 말랑이가 점차 고개를 쳐들더니 쫙 고개를 들었다.
워우, 씨. 풀발도 아니고 야한 생각으로 절반 정도만 발기된건데 이 길이며 두께며 강직도 뭐냐고.
아무래도 고추를 튜닝하는 아이템은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악신 ‘왕자지제’가 당신의 음경을 보며 빨리 거친 삽입장면을 보고싶어 합니다. 2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은밀하게 거대하게’가 당신의 음경을 보고 감탄합니다. 5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무털도사’가 당신에게 브라질리언 왁싱을 적극 권장합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그러려니’가 한숨을 쉬며 그저 그러려니 합니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무슨. 나는 내 소중한 꼬추털을 사랑한다고.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애써 성욕을 집어삼켰다.
그나저나 악신들은 자기 표현을 솔직하게 하는 편이구나. 면전에다 대고 한숨을 쉬다니.
벨라의 말에 따르면 무조건 크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작은 고추를 좋아하는 악신도 있다. 아마 본인 게 작으니까 감정이입을 위해 그러는 걸 게다. 악신 주제에 소추라니... 조금은 불쌍하기도 하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면서 한동안 복수할 놈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이거 참. 이러고 있으니까 꼭 이전 생의 현역 때가 생각난다. 복수를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허나 그때는 다른 사람을 위한 복수였고 지금은 나를 위한 복수다.
조금 더 치밀하게 계산할 거다.
첫 번째 타겟은 최용수. 친구라기보다는 선배였던 씹새끼.
필라테스 강사와 결혼한 그는 현재 이십대 초반의 두 딸을 키우고 있었다. 인스타 사진으로 확인해보니 딸들이 아빠는 안 닮고 엄마 닮아서 한 미모한다.
최용수 본인은 여전히 조직에 몸 담그고 있지만, 겉보기에는 대형 휘트니스 BD짐의 사장이다. BD짐 대표인사 분포도만 봐도 얼마나 많은 깡패새끼들이 주역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첫 번째 타겟으로 최용수를 지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최용수를 기점으로 나머지 복수할 네 명에게 잔잔히 스며들 수 있을 거다.
나는 인터넷에 올라온 BD짐 트레이너 구인공고를 확인하고 곧바로 연락해서 면접 날짜를 잡았다.
전화를 끊자 사위가 유독 조용해졌다. 조명도 약간 어두워진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이사벨라가 날 찾아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성기준.”
어느새 내 방에 나타난 벨라가 관능적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으니 벌거벗은 채였다. 내가 눈길을 주자 그녀가 말했다.
“새로 얻은 몸은 어때?”
“괜찮아. 얼굴도 잘생겨서 이만하면 취직이나 여자 꼬시기나 전혀 문제 없겠어.”
“고추도 커?”
“응, 많이. 여기서 시험해볼래?”
“으흥... 은근슬쩍 설레게 하지마.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온 거니까.”
의아했다. 졸업 이후, 나와의 섹스라면 환장할 그녀가 섹스를 뒤로하면서까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너무 복수에만 연연하면 보기 흉할 수 있어. 네 역할은 어디까지나 섹서야. 성교를 최대한 많이 해야 코인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너도 배워서 알겠지만, 코인은...”
“알아.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지만, 악마들의 아이템을 살 수 있다고. 근데 걱정 붙들어매. 내 복수에는 섹스도 포함되 있으니까.”
벨라는 사뭇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직 날 신뢰하지 못하는 걸까. 하긴 내가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 못 믿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정 믿고 맡기기 힘들겠으면 지금 당장 살아있는 달달한 보지에 삽입하는 걸 보여줄게.”
“뭐?”
“현재 내 채널 보고 있는 악신들 몇 명이지?”
“음, 아직은 홍보도 덜 됐고 네 실력을 모르니 몽마학원에서부터 관심있게 봤던 20명 정도가 전부야.”
“많이 부족하네. 홍보하고 천천히 섹서 타임 발동해. 3시간 정도면 되겠다.”
섹서 타임이란, 섹서가 제한시간 이내에 섹스를 하겠다고 도전장을 놓는 것이다. 섹서 타임은 악신들이 섹스할 대상을 바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발동이 가능하다.
그 이후, 섹서가 섹스를 시작하면 모든 시청자는 입장권 100코인과 시간당 100코인을 반드시 후원해야한다. 게임으로 치면 피버타임같은 개념이다.
내 결연한 목소리에 벨라는 그 앙증맞은 입술을 귀까지 걸었다.
“좋아. 믿어볼게.”
벨라는 기분이 좋아진 소녀처럼 냉큼 일어나더니 쪼르르 달려와 내 볼에 찐하게 뽀뽀를 해주고 사라졌다.
나는 다시 화장실로 가서 드라이기와 빗으로 머리를 다듬기 시작했다. 투블럭 헤어스타일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세팅을 마치고 포마드 왁스로 윤곽을 잡았다. 지붕처럼 올라간 앞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기고 마지막은 스프레이로 고정했다.
마지막으로 달달하면서도 남성적인 냄새가 나는 향수를 손목에 뿌리고 목덜미 쪽으로 가져가 두세번 쳤다.
옷은 캐주얼한 정장 느낌으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차려입으니 확실히 전보다 나았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거대 음경까지 장착을 했으니 창과 방패로 중무장한 기분이랄까.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슬슬 악신들도 채널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악신 ‘왕자지제’가 당신이 어떤 여자와 섹스할지 기대합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일곱마리 발정난 암캐’가 당신의 스타일에 만족합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염소머리 군주’가 은밀한 눈으로 당신을 지켜봅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악신 ‘거대한 불기둥’이 당신의 다음 행동에 주목합니다. 100코인을 후원합니다.]
남은 코인과 지금 받은 코인을 다 합치면 3000코인 정도. 아직 이렇다할 아이템을 구매할 자격이 되지 않지만,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사용할 건 아니다.
나는 너무 노골적으로 행동해선 안 됐다. 몽마학원에서 배운 섹스 스킬 이외에 스킨십만으로 여자를 보내버린다거나 상대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악신들은 야동을 원하는 게 아니다. 한편의 스토리를 보고 싶어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스토리텔링이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만남과 결합, 섹스의 당위성.
채널을 상장시키기 위해선 그런 요소들이 필요했고 나는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었다.
선택지는 두 개 정도다.
이 집을 계약할 때, 중개를 해줬던 여자가 있었다. 나이는 그녀가 동안이라면 사십대 초반, 적게는 서른 후반쯤. 얼굴도 그만하면 예쁘다. 왕년에 좀 놀았을 얼굴이다.
원룸을 여러 군데 보여주면서 3시간 정도 같이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나한테 푹 빠져버린거 같다. 살포시 스킨십을 했을 때, 거부반응은 전혀 없고 뭔가 아쉬워하는 반응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끝날 때 내게 명함을 주면서 언제 한번 밥 사겠다는 말을 했었다.
쉬운 길을 택하려면 지금 당장 전화해서 집에 좀 오라고 하면 뭔 짓을 하고 있든 달려올 거다. 그리고 바로 따먹어 버리면 그만.
근데 이런 아줌마는 사실 줘도 안 먹는다. 쉬운 길을 택하면 택할 수 있었지만, 내 채널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선 찬밥 더운밥 가려 먹어야 했다.
그럼 결국 선택지는 나머지 하나. 사실 내가 이 301호에 계약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곧 올 때가 됐는데.
나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 현관 앞에서 대기했다.
삐릭.
302호,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문을 열었다.
“어, 으앗! 깜짝야.”
이소연. 302호에 사는 여자다. 어제 중개인과 함께 원룸 주변을 둘러볼 때,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잠깐 마주쳐서 인사했었다.
그녀는 내가 타이밍 좋게 문을 열고 나가자 화들짝 놀랐다.
나이는 이십대 중후반. 평범한 오피스룩에 사각테 안경을 쓰고 화장도 칠한 듯 안한 듯 했는데,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지 피부에서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눈은 무쌍이었는데 속눈썹이 길었다. 가지런하게 뻗은 콧대와 알맞게 자리잡은 동글 반짝이는 콧망울.
와이셔츠 밖으로 도드라진 봉긋한 가슴선은 그녀가 꽤 섹시하다고 어필하는 듯했다. 토요일 오후의 복권처럼 빨리 벗겨보고 싶다. 안경 벗기고 단추 세 개만 풀면 미인이다. 분명하다.
백치미도 있고 퍽 귀여운 구석이 있는 여자.
“성기준 씨, 맞죠? 저 기억나세요? 옆집 세입자... 어제 잠깐 인사했는데.”
성격은 꽤 활발한 모양이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쑥쓰러워한다. 이 상황이 익숙하지는 않은데 눈이 마주쳐서 예의라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듯.
그럼에도 은근슬쩍 내 얼굴과 옷차림을 흘깃거린다. 외모를 훑는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스캔이 끝나고 베시시 웃는 얼굴을 보니 자기 기준에서 나름 합격점을 받았나보다.
“네. 이소연 씨죠?”
“결국 계약 하셨네요.”
“그렇게 됐네요. 분리수거장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냄새가 좋았거든요.”
“풉, 뭐에요. 쓰레기장 냄새가 좋았다고요? 난 아무 냄새도 안나던데.”
“머스크향이 나던데요.”
살짝 상체를 숙였다. 이소연과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그녀의 거리가 꽤 가까웠다.
“흠, 이 냄새였구나.”
“으, 응? 머, 머스크향... 제가 출근할 때 뿌리는 향수에요. 아직도 냄새가 남아있었나...”
“잔향이 은은해서 좋네요. 옆집에 이렇게 청결한 사람이 살면 꽤 좋은 집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
이소연은 내 말에 생각이 많아진 듯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귀엽네.
“이소연 씨, 퇴근한 거예요?”
“아, 예! 전 항상 이 시간에 퇴근해요. 기준 씨는요?”
“저도 보시다시피.”
“근데 다시 나오시네요?”
“예. 이사왔는데 주변을 좀 둘러보고 싶어서요. 이소연 씨한테 정말 미안한 부탁인데 혹시 주변 구경좀 시켜줄 수 있어요?”
“어... 앗! 음... 그, 그럴까요?”
“피곤하시면 들어가서 쉬셔도 되요. 괜히 무리하진 마세요.”
“아니에요. 오늘 좀 일찍 퇴근한 편이라. 저, 금방 들어갔다가 나올게요. 잠시만 계세요.”
“알겠습니다.”
역시 잘생긴 외모가 편리하긴 하구나.
[악신 ‘왕자지제’가 당신의 커다란 고추에 비해 들어갈 구멍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악신 ‘염소머리 군주’가 당신의 여자 초이스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악신 ‘일곱마리 발정난 암캐’가 “차라리 날 먹지”라며 혀를 찹니다.]
아, 글쎄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니까.
첫술부터 배부르려고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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