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5화 〉 [뜻 밖의 상황]
* * *
“지, 진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좌우로 흔들리는 회중시계를 바라보며 혜수가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얌전히 옷을 벗는 걸 보면, 최면에 걸리긴 한 모양이었다.
“음흐흐.”
신령님도 스산하게 웃으며 저고리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자 흰 속저고리와 함께 꼭꼭 숨겨져 있던 창백한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언뜻 보기엔 시체와도 같은 피부색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피부에서 묘한 생기가 느껴졌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저렇게 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호기심을 느낀 나는 신령님에게 다가가서 물어봤다.
“몸을 조금 만져봐도 될까요?”
“우후후, 마음이 급한가 보구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그럼 마음대로 하거라. 음후흣, 최면이란 거에 걸린 나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으니.”
“하긴, 그렇네요.”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신령의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러자 일반인보다 조금 서늘한 정도의 온기가 느껴졌다. 딱히 시체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색적이어서 흥미가 생겼다. 게다가 피부가 무척이나 보드라운 게, 흡사 여염집 아가씨를 희롱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아.”
나는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서 흰 속저고리를 건드렸다. 옷을 만진다는 감촉이 확실히 있었다. 이를 느낀 나는 속저고리를 벗겨서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러자 침대 시트 위로 떨어진 속저고리가 먼지처럼 화하며 사라졌다.
“옷이 사라졌는데, 괜찮은 건가요?”
“음후후.”
내 질문에 신령님이 스산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저고리를 멀리 던졌다. 그러자 큰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지던 저고리가 땅에 닿자마자 아까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신령님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언제 사라졌었냐는 듯 저고리가 도로 그녀의 손에 쥐어졌다.
‘진짜 옷이 아니라는 거구나.’
하긴 상대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신령님의 옷을 마저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 훤히 드러났다. 푸른빛마저도 감도는 창백한 피부 탓인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금기를 저지른 것만 같은 죄악감이 피어올랐다.
“보기 좋네요.”
희게 빛나는 나신 위로 내 손이 춤추듯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움푹 파여있는 쇄골, 그 다음에는 목을 살짝 건드렸다가 그대로 아래로 내려서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몸집이 커서 그런가, 한 손에 다 안 잡힐만큼 커다랬다.
나는 한동안 신령님의 가슴 위에 머물렀다. 그러다 딱딱하게 선 젖꼭지에 흥미를 느낀 나는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희롱하다가 고개를 숙여 입으로 물었다.
“하읏…….”
신령님의 앉은키가 무척이나 컸기에 고개를 많이 숙일 필요도 없었다. 아니, 아예 신령님이 나를 끌어안은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나는 신령님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품 안으로 파고든 다음에 젖꼭지를 쪼옥, 쪽 빨았다.
“아아……. 으흐흣, 아가. 아가. 사랑스러운 아가.”
유두를 혀로 핥았다가 입술을 오므려서 꽉 물자, 신령님의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유륜 주변으로 빨갛게 번져가는 자국이 더없이 야하게 보였다. 나는 빳빳하게 솟아오른 젖꼭지를 계속 희롱하다가 느릿하게 손을 움직여 신령님의 허리와 등을 더듬었다. 움찔움찔. 내 손길에 신령님이 몸을 떨며 벌어진 잇새로 가쁜 숨을 흘렸다.
“하읏. 이게 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극인지…….”
신령님이 좀 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이 내 얼굴을 압박하며 감쌌다. 서늘하고도 보드라운 감촉이었다. 다만, 응당 들려야 될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슴이 커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마 진짜로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일 것이다.
나는 유두를 혓바닥으로 쓸며 가슴을 꽉 깨물었다.
“아흑!”
강한 자극에 신령님이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동시에 나를 끌어안고 있던 팔의 힘이 약해졌다. 이에 나는 재빨리 그녀의 품에서 벗어난 다음에 옆에서 꼴깍 침을 삼키며 구경하고 있던 혜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혜수 무당님도 벗으셔야죠.”
“아? 아, 읏……. 그, 그래. 그렇지.”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혜수가 허겁지겁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자 앳된 외모만큼이나 작고 마른 몸이 훤히 드러났다. 특히나 신령님의 바로 옆에 앉아있어서 그런가, 안 그래도 작고 마른 몸이 더 말라보였다.
혜수도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인지, 옆에 앉아있는 신령님을 의식하며 자신의 가슴을 양팔로 감싸서 가렸다.
‘가슴은 합격.’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혜수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곤 가슴을 가리고 있는 팔을 억지로 떼어낸 다음에 동그랗게 솟은 분홍빛 유두에 입을 맞췄다.
“힉!”
붉게 도드라진 젖꼭지를 혀로 지그시 누르며 쓸어 올리자, 혜수의 입술 사이로 새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른한 살이나 먹은 여성이 보일만한 반응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나를 흥분시켰다.
나는 지금껏 누구도 맛보지 못했을 유두를 입으로 머금고, 느리게 혀를 굴리며 맛을 봤다. 그러자 미약한 짠맛과 함께 은근한 단맛이 느껴졌다. 게다가 아까 전에 맛봤던 신령님과는 다르게 가슴이 작고, 체온이 뜨거워서 그런가 혀로 핥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나는 움찔움찔 몸을 떨며 가냘프게 신음하는 혜수의 반응을 즐기며 가슴을 빨고 또 빨았다.
“흐으읏! 아앗……. 아흐윽!”
그렇게 한참 동안 물고 빨던 나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냈다. 그러자 타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유두가 아까 전과는 다르게 크고 단단하게 부풀어 있는 게 보였다. 아담한 가슴도 왠지 모르게, 조금 부풀어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나는 내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다가 옆에 앉아있던 신령님을 향해 손짓했다.
“신령님, 이리로 오세요.”
내 부름에 신령님이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하웁, 응. 꿀꺽. 하음.”
신령님은 내가 내뱉는 숨결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며 더더욱 달라붙었다. 커다란 입 탓에 흡사 내가 잡아먹히고 있는 것만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가진 숨과 타액을 신령님에게 나눠주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흐으읏.”
엉덩이 살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올 만큼 세게 움켜쥐자, 신령님이 마치 기쁘다는 듯 더더욱 내 품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이에 나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고, 마치 떡 주무르듯이 엉덩이를 주무르며 키스를 했다. 그러다 혀를 길게 내밀어 신령님의 입안으로 밀어 넣자, 순간 신령님이 움찔 몸을 떨며 눈꺼풀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아윽, 아……. 음흐흣, 읏.”
이런 건 처음인 모양인지, 무척이나 곤란해 보였다. 하지만 내가 혀를 능구렁이처럼 굴리며 신령님의 입 안을 휘젓자, 금세 긴장이 풀렸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신령님이 먼저 혀를 내밀며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왔다.
“츄웁, 하음, 응. 하아.”
놀랍게도 신령님의 혀로 무척이나 서늘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침이란 게 없었다. 그저 차갑고 말랑거리는 살덩이였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 놀라게 만든 건, 신령님의 혀 길이였다. 어느새 내 입안으로 넘어온 신령님의 혀는 마치 뱀처럼 입안을 꽉 채우며 구석구석 맛봤다.
“츄릅, 츄릅, 하움, 응. 하구읏.”
점점 심해지는 요구에 나는 신령님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억지로 얼굴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바지를 벗어서, 한계까지 발기한 채로 힘차게 껄떡거리고 있는 남근을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이걸 빠세요.”
“음흐으읏.”
우람한 크기를 자랑하는 남근을 목격한 신령님이 억눌린 웃음 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덥썩!
안 그래도 커다란 입이 더 크게 벌어지더니, 순식간에 남근의 뿌리까지 삼켰다.
“쭈읍, 쭙. 음흐으읏. 흐흣. 아후음.”
그리고는 신령이 아닌 암컷의 얼굴을 하고서 남근을 추잡스럽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어찌나 맛있게 빨던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혜수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꼴깍꼴깍 군침을 삼켜댈 정도였다.
나는 이번에는 혜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손짓했다.
“혜수 무당님도 이리 오세요.”
“나, 나도?”
“그럼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혜수가 도저히 믿기 어렵단 표정을 지었다.
“신령님과 나를……. 진심이야? 너 그러다 벌 받아. 천벌이 무섭지도 않아?”
“정당방위로 벌을 주는 거니까, 하늘도 노하지 않을 겁니다.”
“아니, 그런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싫다고요? 음, 이거 최면이 좀 풀린 것 같네요. 어디 보자.”
나는 아직 손에 들고 있던 회중시계를 보란 듯이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혜수가 분하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고서 바르르 떨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진짜 언제까지 그걸 우려먹을 생각인 건지……. 하아, 내가 신령님 때문에 참는다. 참아.”
화를 억누른 혜수는 엉금엉금 기어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에 나는 그녀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다음에 아까 전에 신령님에게 해주었듯이 키스를 해줬다.
“흐읍!”
갑작스러운 키스에 깜짝 놀란 듯, 혜수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곧 입술을 통해서 느껴지는 쾌감이 숨을 허덕이며 손끝을 파르르 떨었다. 아마 지금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짜릿해지는 쾌감을 맛보고 있을 것이다.
“어때요? 기분 좋죠?”
“후아!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요? 테크닉이죠.”
정확히는 쾌감 공유라는 스킬 덕분이지만.
하지만 테크닉도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으니, 아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금 혜수의 입술을 덮쳐서 키스했다. 그러자 뜨겁고 질척거리는 타액이 입안을 통해서 넘어 들어왔다. 신령님과는 다르게, 오직 살아있는 사람한테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나는 그녀가 내뿜는 숨결과 타액을 꿀꺽 삼키고는 보답으로 내 숨과 타액을 나눠줬다.
“흐읏, 으응. 꿀꺽. 하움, 응. 꿀꺽.”
처음에는 거부하는 것 같았지만, 한 번 타액을 맛보더니 그 다음부턴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때로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입술을 부딪치며 타액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게 마치 먹이를 달라며 쪼아대는 아기 새 같아서 귀여웠다.
나는 위아래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느끼며 두 여자의 봉사를 받다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나를 쫓아오는 혜수와 신령님을 침대 위에 넘어뜨린 다음에 아래로 손을 뻗었다.
찌걱.
“아흐윽!”
“음흣!”
쾌감 공유 덕분에 두 여자 모두 몸이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져 있었다. 특히나 혜수의 경우에는 음부가 질척하다 못 해,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반면에 신령님은…….’
반응은 좋았지만, 젖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마 애액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이런 상태에서 박아봤자, 별로 기분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혜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혜수 무당님.”
“으, 응?”
“섹스해도 되죠?”
“뭐? 뭐! 그, 그건……. 그건……! 으으, 어차피 내가 싫다고 해도 최면을 걸 거잖아. 이미 최면에 걸린 상태이기도 하고……. 하아, 어쩔 수 없지. 난 지금 최면에 걸린 상태니까……. 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입으론 어쩔 수 없단 식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혜수의 다리는 벌써부터 좌우로 쩍 벌린 채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시선이 아까부터 계속 쭉, 남근에 고정된 채로 떨어질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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