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0화 〉 [뜻 밖의 상황]
* * *
‘그 때는 참 황당했는데…….’
멸망한 세계의 탑 안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던 나는 문득 유 은혜와 신 윤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호기심이 든 나는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그러자 여러 기사를 통해서 윤 은혜를 비롯한 멸망한 세계의 탑에서 무사히 귀환한 278명이 다음 2층의 개방에 대비해서 군사 훈련을 받고, 일부는 가족들과 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가족이라.’
은혜와 윤이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나? 어쩌면 마지막이란 생각에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멸망한 세계를 무너트리고 싶다는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게 불가능했다.
‘탑을 무너트리려면 멸망한 세계를 구원해야하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처음 멸망한 세계에 진입했을 때 용사를 도와서 세계를 구원하지 못한 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땐, 별수가 없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들어간 것이었으니까. 심지어 나는 요리사라는 뜬금없이 직업을 부여받기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차라리 그 때 용사한테 사실대로 밝혀볼 걸 그랬나.’
그랬다면 어쩌면 파티에서 추방당하는 최악의 결과까진 나오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이후는? 솔직히 말해서 당시의 내가 용사 파티에 남았다고 해서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짐이 되었겠지.’
싸울 줄도 모르는데다가 제대로 된 요리도 할 줄 모른다. 눈칫밥을 먹기에 딱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최소한 지금은 요리다운 요리를 할 줄 아는 상태였다. 이게 다 첫날에 용사 파티에서 추방당한 덕분이었다.
최악의 결과라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다음에 들어갔을 땐, 최소한 무작정 쫓겨나진 않겠지.’
반대로 용사가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
나는 용사를 놀라게 해줄 생각을 하며 야외에서 만들어 먹을만한 요리들을 찾아서 레시피와 요리법을 암기했다. 그리고 이처럼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서연이 누나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유 서연 :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누나의 물음에 나는 오늘 5만원을 벌었던 걸 떠올렸다. 꽁돈을 벌었을 땐, 역시 치킨이지. 나는 재빨리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치킨 어때요? 퇴근 언제 하세요? 제가 시간 맞춰서 시켜놓을게요]
[유 서연 : 지금 지하 주차장에 가는 중이야.]
[김 유현 : 그럼 지금 시켜둬야겠네요. 누나는 뭐가 좋으세요? 순살? 뼈?]
[유 서연 : 아무거나 다 좋아]
서연이 누나한테서 온 답장을 확인한 나는 배달 어플로 치킨 두 마리를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20분쯤 지나자, 누나가 먼저 집에 돌아왔다.
“나 좀 안아줄래?”
많이 힘들었던 모양인지, 누나가 나를 보자마자 작게 투정을 부렸다. 그리 진지한 투정은 아니었기에 나는 살짝 웃으며 누나의 몸을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리곤 등을 토닥여주며 말했다.
“힘들었죠? 얼른 옷 벗고, 씻고 오세요.”
“같이 씻을까?”
“치킨 받아야죠.”
“나보다 치킨이 중요해?”
“당연히 누나가 더 중요하죠. 근데 배달 기사님을 기다리게 하면 민폐잖아요.”
“흥, 말하고는……. 알았어. 나 혼자 씻고 나올게.”
살짝 삐진 듯, 누나가 내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말했다. 이에 나는 누나의 마음을 달래줄 겸, 소소하게 복수를 하고자 손목을 붙잡아 내 쪽으로 확 잡아당기며 거칠게 키스를 했다. 그리곤 오른손으로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자, 정장 치마에 감싸여있던 엉덩이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르며 손바닥 안에 가득 찼다.
“아흣.”
갑작스러운 자극에 서연이 누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욕정이 서렸지만, 나는 그 전에 재빨리 누나를 밀어내며 말했다.
“얼른 씻고 오세요.”
“너, 두고 봐.”
주인공에게 패배해서 도망치는 악당처럼,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긴 누나는 재빨리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빳빳한 정장 치마의 옷감 감촉을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맨살도 좋지만…….’
정장 치마도 그에 못지않게 감촉이 좋았다. 비슷한 예로 스타킹이 있었다. 물론 스타킹은 손으로 찢을 때가 훨씬 더 짜릿하지만.
그렇게 손안에 남아있는 감촉을 즐기며 시간을 조금 보내자, 배달시켰던 치킨이 도착했다. 마침 누나도 샤워를 끝마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왔다.
“벌써 왔어?”
“방금 막 왔어요. 누나도 얼른 오세요.”
“여기서 먹으려고?”
“이런 건, TV 보면서 먹어야죠.”
“하긴. 그럼 잘 먹을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누나는 내 옆자리에 앉아서 나무젓가락으로 닭가슴살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곤 곧장 요령 좋게 먹게 시작했다. 오물오물, 먹는 게 참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여웠다.
“뭐 보고 싶은 거 있으세요?”
“없어.”
“그럼 볼만한 게…….”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마땅히 볼만한 게 없었다. 심지어 채널 대부분이 멸망한 세계의 탑에 대해서만 떠들고 있었다. 뭐,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멸망한 세계의 탑에 쏠려있다는 뜻이겠지만.
“내일 들어갈 거야?”
“들어가야죠.”
“정말로 괜찮은 거 맞지?”
“괜찮아요. 게다가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칠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누나를 안심시켜주고자, 손을 뻗어 어깨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누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 과부로 만들면 가만 안 놔둘 거야.”
“과부요?”
“뭐야? 왜 놀라? 너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빠르면 뭐 어때? 빠른 거 싫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누나만 믿고 따라와.”
서연이 누나가 고개를 길게 내밀더니, 내 입술을 덮쳤다. 마치 이전의 복수를 하듯이, 꽤나 본격적인 농밀한 키스였다. 심지어 왼손으론 내 허벅지를 주물럭대며 사타구니 쪽으로 슬금슬금 이동시키고 있었다.
나는 치킨의 달짝지근한 양념과 기름기, 그리고 부드러운 입술을 맛보며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흡, 하고 누나가 헛숨을 들이켜는 게 느껴졌다.
‘허술하긴.’
빈틈이 아닌 곳이 없었다. 이렇게나 허술해서야 어떻게 믿고 따르겠는가? 하지만 사실, 내 손에 걸리면 서연이 누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가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누나한테서 주도권을 빼앗고는 혀를 길게 내밀어, 입안을 탐했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치킨 다 먹고 하죠.”
“진짜……. 이길 수가 없네.”
어후, 하고 한숨을 내쉰 누나는 마저 치킨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누나를 따라 치킨을 먹으며 멸망한 세계의 탑에 대한 뉴스를 마저 봤다.
‘뉴스 내용은 별거 없네.’
그나마 특이한 게 있다고 한다면, 내일 멸망한 세계의 탑이 개방되는 시간에 맞춰서 수많은 방송인과 스트리머들이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기 위해서 모여들 거라는 소식 정도였다. 물론 정부 측에선 군인과 경찰들을 동원해서 일반인들이 멸망한 세계의 탑 쪽으로 최대한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을 계획이라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게 잘 될지는 의문이었다.
‘아무리 관심이 곧 돈이라곤 하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 저은 나는 마저 치킨을 뜯어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치킨을 다 먹은 나는 치킨이 담겨져 있던 박스와 남은 뼈들을 모두 정리하고는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걸 본 누나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어디가?”
“이 닦으려고요.”
“그냥 와! 나 더는 못 참겠으니까!”
암사자가 으르렁대듯이, 크게 소리친 누나는 그대로 나를 덮치듯이 와락 달려들었다. 그러자 뭉클한 감촉이 가슴팍에 닿으며, 뜨겁게 달아오른 누나의 체온이 얇은 천을 통해 전해져왔다. 오늘따라 유난히 적극적인 누나의 행동에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어 올린 나는 내 품에 안겨있는 서연이 누나를 번쩍 들어 올린 다음에 침실로 가서 침대에 눕혔다.
“얼른.”
동시에 누나의 애타는 목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뭘 재촉하는 건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기름기로 반들거리는 누나의 입술을 덮쳤다. 달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말캉하면서도 탄력이 느껴지는 누나의 입술을 한동안 음미하다가 혀를 내밀어 부드럽게 핥았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듯이, 애간장을 녹이는 것만 같은 애무에 누나가 몸을 가늘게 떨며 신음했다.
“흐으읏.”
내가 주는 쾌감에 숨을 쉬는 것조차도 잊어버린 누나가 빨갛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나는 누나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억지로 입술을 벌린 다음에 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곤 동시에 갈비뼈 부분을 가볍게 쓸 듯이 더듬어주자, 그제야 저릿한 감각에 누나가 탁 숨을 토해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하아! 하윽! 아!”
아찔한 쾌감이 발끝을 저릿하게 만든 건지, 누나가 발가락을 앙증맞게 꼬물락거렸다.
“……대체, 언제까지 계속 애만 태울 셈이야?”
간신히 힘을 끌어모은 듯한 목소리로 누나가 숨 가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게 신호였다. 나는 몸을 살짝 일으킨 다음에 윗옷을 벗었다.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자, 누나가 살짝 헛숨을 들이켜며 얼굴을 더더욱 빨갛게 물들였다.
그 모습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벗고는 누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누나도 벗어야죠.”
“어? 아, 응……. 잠깐, 읏.”
“전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벗어요.”
나는 일부러 누나의 입술에 키스하며 재촉했다.
“흐읍. 흣.”
연거푸 계속되는 키스에 누나의 손이 몇 번이고 계속 멈췄다. 갈피를 잃은 손이 자꾸만 허공에 헛손질을 하고, 옷은 반쯤 벗겨진 채 어중간하게 몸에 걸쳐져 있었다.
“손이 멈췄는데요?”
“아, 읏!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날 탓하며 두 눈을 질끈 감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최대한 억울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키스밖에 안 했는데요?”
“우읍, 응. 하아, 그게 문제거든.”
“그럼 어쩔 수 없죠. 제가 마저 벗겨드릴게요.”
나직이 속삭인 나는 반쯤 벗겨져 있는 누나의 옷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기 좋게 봉긋 솟아있는 가슴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었다.
여전히 크고 풍만했지만, 그럼에도 전혀 질리지 않는 감촉이었다. 특히나 내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단단하게 굳어지는 가슴과 그 위에 매달려있는 유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서연이 누나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으면서, 남은 옷들을 세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누나가 내 머리를 끌어당기며 재촉했다. 더 빨리. 무언의 재촉에 나는 누나의 옷을 마저 다 벗겨내고는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남근을 질 내에 밀어 넣었다.
“흐윽!”
이미 누나의 음부는 애액으로 충분히 젖어있었기에 애무는 필요 없었다.
나는 본능이 이끄는 대로 남근 전체를 꽉 조이는 질 내의 압박을 느끼며 허리를 흔들었고, 누나도 자신의 배 속을 가득 채우며 안쪽 깊숙이 찔러 들어오는 감각에 색정적인 신음을 토해내며 허리를 움찔움찔 떨어댔다.
“아앗! 아, 좋아! 흐으읏! 사랑해, 유현아……! 하으읏, 나는 너만 있으면……! 하윽!”
누구보다도 나를 원하며,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온다. 찰박거리는 젖은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점점 더 강해지는 쾌감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허리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나는 누나의 질 내 깊숙이 남근을 밀어 넣으며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누나가 입술을 벌려서 내 혀를 받아주었다. 혀와 혀가 엉키며 질척거리는 숨결이 뒤엉키고, 곧 사정감이 차올랐다.
“흐으읏!”
누나도 가버릴 것 같은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며 사정을 재촉했다. 이에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서 누나의 커다란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그리곤 찌걱, 찌걱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허리를 흔들어대자 누나의 입술 사이로 군침이 흘러나왔다.
“아흑! 아, 으……. 크흐읏!”
머릿속이 텅 비어버릴만큼 강렬한 자극에 누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질 내가 꽈악 수축하며 남근을 조이자, 나는 그대로 누나의 질 내에 사정했다.
“하으읏!”
머리털이 곤두설만큼 짜릿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누나도 그걸 느낀 건지, 입술을 살짝 벌리고서 교성을 터트렸다. 이에 나는 누나의 입술을 토옥토옥 건드리듯이 가볍게 키스하며 질 내에 마킹을 하듯이 정액을 마저 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