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560화 (560/599)

〈 560화 〉 [정기 수급]

* * *

[조교에 따른 정기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는 현재 65의 정기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405)]

‘악령을 퇴치해주고 받은 대가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물론 정작 당사자인 은나희는 꿈에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공간 이동 반지를 사용해서 서연이 누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디 보자.”

순식간에 누나의 집으로 이동한 나는 망자의 눈을 사용해서 집 안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봤다.

“휴, 누나 집에도 유령은 없네.”

유령이 없다는 걸 확인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망자의 눈을 해제했다. 그러자 두 눈을 감싸고 있던 화끈거리는 열기가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적응하려면 꽤 오래 걸리겠는데.’

손으로 눈두덩이를 살살 어루만지던 나는 이윽고 발걸음을 소파 쪽으로 옮겼다.

‘근데 현주는 아직인가?’

소파에 앉은 나는 매니저 어플을 끄고 현주한테서 온 메일이나 메시지가 있을까 싶어서 살펴봤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인지 아무것도 온 게 없었다. 이에 혀를 내두른 나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맞은편 탁자 위에 올려두고는 잠깐 눈을 감았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피곤하네.’

게다가 소파가 말랑하고 푹신해서 그런지, 이렇게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노곤한 기운이 올라왔다.

나는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잠깐 눈을 감고 잤다. 그리고 그렇게 누워서 자고 있는데, 언제부터 울렸을지 모를 스마트폰의 진동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부우웅. 부우웅.

연달아 울리는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집었다.

“끄응.”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킨 나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서연이 누나]

“누나네?”

동시에 스마트폰 상단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오후 다섯 시라고?”

놀랍게도 시간이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혹시 이게 꿈인가 싶어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보자, 굵고 짧은 시계 바늘이 정확히 5를 가리키고 있는 게 보였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둘러 목청을 가다듬고는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여러 번 전화를 걸었던 모양인지, 누나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이에 나는 최대한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느라 못 받았어요. 미안해요, 누나.”

­잤다고? 혹시 피곤해?

잤다는 말에 누나가 잠깐 말을 멈칫하더니, 이내 걱정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아뇨, 이젠 괜찮아요. 근데 왜 전화하셨어요?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어제 애들한테 밥 사주기로 했었잖아. 그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했지.

누나의 말에 나는 그제야 어제 지현이와 전화 통화하면서 저녁에 밥을 사주기로 약속했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아……. 그거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근데 원래는 어제 사주기로 했던 거잖아요.”

­유현이, 네가 탑에 빨려 들어간 사람들 구하겠다고 들어간 사이에 내가 애들한테 말해뒀어. 어차피 멸망한 세계의 탑인가 뭐 때문에 밖에 난리가 나서 뭘 사먹을 분위기가 아니었잖아. 안 그래?

누나의 설명에 나는 내심 감탄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고마워요, 누나. 근데 저 애들 만나도 되는 거예요?”

­설마 아직도 그거 해결 못 한 거야?

“아뇨, 해결하긴 했어요.”

­그럼 문제 없네. 준비하고 1층 지하로 내려와. 30분쯤에 도착할 거야.

해결했다는 말에 누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네가 어련히 잘 했겠지. 게다가 어차피 조금 있으면 얼굴을 볼 텐데, 뭐하러 입 아프게 꼬치꼬치 캐물어 봐?

“하긴 그렇긴 하죠. 근데 누나 지금 운전 중 아니에요?”

­아직 회사야.

“많이 바빠요?”

­아니, 딱히? 이것만 해결하면 돼.

전화기 너머로 탁탁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로는 바쁘지 않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꽤 바쁜 모양이었다. 나는 퇴근을 서두르는 누나를 배려해주기 위해서 전화를 끊기로 마음먹었다.

“바쁜 거 같으니까 전화 끊을게요.”

­끊지 마. 끊으면 나 화낼 거야.

“전화 안 끊어도 괜찮아요?”

­유현이, 네가 전화를 안 받아서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아? 너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잘 있었지?

“네, 누나 말대로 밖에 안 나가고 얌전히 있었어요.”

자취방도 엄밀히 말하자면 집 안이니까, 누나 말대로 얌전히 집에만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 잘 했어.

“칭찬은 그걸로 끝이에요?”

­이따가……. 밤에 기대해.

잠깐 말끝을 늘어뜨리던 누나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음란하게 속삭였다. 아직 회사 안이기에 분명 다른 직원들 몰래 말하느라 그런 것일 것이다. 나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누나에게 부탁했다.

“더 야한 말로 해줘요.”

­미쳤어? 나 아직 회사 안이거든?

“얼른요, 누나.”

­아무리 애원해도 안 돼.

“그럼 저 전화 끊어도 돼요?”

내가 금방이라도 전화를 끊을 것처럼 스마트폰을 귀에서 떼어내며 말하자, 점점 멀어지는 목소리에 짝 놀란 누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어디 가지 말고, 거기서 해줘요.”

­너 진짜……. 하아. 나 지금 자지 존나 빨고 싶어. 이제 됐어?

작은 한숨과 함께, 서연이 누나가 말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저급하고 음란한 말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리고 그게 상상 이상으로 흥분되었다. 마음 같아선 직장 동료들 몰래 자위라고 해보라고 시켜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면 자위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라고 하거나. 하지만 그건 좀 지나친 것 같았기에 나는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런 것도 가끔은 좋네요.”

­또 해달라곤 하지 마.

“누나는 흥분 안 됐어요?”

­별로…….

“별로라고 하는 걸 보니, 조금은 흥분했나 보네요.”

­변태.

나를 변태라고 매도하는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악동처럼 짓궂게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누나, 지금 팬티 젖었어요?”

­죽을래?

“말해봐요.”

­…….

“전화 끊을까요?”

­조금……. 젖었어.

“누나도 변태네요.”

­읏…….

전화기 너머로 야릇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잘하면 진짜로 회사 안에서 다른 사람들 몰래 자위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카메라로 찍는 게 아닌 이상, 굳이 그런 짓을 시킬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다른 사람이 누나의 자위 장면을 보기라도 한다면.

‘괜히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지.’

혀를 찬 나는 누나가 남은 일을 다 끝마칠 때까지 계속 전화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그렇게 일을 다 끝마친 누나가 회사 주차장에 가서 차에 타자, 나는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해서 몸을 간단히 씻었다.

‘그리고 얼굴을 바꿔야지.’

나는 잠깐 조교의 방으로 이동한 다음에 운피레아를 불러서 얼굴을 원래대로 바꿨다.

“어떤가요, 주인님?”

“마음에 드네요. 1시간 밖에 유지가 안 되는 게, 불편하긴 하지만요.”

“죄송해요…….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아뇨, 운피레아 씨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요.”

나는 내가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운피레아의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언제 자기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운피레아가 수줍게 웃으며 자신의 입술을 내게 맡겼다.

쪼옥, 쪽.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질 때마다 끈적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흥분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더 했다간 운피레아의 몸이 더 못 버틸 테니, 나는 이쯤에서 그녀를 놓아주고는 현실로 돌아갔다.

“시간이 아슬아슬하네.”

30분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나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간 다음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렇게 지하 1층에 도착하자, 저 멀리 지하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누나의 차가 보였다.

나는 손을 흔들며 누나의 차쪽으로 다가간 다음에 보조석의 문을 열고 앉았다.

“진짜로 원래대로 돌아왔네?”

운피레아의 도움을 받아, 원래 얼굴로 돌아온 나를 본 누나가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쉬워 보이네요.”

“아쉽긴 하지.”

킥, 하고 웃은 누나는 살짝 고개를 내밀어 장난스럽게 내 뺨에 뽀뽀했다.

“……그래도 지금이 제일 좋아.”

“좋다니 다행이네요.”

내가 웃으며 대꾸하자, 누나도 나를 따라 웃으며 자기 뺨을 내밀었다.

“너도 뽀뽀해줘.”

“뽀뽀만요?”

“키스도 해줘.”

갑자기 마음이 변한 듯, 고개를 돌려 입술을 살짝 내미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키스해줬다.

“하움, 응. 하아.”

쪽, 하고 입술을 맞닿은 순간 누나가 적극적으로 나한테 엉겨 붙어오며 입술을 바짝 밀착했다. 아까 나하고 전화하면서 몸이 잔뜩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이에 내가 손을 뻗어서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자, 꽉 눌린 입술 사이로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흐으읏! 장난치지 마.”

“장난 아닌데요?”

“으읏, 이럴 시간 없어. 애들 태워주기로 했단 말이야.”

누나는 자신의 허리에 둘러져 있는 내 손을 겨우겨우 떼어내며 말했다. 진짜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서 꾹 참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에 나는 얌전히 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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