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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593화 (593/599)

〈 593화 〉 [뜻 밖의 상황]

* * *

“수진아,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오빠랑 같이 방법을 찾아볼게.”

“맞아, 설마 계속 이러겠어? 탑 밖으로 나가면 괜찮아질 거야.”

수진이가 처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 애들이 그녀를 차례대로 위로해줬다. 덕분에 안 좋아 보였던 그녀의 표정이 많이 호전되었다.

“고마워요, 언니들…….”

훌쩍, 코울음 소리를 내며 고마워하는 수진이의 태도에 애들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아직 설명하지 않은 스킬이 하나 더 있었지? 스켈레톤 제작술이라고 했던가? 스킬 설명 좀 읽어줄래?”

“아……. 네,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게……. 인체를 구성하는 뼈가 90퍼센트 이상 존재할 경우, 영혼과 결합해서 스켈레톤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이렇게 제작한 스켈레톤은 정예화가 되어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적혀있어요.”

“정예화?”

“네, 여기엔 이렇게 적혀있는데……. 진화? 진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아, 그리고 이건……. 지속 시간이란 거 대신에 보유 개체수라는 게 적혀있어요. 최대 1마리라고 적혀있으니까, 하나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겠죠?”

“아마도 그럴 거야.”

이건 나한테도 없는 스킬이었다. 심지어 상당히 고효율의 스킬이기도 했다.

스켈레톤 제작술이라니.

상당히 탐이 나는 스킬이었다. 나중에 스킬 뽑기에서 나오려나? 나는 내일 아침 무슨 일이 있어도 수진이를 데리고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일 한 번 시험해보자. 아침에 나갈 생각인데, 괜찮을까?”

“네, 괜찮아요. 근데……. 내일 거기 통로로 다시 들어가는 거 맞죠?”

“그래야지. 수진이, 너하고 약속도 했으니까.”

“아,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내가 약속을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말하자, 수진이가 고마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 정도로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친했던 모양이었다. 혹시 가족이었던가? 하지만 내가 차시은에게 이름을 듣기론 성이 모두 달랐다. 죽은 두 남녀의 이름이 각각 서미희와 고성호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냥 단순히 정이 많은 걸지도.’

그리고 이건 나한테 있어서 꽤 좋은 소식이었다.

정이 많다는 건, 즉 친해지기만 하면 등 뒤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한수진은 네크로멘서라는 강력한 적성을 얻은 상태이기까지 했다.

‘수진이가 남자들의 공백을 메꿔줄 수 있을지도.’

물론 그녀가 가진 스킬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주변에 서있는 다른 애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이제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진호야, 미안하다. 오늘 도시 외곽 순찰을 도느라 많이 피곤했을 텐데, 이렇게 오래 붙잡아서. 씻지도 못했지?”

“아니예요, 형.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하하.”

내가 진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하자, 그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얼른 들어가서 씻어라. 그리고 다은이랑 진하도 오늘 고생 많았어.”

“고생은 오빠가 더 많이 했죠.”

“내가 무슨 고생을 했다고……. 아, 그리고 수진아. 나는 오늘 왼쪽에 빈방에서 잘 테니까, 넌 그냥 여기서 자도 돼.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날 찾아오고. 알았지?”

손으로 왼쪽을 가리키며 말한 나는 수진이가 빨리 쉴 수 있도록 애들을 데리고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 후, 다은이와 진하는 2층으로 내려가고 진호는 씻기 위해서 1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옆에 빈방에 들어간 다음에 침대 위에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지금 자고 일어나면 3일째인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체되고 말았다.

‘누나가 걱정하고 있을 것 같은데…….’

잠깐 탑 밖으로 나갔다가 올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전혀 다른 장소에서 시작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C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에 떨어질지도 몰랐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로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던 나는 이윽고 근처 탁자 위에 올려뒀다.

∴ ∵ ∴ ∵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김강석의 방을 찾아가서 그에게 식재료를 사야 한다는 이유로 어제 남자들이 벌어온 돈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는 얌전히 내게 돈주머니를 건네주며 아침 식사 후에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은 다음에 회의를 할 거란 이야기를 했다.

“꼭 이래야겠습니까? 여자들의 반발이 심할텐데도요?”

“오염된 괴물을 잡다가 죽는 것보단 낫죠.”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는 강석의 태도에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싸울 의지를 잃은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강요를 할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가자 어제처럼 다은이가 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빠, 좋은 아침!”

손을 흔들며 말한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그게 꼭 현관문 앞까지 마중 나온 강아지 같아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주고는 함께 시장으로 가서 식재료를 구입했다.

그 후, 건물로 돌아와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자 냄새를 맡고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1층으로 내려왔다. 여자들은 어제 있었던 일을 아직 모르는지 해맑게 웃으며 나한테 인사를 건넸고, 남자들은 데면데면하게 행동했다.

‘고작 하루 만에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

나는 쓰게 웃고는 완성된 음식을 사람들에게 배식했다. 이번엔 제법 공을 들였기에 요리를 먹은 사람들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들도 이때만큼은 표정을 풀고, 아침 식사를 즐겼다.

잠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던 나는 이내 수진이한테 줄 음식을 가지고 3층으로 올랐다. 이때, 다은이와 진호 그리고 진하도 나를 따라왔다. 굳이 악취가 풍기는 곳에서 아침을 먹을 필요는 없다며 애들을 말려봤지만, 다들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나는 마음대로 하란 말을 하고는 애들과 함께 수진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다 함께 아침을 먹었다.

“어때? 몸이 좀 괜찮아진 것 같아?”

아침을 먹으며 수진이의 몸 상태를 묻자, 그녀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제 열도 거의 안 나고 몸 상태도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히 약이 잘 들었나 보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마. 혹시 어지럽거나 힘들면 바로 나한테 말하고. 알았지?”

“네.”

씩씩하게 대답하는 수진의 모습이 살짝 대견하게 느껴졌다. 다른 애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인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다 끝마친 우리는 외출 준비를 서두르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에요? 다른 구역에서 사람들이 넘어올 때까지 여기서 살자고요? 대체 언제 넘어올 줄 알고요? 영원히 안 넘어오면 어쩌려고요?”

“그럼 너네가 직접 오염된 괴물을 잡던가! 우리가 언제까지 전부 다 해줘야 하는데?”

“남자잖아요! 우린 여자고요! 남자가 괴물을 잡아야지, 그럼 누가 잡아요?”

“여자가 무슨 벼슬이야? 게다가 우린 뭐 목숨이 여러 개야? 너네랑 똑같이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데, 괴물을 잡다가 죽으면 누가 책임져줄 건데?”

“좋은 적성 받았다면서요! 우리한테 막 자랑했었잖아요! 어젠 우리 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큰 소리 떵떵 치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석현 오빠, 말 좀 해봐요! 왜 아무런 말도 안 하는데요?”

“나도 내 목숨이 아까워서 그런다, 왜?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돈을 벌어왔으면, 너네가 알아서 이것저것 잡일 좀 해야 하지 않냐? 아무리 귀찮아도 그렇지, 어제는 여자들이 설거지를 했으니까 오늘은 우리보고 하라고? 그게 지금 사람이 할 말이야? 우리가 뭐 큰 걸 바랬어?”

“아니,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하자는 건데 뭘 남자가 되어서 쩨쩨하게 굴어요?”

1층이 끔찍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드니, 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정확히 구분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말에는 짙은 악의가 깃들어 있었다.

진호가 나한테 귓속말했다.

“형,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옆에 서있던 다은이가 불쑥 끼어들며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싸우게 내버려 둬요. 어차피 저건 말린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야, 그렇다고 해서 저대로 놔두면…….”

“어차피 남자들은 싸울 생각도 없다면서? 여자들은 도움이 안 될 테고. 그럼 그냥 우리끼리 오염된 괴물을 잡으면 되는 거 아냐? 그렇지 않아요, 오빠?”

다은이가 싸늘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나한테 동의를 구했다. 확실히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남자들은 이미 싸울 의욕을 잃었고, 여자들은 전력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몇몇 여자들이 뒤늦게 전투에 참여해서 전투 계열의 적성을 받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좋은 적성이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나는 슬쩍 1층을 둘러봤다.

1층에는 크게 세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하나는 이동은을 중심으로 뭉친 남자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키가 무척이나 큰 예쁘장한 여자를 중심으로 뭉친 여자들이었다. 이 두 그룹은 서로를 노려보며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고, 마지막 하나 남은 그룹이 차시은을 중심으로 뭉쳐서 사람들을 진정시켜보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에 사람의 숫자가 적어서 그런가, 딱히 눈에 띄진 않았다.

‘진호 말대로 사람들을 말릴까? 아니면…….’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윽고 다은이의 의견에 손을 들었다.

당장 오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언제 사람들을 중재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건 누가 말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막말로 여기서 내가 사람들을 억지로 진정시킨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언젠가 시한폭탄처럼 펑 터지고 말 것이다.

나는 애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조용히 나가자.”

물론 정말로 조용히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애들을 데리고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서 건물 밖으로 나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1층으로 내려오기가 무섭게 한수진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에 사람들이 하던 말을 멈추고 코를 부여잡았다. 그리곤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서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현이 형? 형도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 여자들이 뭐라고 말한 줄 아세요? 우리가 책임감이 없대요. 어이가 없지 않아요? 우리가 괴물도 죽이고, 돈도 벌어왔는데 세상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어딨어요? 우리가 이딴 취급이나 받으려고 목숨 걸고 싸운 거예요?”

“책임감 없는 거 맞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적성이란 거, 여자들은 거의 다 쓸모없는 것만 받았잖아요! 근데 남자들은 어때요? 좋은 거 다 받아놓고서 이제 와서 못 하겠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두 남녀의 목소리가 1층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었다. 이에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불러세운 두 남녀를 바라봤다. 한 명은 하일이었고, 또 한 명은 하도희였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두 남녀를 내 곁으로 불렀다. 그러자 둘 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내 앞으로 뛰다시피 다가왔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자기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의 편을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하일아, 너 여기서 여자들한테 밉보여서 괜찮겠어? 당장 여기 2층에서 탈출했을 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물론 넌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이겠지. 근데 그게 꼭 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막말로 다른 구역에서 사람들이 넘어와서 오염된 괴물을 처치할 수도 있고. 그때가 왔을 때, 생각해둔 건 있어? 설마 그때도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막을 거야? 괴물을 처치하지 말라고? 이미 오염된 괴물을 처치하고 온 사람들한테? 과연 네 말을 들을까?”

“아…….”

[진실 속 거짓 스킬이 발동됩니다.]

[행운에 따른 보너스 효과가 부여됩니다.]

[행운이 당신을 향해 환호를 보냅니다. 상대방은 당신의 말에 홀딱 넘어갑니다.]

이게 왜 거짓말이야? 설마 은연 중에 다른 구역에서 사람들이 넘어올 리가 없다며 내가 속으로 단정 지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로 다른 구역에 생존자가 없는 걸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나는 이윽고 냉정을 되찾았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스킬이 발동된 건, 좋은 소식이었다.

나는 이번엔 하도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도희 씨, 지금 남자들하고 말싸움을 할 때입니까? 당장 남자들이 여길 떠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막말로 우린 지금 남자들이 벌어오는 돈이 없으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도희 씨는 우리랑 같이 괴물을 잡아보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실제로 죽은 사람도 봤고요. 그걸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던 겁니까?”

“그, 그건…….”

[진실 속 거짓 스킬이 발동됩니다.]

[행운에 따른 보너스 효과가 부여됩니다.]

[행운이 깔깔대며 웃습니다. 상대방이 당신의 말을 맹신합니다.]

이건 거짓말이 섞여 있는 게 맞았다. 당장 남자들이 다 떠난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서도 충분히 여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으니까. 아니면 경비 대장을 통해서 여자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어도 되었다.

“…….”

아무튼 이런 내 질책에 두 남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자기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했다는 걸 깨달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를 확인한 나는 강석과 차시은을 불러서 말했다.

“두 분이서 완만하게 해결을 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잠깐 조사할 게 있어서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으니까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내가 진심을 담아 부탁하자, 강석과 시은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마주 봤다. 이전에 서로 협력했던 만큼, 아직까진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 듯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남은 뒤처리를 맡기고는 애들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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