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9화 〉 [정기 수급]
* * *
‘좋아, 어디 한 번 올려볼까?’
나는 네를 눌러서 정기와 마정석 파편을 상납했다. 그러자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알림 문구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상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상납 보상으로 사용자에게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20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0에서 11로 상승했습니다.]
[여성 목록을 열람할 수 있는 범위가 1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상승합니다!]
[이제부턴 사용자보다 일곱 단계 더 높은 직위의 여성을 조교할 수 있습니다.]
[보유 할 수 있는 마물 사냥꾼의 숫자가 7명으로 증가합니다.]
[현재 5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마물 사냥꾼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마물 사냥꾼을 고르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나이스.”
레벨이 오르면서 마물 사냥꾼의 최대 인원수가 한 명 더 늘어난 걸 확인한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앞으로 한 명만 더 늘리자.’
나는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네 / 아니요 중에 아니요를 누른 다음에 또다시 정기 상납을 눌렀다.
[현재 사용자는 상납에 필요한 마정석 파편을 모두 모은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상납 기한을 해제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1입니다.]
[다섯 달 뒤에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정기의 양은 4970입니다. (4970/2200)]
[다섯 달 뒤에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마정석 파편의 수는 11개입니다. (24/11)]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상납해야 되는 정기의 양과 마정석 파편의 양이 일정하게 증가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증가한다면 별다른 무리 없이 여섯 달 뒤의 상납도 진행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상납에 필요한 정기와 마정석 파편의 양을 확인하고는 상납을 진행했다.
[축하합니다!]
[상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상납 보상으로 사용자에게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22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1에서 12로 상승했습니다.]
[각성석 상점이 해금되었습니다!]
[황금의 탑이 해금되었습니다!]
“황금의 탑?”
멸망한 세계의 탑을 한 차례 겪은 뒤라서 그런가 황금의 탑이라는 문구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고 말았다.
‘설마 이것도 멸망한 세계의 탑처럼 현실에 나타난 건 아니겠지?’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확인을 눌러서 매니저 어플의 메인 화면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황금의 탑 항목을 찾아보자, 가장 하단에 위치한 황금의 탑이란 이름의 메뉴를 찾을 수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황금의 탑을 눌러서 들어가 봤다.
[황금의 탑]
[현재까지 오른 충 : 0층 (1층 보상 : 랜덤 아이템 상자)]
[황금의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아, 이거……. 그건가? 다음 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보상을 주는 탑.”
다행히도 이건 멸망한 세계의 탑처럼 현실에 영향을 주는 탑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탑을 오른다는 방식과 층마다 보상을 주는 걸 보아하니, 타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시련의 탑 같은 종류인 듯 싶었다.
‘그래, 이런 건 좋지.’
안도의 숨을 내쉰 나는 일단 아니요를 누른 다음에 각성석 상점을 찾아봤다.
‘각성석 상점이라.’
메뉴를 이동해서 각성석 상점이라 표시된 메뉴를 찾아보니, 기본 상점 내부에 존재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상점을 통해 각성석 상점에 들어갔다. 그러자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는 효과음이 들리더니, 어두운 방 안에 책상 하나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책상 위에 뭔가 있는데?’
화면을 건드려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걸 누르자, 새로운 알림 문구가 나타났다.
[오늘의 판매 목록 (다음 갱신까지 23:59:10)]
[마틸다 각성석 조각: 1개 (다음 등급으로 승급시키기 위해선 0/100개의 각성석 조각이 필요합니다.)]
[리샤르 각성석 조각 : 1개 (다음 등급으로 승급시키기 위해선 0/100개의 각성석 조각이 필요합니다.)]
[에나 각성석 조각 : 1개 (다음 등급으로 승급시키기 위해선 0/100개의 각성석 조각이 필요합니다.)]
‘이젠 각성석 조각도 모으라는 건가?’
100개만 모으면 해당 인물의 등급을 한 단계 상승시켜줄 수 있다는 게 상당히 매력적이긴 했지만, 문제는 하루에 한 번만 판매하는데다가 매물의 양이 상당히 적다는 것이었다.
‘한 개씩 구매해서 어느 세월에 등급 상승시켜주냐?’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고는 에나 각성석 조각을 눌러서 가격을 확인해봤다.
[에나 각성석 조각을 구매하시겠습니까?]
[10의 정기를 소모합니다.]
[네 / 아니요]
“싸네?”
이 정도면 거의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이걸 100개나 모아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살만했다.
나는 당장에 네를 눌러서 에나 각성석 조각을 구매했다. 그리고 내친 김에 마틸다와 리샤르의 각성석 조각도 구매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쓸 일이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등급이 서로 달라서 각성석 조각 가격이 다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똑같네.’
나는 혹시라도 뭔가 더 살 건 없을까 싶어서 각성석 상점을 잠시 살펴보았지만, 정말로 각성석 조각만 파는 모양인지 더 이상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곧장 메인 화면으로 돌아간 다음에 정기 상납 항목을 선택했다.
[현재 사용자는 상납에 필요한 마정석 파편을 모두 모은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상납 기한을 해제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2입니다.]
[여섯 달 뒤에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정기의 양은 2740입니다. (2740/2400)]
[여섯 달 뒤에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마정석 파편의 수는 13개입니다. (13/12)]
‘음, 여기서 마물 사냥꾼의 최대 인원수가 늘어야 할 텐데.’
나는 속으로 기도하며 네를 눌러서 상납했다. 그러자 이전처럼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알림 문구가 주르륵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상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상납 보상으로 사용자에게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24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12에서 13으로 상승했습니다.]
[망자의 눈을 획득했습니다.]
[보유 할 수 있는 마물 사냥꾼의 숫자가 8명으로 증가합니다.]
[현재 5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마물 사냥꾼을 고르실 수 있습니다. 마물 사냥꾼을 고르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좋아, 이걸로 8명 채웠고……. 근데 망자의 눈? 이건 뭐지?’
망자의 눈이란 이름에 의문을 느낀 나는 엄지로 망자의 눈을 눌러보았다. 그러자 곧 화면에 새로운 알림 문구와 함께 망자의 눈 사용법이 나열되었다.
[망자의 눈]
[망자의 눈을 사용할 시, 죽은 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제령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고?”
문득 호기심이 든 나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뗀 뒤에 자취방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망자의 눈을……. 사용한다? 윽!”
망자의 눈을 사용한 순간, 망막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화끈거려왔다. 하지만 진짜로 불에 타고 있는 건 아니었기에 잠깐 눈을 감고 익숙해지기를 기다리자, 금세 고통에 익숙해졌다.
나는 따끔거리는 눈을 천천히 뜨고는 방안을 살펴봤다.
“음……. 죽은 자를 볼 수 있다기에 뭔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무것도 없네?”
다행히도 자취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창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다음에 밖을 살펴봤다. 그러자 아까부터 계속 어깨가 뻐근한지, 한쪽 어깨를 주무르며 걷고 있는 여대생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귀신인가?’
여대생의 어깨 위에는 8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여성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 계속 어깨를 주무르며 길을 걷고 있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귀신은 저거 하나뿐인데…….’
근데 하필이면 발견한 게,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악귀였다.
일단 눈으로 본 이상, 그냥 지나치기엔 찝찝했고 그렇다고 해서 돕자니 마땅히 좋은 방법이…….
‘아, 그러고보니 제령이 있었지? 흠, 한 번 해볼까?’
제령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들어 올린 다음에 조교 항목을 선택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13’입니다.]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여성들만 조교할 수 있습니다.]
[조교 할 여성을 골라주세요.]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여성이 존재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이어지는 물음에 나는 아니요를 누른 다음에 직접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대상을 탐색합니다.]
[목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네를 눌러서 목록을 열람하자, 가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여성부터 차례대로 화면에 표시되었다. 이를 본 나는 아까 본 여대생의 얼굴과 화면에 표시된 여성들의 얼굴을 하나씩 대조하며 찾아봤다.
‘찾았나.’
그렇게 다섯 명 정도 넘기자, 드디어 내가 찾던 여성의 얼굴이 화면에 표시되었다.
[은 나희]
[나이 : 23살]
[직업 : 대학생 4학년]
‘4학년이네.’
어쩐지 피곤해 보이더라.
나는 후배된 도리로 선배에게 달라붙은 악귀를 떼어내 주고자 조교를 선택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이렇듯 네를 누른 순간, 눈앞의 시야가 일그러지며 익숙한 저택 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확인한 나는 벽에 걸려있는 가면을 챙겨서 얼굴에 쓴 뒤에 로브를 둘러 입었다.
그 후, 곧바로 1번 방 안으로 들어가자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여대생의 모습이 보였다.
“히익!”
새된 비명 소리와 함께 은 나희 선배가 바들바들 떨었다. 이에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고자, 가볍게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은 나희 씨.”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저 돈도 없고! 엄청 가난해요! 빚 밖에 없단 말이에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호소하는 은 나희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것 때문에 은 나희 씨를 데려온 게 아닙니다.”
“그, 그럼 왜……? 히익!”
“가만히 계세요.”
내가 한 걸음 내딛자, 은 나희가 기겁하며 고개를 뒤로 쭉 뺐다. 어떻게든 도망쳐보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선 나를 피해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더욱이 그녀는 의자에 구속된 상태였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 다음에 여성의 어깨 위에 찰싹 붙어있는 여자아이를 내려다봤다.
“허접~. 졸업 논문도 제대로 못 써서 열흘 넘게 밤새고 있는 허접~. 2D 남캐한테만 흥분하는 변태~. 음침녀~. 맨날 침대 위에서 강간당하는 망상하면서 자위하는 초 변태~. 죽어~.”
“……?”
여자 아이는 내가 가까이 온 줄도 모른 채, 아까부터 계속 은 나희의 귓가에 대고 약 올리는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도 꽤 은밀한 사생활까지 섞인 조롱이었다.
“만화책 아니면 애니로만 발정하는 변태~. 도서관에서 남들 몰래 볼펜으로 자위하는 발정녀~. 음란한 음침녀라서 아무도 상대 안 해주죠? 서른 세 살이나 먹었는데, 남들 다 하는 연애 한 번도 못 한 못난이~.”
못난이라는 말에 나는 손을 뻗어서 은 나희의 턱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리게 만들자, 눈물로 얼룩진 여성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예쁘다곤 못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난이 소리를 들을만큼 못난 얼굴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화장이 안 된 맨 얼굴이란 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예쁜 얼굴이었다.
‘얘는 도대체 무슨 억한 심정이 있어서 이러는 거지?’
어이가 없어진 나는 다시 여자 아이 유령 쪽으로 고개를 옮겼다.
“남자한테 관심받았다고 바로 얼굴 빨개지는 착각녀~. 저 남자는 너한테 관심 없어~. 응, 바로 컷 당하죠?”
딱히 이유가 보이지 않는 악의에 관심이 생긴 나는 은 나희의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예쁜 얼굴이네요.”
“네, 네?”
뜬금없는 칭찬에 은 나희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어깨 위에 달라붙어 있던 여자 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단물 빨릴 각 보이죠? 단물만 쪽쪽 빨려서 버려질 게, 뻔히 보이는데도 좋아하는 단세포년~. 넌 이래서 안 돼. 멍청하면 당하기만 한다고? 바보~.”
여자 아이의 속삭임에 은 나희의 표정이 초 단위로 빠르게 바뀌더니, 마지막에는 낙담한 듯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건 좀 무섭네.’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귀신이라니. 이래서야 정상적인 사람도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괜히 우울한 사람보고 귀신들렸다고 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차고는 은 나희의 이마를 쓸어주었다.
“화장을 조금만 한다면, 연예인을 해도 되겠네요.”
“네? 제, 제가요?”
“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은 나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다. 그리고 그걸 본 여자 아이 유령이 악의 섞인 목소리로 빽 소리를 질렀다.
“연예인은 무슨 얼어죽을 연예인? 넌 꾸며도 안 이뻐! 안 이쁘다고! 못난이! 그냥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나보다 이뻐지면 안 돼! 이쁜 것들은 다 죽어야 해. 죽어. 죽어. 그러니까 죽어!”
자기보다 이쁜 것들은 다 죽어야 한다니.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이란 말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여자 아이 유령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팔을 꽉 붙잡자, 여자 아이 유령이 화들짝 놀라며 몸부림쳤다.
“……뭐, 뭐야? 지금 날 만진 거야? 어떻게 된 거야? 너 뭐야! 무당이야? 도사야?”
나는 유령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어떻게 하면 제령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치이익! 소리와 함께 여자 아이 유령의 몸이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끼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놔! 놔!”
“아하.”
아무래도 이렇게 내가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제령이 되는 모양이었다. 의외로 간단히 해결책을 찾아낸 나는 양 손으로 여자 아이 유령을 붙잡고서 제령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아이의 몸이 다리부터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악! 나보다 예쁜 애를 죽이는 게 죄야? 그게 죄냐고! 죄냐고오오!”
치이이익!
그렇게 서서히 불타던 여자 아이 유령은 3분도 채 되지 않아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를 확인한 나는 손을 탁탁 털고는 은 나희를 내려다보았다.
“어깨는 어떻습니까?”
“네?”
“뻐근하거나 아프지 않았습니까?”
“아……. 어? 그러고 보니까 지금은……. 어라?”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싱긋, 웃은 나는 은 나희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앞으론 도서관에서 남들 몰래 펜으로 자위하지 마세요.”
“에? 히익! 힉! 그, 그걸 어떻게? 흐아아!”
수치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아까 여자 아이 유령이 말했던 걸 언급하자, 은 나희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듯이 얼굴을 푹 숙인 채, 발을 동동 굴렀고 이를 본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서 화면을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쾌감을 0단계에서 1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수치를 0단계에서 1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수치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수치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음, 조금 지나쳤나.’
수치가 3단계까지 단숨에 오를 줄이야.
나는 살짝 미안함을 느끼며 은 나희의 어깨를 한 차례 다독여주고는 조교를 끝마쳤다.
* * *