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567화 (567/599)

〈 567화 〉 [뜻 밖의 상황]

* * *

거리로 나온 나는 길가에 세워져 있는 택시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택시 타고 갈까요?”

“어? 택시? 으음,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데 굳이 비싸게 택시 탈 필요 있을까?”

“그래요? 어딘데요?”

“거기 주소가……. 여기야.”

내 물음에 혜수가 스마트폰을 꺼내서 의뢰인의 집 주소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긴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몇 번 갈아타야겠는데요?”

“그래도 뭐, 금방이니까.”

“택시 타고 가죠. 제가 낼게요. 저 때문에 늦은 거니까요.”

“네, 네가……?”

“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혜수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얌전히 수긍했다. 내가 택시비를 내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러면……. 마음대로 해.”

이렇듯 허락을 받은 나는 혜수와 함께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님, 여기로 가주세요.”

그 후, 혜수의 스마트폰에 찍혀있는 주소를 기사님에게 보여드리자,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기사님이 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서 출발한 택시는 20분 정도를 달려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도착했다.

나는 기사님에게 택시비를 지불하고는 혜수와 함께 내렸다.

“여기예요?”

“그래.”

“혹시 제가 따로 조심해야 할 건 없나요?”

“음, 뭔가 이상하다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신령님한테 달려가. 그럼 어지간하면 다칠 일이 없을 거야.”

혜수가 신령님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신령님이 음후후 웃으며 내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든든하네요.”

“든든하기야 하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 혜수는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서 벨을 눌렀다.

딩동.

“누구세요?”

초인종을 누르고 조금 기다리자, 인터폰 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혜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서 용무를 밝혔다.

“오늘 방문하기로 했던 박혜수 무당입니다.”

“돌아가 주세요…….”

“네? 아, 혹시 약속 시간에 늦은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돌아가 주세요.”

“…….”

여성은 돌아가 달라는 말만 남기고는 인터폰을 일방적으로 뚝 끊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혜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혹시 화난 걸까? 나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혜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괜찮냐고? 아니. 안 좋아. 상황이 더 심각해진 것 같아.”

괜찮냐는 물음에 혜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대체 얼마나 심각하길래요?”

“아이의 어머니까지 귀신이 들린 것 같아.”

혜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정말로요?”

“그래, 이거 아주 골치 아파졌어. 이래서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을 테니…….”

혜수는 마치 손쓸 도리가 없다는 듯, 씁쓸한 시선으로 현관문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다. 이에 나는 담장에 매달려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그 순간, 창문 앞에 서있던 중년 여성과 문이 마주쳤다.

‘진짜로 귀신이 들렸네?’

혜수의 말대로 중년 여성 곁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서있었다. 조금 섬뜩하긴 했지만, 공포 영화에서 흔하게 연출되는 장면이었기에 딱히 새삼스럽게 놀라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했다.

나는 창문 앞에 서있는 중년 여성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한 다음에 담장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뒤에서 혜수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손바닥으로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러다가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혹시 눈이 마주친 건 아니지?”

“당연히 마주쳤죠.”

“아아…….”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혜수가 하늘이라도 무너진 사람처럼 탄식하며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내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듯 싶었다. 물론 반대로 내가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에나를 불러서 아단트의 불완전한 신검을 잠깐 빌리면 되니까.’

불완전하긴 해도 신검은 신검이었다. 여신의 검인데 설마 귀신 하나 감당하지 못할까? 나는 피식, 웃고는 혜수를 진정시켰다.

“전 괜찮으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옆을 봐! 신령님도 노하셨잖아!”

혜수의 말대로 신령님이 음산하게 웃으며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 되겠다. 너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자.”

“네?”

“나도 별로 내키진 않지만……. 크흠, 흠. 이미 엎질러진 일이니까. 딱 열흘 정도만 함께 지내다 보면 귀신도 알아서 물러나겠지. 아니, 열흘은 너무 짧으려나. 네? 이, 일 년이요? 신령님, 그건 너무 길지 않습니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젊은 남녀가 어찌 일 년씩이나 함께…….”

말은 이렇게 해도, 딱히 싫은 건 아닌 모양인지 나를 바라보는 혜수의 시선이 유난히도 뜨거웠다. 아무래도 이걸 위해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걱정도 섞여 있었겠지만…….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젓고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3’입니다.]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 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화면에 표시된 알림 문구를 확인한 나는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목록을 열람한 뒤에 아까 전에 본 중년 여성을 찾았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서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하 서혜]

[나이 : 41살]

[직업 : 가정주부]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여기 있네.’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얼굴까지 꼼꼼히 확인한 나는 하 서혜를 선택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지체 없이 네를 누르자, 순간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아래로 떨어지며 익숙한 저택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차분히 숨을 고르고는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챙겨서 얼굴에 썼다. 그리곤 로브를 몸에 걸친 나는 조심스럽게 1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방안을 밝게 비추고 있던 전등이 깜빡깜빡 점멸했다.

틱. 틱. 틱.

그와 동시에 스파크가 튀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퍼졌다.

이것도 공포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진부한 연출이었지만, 그럼에도 막상 직접 몸으로 겪으니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는 오소소 돋아나는 팔뚝의 닭살을 느끼며 정면을 쳐다봤다. 그러자 의자에 구속된 채로 멍하니 앉아 있는 중년 여성과 옆에 서있는 하얀 소복의 귀신이 눈에 들어왔다.

“그쪽은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산 사람한테 이러는 겁니까?”

“집…….”

딱히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물어본 거였는데, 의외로 하얀 소복을 입은 귀신이 순순히 입을 열어서 대답했다.

“집?”

“내 집이야. 내가 백 년 넘게 살았던 집이야…….”

“아, 지박령이었나.”

나는 속으로 납득하며 중년 여성과 지박령을 번갈아 보았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지박령 입장에서도 이건 억울할 만하지.’

백 년 넘게 살았던 집을 덜컥 빼앗겨 버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하지만 반대로 집을 산 사람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지박령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얼굴의 절반에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긴 했지만, 코가 오뚝하고 입술이 조그마한 걸 보아하니 최소한 평타 이상은 치는 외모인 듯 싶었다.

‘그럼 남은 문제는…….’

나는 오른손을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린 다음에 지박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여기서 살 생각은 없습니까?”

“……?”

“아, 물론 여기가 싫다면 저택 밖에 자리를 잡으셔도 됩니다. 꽤 넓은 숲이 있으니까.”

나는 되도록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권유했다. 하지만 지박령은 원래 있던 장소를 떠나기 싫은 듯, 입꼬리를 아래로 떨어트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싫어.”

그와 동시에 방 안의 온도가 확 내려갔다. 어찌나 춥던지, 뿌연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이러면 어쩔 수 없나.’

대화로 풀릴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은 나는 혀를 내두르며 지박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한기가 더더욱 강하게 피부 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견딜만했다.

나는 꿋꿋이 견디며 다가갔고, 그리고 그때마다 지박령이 움찔움찔 몸을 떨며 뒷걸음질쳤다.

“오, 오지 마……! 나한테 다가오지 마!”

“왜요?”

“오지 말라면 오지 마……! 힉!”

지박령이 어떻게든 나를 밀어내기 위해서 큰 소리로 위협해보지만, 그럼에도 나는 추위를 뚫고 그녀의 앞에 기어코 섰다. 그리고 이처럼 앞에 선 나는 지박령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은 다음에 다른 한 손으론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서 넘겼다.

‘오, 괜찮은데?’

지박령의 외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음침한 미녀였다.

눈 밑에 다크 서클까지 잔뜩 껴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겠지만, 귀신한테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나는 솜털처럼 가벼운 지박령을 살짝 들어올린 다음에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지박령이 바들바들 몸을 떨며 빼액빼액 소리를 질렀다.

“이, 이익! 놔줘! 날 놔줘!”

“지박령 아가씨, 혹시 자박꼼이란 단어를 아십니까?”

“몰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날 놔줘! 놓으라고!”

“그럼 알려드리죠.”

나는 소리 없이 웃고는 바지를 벗었다.

“힉!”

그 순간, 지박령이 새된 비명 소리를 내뱉으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인지, 몸부림치던 것도 잊고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볼 정도였다. 이에 나는 고간에 힘을 주어 남근을 위아래로 껄떡이게 만든 다음에 하얀 소복을 찢듯이 벗겼다.

찌익!

소복이 벗기자,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평생 햇살 한 번 쬐어본 적 없는 것처럼 새하얀 피부였다.

나는 지박령의 몸을 빠르게 감상하고는 마치 꽉 다물고 있는 조개를 벌리듯이 여린 살을 벌리고는 남근을 푹 찔러넣었다.

“하그으윽!”

찌걱 소리와 함께 남근이 질 내로 들어가자 지박령이 몸을 움찔 떨었다.

“이게 바로 자박꼼입니다.”

지박령의 허리에 팔을 두른 나는 그대로 거칠 것 없이, 사납게 허리를 흔들며 꽈악꽈악 조여대는 질 내를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찌르르 묘한 울음이 뱃속 전체에 울려 퍼지며 진동했다.

아마도 그녀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겠지. 실제로 내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지박령의 신음 소리가 점점 쾌락에 젖어가고 있었다.

찌걱! 찌걱!

“아윽! 아! 아앙! 하윽, 읏! 이, 이상해! 오옥! 이런 건, 이상하다고! 흐으윽!”

“그게 바로 자박꼼의 매력이죠.”

나는 지박령에게 자박꼼의 매력을 가르쳐주며 계속 허리를 흔들어댔다. 물론 마지막에는 잊지 않고 처녀처럼 꽉 조이는 질 내에 사정을 해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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